괴물은 더욱 크게 폭소하기 시작했다. 놈의 웃음소리는 아치형의 기궁들에 부딪히며 매아리쳤고 웃음소리가 커질 때마다 투박한 광택으로 빛나는 그의 골격을 둘러싼 푸른 불꽃이 더욱 크게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불꽃이 그것의 얼굴을 뒤덮고 있었음에도 그것은 고통스러워 하지 않았고 주위에 휘몰아치는 눈보라에도 꺼지지 않는 불꽃 속에서 나는 인간 얼굴의 실루엣을 볼 수 있었다. 분명 그것은 웃고 있지만 얼굴의 그림자는 입이 없었다. 한참의 폭소가 끝나고 그것은 증기총에 맞은 자신의 얼굴을 만지더니 고개를 들어 우리를 다시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것의 얼굴은 푸른 불꽃에 휩싸여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희미한 그림자 사이의 밝게 번득이는 두 안구가 우리를 응시했다. 그 순간 눈보라가 멎어지기 시작했고. 신발이 급속도로 축축해지는 것이 느겨졌다. 바닥의 눈도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린 놈과 이곳을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놈은 허리까지 향하는 갑주와 팔꿈치까지 이어지는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강철이라기에는 하늘색에 가까웠고 이 추위에도 끄떡없는 것을 보면 평범한 물질은 아닐 것이다. 세로로 사타구니를 가리는 사제복과 비슷한 모습의 허리띠도 착용하고 있었다. 어두운 나머지는 남색이었는데 그것이 피부인지 옷인지 상당히 헷갈리는 모양새였다. 놈은 다시 우리의 언어로 대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렇게 굳어있으면 재미없잖아?'

'모처럼 손님이 왔는데, 대접이라도 해야겠지.'

'먼저 우리 식구들부터 소개하지, 뒤를 보면 알겠지만, 내가 가족이 너무 많아서.'

그 말에 우린 뒤를 돌아보았다. 주위의 눈은 전부 녹았다. 그리고 우리의 운명을 비관했다.

별에 걸려있는 수백개의 사람 덩치보다 약간 큰 원통들, 그 안에 전부 무언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거리가 있었고 망원경의 렌즈도 깨져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난 본능적으로 그것들이 우리 앞에 서있는 괴물과 같은 존재들이라 직감했다.

'나...나리'

'정신줄 돌아왔나? 부관.'

'아래..아래에!!!!!'

바닥의 눈이 전부 녹자 그 아래에 있는 존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닥에 관이 하나식 박혀있었으며 무언가가 하나씩 얼려져 있었다.

내발 아래에도 한놈 있었다. 이판사판이라 생각한 내가 허리춤의 칼을 쥐어들자 우리 앞의 그놈이 말을 이었다.

'난 싸울 생각이 없어'

'난 지배인일 뿐이야, 싸움 담당이 아니라고.'

'이제 깨어나는군.'

놈이 지배인이라는 개념을 아는 것은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바닥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온 사방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괴물들이 얼음을 깨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우리 함대....'

저놈이 지상으로 올라간적이 있다면 밖의 함대도 저놈과 마주쳣을 수도 있다. 만약 밖에 놈의 동료들이 있었다면 함대도 현재 멀정하지는 않을것이다.

'네놈은 우리가 이곳을 향해 내려오고있을때 지상에서 우릴 쫒아오고 있었지? 그래서 우리가 위치표시용으로 둔 깃발이 내놈에게 있는거고, 언제부터 위에 있었나?'

내가 물었다. 

'그래, 위가 많이 궁금하겠지, 동료들 안부도 궁금하고 말이야, 난 너희가 이곳에 오는 것을 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희가 배라고 부르는 물건을 타고 오는것부터 보았다. 지상은 지금 아주 볼만할거야. 네 부하들인지 동료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찢기는 소리가 안들리는게 유감이군.'

'이 혐오물아, 죽여버리겠다.'

체중을 실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놈은 덩치에 비해 상당히 날렵했고 순직간에 내 갈을 피하고는 무지막지한 힘으로 내 칼을 잡아챘다. 그 순간 놈의 손에서 나는 푸른 불길이 칼에 닿더니 칼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나는 바로 두번째 칼집에 있는 단검을 뽑아 놈의 눈에 박아넣었다. 그러자 단검 또한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내 손도 푸른 불꽃에 닿아 동상에 걸린 듯 했다. 

'이 괴물놈아 넌 정체가 뭐냐, 어떻게 우리 언어를 그렇게 잘 구사하는거냐, 어째서 우리를 죽이려 드는거냐, 대체 왜 우리의 함대를 전멸시키려 드는것이냐.'

옆에 있었던 부관이 소리쳤다.

'우리의 입장이 되어 보거라'

'뭐?'

'뒤를 보아라'

그사이 괴물들이 전부 깨어나 우릴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 앞에 있는 놈보다 덩치는 작았으나 그 수가 수천은 되어 보였다.

'운 좋게도 난 동족들중에서 강한 편이다. 저놈들은 멍청한 네놈들도 상대할 수 있을거다. 그러니 잘 도망처라. 지상의 시체들이 너희들을 마중나올 것이다.'

놈은 말을 끝으로 그 자리에서 녹아내렸다. 문자 그대로 사라졌다.

깨어난 괴물들이 우릴 바라보았다. 그리곤 우릴 향해 걸어왔다.

'부관, 도망간다. 바짝 따라와라.'

'내 트레이더.'

'또 정신줄 놓으면 죽인다!'

그렇게 우리는 복도를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