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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초기 파리고등법원의 공정성: 공작 vs 소작농들

ㅇㅇ(14.55) 2024.05.01 09:05:09
조회 304 추천 8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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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크고도 좋은 사무실은 궁전 북벽에 특별한 출입문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여기에서 처리되는 까다로운 업무들이 고도의 평온함과 완벽한 칩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고등법원 판사들이라고 부르는 언제나 깨어있는 노련한 인사들이 그들의 법정에 자리하고 있다.

그들은 법과 관습법에 대한 확실한 지식들로 노련하고도 관대하게 소송들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적 선고를 벼락같이 내리친다. 이 선고들은 어느 누구도 또 어느 배석자들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신과 법에 대한 관조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결백한 자들과 정의로운 자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한다. 그러나 악한 자들과 불경한 자들은 자신들의 불공정함에 비례하여 고난과 불행에 빠져들게 된다.

-장 드 장덩 저, 홍용진 역, '파리 예찬', 1322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한 원고는 소송 과정을 수년간 지연시킬 수 있었다.

심지어 패소하는 경우에도, 잠시 후에 예전의 요구에 대한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며 소송을 재개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1291년 9월 부르고뉴 공작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졌다.

이 사건은 필리프 3세가 자신의 특별 후견령 하에 두었던 쿠쉬(Couches) 마을에 대한 사법권을 부르고뉴 공작에게 양도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1299년 2월 이전 파리고등법원은 예전의 판결을 뒤집었으며, 그해에도 뒤집힌 판결이 유지되었다.


하지만 부르고뉴 공작은 여전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이 소송은 1311년 6월 5일에 다시 다루어졌다.


이 소송은 카페 왕조의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소송 중 하나였다.

국왕, 발루아 백작, 생폴 백작, 나르본 대주교 질 아이슬랭, 쿠탕스 주교 로베르 다르쿠르, 피에르 드 라티이, 장 도지, 장 르 뒤, 위그 드 라 셀, 마티외 드 트리, 기욤 드 항제스트를 비롯한 12명의 유력 인사들이 참석했다.


부르고뉴 공작이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었고, 모든 귀족들 중에서 국왕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였으므로, 그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모든 기회를 얻었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렇다면 작은 마을 쿠쉬의 주민들은 어떻게 첫 번째 판결을 뒤집을 수 있었으며, 어떻게 20년 동안 공작으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할 수 있었을까?


기록에 따르면, 필리프 왕은 성가신 행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쿠쉬의 관할권을 공작에게 넘겨주고자 했던 것이 분명하다.

쿠쉬 주민들의 오랜 투쟁을 지지한 것은 쿠쉬에 배치된 왕실 관리들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법률 자문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

아마도 그들은 일반적인 법정 비용 일부를 면제했을 수도 있다.

아마도 그들은 파리에 있는 동료들에게 왕실 권위의 전초 기지인 쿠쉬는 포기하기에는 너무 중요하다고 말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그들이 마을 사람들을 도울 수는 있었지만, 소송이 적어도 세 번이나 다시 시작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쿠쉬 사건은 파리고등법원의 절차상의 결함과 판결에 내재된 공정성을 모두 보여준다.

최상의 조건에서도 고등법원에서의 소송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전문적인 법률 자문이 필요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고등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시간도 돈도 없었고, 중산층 사람들도 그러한 위험한 투자를 하기 전에 주저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쿠쉬가 지역 왕실 관리들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다.)


하지만 원고가 시간이 있고 유능한 법률가를 고용할 여유가 있었다면, 공정한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현존하는 기록을 보면, 쿠쉬 사건의 판결은 공정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서로 반대되는 압력, 즉 공작(그리고 아마도 왕?)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열망과 왕의 권리를 포기하기를 꺼리는 마음이 상쇄되었을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필리프 3세가 쿠쉬를 항상 왕실의 보호 아래 둘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보다 수월해졌을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든, 하층 계급에 대해 큰 동정심이 없었던 법원이 대귀족에 맞서 작은 시골 마을 공동체를 보호해준 것은 사실이다.


이와 같이, 파리고등법원은 국왕이 파렴치한 행위를 숨길 수 있는 허울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국왕의 권리를 건드리는 모든 사건에서 국왕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었겠지만, 그러한 결정을 정당화하려면 법과 증거에 어느 정도 근거가 있어야 했다.

조사법정(Enquetes)과 대법정(Grand Chambre)에 앉은 사람들 거의 모두는 지방에서 어떤 형태로든 일한 경험이 있었다.

그들은 왕권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노골적으로 부당한 판결은 폭동이나 왕실 관리들에 대한 공격을 초래할 수 있었다.

설령 공정하지만 엄격하게 집행되었을 뿐인 판결이라도 국왕에 대한 복종이 거부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아키텐과 플랑드르의 경우처럼)


게다가 이들은 아마도 국왕 자신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왕의 주권이 최종 판결을 내릴 권리로 정의된다면, 그 판결은 공정한 것이 더 낫다는 사실을 말이다.

왕의 사법권이 하위 사법권보다 우월하다면, 처음부터 또는 항소를 통해 국왕 법정을 찾을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만약 국왕 법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파리고등법원이 단순히 국왕의 권력과 수입을 늘리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면, 이들을 피해야 할 모든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국왕 법정과 다른 법정들 사이에는 일종의 관할권 경쟁이 있었다.

예를 들어, 계약을 집행하고 채무자가 빚을 갚도록 강제할 권리는 왕실, 교회, 지방 자치 법정이 모두 주장할 수 있는 것이었다.

편향된 판결로 악명이 높은 법정은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Joseph R. Strayer, The Reign of Philip the Fair,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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