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끝에 조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검은 윤곽은 주변의 팽창하는 마그마의 불빛과 대비되었다. 페무스의 햇빛은 흐리하면서 어딘가 원한이 서린 듯한 짙은 갈색 빛이었다. 저 멀리 떠다니는 적란운이 평원을 가로지르며 세찬 비를 내리쏟고 있었다. 

 그는 바이크에서 미끄러지듯이 내리면서 엔진 시동을 껐다. 그 과정은 모두 한 동작 안에 이뤄졌다. 

 “그래서 뭔가?” 그는 자신의 부관에게 걸어오면서 물었다. 

 조치는 그의 헬멧을 그대로 착용했다. 그들 모두 악취가 심한 곳에선 다들 그렇게 했다. 그 때문에 쉬반은 그의 기분을 읽을 수 없었다. “시신입니다,” 그가 말했다.

 쉬반은 바닥의 마그마 더미들을 힐끗 쳐다봤다. 그들은 마치 탄소로 만들어진 지방이 축적되어 형성된 듯 불안정한 바위 덩어리 위에 서있었다. 페무스 IV는 그런 곳이었다. 어떤 덩어리들은 함선은 저리 가란 듯이 거대한 것도 있었다. 그것들은 행성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자연재해로 형성된 것이다. 저런 바위 덩어리 언덕들은 조각조각 쪼개진 땅 바닥을 가로지르면서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이며 주변의 것들을 부수며 나아갔다. 

 세 구의 시신이 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은 갑옷이 벗겨져 몸 일부분만을 감싸고 있었다. 다른 이는 석탄 같이 검게 그을린 갑옷을 입었고, 그의 갑옷은 외부 압력으로 인해 으스러져 있었다. 쉬반은 시신의 옆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그는 옆에 놓인 팔 보호대 만져보곤, 보호대에 묻은 검댕을 쓸어내보곤 본연의 상아색 빛깔을 확인했다. 

 “어느 형제단 소속이었나?” 그가 물었다.

 “탈론 소속이었습니다,” 조치가 말했다. “이곳에 6개월 전에 배치된 자들입니다.”

 쉬반은 눈앞의 화이트 스카 군단원들의 시신을 바라봤다. 많은 형제들이 이곳 페무스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신 몇몇은 회수조차 하지 못한 채 이곳의 마그마에 집어삼켜졌다. 그렇다보니 또 다른 이의 시신을 발견한 것은 그리 마음이 편치 못했다. “진시드는?”

 “아직 회수하지 못했습니다,” 조치가 말했다. “상자이가 이쪽에 오고 있습니다.”

 쉬반은 시신에 가까이 다가가 검게 얼룩진 갑주를 손으로 슥 쓸어봤다. 그들인 시신에선 시체 특유의 썩은내를 맡을 수 없었다. 그 대신 오래 탄 듯이 탄내가 날 뿐이었다. “이들이 어떻게 죽었나?”

 “여기 이쪽은, 칼에 맞았습니다,” 조치가 무거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목에 상처가 있습니다. 저쪽은 불분명합니다. 아마 상체 쪽의 상처가...”

 쉬반은 깊은 자상이 시신의 목에 나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절단면을 비틀어 상처를 드러냈다. 상처의 절단면은 생채기 없이 말끔했다. 상처의 가장자리는 몸의 다른 곳과 같이 검게 그을려졌고, 대량의 피가 증발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는 이 숨을 거둔 전사들의 내막을 알고 싶었다. 그들이 얼마나 뛰어난 이들이었는지, 죽기 직전까지 얼마나 많은 그린스킨들은 베어 넘겼는지 알고 싶었다. 그들의 최후를 알지 못하고 그저 무명의 전사자로 그들을 보내줄 생각을 하니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는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다. 검은 대지에 칠흑 같이 어두운 크레바스와 유령같이 일렁이는 주황색 불길이 보였다. “제노들의 시체는 어디 있나?”

 조치는 고개를 저었다.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깊게 묻혔을 수도 있습니다.”

 쉬반은 심기가 불편했다. 무언가가 그를 꺼림칙하게 했다. “뭔가 이상해,” 그는 말했다.

 “칸?”

 쉬반은 잠시 동안 이 일련의 상황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그는 군단원의 흉부 갑옷에 묻은 검댕을 더 닦아내었다. 그러자 갑주의 세라마이트에 양각된 초고리스의 상형문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시신의 이곳저곳을 살펴보곤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겨우 발을 뗐다.  

 “오르두의 자손 세 명이 숨을 거뒀다,” 그는 생각에 빠진 채 말을 이었다. “저들을 외면할 순 없어.”

 조치는 침묵을 유지했다. 쉬반은 그의 불안한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서로 비슷한 마음인가 보군.

 “이들은 전투에서 패했다,” 쉬반이 말을 이었다. “말해보게 조치, 그럼 이들의 시신을 외면해야 되나?” 

 조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의 칸이 자신과 같은 생각인 걸 알아챈 듯 했다. “이대로 훼손된 채 놔둘 순 없습니다.”

 “그리고 이 상처들...” 쉬반은 말꼬리를 흐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상자이는 언제쯤 도착하나?”

 “한 시간 안에는 도착합니다. 지금 랜더를 타고 오고 있는 중입니다.”

 “저들 셋에게서 정보를 얻어내야겠어,” 쉬반이 말했다. “난 이 셋을 칼지안으로 데려갈 생각이다.”

 “뭘 알아내시려 그러는 겁니까, 칸?” 조치가 물었다. 

 쉬반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평원 너머의 쌀쌀한 돌풍이 부는 곳을 바라봤다. 

 이 행성은 병들었다. 이곳의 영혼은 저주받았어.

 “나도 잘 모르겠다, 조치,”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묘하게 하드보일드한 쉬반. 나름 자가타이 다음가는 주인공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