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 말입니까, 카간?” 친 사가 물었다.

칸이 짜증난다는 듯이 끙 앓는 소리를 냈다. 의논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알파 리전과의 대치선이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다. 이따금씩 사소한 조정으로 대열이 들썩이는 것 말고는 둘 사이의 방어선은 반듯하게 일치했다. 스카들이 하는 모든 움직임에 알파 리전 전함들이 기민하게 대응했는데. 흡사 기묘한 거울 놀이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칸은 스워드스톰의 지휘 갑판에 서있었다. 케쉬그들이 그의 주위를 둘러쌓다. 벨트에 걸린 검이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우리가 먼저 행동하기를 바라는 거 같습니다,” 그가 말했다.

친 사가 전광판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위치를 표시한 룬들이 터미네이터 투구의 비스듬하게 박힌 렌즈에 춤추듯이 움직였다. “저들이 자리 잡은 곳은 우리와 우리 근처의 점프 포인트 사이의 중간 지점입니다, 그렇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돌파하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자오를 사용합시다. 빠른 속도로 몰아치면서 적의 방어선을 첨예하게 찌르면 분명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길 테죠.”

칸이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의 대형에서 약점을 찾아냈다.” 그는 말하면서 거대한 알파 리전의 대열의 3분의 2 지점을 가리켰다. “대형 함선으로 어떻게든 보완하려 한 모양인데, 그런다고 문제점을 완벽히 가릴 수는 없지.”

“하려면 최대한 빠르게 실행해야할 겁니다,” 친 사가 말했다. “엘릭소에서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칸이 주어진 선택지들을 심사숙고했다. “그리고 그런 다음엔? 전선을 뚫고 저들의 대열을 무너뜨린 다음 우린 뭘 해야 하지? 놈들을 죽여야 하나?”

“그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저들은 우리에게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지금 저들의 행동이 친구의 자세는 아니잖습니까, 카간.”

부정할 수 없는 의견이었다. 그럼에도, 칸은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망설였다. 불과 수 시간 전에 보고받은 바에 따르면, 제국 내에 발발한 모반 정황은 분명 간단한 형태였다. 러스와 그의 흉포한 족속들이 명령 받은 지시를 또 한 번 거역했다. 이게 내용의 핵심 골자였다. 지금에 와서는 상황이 복잡해졌다. 전번 보고와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칸의 뇌리 속에 울라노르에서 호루스와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가 불현 듯 떠올랐다. 호루스의 사람 좋은 서글서글한 미소와 너그럽게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기억에 남았다.

자네가 부르면, 내가 답하겠네.

칸의 몸 안에 온 힘줄들이 그와 반대되게 행동하라고 소리쳤다. 워마스터가 틀렸을 지도 모른다. 자신을 질투하는 형제들을 견책하기 위해 벌인 무리수일수도 있었다. 만일 호루스가 정말로 러스를 향해 무기를 들라는 명을 받았다면, 알파 리전은 분명히 호루스의 편일 터이다. 그럼 저들이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화이트 스카로부터 어떤 신호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그 신호가 대체 무엇일까? 칸 자신만 빼놓고 나머지 형제들 사이에 주고받는 비밀 신호가 있다는 말인가? 이런 비슷한 일이 한두 번 일어난 게 아니었다.

지안-수, 칸 휘하의 스타 스피커들의 여주인이자 앙상한 체형의 초고리스 여인이 칸에게 다가왔다.

“카간,” 그녀는 말하면서 몸을 낮춰 경례했다.

“새로 보고할 게 없으면, 날 귀찮게 하지 말아라,” 칸이 딱 잘라서 말했다. 그의 눈은 홀로리스에 고정된 채였다. “이제 소문이라면 진절머리가 나는구나.”

스타 스피커는 이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의 동족들이 그렇듯이, 그녀 역시 불편한 진실을 전사-왕들에게 전달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돈 전하로부터 명령이 들어왔습니다.”

칸이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용은?”

“제가 직접 그 소식들을 해석했습니다,” 그녀가 대답했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정보의 출처도 확실하고요. 우리는 테라로 복귀하란 명령을 받았습니다. 위 명령 외에 서약에 근거한 어떤 요청이 들어오더라도 전부 물리치란 말도 함께요. 특히나 반역을 선언한 워마스터와 그의 뜻에 찬동하는 군단들의 요청은 절대로 응하지 말라는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가능한 모든 수를 써서 최대한 빨리 옥좌행성에 와달라고 하더군요. 추후 지시나 설명은 나중에 주어질 거랍니다.”

친 사가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분명한 무언가가 생겼군요.”

칸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 비전들이 언제쯤 들어왔나?”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내내 더 많은 비전이 들어왔습니다. 확인 결과 모두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그럼, 해석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겠군.”

“그렇게 보여 집니다.”

“그리 하오면, 제 카간이시여,” 친 사가 제안했다. “우린 이제 명을 받았습니다.”

칸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그의 케쉬그 가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감히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이 돌아가는 게 눈에 읽히지 않느냐?” 칸은 그렇게 말하면서, 지휘 발코니의 테두리를 돌면서 걸었다. 그 차가운 눈으로 바깥 광경이 내다보이는 둥근 창 너머로 알파 리전이 대기하는 것을 바라봤다. “저들이 저기 우두커니 서서는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않는 이유를 정녕 알지 못하는 것이더냐?”

칸은 마음 한쪽에 오랫동안 쌓인 울화의 끈이 또다시 당겨지는 게 느껴졌다. 줄곧 등한시된 이가 뿜어내는 싸늘한 분노였다. 자유를 갈망하는 칸의 성향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으며, 때문에 일체의 의사소통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낳았다. 스카즈는 언제나 가장 늦게 소식을 전해 듣는 군단이었다.

“저들은 우리와 싸우려하지 않는다,” 칸이 말했다. “또한 우리와 함께하려 들지도 않지. 우리가 의심으로 혼란에 빠지는 걸 조장하고 있는 거다. 우리를 이곳에 묶어두려 하고 있지, 계속 의문을 품게 하면서 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놈들은 알고 있던 거다. 언제 장막이 걷힐지 알고 있던 놈들은 우리에게 에테르를 뚫고 온 메시지가 들어오기를 기다린 거다.”

칸은 자신의 부관들에게 등을 돌렸다. 마침내 자명해졌다. 거듭된 의혹 끝에 찾아온 명료함이었다.

“놈들은 협잡꾼이다,” 칸의 목소리가 힘을 받아 점차 격앙되었다. “놈들은 우리가 돈의 전언을 듣길 원했다. 돈의 메시지가 우리에게 전달된 것을 확실해 지기 전 까지 우리를 여기다가 잡아둘 생각인 거다. 알파 리전은 우리가 테라로 복귀하길 원한다. 그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잠시 동안, 그 누구도 이에 답을 할 수 없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만,” 친 사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명령은 반드시-”

“아니다!” 칸이 외쳤다. 오랫동안 타오른 분노의 불길이 갑작스레 터져 나왔다. “난 그 누구에게도, 설령 지금 옥좌행성이 명을 내린다 하더라도, 명령을 받지 않을 거다. 군단들이 제 편을 가르며 갈기갈기 찢어지려는 지금에 와서야, 제 역할을 다하던 전사-아들들이 다 합해서 열여덟 명인걸 용케 기억했나 보군.”

칸은 몸을 돌리며 자신의 주위에 놀란 표정의 갑판 승무원들을 바라보자, 그의 망토가 펄럭였다.

“너흰 그 누구의 노예도 아니다,” 칸의 목소리는 진정되었지만 여전히 딱딱했다. “너흰 자가타이의 오르두다. 우리는 다른 이의 명령을 받지 아니한다. 우리는 다른 이의 말을 따르지 아니한다. 우리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우리 자신일지니, 만일 밝혀내야할 진실이 있다면 우리는 마땅히 우리 자신을 위해 진실을 찾아낼 것이다.”

칸이 친 사를 바라봤다. “명령을 내려라,” 그가 말했다. “자오, 방금 논의한 대로.”

그러곤 우주를 뒤로 한 채 등을 돌렸다. 지금은 고요하지만, 이제 막 우주선의 엔진이 일제히 밝히는 불꽃으로 환해질 참이었다.

“모두 위치로 돌아가라,” 칸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의 형제들에게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 보여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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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타이 사고 방식 특이함

오르두가 화이트 스카만이 아니라 자기 밑에 있는 모든 이들을 칭하는 거였음

여기서 또 재밌는 게 칸은 다른 형제들이 자길 무시했다고 여기는데

정작 다른 프마들은 자가타이가 거만하다고 여겼던 것

평소 대화를 해야 저런 오해가 안 생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