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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대회스크]실장인 단편선-1 아와아와한 대소동

Rettooth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8.10 03:08:47
조회 1983 추천 44 댓글 20
														

"이부분은 아니고"


드르륵 드륵


"이부분도 아닌데"


현재시각 새벽 3시 남들은 수면을 취하거나 둘만의 혹은 혼자만의 사랑을 이룰 이 시간에

나는 같은 방을 찍어놓은 영상을 끝없이 돌려보고 있었다.


"아 진짜 성질머리 올라오게 만드는구만"


잠이 많은 몸이라지만 이번엔 더 심하다. 1주일간의 배낭여행이 겹쳐지며 몸은 천근만근이다. 허나 지금은 당장이라도 쓰러질법한 몸을 붇들어 놓아야만 하는 중요한 일이 생겨버렸다. 걱정많은 부모님 때문에 설치한 가정용 cctv의 시간대를 넘겨가며 뭔가를 찾아내고자 하기 때문에


"앗... 아씨 잘못넘겼잖아...."


미끌거리는 손가락때문에 cctv의 시간대가 마구 시공간을 넘나들고 있었다. 아무리 닦아내어도 2시간 동안 비누거품 속을 헤엄치느라 스며든 듯 하다. 방청소를 할 정도로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었으나 집을 비눗물로 적셔놓는 중증 결벽증 환자도 아니었다.

망가진 전자기기들, 쭈글쭈글해진 벽지의 참담한 모양새가 사건의 심각성을 지금도 생생히 전달해주고 있기에 쉬이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강도의 소행일까? 그렇다면 그 강도는 7살 먹은 애새끼인게 분명하다. 집에 물난리를 쳐놓고 도망가는 꼴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집에 놓여진 금품들은 여전했고 동네 애들 중에서 이럴거라 짐작가는 녀석도 없었다.

들짐승들의 짓인가? 고양놈의 냥냥펀치에 집안살림 박살나는건 흔한 일이지만 하필 물을 가장 싫어하는 것들이 물장난을 쳐놓으셨다? 이것도 말이 되질 않는다.

그럼 내가 했을까? 당연히 개소리다.


그렇다면 범인은 하나뿐.....


"...잡았다."


창문으로 뭔가가 비춰보여진다. 녹색의 귀가 위아래로 흔들리며 사람소리와 같은 울음소리로 뭐라뭐라 중얼거린다. 이윽고 창문에 약간의 흔들림이 일어나더니 잠시후 문이 벌컥 열리며 녹색의 덩어리들이 우당탕탕 넘어져들어온다.


"실장석 밖에 답이없지"


레후레후, 레치레치, 테치테치, 데스데스, 아주 종합선물세트로 몰려오셨다. 그것들은 엎어진체로 잠시 집안을 구경하는 듯 싶더니 이내 재수없는 반달눈을 뜨고는 일어나 처음부터 자기 집인양 이곳저곳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장면은 난장판의 향연, 개판중의 개판이었다.


"데햐햐햐햐! 이 마마가 똥닌겐의 박스를 차지한 데스!!"

"마마 카코이!!!!!"


"지랄들 하네 벌래새끼들"


"지금부터 집단장을 시작하는 데스 자들은 운치를 들고 표식을 남기는 데스요."

"하이 테치/레치/레후


실장석들은 어디에다 발라야 운치를 잘 발랐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며 손마다 운치를 들고 집안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주방을 시작으로 찬장, 침실, 화장실, 베란다, 창고 등등 빠트리지 않고 하나하나 들러간다.

녀석들중 운치가 마렵지 않거나 부족한 녀석들을 위해 친실장은 직접 싼 운치를 나누어 주기도 했고, 엄지는 프니프니로 구더기의 운치가 나오도록 도왔다.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서로가 발판이 되주면서 까지 힘을 합쳤다. 참으로 애틋하고도 역겨운 가족애였다.


원인을 밝혀내자 혼란과 분노로 무거웠던 머리가 한시름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냥 전형적인 실장석의 패악질. 다만 이번에는 재수가 좀 많이 없었던 사례 중 하나인 그저 벌래들의 일상적인 부분 중 하나일 뿐이었다.


비밀은 모두 풀렸다.... 분명 그래야 했다.


습관적으로 손톱을 잘근거린다. 머리를 감싸기도 하도 턱을 괴기도 하면서 나는 같은영상을 계속 돌려보며 같은장면을 몇분씩 돌아보고 있다. 분명 모든 것들을 확인 했을 터 이성이 그리 말하고 있다만 본능만큼은 달리 외친다. 그 외침이 가져다 주는것은 분노와 피곤함까지 억눌러 버릴 정도로 강렬한 호기심


'뭔가를 놓쳤어'

이 짧은 한마디가 나에게서 평화아 안정이라는 사치를 앗아가버린다. 무엇일까? 무엇이 걸려서 이리도 불안한 걸까. 십여분이 넘어가도록 반복되는 주방의 화면에는 왔다가 갔다가 올랐다 내렸다의 반복, 주방커튼의 어색한 찰랑거림만이 눈을 피곤하게 만들었을 뿐 이외에 달라진 것이 없었다.


"테에에 아와아와 좋은 테치..."

"역시 세레브한 와타시타치에겐 이런 세레브한 거품 아와아와가 제격인 테치"

"레이이이이! 미끄럼틀 싸이코오오!"

"레후우우웅!!!"


영상에는 실장석들이 주방 워터파크를 즐기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수도에서 폭포가 쏟아져나와 세금폭탄을 때리고, 엄지 하나가 온몸으로 주방세제를 꾹꾹이 하며 잔뜩 들이부은 덕에 거품이 흘러 넘치다 못해 무릉도원의 구름처럼 퍼져나간다. 그 위로 요양중인 신선들인양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젖어가는 벽지와 거품이 스며들어가는 주방기기들의 비명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사건현장의 하이라이트였다.

내가 관찰파였다면 그자리에서 영상을 편집하고 어찌 팔아먹을까 고민했을 것이다만 나는 감상은 커녕 자리를 박차고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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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의 노력이 별것 아니라는 듯 여전히 미끌거리는 바닥위로 한발한발 조심히 내딛어 나아간다. 콩콩 뛰어넘어가는 발바닥엔 다양한 색깔의 실리콘 냄비받침들이 이어져 징검다리를 만들고 있었고 이를따라 사태의 참상들을 지나가며 나아간 그곳에는 작은 미니 냉장고가 남자를 재촉해대며 기다리고 있다.


"7...0.......2...."


방범장치를 풀어내고 안을 확인한다. 샛노란 불빛과 함께 차디찬 음료들이 살아남아서 그를 반기는 모습에 나또한 격한 손길로 녀석들은 감싸안는다. 치익- 탁! 하는 소리와 목으로 넘겨오는 탄산의 조합은 답답한 속을 뚫어주는 최고의 약이다.

물론 근본적인 답답함은 순전히 그의 몫이었기에 시원함은 채 몇초를 넘기질 못하고 공장식 단맛이 가져다주는 찝찝함이 몰려왔다.


화가났다. 그것은 실장석 일가의 분충패악질이 전해주는 분노의 열이 아나라 아무리 노력해도 그 원인을 모른다는 불안함과 답답함이 전해주는 것이었다. 그구석에는 저깟 똥벌래들 때문에 이리 고생해야 한다는 불합리함과 억울함, 믿었던 탄산의 배신감이라는 소소한 감정들까지 포함해서였다.


그래 긍정적으로 보자 아직 이녀석이 살아있다. 본래 큰 녀석으로 장만할 생각이었으나 금전적인 요소와 남자 혼자사는 집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충고에 중고장터를 뒤지고 뒤져 산 쪼꼬미. 전주인이 살짝 개조하여 자물쇠까지 마련되어있어 누나년의 싹쓸이를 방지함을 물론 작은 크기 덕분에 밑에 밭혀둔 선반이 방패 역할을 하여 이러한 사태에서도 살아남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뭐 이 냉장고 이외의 먹거리들은 저 녹돼지들이 싸그리 먹어버렸지만. 아직 희망이 있음을 보니 조금은 가슴이 쓸어내리는 기분이다. 이제 다시 뒷정리를........


"........엇!!!!"


급히 몸을 돌려 방으로 뛰쳐들어간다. 그 와중에도 다치기 싫은지 징검다리를 정확히 밟고 나아가 방문을 젖힌다. 영상에는 아직도 아와아와를 해대는 녀석들이 보인다. 세제통을 여럿 갈아가며 짜대는 통에 거품이 더 심해져 30만원짜리 레시피용 패드가 파킨한 지경이었으나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나의 시선은 오직 한곳에 집중되어져 있었다.


"마마. 장녀 오네챠는 언제 오는 테치?"

"장녀는 지금 닝겐들이 어디 숨어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오는 데스.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같이 놀 수 있는 데스"

"레후 장녀 오네챠에게 또 후와후와 받는 레후우웅"

"와타시도 와타시도 테치"


실장석은 보통 집으로 침입할 때 크게 2가지 방법을 이용한다. 첫째로 정면돌파, 집문을 두들겨 직접 조우하는 경우다. 이때는 대부분 탁아당한 아이를 대리러 오거나 깡이 큰것이며 거의 실패한다.

둘째로 기물파손, 말 그대로 창문이나 문을 부숴서 들어오는 경우다. 당연하게도 집안은 엉망이되며 이 과정에서 소음이 생겨 금방 잡혀버리고, 날카로운 조각에 실장석들의 피와 운치가 묻어 더욱 더러워진다.


"이것들 어떻게 멀쩡히 들어온거지?"


그렇다. 보통 기물파손이 일어나는 경우는 창문의 장금장치를 해제하지 못하기에 선택하는 방법이다. 사람도 외부에서부터 창문을 열기 위해선 10손가락과 도구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지만 손가락은 무슨 때놓으면 손발 구분도 가지않는 똥벌래들이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는 건 불가능이기 때문이다. 나의 집또한 마찬가지여야만 했다.


이제 2번째 의문을 풀었으나 기뻐하긴 일렀다. 다음 3번째 의문이 금방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과연 어떻게 장금장치를 풀었는가'

아니다. 이렇게 접근하는 것은 오답이다. 이놈들은 실장석, 힘없고 능력없는 벌래들. 그런 놈들에게 창문따기를 기대하는 것 부터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누가 도와주었는가'

그래 이게 맞다. 분명 누군가가 이들을 도와 창문을 따고 집안으로 침투하도록 만든거다. 허나 왜? 어떤 미친 애호파 인간이 실장석들이 집에 들어가고 싶다고 창문까지 따주는걸까? 혹시나 학대파 인간의 신종 학대인가? 인간학대? ..... 두쪽 모두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굳이 왜 우리집이여야만 했는가?


계속 고뇌하는 중생을 향한 자비였을까. 시간은 자연스레 3번째 문제는 금방 해결시켜 주었다. 더불어 우리집을 이꼴로 만든 진정한 흑막까지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생각도 못했던, 아니 세상 그 누구에게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마마 다녀왔어요."

"장녀~! 정찰은 잘 하고온 데스?"

"하이! 혹시나 해서 대놓고 걸어다녔는데도 아무도 의심하지 못한 거에요. 멍청한 똥닝겐들인 거에요. 데프프프픗"


거대한 실장석? 사람? 애호파? 학대파?


"....실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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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한 데스, 세레브의 극치, 마마의 자랑, 우주의 보배라면 당연히 해낼 줄 알아야만 하는 데스웅"

"헤헤... 마마 와타시 잘한 거에요? 칭찬해주는 거에요 프픗"

"하이하이 참으로 자랑스러운 데스 장녀"

"오네챠. 함께 아와아와하는 테치이 기분좋은 테칫"

"치이이.. 오네챠 이제는 힘든 레에에에...."

"여기도 한번 와보는 테치 높아높아 재밌는 테...! 테쮸와!!!!!"

"치프프프 저 똥 오네챠가 죽으면 이 일가에서 가장 세레브해 지는것은 와타시인 테치. 병씨에 짓눌려

죽어버리나는 치프프프프픗"


"허. 진짜 걸작이로구만"


주방창문 쪽으로 거대한 사람의 실루엣이 다가왔다. 허나 사람은 아니다. 엘프처럼 뾰족하게 생겨먹은 귀를 보지 않더라도 멀리 그림자에서 부터 배어나오는 적녹의 눈. 실장인이다. 진짜 실장인. 못생긴 붕어가 극한의 수련을 통해 용으로 승천해오르듯, 멍청한 똥벌래도 극한의 확률로 인해 진화하게 된다.

라고 말로만 들어봤지 실제로 그 모습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욱이 그 실장인이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창문따는 법과 은신을 배워서 가족단위로 먹을 걸 털고 강도질을 일삼는다? 더더욱 몰랐다. 그야말로 전설적인 장면.


"아이 참 3녀! 너무 심한 장난은 다메!"

"테에 죽는줄 안 테에. 받아줘서 감사한테치 오네챠"

"...칫"


"올~ 역시 실장인~ 생긴것도 예쁜데 하는짓도 꽤나 양충인걸? 인간화 하면 보통 저러나"


"마마 이제 평범한 도둑질로는 성에 차질 않는 거에요. 어서 똥닌겐들을 메로메로해서 와타시타치들을

받들어 모시도록 하여야만 한다는 거에요, 실장푸드가 아닌 스시와 스테이크를 매일매일 진상받아야만

세레브한 와타시타치 일가의 격에 맞는 참생이라는 거에요~"

"데퍄퍄~ 역시 와타시의 자인 데스 대단한 포부인 데스. 모찌롱데스. 이집을 마지막으로 거리의

닝겐들을 향해 메로메로 해버리는 데스. 오늘은 마지막인 만큼 잔~뜩 즐기다 가는 데스요."

"마마 싸이꼬라는 거에요오옷! 이딴 냄새나는 닝겐하우스는 빨리 정리하고 나가자는 거에요"


"....인 자를 붙혀도 근본은 똥벌래라는 거구만."


이후로도 녀석들은 데스데스 거리며 우리집을 개판으로 만드는데에 여념이 없었다. 실장석만으로도 가사상태던 집이 덩치큰 실장인까지 합세하며 완전히 파킨해 버린 것이다. 실장석의 손이 닿지 않던 선반과 탁자위의 음식들까지 모조리 털려버렸고 tv를 틀어놓거나 옷들을 갈아입거나 해버리니 이미 집구석은 주름잡힌 늙은이처럼 변해버렸고 기계에 손에묻은 비눗물이 스며들어가 파킨해버리는것도 잊지 않는다.

영상을 아무리 진행시켜 봐도 여김없이 똥벌래들의 모습이 틀어진다. 운치싸움, 동족살해시도 등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지만 꽃무늬 벽지를 뜯어 총구에 비비는 순간부터 더이상 영상을 자세히 보았다간 자신이 파킨할거란 예감에 급히 영상을 멈춰세운다. 얼마나 이러한 행위를 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갈수록 더 자극적이고 역겨운 일들이 이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에 치가 떨려온다.


"이것들 한창 즐기다가 떠나버린 모양인데 이걸 어찌 처리한다. 증거자료가 있어도 이놈들 잡을 수는 있나? 하아......

엄마랑 아빠한테는 뭐라 말하냐.... '실장석들이 집안을 개떡으로 망쳐놨어욧!'ㅋㅋㅋ..... 누나년한테 한 반년은 씹히것네 아놔....."


아무리 푸념해봐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놈들은 우리집에 들어왔고 물건들을 깨부쉈으며 집으로 워터파크를 열었고 음식들을 녹색 운치들로 바꿔놓았다. 경찰에 연락은 넣을 거지만 잡혀 처벌받을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애초에 다 거기서 거기로 생긴 것들을 어찌 잡아넣어? 실장인이야 어떨진 몰라도 잡아서 돈을 받아낼 수 도 없는노릇 즉 법적인 것으로 망가진 내 집에대한 보상을 받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모든것에 체념해버리고 컴퓨터의 전원을 내린다. 방 한구석에서 축축하게 젖어있는 침대에 몸을 욱여넣고 눈물을 흘렸다...... 만약 그 본능적인 짧은 신호가 오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x월 xx일... !"


어제다...! 이놈들이 마지막까지 머문 모습이 찍힌것은 어젯밤 12시까지 생생히 찍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cctv는 촬영을 멈추지 않는다.

손이 빨라진다. 바로 다음 영상. 다음날이자 오늘인 xx일의 영상으로 화면이 전환된다. 몇초의 지직거림이 몇시간인 것처럼 느리게 흘러간다. 그 인고의 시간에 슬슬 손가락이 다시 입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영상이 틀어지고 화면이 밝아진다.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실장인 일가는 방금까지만 해도 집에 머물렀다는 증거가 눈앞에서 보여지고 있다.


시간대는 새벽 30분. 몇몇은 단잠에 빠져있지만 몇몇은 질리지도 않는지 집을 깽판으로 만드는데에 열중했다. 분명 횡포의 강도는 약해졌다만 쓰레기의 산과 운치투척은 충분한 횡포였다. 밖을 비추는 영상에 택시에서 내려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동행한 여행객과 한잔 걸친 덕에 집안의 소란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다행히도 이는 녀석들또한 마찬가지였다.

녀석들은 우리집에 제데로 취한 나머지 인기척이 근처에 다가갈때 까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보통 실장석들 이라면 진작 눈치채고 도망가야할 때이건만 이 일가는 그것을 놓쳐버리고야 만 것이다.


"앗?!"

"무슨 일인데스 장녀?"

"......! 닝겐이라는 거에요! 마마 닝겐이 돌아와버렸다는 거에욧!"

"데. 데에에에에엣!!!"


시간을 보니 새벽 0시 45분 베베 꼬아지는 손가락과 씨름하며 주머니에 쑤셔박아둔 비상용 열쇠를 뒤지던 시간. 이제 곧 나는 집으로 들어와 분충일가의 작품을 보고 2시간이 넘도록 걸래질을 해야만 한다. 예상치 못한 인간의 복귀에 적잖게 당황한 실장석들은 도망가고자 이리저리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허나 어째서인지 누구하나 똑바로 뛰질 못하고 금방 엎어지거나 넘어가버린다. 다시 일어나보아도 마찬가지.


"이... 이게 왜이런 데스?!"

"레에에에엥 몸씨가 아야아야한 레에에에"

"레후 똥오네챠 감히 우지쨩을 집어던진 레후? 분충인 레후웅!!!!"

"우지는 쫌 닥치는 테치!"

"마라까는 레후 더 크게 울어주는 레회에에에에에에에엥!!!!!!!!"

"시발데스!"


순간적인 상황변화와 난장판을 정리하기 위해 친실장은 분충구더기의 목을 꺾어버리고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그 모습에 자실장 하나와 구더기 하나가 충격으로 파킨. 엄지는 구더기가 날아간 곳을 응시하며 얼이 빠져버린다. 허나 친은 이정도는 감수한다는 느낌으로 할 일을 계속한다.

친실장은 실장석 중에서 평균 이상으로 똑똑한 개체였다. 과감히 위험요소를 내치고 곧바로 자들을 진정시키고서 어찌해서든 탈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장녀! 어서 와타시타치를 들고 탈출하는 데스!"

"알겠다는 거에요! 자 간ㄷ.........앗?!"

"데샤아아 뭘 하고 있는 데스 잘 좀 잡으라는 데슈아!"

"마마! 손씨랑 발씨가 너무 미끌미끌이란 거에요. 마마의 섬섬옥수도 똑같다는 거에요!"

"세레브한 실장인은 10개의 섬섬옥수로 뭐든 해내는 데스요. 우는소리 집어치우는..."

"오네챠!!! 와타시 카와이한 3녀인 테치! 빨리 여기서 탈출 시키는 테치!"

"오네챠 와타시도... 테북!"

"4녀는 꺼지라는 테챠!!!"

"레치이이...... 우지챠........"

"자들은 순서를 지키는 데스! 천천히 가는 데스!"


"으어 이게다 뭐야!"


"! 똥닌겐이 코앞까지 다가와버린 데스!"

"마마 내가 어떡해서든 해내는 잇..... 이잇..... 꺅!!"

"테엥 오네챠 이타이요!"

"우......우에에에에에엥! 왜 잡히질 않는 거에요? 왜 계속 미끌미끌한 에에에엥"

"이 쓸모없는 똥분충!!!!!!!!!!!!!!!"


당연한 이야기다. 녀석들은 몇일에 걸쳐 온 집안을 주방세제로 떡칠을 해놓았다. 예비용은 물론이요. 화장실에 있던 향비누까지 탈탈 풀어넣었으니 미끄럽지 않은게 이상한거다. 남자도 실리콘 징검다리를 생각하기 전까진 계속해서 비틀거리며 애먹었는데 인간이 된지 얼마 않되어보이는 실장인이 10개의 섬섬옥수를 잘 다루지 못하는 것을 포함. 맨들거리는 손발의 실장석에겐 뻔할 뻔자였다.

강력한 카드였던 장녀가 무용지물이 되자 남은 일가는 본인들의 힘으로 탈출해보고자 애썼으나 서로 발판이 되어 만드는 탑은 미끄러움에 금방 무너져 내렸고 운치를 쌓아 탈출하려는 시도는 운치가 부족하거나 마렵지않는 자들때문에 실패해버렸다.


"오네챠는 바보병신테치? 그거하나 똑바로 못받아내서 탑을 부수는 테치?"

"똥분충이 아가리만 산 테치. 운치하나 똑바로 못싸면서 뭘 잘했다고 지랄인 테치?"

"레에 마마.... 우지쨩이....."

"꺼지는 데스! 엄지따위가 감히 마마를 방해하는 데스?"

"레챠아아악... 마.... 마마... 잘못한.... 파킨!"


이집에 처음 발을 들일때만 하더라도 서로의 가족애를 든든히 해주던 행위들이 이제는 가족을 분열시키는 행위가 되어 처참한 광경을 연출해내고 있다. 흩뿌려지는 피와 운치, 욕설과 고성이 오가며 이내 주먹질로 이어진다. 상냥했던 마마와 자매들의 기괴하고도 공포스러운 난장판 가운데에서 실장인인 장녀만이 조용히 서있었다. 아니 두려움에 말을 잃었다 보는게 맞다. 방금까지만 해도 즐거운 한때를 즐기고 있었는데, 가족의 보배로 사랑받고 큰 도움이 되었는데, 그 모든것들이 한줌의 먼지가 되어 무의미해지는 상황. 파킨하지 않는게 기적이다.


결국 장녀는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에서야 홀로 주방의 창문을 통해 몸을 날려 도망치기를 택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눈앞에는 닝겐이 있다. 미끄러운 손발과 일가들 때문에 쉬이 움직이지도, 데리고 나가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2가지 다같이 죽던가, 본인만 살던가.

가능성없는 가족들보단 가능성있는 자신을 고르는. 양충, 분충을 떠나 지극히 생명체다운 선택이었다. 물론 일가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거 같지만 말이다.


"우에에에에에에엥! 에에에에에에에엥!..........."

"저 분충!!!! 씹어먹을 똥분충!!!!!! 저딴년을 자식으로 키웠다니 일가의 수치인 데스, 마라같은 병신인 데챠아!

섬섬옥수가 10개면 뭐하는 데스?! 빌빌거리던 년따위 보존식으로 만들어 버리지 못한게 철천지 한인 데규아아아아아아아!!!!!!!"


'쿵! 우르르르...'


슬슬 현관쪽에 무너져있던 신발장과 물건들을 치워내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시점의 소리이다. 이제 정말 일가에겐 시간이 없다. 일가실각의 위기에 자들은 울어대고 친실장은 침묵에 빠진다. 뭔가 분위기가 달라지더니 순간 친실장의 눈빛에 뭔가가 깃든다.


"와타시는 국가와 우주의 보배인 테치! 세레브의 극치인 테치! 똥오네챠를 뛰어넘을 대 비보란

테치 그러니 와타치는 여기서 죽을 수는 없는 테치익! 어서 너희들이 희생해서 이몸을 구하는 테치익!"

"3녀"

"마마! 뭐하는 테치! 빨리 발판이 되서 와타시를 밖ㅇ"


'파작! 꾸드드드 우둑 드득'


"마.... 마마....."

"자들은 듣는데스"

"테에...?"

"마마는 사는데스 마마는 살아야만 하는데스 아니 의무인 데스. 살아서 행복한 권리를

누리는 의무가 와타시에겐 있는 데스요. 그러니 자들은 마마를 위해 죽어 위대한

참생을 향한 초석들이 되어주는 데스 할 수 있는 데스까?"

"마라까지 말라는 ㅌ!"


'우두드득 까닥 주르르르륵'


".................."


"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뒤로는 눈뜨고 보기 힘든 촌극이 펼쳐졌다. 도망가는 자들과 쫓아가는 마마, 서로 누구하나 다를 것 없이 넘어지고 일어서고 엎어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한다.

옷이 찢기고 머리가 뜯긴다. 팔다리가 부러지고 이가 빠지고 피가 솟구친다. 이내 들려오는 파열음과 비명소리 빵콘과 울음소리의 조합이 이루어져 말도 못할 역겨움의 파도가 밀려온다. 그 파도의 끝에 서있는 것은 조각난 실장석들과 쪼깨져 가루로 변해가는 위석 그리고 붉은 실장복을 입은 마마였다.


시간은 새벽1시 20분 주방쪽으로 들어와 상태를 살핀다. 절망의 비명, 협상의 광기, 슬픔의 눈물, 체념의 침묵 4단계를 지나 걸래를 붙잡아 정리를 시작한다.

물들을 밀어내고 쓰래기를 모으고 창밖으로 내던져 공간을 마련하고 다시 물들을 밀어내고를 반복하는 서러운 남자의 자태. 그 신파뒤로 붉은 덩어리가 몰래몰래 발걸음을 재촉한다. 입과 옷에 묻은 피를 흐르는 물에 씻어대며 중간중간 먹다남은 찌꺼기들을 물결틈에 숨겨 자연스레 바깥으로 처리해버린다. 떠내려가는 구더기의 눈이 친을 응시하다가 하수구로 사라진다.


천천히 나아가던 친실장은 이윽고 창고앞에 다다라 먼지쌓인 작은 상자앞에서 멈춰섰다.


"여기라면 안전한 데스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나서 닌겐이 없는 틈을 타

빠져나가는 데스. 와타시는 살아남는 데스 반드시 살아남는 데스"


중얼거리던 친실장. 곧 상자를 열고 그 속에 들어가 뚜껑을 닫는다. 그리고 시간은 3시, 상자에서는 작게나마 코고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 큰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소리는 지금고 생생히 녹화되어지고 있다. 아직 그곳에는 친실장이 숨어 몸을 회복하고 있다는 소리다.

이제 모든 퍼즐은 맞추어 졌다. 머리의 무거운것도 가슴의 답답함도 모두 사라졌다. 오직 한가지 만이 남았을 뿐.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서 잠시 기지개를 핀다. 뚜둑 하는 소리가 마음까지 청령하게 만든다. 침대밑에 묵혀둔 빠루를 꺼낸다. 적당한 무게에 적당한 그립감 몸통부분에 적혀있는 누나의 이름.


"설마 내가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세상일 아무도 모르는 거라니까?"


붕붕 휘두르는 소리도 시원하다. 한방 두방 연습할때마다 한걸음 두걸음 창고에 가까워져간다. 그러면 그럴수록 데데 거리는 콧소리가 선명히 커져왔고 마침내 내가 멈춰섰을 때 나지막히 들려오는 유언 한마디


"반드시 살아나가는 데스"


----------


"이걸로 조사는 마치겠습니다."

"아유 수고하셨습니다."

"아시겠지만 녀석들 특성상 범인을 잡고 책임을 묻기란 꽤 힘들겁니다.

때문에 수사는 진행 해보겠지만. 얼마나 걸릴지 잠담하긴 어렵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수고해주시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지요."

"그럼 저희는 이만..."


'쾅... 부우우우웅...'


(까뚝 까뚝)


"딱 타이밍 좋게 울려주시네"


[12시 50분] KT 96%ㅁ

-----------------------------------------------------------------------

"야 너 어떻게 됬어?'

'어쩌긴 어째 결국 아무것도 못얻었지'

'ㅋㅋㅋㅋㅋㅋㅋ'

'아 쪼개지마라'

'우리 동생 이제 어쩌냐? 워터파크당해서 통째로 날아갔너 엌'

'-_-'

'뭐~ 사정사정하면 우리집에서 재워줄수도..?'

'필요없어'

'야 쫀심부리지 말고 누나집으로 와 임마 거기서 어떡하려고'

'내가 다 알아서 하니까 신경 끄셔 폰 끈다.'

'야!!!'

-----------------------------------------------------------------------


(까뚝 까뚝 까뚝 까뚝 까뚝)


"어흐 내가 열번 죽어도 이 산머슴 집에 얹혀살거 같으냐? 딱 봐도 꼬붕으로 부리려는거 같은데 어림도 없지"


뭐 사실 누나집도 나쁘진 않다 더럽고 습하긴 해도 지금 집 꼬라지보단 나을 테니 말이다. 허나 아직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 짐은 진작에 빼놓았고 알바자리로 따로 봐놓은 곳들이 많다. 돈이야 뭐 언제나 부족한 몸이었기에 나를 이곳에 묶어대는 것은 딱히 없다. 단 한가지를 제외하고 말이다.

cctv속 일가의 처절했던 탈출극, 유일한 생존자인 장녀, 젖은 몸으로 창문밖으로 도망치던 장면, 울음섞인 비명속에서 나지막이 들려온 한마디


"반드시 돌아오는 거에요. 꼭 마마와 자매들에게로 돌아올꺼라는 거에요"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다. 오후1시, 슬슬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지금도 울려대는 미확인 문자신호는 대충 무시해준체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는 그릇에 실장푸드를 부어놓는다. 다음으로 쭈글쭈글하게 말라붙은 침대에 누워 조용히 녀석을 기다려본다.

딱히 실장인 녀석에게 복수하고픈 마음이 있는것은 아니다. 존재자체가 보호받아야 할 희귀종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재미난 구경거리도 주었으니 썩 만족했기 때문이다. 그저 호기심, 저기 구석에 사둔 싸구려 실장푸드와 걸맞는 싸구려 호기심과 할 수 있다면 더 나쁜짓을 저지르기 전에 보호기관의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다는 얄팍한 오지랖이 전부일 뿐이다.


언제쯤 돌아오려나~ 하는 생각과 함께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언젠가 마마와 자매들을 구하기위해 돌아올 장녀를 기다리며


- 끝 -


----------




실장인 단편선은 대충 4~5개 정도로 생각하고 준비해놓은 레후

물론 그 이야기에 맞는 삽화도 함께 준비중인 레후웅 괜히 일을 벌려서

개빡센 레훼에에...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인 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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