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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대회스크]실장인 단편선-3 촉법실장(하)

Rettooth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8.17 00:41:45
조회 1250 추천 36 댓글 6
														

xx일 오후. 5번거리에 있는 작은 편의점에 손님이 들어온다. 초록색 체육복에 하얀 마스크. 검은 캡모자. 오랜만의 손님에 반가울만도 한데 편의점 내부의 공기는 무겁기만하다.


알바는 간단한 인사를 하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화면 오른쪽 상단에 떠있는 선명한 녹화신호. 의심의 눈초리가 손님일 수 있는 사람에게로 향한다. 가게 내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냉동에서 과자로 음료수에서 생활용품으로 중간중간씩 물건을 살피고 두는것도 잊지 않는다.


그 사이 또다른 손님이 들어온다. 회색 청바지에 개나리색 가디건 검정 마스크. 흰색 헤드폰 라면코너와 과자코너를 오가며 주의깊게 보고있다. 알바의 시선이 컴퓨터의 cctv를 확인한다. 아직 두사람 모두 눈에 띌만한 짓은 하지 않는다.


정보에 의하면 이시대에 들어오는 사람들중 가짜가 있다. 우리가 모르는 통로로 녹돼지를을 이끌고 들어올 만악의 근원이 오늘 여기 5번거리의 편의점으로 향한다. 오늘 모든것을 끝낸다. 애초에 이번기회를 놓친다면 다음따위는 없다.


알바가 문자로 신호를 보내고 곧이어 사장님이 들어온다. 서로간의 소리없는 시선교환 지금 문을 닫아야 한다.


(딸랑딸랑)

".... 어서오세요~!"


아이보리색 후드티에 회색 청바지, 흰 마스크에 머리는 후드를 조여서 감쌌다. 이걸로 3명째 사장과 알바간 불안한 시선을 뒤로하고 손님은 결국 가게안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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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하나 주세요."

"아 그건 지금 없습니다."

"아니 무슨 편의점에 담배가 없는 경우도 있어요."

"죄송합니다. 하도 오로롱때문에 불경기라."


손님은 후드티 너머로 쯧 혀차는 소리를 내면서 냉동 쪽으로 다가간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피곤에 찌든 까칠한 여성의 틱틱거림이다. 허나 상대는 숙련된 변장술사. 어설프게 판단하다간 순식간에 뒤통수를 맞는다.


그제서야 사장님이 가게문을 잠그고 계획이 시작된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 방법'을 이용해 놈을 잡아내어도 좋다. 허나 여기 그놈이 없다면? 얻어낸 정보가 차질이라도 생긴다면? 연속 2번으로 같은수법이 사용되는 순간부터 녀석은 방법을 바꾸고 더욱 치밀해져서 돌아올 것이다. 그때부턴 잡을 기회를 영영 놓치는 것이다.


필요한것은 확신이다. 녀석이 여기 있다는 확신, 실장석들까지 안으로 들어왔다는 확신, 들어오고 도망칠 통로가 단 하나만 남아있다는 확신 이 모든것이 충족될때 까지는 헛되이 움직일 수 없다.


그 뒤로는 끊임없는 눈치싸움의 연속이다. 3명의 행동을 관찰하고 혹시나 실수나 어색한 부분이 없나 확인한다. 오른손엔 사장님이 보내준 힌트와 비교해가며 휴대폰을 하거나, 물건을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 모든것들이 이루어지던 시간 1분. 평소같았으면 그냥 기다리다 지나갈 하찮은 시간이 수십명의 염원을 등에업은 사람 입장에서 천근만근으로 다가오는 시간이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의 흐름. 손님들의 손짓 하나에 눈이 떨리고 숨소리 한번에 팔이 긴장된다. 잠깐의 풀림이 모든걸 놓칠 수도 있다.


"계산이요."

"! 네 알겠습니다."


맨 처음 들어왔던 체육복이 도시락과 음료수, 과자를 들고 찾아온다. 젠장 시야가 막힌다. 우선 본분을 다한다. 파코드 찍히는 소리가 굉장히 선명하게 귀에서 맴돈다.

지금이야말로 녀석에게 있어 일을 시도할 가장 좋은 타이밍. 반대로 나에게 있어서 최악의 순간이다. 시간이 없다. 어서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손님 이 도시락 지금 이벤트로 콜라하나 무료로 드리고 있습니다."

"아 진짜요?"

"네 저쪽에서 하나 찾아주세요"


거짓말이다. 이벤트는 진작에 끝났고 음료수도 아직 채워넣지 않은거다. 이걸로 기존의 음료수를 돌려놓는 시간과 이벤트음료를 찾는 시간을 벌었다. 휴대폰의 힌트와 나머지 2명에게로 집중한다. 자 너는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지


1명은 누군가와 전화를 하며 냉동앞을 서성거린다. 1명은 간신코너 앞에서 풀어진 신발끈을 묶고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가게안의 풍경. 알바는 5초라는 짧은시간의 관찰이었지만 확신한다. 놈은 지금 일을 저질렀다. 그리고 지금 놈은 저기에 있다.


"저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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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 뭐에요. 저 아세요?


계산대에서 나온 알바의 발걸음이 급하게 동시에 당당하게 나아간다.


"그 옷속에 좀 확인해도 될까?"

"아 뭐라는거야 미쳤나봐"


회색 후드티를 입은 여성이 강하게 반발한다. 진짜 모르고 보면 너무 사람같다. 다만 지금 확신이란 무기를 든 그에게 그녀가 쓴 사람의 탈은 무의미한 연극이다.


"그렇지 갑자기 낯선 편의점 알바가 옷속을 뒤지려한다면 어느 여자라도

당연히 그런 반응이었겠지. 너가 진짜 사람이었다면 꽤 어울렸겠지만 말이야"

"이 뭔 정병같은 망상을"

"나한테 너무 그러지 말고 저기 뒤에 물어보시지"


후드티가 알바가 가르킨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 당당히 뻗은 손가락 끝이 향하는 곳에서는 가게 한구석에서 사장님의 썩소와 함께 손에들린 테이프가 자랑스럽게 흩날리고 있었다.


-----------------------------------


"사육, 세레브, 콘페이토"


"사육, 세레브, 콘페이토"


"사육, 세레브, 콘페이토"


한시간 전. 임시점검이란 명목으로 굳게 잠긴 편의점 문 안으로 사장은 실장석들이 좋아할 만한 말들을 중얼거리며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다. 한손에는 테이프를 들고 다른 한손에는 옆동네 황씨에게서 빌린 자동차 추적기를 한아름 들고서 빠진 곳 없나 진지한 얼굴로 관찰해나간다.


"사육"

"뎃"


"세레브"

"데갹 뎃뎃"


"콘페이토"

"훼붓훼붓"


(찌이이익 쭉쭉)


"사육"

"...."


"세레브"

"데에에"


"콘페이토"

"테챠아압"


(찌이이익 찌직 쩍)


하수구 구멍, 수선한 타일, 찬장의 환풍기, 부실공사로 생긴 개구멍 등 통로가 될만한 곳들은 하나하나 빠짐없이 돌며 소리에 반응해 탐지되는 족족 입구를 막아 실장석들이 절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든다. 물론 본인들이 작업을 위해 파둔 곳들도 철저히 막는다.


이놈들은 정말 단순해서 그냥 자기들이 좋아하는 소리만 들어도 좋다고 실실거린다. 마치 어린이들이 똥과 방구소리에 자지러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분석, 정황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놈들은 동시에 들어가는 게 아닌 실장인이 들어와 신호를 주면 그때부터 기어나와 작업을 시작하는 방식이엇다. 그말은 즉 어느정도 위치를 봐두고 미리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는 소리. 바로 저지해준다.


"사육"

"레후?"


"세레브"

"레에에"


"콘페이토"

"테치테치"


"음 여기가 마지막이구만"


오직 타일 한곳만을 제외하고 모든 입구이자 출구들을 봉쇄한다. 추가로 그곳마다 추적기를 달아놓으면 기초작업은 끝난 것이다. 다음순서는 철저한 눈치싸움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들어온다. 문을 잠그고 계획이 진행된다.


알바가 cctv를 보며 3명의 감시와 분석을 담당할때 사장은 비품찬고에 앉아 추적용 패드를 킨다. 마치 별처럼 반짝이는 5개의 점이 화면에 나왔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실장인은 녀석들에게 신호를 주기 위해 이 5개의 점을 모두 지나칠 것이다. 신호를 받은 녀석들이 나가보려 하나 막혀버린 5개의 출입구는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본래 6개의 출입구에서 신속하게 나와할 녀석들이 유일하게 뚫린 1개의 출입구로 몰려들 것이고 실장인은 그 많은 녀석들을 한곳에서 받아내느라고 그곳에서 꽤나 긴 시간을 보내게 될것이다.


즉 유일하게 뚫어놓은 1곳의 출입구에서 오래 머무는 놈이 실장인이다. 동시에 다시 움직이는 그때야 말로 "그 방법"을 사용할 둘도없는 절호의 때다.


당시에는 추적기만 보느라 자세한 움직임까진 보지 못했지만 알바가 더 확실하게 놈들의 행동을 파악해서 혹시모를 실패에 대비해보고자 다음기회를 만들 가능성을 위해 설치한 몰래카메라에서 이후에 더 자세한 현장확인이 가능했다.


한창 계획이 진행중이던 와중 회색 후드티를 입은 여자가 코너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과자에서 한번, 창고에서 한번, 냉동식품에서 한번, 움직이는 루트마다 점찍어 놓은 곳을 하나하나 이어가며 별자리를 이어간다. 우연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굳이 막아놓은 놈들의 출입구 근처를 살짝살짝 치고가는걸 보면 빼박이다.


"뎃! 밍나 세레브상이 신호를 주는 데스"

"다들 연장 챙기는 데스 작업하자는 데스"

"오늘은 달콤달콤 과자씨를 잔득 챙기는 테치"

"자 어디.... 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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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한대로 출입구가 막혀 다른놈들이 재빨리 나오질 못한다. 다양한 반응이 들끓는 실장석들과 뭔가 이상함에 당황스러워하는 실장인의 기색이 화면너머로 보여질만큼 놈들의 계획이 어긋났다는게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데에에엣?! 이게 무슨 일인 데스 이쪽도 저쪽도 구멍씨가 막힌 데스요"

"마마 저길보는 테치 저쪽의 구멍씨는 그대로인 테치"

"다들 이리로 와보는 데스 저쪽 하나는 뚫렸으니 다들 저기로 가는 데스"


다른 출입구들까지 돌고 돌아 결국 마지막남은 출입구에 닿은 실장인. 유통기한을 살피며 고민한다는 자세로 발끝으로 땅을 탁탁 두들긴다. 그러자 근처에있던 바닥 타일 하나가 덜거덕 거리더니 쑥 빠지며 텍텍 거리며 먼지를 뱉는 자실장 한마리가 튀어나온다. 녀석을 시작으로 성체부터 구더기까지 뷔페에 놀러온 단체관광객처럼 몰려와 우리가게를 이곳저곳 거덜내고 유린하고자 했다.


이짓거리를 위해 그 반들거리는 손으로 땅굴까지 파내었다니 사장도 꽤나 먹보라 자부하나 이녀석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미친것들이다.


"다들 왜이리 늦은거에요! 알바닝겐이 보기전에 빨리 오라는 거에요"

"계획 성공인 데프픗 역시 와타시는 싸이꼬인 데픗"

"어서 옷속으로 들어가자는 데스 저번처럼 건물작업은 싫은 데스"


실장인은 신발끈을 묶는 척 무릎을 꿇고 낮아진 옷 틈으로 실장석들이 기어들어간다. 안에 들어가지 못한 녀석들은 가게의 틈새로 기어들어가 조용히 이동한다. 옷속에 숨어 음식을 훔치는 쪽, 사각지대와 실장인을 방패삼아 음식을 옮겨가는 쪽, 크게 2팀으로 나뉘어 척척 물건들을 가져간다. 만약 알바가 카메라를 숨겨놓지 않았다면 절대 보지 못했을 광경이다.


순식간에 그리고 자연스럽게. 길거리 분충 답지않은 신속함. 뭐 그래봤자 인간의 기술력을 이기기에는 무리다. 그리고 시점은 돌고돌아 지금. 녀석들이 아직 유일한 통로로 도망치지 못하고 이곳에 묶여있는 지금이야말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을 완벽한 때다. 이제 그 방법만 쓴다면 모든 고생도 안녕이다.


"알바야 지금이다!"

"아그 잠시만요."

"?"


이제 마무리인데도 불구 기뻐하는 사장과는 반대로 알바는 우물쭈물 뭔가 심히 꺼린다는 표정을 짓는다. 답답한 사장 윽박을 지른다.


"야 뭐해 지금밖에 없어"

"저도 사람인데 마음의 준비정도는.... 아 참"

"아오 분위기 다 잡아놨는데 퍼떡 처리해라"

"끄으으으으으으응"


이럴 시간이 없다. 사장과 알바의 유치한 실랑이 와중에도 회색 후드티는 우리를 이상한 사람들로 보는 눈을 하고서 자연스레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한다. 그렇게 노력했는데 이렇게 어이없이 실패할 수는 없다.....알바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때는 충격요법으로 간다.


"이번일 실패하면 요번주에 유사 상하차다."

"!!! 직스으으으으으으읏 !!!"


---------------------------------


"직스입니다."

"박씨 자네 설마..."

"아니 무슨 개소리야! 아니야!"


최씨의 충격발언에 모두가 어제털린 3번거리 박씨를 쳐다본다. 직스라니 그거? 그 섹...ㅅ..를 실장들놈 식으로 부르는 그거?


"확실히 하자면 저기 앉아있는 알바청년의 직스입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든 시선이 아까부터 고개를 떨구고 있던 젊은이에게로 향한다."


"알바야 너 설마....."

"알바게이야...."

"아니에요! 그 직스가 아니리구요!"


청년이 큰소리로 열변을 토해내도 붉게물든 얼굴로는 택도 설득력이 없었다.


"흠흠 다들 영상을 좀 보시겠습니다."



cctv-3번 x월 xx일자 ◉REC

-----------------------------------------


(딸랑딸랑)


-안녕히 가세요~

-..........

-아무도 없나?




-아 ㅅㅅ하고싶다~~~~~~!


-----------------------------------------



시선은 계속 청년에게 고정되어 있다. 아까보다 더 빨개진 얼굴의 청년의 고개가 땅이 꺼져라 축 쳐진다.



cctv-3번 x월 xx일자 ◉REC

-----------------------------------------


-꺄아아악!

-?!어브언버버 안에 계셨어요?!?


-꺄아아악!

-뭐야 뭔일인데 위층까지 비명이 올라와

-사장님 그 제가 그러니까...


-꺄아아악!

-아니 그게 그럴것 까진 아니잖아요ㅠㅠ

-아가씨 진정을.... 어 아가씨 몸이?


(데...ㅅ...아.....아)


-???x2


(데스우우우우우우우웅~♥)


-으아아아아아아악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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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저희의 마지막 무기이자 희망인 직스입니다."


-----------------------


"데스웅~, 데스우우웅~"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녀석들이 후드티 안에서 쏟아져 흘러나왔다. 동시에 편의점 곳곳에 숨어있던 녀석들까지 제흥분에 못이겨 바닥으로 넘어가면서 누구 먼저랄 것도 없이 다리를 베베 꼬아가며 음흉하고 기분나쁜 표정을 짓는다. 단 몇초만에 편의점 바닥은 입에도 담지못할 횡포들이 성행하는 지옥으로 변한다. 오직 실장인 하나빼고 나머지는 이래되나 저래되나 생각없이 본능에 취해간다.


"마마! 자녀들! 이웃상! 빨리 정신 차리라는 거에요!"


이전에 비슷한 상황일때는 실장인의 호통에 놀라 다들 뒤늦게라도 도망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들 귀라도 먹은건지 하나같이 데스웅~♥ 소리에 정신이 팔려 비척거릴 뿐이다.


이것이 이번 계획의 핵심인 일명 "강제 행복회로" 라는 것이다. 마약이 뇌의 행복성분을 강제로 이끌어 내듯 실장석들의 본능적은 부분을 자극하여 실장인 세계에서의 행복을 강제로 끌어와 무력화 시키는 것


3번거리의 편의점의 경우 인간의 언어인 ㅅㅅ에 반응하여 일어난 결과였다. 단순히 따졌을때 효과가 반감되어져 전달되었다는 거다. 그렇다면 만약 대놓고 실장석에게 익숙한 직스라고 외친다면? 그 효과는 직빵이다. 아마 이것들은 따로 건들이지 않는 이상 최소 한시간 넘게 울어댈 것이다.


지금껏 없었던 처절한 외통수. 처음 겪어보는 실패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똥도둑들의 최후.


실장인은 어떻게 해서든 사태를 수습해보려 했으나 그런 시간이 주어질 여유는 없었다. 그녀에게 달려드는 한마리의 맹수를 대처하기 급급해질 예정었으니까.


사람이 되었어도 여성의 모습에다가 평소 힘한번 제대로 쓸 일 없는 실장석이다. 그것이 사람이 되었다고 해서 힘이 얼마나 늘었겠는가? 기껏해야 택배상자에 탈진하는 몸이니 육탄전은 최대한 피해야만 한다. 그런 그녀의 앞에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연료로 갈아넣어만든 분노로 무장한 성인남성이 눈물의 포효로 달려든다. 답이 없다. 잡히면 이대로 끝장이다. 그리 생각하고 달아나려는 실장인의 어깨엔 이미 남자의 굵은 손이 덥석 물려있었다.


"이리와아아아아아악!!!!"

"데꺄아아아아아아아아!!"


모르는 누가 밖에서 보면 건장한 남자가 힘없는 여자를 덮치려는 모양새가 연출되었다. 사장이 보기에도 좀 위험한 장면이지만 할 땐 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온몸으로 힘껏 응원하고 있다. 덕분에 더 위험한 장면으로 변해버렸다. 이 광경을 가게에 있던 손님들이 보고 훗날 회상하길 '지옥이 있다면 이곳일까' 싶었다고 전해진다.


------------------------------


(딸랑딸랑)


"다녀왔습니다."

"또또 늦는다. 항상 10분 일찍 와놓으라 그랬지"

"죄송합니다. 차가 너무 막혀서 그만"

"너 뚜벅이잖아"


가방을 내려놓고 편의점 조끼를 걸쳐입는다. 양치를 못해 주머니에 넣어놓은 껌 하나 씹어보려 조끼 주머니를 뒤져보니 아직도 남아서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운치가 손에 묻어나왔다.


"에잇 그렇게 청소를 했는데 아직도 이모양이네"


깨끗하게 씻겨진 타일바닥이 이전의 사건이 마치 존재하지 않았다는 양 빛나고 있다. 오로롱은 여전하고 거리는 아직도 조용하며 가게엔 파리만 개근상을 탈 기세다. 가게 사장님들의 근심거리도 완전히 사라진 소강상태도 돌아간 지금. 시간이 모든걸 쓸어간다지만 너무 아무것도 변한것 하나 없는 거리가 왠지 원망스럽니다.


"야 알바야 창고가서 얘들 잘하고 있는지 확인 좀 해라"

"오늘은 중국집에서 안왔어요?"

"혼자서 그 많은것들 관리하는데 얼마나 힘들겠어 좀 거들어줘라"


복권 긁어서 꽝이 걸려도 종이는 남는다던가. 확실히 뭔가 바뀐게 없지는 않다. 비품창고에 걸린 자물쇠들을 풀고 쿵쿵 신호를 준다.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리고 알바가 문을 열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핫하!"

"데갸아아악"


좁디 좁은 창고안에서 십수마리가 넘는 실장석들이 손에 상품을 하나씩 들고 요리조리 바쁘게 돌아다닌다. 종류도 다양하다. 과자나 삼각김밥의 무게에도 힘들어 덱덱거린다. 물병을 옮기는 녀석은 죽을맛이고 냉동을 잡은 녀석은 더욱 죽을맛이다.


중국집 청년이 박스위에 올라 실장채찍을 들고 공중에 쐑쐑 흔들며 즐긴다. 이렇게라도 거칠게 하지 않으면 저기 천장에 묶여 공중에서 채찍을 맞고있는 녀석처럼 탈주의지를 보이기 일쑤라나 뭐라나


"거기 너희들 뭘 놀고있는거지? 섬섬옥수로 야식을 먹어보고 싶나?"

"데뎃 아닌데수 열심히 옮기는 데수웅"

"늬들이 더럽힌 창고와 매출은 늬들이 깨끗하게 치우고 매꾼다. 알겠나!"

"하. 하이잇"


"아이고 수고하십니다. 잘되갑니까"

"아 오셨어요? 이놈을 게으름이 심해서 더 굴려야 할 것 같네요"

"어디보자 저번주가 고깃집이었고 이번주는 우리쪽 보충이고 다음주는... 중국집 차례네요"

"옷 진짭니까?!"

"데데엑"


모든 실장들의 눈이 알바를 향한다. 미래를 향한 비통함과 나에대한 원망이 섞인 눈이다. 녀석들의 소소한 반항이겠지만 얼마못가 채찍소리에 금새 내리깔고 데스데스 일을 시작한다.


"자 오늘 눈에 띄는 놈은 내일 10시간동안 짬뽕탕 육수행이닷"


아까와 비교해 눈에 띌정도로 녀석들의 실력이 수직상승한다. 이새끼들이. 이짓만 벌써 한달 가까이 해온 놈들이라 이젠 도둑질 전문이 아닌 편의점 알바 전문 실장석으로 탈바꿈 되어갔다. 물건을 순식간에 훔치기 위한 기술은 순식간에 옮기기 위한 기술로 쓰인다. 숙련된 작업기술에 무보수에 24시간 노동이라니 이정도 속도라면 한 반년쯤이면 빚을 다 갚을 것이다.


이 가격도 깽값을 빼준 사장님의 은혜덕분이지 아니었음 전속노예로 평생을 부려먹었을 것이다. 뭐 마음 한구석으론 너무 때려서 미안한 마음에 그런걸지도? 가게마다 나누어져 배치된 실장석들의 운명이 같을거라곤 장담 못하지만 일단 우리가게는 그렇다.


실장석의 수가 한정되어져 있었기에 피해가 큰 가게위주로 놈들을 분배하고 비교적 적은 가게들은 일정주기로 놈들을 빌려주는 식으로 일이 척척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가장 많은 피해를 본 3번거리 편의점에서는 매일같이 실장석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고 한다. 범인을 잡아낸 일등공신이 된 사장님은 특별한 보상 하나를 덤으로 받아낼 수 있었다.


"아 맞다 저 가시나도 좀 빌려가도 될까요?"

"글쎄요. 일단 사장님이....(힐끔)"

"택도 없는 소리 말라그래라 어딜 명예훈장을 털어가려고"


편의점 계산데에 앉은 여자가 실장석들이 가지고나온 물건들에 하나하나 바코드를 찍어보고 있었다. 겉모습에 속지마라 겉만 사람이지 속은 변장한 실장인이다.


"저놈 써먹을라면 저 눈이랑 귀부터 가려놔야 쓸모가 있다. 실장석들이 뒷바라지 하면

저것이 책임지고 훔쳐간 만큼 팔아내야지"


(삑- 삑- 삑-)


"!...."

"저저 또 폐기 먹을라고 슬슬 시동거네"

"......치"

"다 보고있다."


눈앞에 탈출구가 떡하니 놓여져 있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도주를 시도하지 않았다. 단 한발자국 앞에 놓인 자유보다 잡히고나서 중국집 청년과 해피한 나날을 보낼거라는 족쇄가 더 단단하게 그녀를 여기에 묶어놓았다. 확실히 실장인도 학대파가 무섭긴 무섭나보다. 하긴 사람인 우리가 봐도 무서우니 말 다했다.


사장님은 녀석을 가능하다면 여기서 계속 일하게 만들거라고 했다. 이대로 또 나갔다가는 나쁜짓을 반복할게 뻔하다면서. 물론 그 수단과 방법이 좋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사장님 휴대폰 검색기록에 '빚 늘리는 법' '노예만드는 법'이 적혀있는걸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까.


망가진 물건들도 그대로고 손해본 매출도 아직 한참 걸리겠지 하면서도 이런 엔딩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딸랑거리는 소리에 맞춰 손님이 들어온다.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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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까지 말라는 데챠아아악! 와타시의 행복은 어디에 있냐는 데수우우우!"

"핫 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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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라면 한편으로 묶여져야 하는데 운치같은 똥갤러리가 우지쨩의 앞길을 방해했던 레후

결국 어거지로 둘로 쪼개야 해서 흐름이 조금 어색해져버린 레후 슬픈 레후

2화는 개인사정으로 살짝 미뤄지고 비교적 만들기 쉬웠던 3화부터 올리는 레후

역시 진지한거 보다는 슬랩스틱이 훨씬 쉬운 레후후훙

서비스로 삽화 팍팍 넣었으니 우지쨩 잘 봐주시는 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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