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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34)-잘 자요 굿 모닝

에이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13 21: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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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못 했던 사태는 아니다. 모든 일이 평탄하게만 흘러간다 생각하지 않았다.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도 변수는 언제든지 튀어나오는 법인데 현실에서 변수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리고 '선생'과 관련된 일이기에 결코 안일이나 무사태평같은 마음가짐은 가지지 않았다.

사소한 것으로도 꼬투리를 잡힐까 늘 행동을 조심했다. 문자 내역이나 통화 기록 때문에 선생이 노출될까 연락도 함부로 하지 않았고, 선생과 관련된 대화할 때는 주위에 누가 있는지 꼭 살폈다.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 계속해서 신경을 썼다.

하지만 들켰다. 그 대상이 <지나가는 행인 A>나 <길거리 불량배 1>같은 존재여도 문제가 되는데, 밀레니엄의 뇌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아케보시 히마리에게 들켜 버리고 말았다. 그녀들은 최선의 선택지만을 골라왔지만 최악의 결과가 나타나고 말았다.

"유즈, 도망가!"

불행 중 다행일까. 하나오카 유즈만큼은 히마리에게서 도망칠 수 있었다.

'모모이 짱, 미도리 짱, 미안해! 이렇게 도망칠 수밖에 없는 날 용서해 줘....!!'

하지만 소녀에게 모모이와 미도리를 생각할 시각은 없었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으니까. 선생과 그녀들이 이 위기를 알아야 했기에 손을 덜덜 떨면서 꾀꼬리를 울렸다.

'걸려라.. 걸려라.. 빨리!'

다행히 그녀의 바램은 하늘에 닿았고 꾀꼬리는 훨훨 날아가 무사히 아비도스에 도달하였다. 전파 차단과 같은 방해를 받지 않고 유즈는 무사히 자기 역할을 다 할 수 있었다.

'잡히면 안 돼, 잡히면 안 돼.. 도망쳐야 해..!!'

유즈는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이 차올라 심장이 터질 듯한 괴로움이 느껴졌지만 결코 다리를 멈출 수는 없었다.

'여길 벗어나야 해.. 어디든, 어디로든 가야 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유즈는 자신이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밀레니엄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만이 그녀의 머리를 가득 채워 버렸다.

'허억... 허억...! 허어억..! 평생 할 운동을 지금 얼마나 몰아서.. 하는 거지..'

이렇게 전력으로 뛰어 봤던 날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땀은 소나기가 내리듯 흘렀으며 숨 대신에 구역질도 목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이 모든 게 고통이었지만 견디고 참아야 했다. 뛸 수 있는데까지는 어떻게든 뛰어봐야 했다.

'허억.. .허억...'

쌍둥이의 의지를 이어받아 소녀는 짙은 어둠을 헤쳐나갔다.

***


"짹짹.... 짹짹짹!"

어두움이 푸른빛과 붉은빛이 비쳐지면서 물러났을 때 하늘에서 참새들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기운찬 울음소리를 내었다. 모든 기력을 써버린 채 벤치에 누워 있는 소녀와는 정반대였다.

"으으으...."

유즈는 장장 몇 시간을 계속해서 쉬지 않고 도망쳤다. 힘이란 힘은 바닥까지 박박 긁어모아 전부 써버린 그녀는 말 그대로 새하얗게 불태워졌다.

'어째.. 도망은 잘 친 거 같긴 한데.. 모모이 짱과 미도리 짱은 어떡하지.. 히마리 선배가 그냥 넘어갈 리 없어..'

자신이 벗어났다는 안도감보다는 둘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유즈였다. 그리고 둘을 걱정하기 시작하니 걱정들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잘 도망쳤을까.. 그리고 이제 나는 어쩌지? 당분간 학교로 돌아가는 건 꿈도 꾸지 말아야겠고... 아, 집으로도 못 돌아가나..?'

모모이와 미도리 다음은 바로 자신일 것이라 생각하니 등골이 절로 오싹해졌다. 지금 당장에라도 다시 일어나 도망을 가야 했지만 유즈는 지금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기운이 빠져나가면서 피로와 졸음이 들어오고 있었다.

'10분만 자고 다시 일어날까...? 아, 안 되는데.. 일어나야 하는데..'

유즈의 빅데이터는 말하고 있었다. 지금 자게 된다면 10분이 아니라 10시간을 자고 말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일어났을 때 벤치 위가 아니라 밀레니엄일 확률이 굉장히 높아 보였다.

'으.. 나 따위한테 그 정도로 신경을 안 쓰면 다행이긴 한데.. 저쪽에선 정보가 없으니 나한테라도.. 캐내려고 하겠지..?'

꽤 먼 곳까지 도망쳐오긴 했지만 히마리라면 절대로 방심할 수 없다. 지금 자기 수색을 시작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당장 떠나야 했다.

'으으, 완전히 엉망진창이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 검사를 받지 말았어야 했나? 전자파 맞으면 건강에 안 좋다고 얼버무려야 했을까..?'

하지만 모두가 검사를 받았다고 한 시점에서 게임개발부만 받지 않는 것은 눈에 지극히 띄는 일이었다. 그래서 눈에 띄지 않으려 검사를 받았지만..

'생각해 보면 폭발물을 들고 있는데 X-레이 검사받은 거나 마찬가지잖아! 하나오카 유즈.. 이 멍청아.... 머리는 장식이냐..?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지..!'

유즈는 자신을 자책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어떤 선택지를 골랐어도 히마리의 의심을 샀을 터이니,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지금과 같은 상황은 '강제 이벤트'처럼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하.'

지나간 일을 후회한들 지금이 달라지진 않는다. 유즈는 그리 생각하며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누워서 찌질거릴 바에는 일어나서 뭐라도 해야만 했다.

'도망...가야지...'

하지만 또 맨발의 기봉이마냥 무작정 달릴 수는 없었다. 몇 시간 전엔 아드레날린이 극단적으로 뿜어져 나왔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도망갈 수 있었지만 지금 그랬다간 5분도 안 돼서 다시 뻗어버릴 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목적지를 확실히 정해놔야 했다. 정처 없이 달아나기만 한들 그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선생님이나 아리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끔찍하잖아.. 어떻게 이런걸 버틸 수 있는 거야..?'

자신은 선생과 같은 상황에 놓이면 절대로 못 버텼으리라고 생각한 유즈였다. 실제로 해 보지 않으면 모르지만 엄두도 안 나는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고, 호텔이나 모텔 이용은.. 안 되겠지? 그렇다고 길바닥을 전전하기엔 스케반 놈들이 널렸을 텐데.. '

수배자의 마인드를 장착한 유즈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도망을 간다면 어디로 가야만 할까.

'트리니티 쪽하고는 별로 크게 연이 없는데.. 갈 수 있으려나...?'

"♩♬, ?~ ♪♪♩~"

"?"

난데없이 울리는 벨소리. 뭔가 싶어 주머니 안을 꺼내보니 파기를 깜빡한 대포폰이 울리고 있었다.

'진작에 버렸어야 했는데 내가 아직도 이걸 들고 있었어..? 아오, 이 멍청아..!'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중요한 건 지금 전화가 걸려왔단 사실이며 이를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는 문제다.

'받았더니 히마리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건 아니겠지...?'

가능성은 낮지만 자칭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라면 불가능하지 않아 보였다. 이미 자신들이 선생과 같은 편이란 것도 알아차렸는데 , 대포폰에 전화 거는 건 더 쉽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리고 몇 초간의 고민을 마친 유즈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살아있었구나. 혹시나 해서 이 쪽으로 걸어봤는데 정답이었네."

다행히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건 같은 편의 목소리였다.

"어... 스나오오카미..?"

"응. 스나오오카미 시로코. 하나오카 유즈 맞지? 지금 어디 있어?"

"도망치다 보니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는데..."

"쌍둥이는? 지금 옆에 있는 거야?"

유즈는 비통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아니."

"응, 그렇구나. 그럼, 갈 곳은 있는 거야?"

"트리니티 쪽에 연락을 한 번 해보려 했는데.. 안 되면 그냥 바깥에서 노숙하고..."

"그럴 필요 없어. 그냥 이쪽으로 와. 아니 그냥 오면 길 잃을테니.. 우리가 데리러 갈게. 주소 불러주면 그쪽으로 와. 우리가 갈 게."

"...어? 그래도 되는 거야? 분명 아비도스에는 너희들 빼고는..."

"전부 합의했어. 아무 생각없이 이러는 건 아니니까. 그럼 10시까지 이쪽으로 와. 나중에 봐."

".............."

전화가 끊긴 그 순간, 소녀에게는 새로운 퀘스트가 생겼다.

"일단 가야겠지...?"

잠시 멈춰선 발걸음이 다시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

같은 시각, 선생 일행 측은 이미 새로운 은신처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Zzzzzzzz....."

"으으...."

장거리 이동의 피로를 이기지 못해 골아떨어진 자들과 여전히 깨어있는 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안 졸려? 제일 피곤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잠이 많지 않은 편이라 말이죠. 버틸 만합니다. 저는 서방님이 걱정될 뿐이랍니다. 좀 주무시지 끝까지 깨있으시고.."

"조수석에서 자고 있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그리고 잠은 지금 자면 되니까 뭐.. 하암...."

다만 이제 선생에게도 한계가 오고 있었다. 눈꺼풀에 무게추가 연달아 매달아는 듯 눈이 감겨왔다.

"으.... 일단 다들 아침까지 깨어있느라 고생했어. 지금은 눈이나 좀 붙여두자."

"선생님 먼저 주무신 다음에.."

"잠에 그런 게 어딨어. 피곤하면 자는 거지... 이따가 다시 눈 뜨면 트리니티 쫃 애들하고 이야기 나눠보자고..."

그 말을 끝으로 선생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몸을 채 누이지못한 채 의식을 날려보냈다.

"뭐... 저도 이제 슬슬 힘드네요... 이만 잠을 청해야 할 거 같으니... 눈 좀 붙이겠습니..다.."

선생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대고는 그대로 잠에 들었다. 여우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 행동에 뭐라고 항의하려 했던 세리나였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녀에게도 피로가 몰려들어오고 있었다.

'으... 저도 이제 힘드네요.. 그러면 저도...'

세리나 역시 선생 옆으로 다가가면서 몸을 기댔다. 그리고 그녀 역시 웃음을 지으며 잠에 들었다.


"............."

그리고 사오리는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그 푸른 눈을 감았다. 그렇게 다들 지친 정신을 쉬게 하며 잠시의 안식을 찾았다.

***

"Zzzzzz......"

"Zzzzzz......"

"Zzzzzz......"

녹색과 적색 그리고 백색의 소녀는 수면실 안쪽에 잠들어 있다. 방금 전까지 그 생난리를 피우던 소녀들이 맞는 지 의심될 정도로 새삼 조용했다.

"어휴.. 드디어 끝났네요. 왜 다들 이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 겸 인공지능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걸까.."

노트북 안쪽에서 자신의 원본을 쳐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인공지능. 그리고 그걸 보고 있는 노아 역시 한숨을 쉬었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이건 천 냥도 아니고 만 냥을 져버렸네요. 앞으로의 계획이 너무 크게 꼬여버렸네요."

"아~ 이 아케보시 히마리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실책인데, 왜 이렇게 되는 거야?"

"...그만큼 저희에게 걸려있는 '저주'가 심각하다는 반증이겠죠. 그 히마리 씨가 그렇게 되는 걸 보니 우리가 겪었던 그 어떤 것보다 심각한 문제라는 게 체감이 되는 거 같아."

노아는 비틀거리면서 이마를 부여잡았다. 붉게 충혈된 눈 밑으로 화장이 검고 짙게 칠해져 있었다. 밤을 꼬박 샘과 동시에 계속해서 올라오는 증오를 견디느라 몸도 정신상태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괜찮으세요? 이 아케보시 히마리가 여러분들을 지켜보고 있을 테니 노아 씨도 이만 휴식을 취하시는 게?"

"아무래도 그래야겠네요. 일을 하느라 밤을 새는 건 하루이틀 일은 아니라지만 밤을 새는 건 절대로 익숙해지는 게 아니네요.."

"잠 한 번 푹 자고 난 뒤 정신을 상쾌하게 만들고 다시 만나자고요! 이..."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 및 인공지능 아케보시 히마리가 대책을 강구해 보겠다고요?"

"정확해요! 히마리 스티커 한 장 드리겠습니다!"

"하하... 백 장 모으면 상품이 있으려나... 아무튼, 상황이 많이 안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둘을 설득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게 좀 충격적이긴 했지만..."

그리고 그 말에 히마리 인공지능은 다시 히마리를 쳐다보더니, 그대로 팔을 붕붕 돌리면서 크게 화를 내었다.

"조금 더 세련된 방법이 있었을 거 아녜요, 아케보시 히마리!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가 할 짓이에요, 그게?!"

"...그냥 그만큼 절박했다고 하죠. 이미지에 그 누구보다 진심인 히마리 씨가 이미지까지 다 갖다버린 셈이니까."

"으으... 아니야. 아니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아케보시 히마리!"

노트북 안에서 인공지능은 절규, 아니 꺼이꺼이 통곡을 하고 있었다. 히마리는 그만큼 초강수를 뒀던 것이었다.

"이제 제발 좀 믿으세요. 이렇게 의심 많은 애들 아니었잖아!"

"믿으라면 믿겠어?! 그런 행동까지 보여 놓고는 우리가 어떻게 믿어?!"

"진정하세요, 모모이 후배. 그래, 이 초천재병약...."

"시끄러, 스카이넷! 너도 안 믿어!"

"누가 스카이넷이에요?!"

정확히 한 시간 전, 날이 밝아왔음에도 여전히 사태는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두 쌍둥이가 굳게 닫아버린 마음의 문을 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니와 나는 절대로 투항 안 해! 그냥 배 째...!"

"그래! 우리는 끝까지 싸운다!"

히마리는 아마 이 시점에서 반쯤 정신이 나갔으리라 노아는 생각했다.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 증오를 참는 것도 힘든데, 믿어주지 않는 상대를 향해 날을 새면서 설득하고 있으니 없던 증오도 생길 판이었다.

"후우... 그래... 이래도 안 믿는단 거지? 정말이지 질긴 꼬맹이들이야... 후후후..."

"히마리 씨? 정신 차리세요! 또 그랬다간 이제 진짜 못 되돌립니다!"

"뭐야!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미도리, 전투 태세를 갖춰!"

"후후후후후....."

노아는 아무리 생각해도 히마리가 그런 행동을 제정신으로 저질렀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 행동은 미쳐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다음은 전혀 생각하지 않아야만 할 수 있는 행동.

"그래... 믿을 수 밖에 없게 해주죠!"

"언니.. 조심해!"

"응..!"

모두가 긴장이 감돌았던 그 순간에 행동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었을 것이다.

"어...? 히마리 씨?"

"뭐, 뭐, 뭐하는 거에요!?!?! 야, 아케보시 히마리!! 지, 지금 당장 그 손가락 내리지 못 해!!!!!"

노아는 잊을 수 없다. 완전기억능력이라는 것은 때로 이렇게 문제가 되고 만다. 히마리 AI가 팔을 헬리콥터처럼 붕붕 흔들며 악을 지르는 모습과 모모이가 입을 떡하고 벌리며 히마리를 쳐다보는 모습 그리고 미도리가 말 그대로 표정이 물음표가 되면서 얼이 빠져버린 모습을 전부 기억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노아는 확실히 그 눈으로 똑똑히 보고 기억했다.

"............."

오른손의 엄지 손가락과 새끼 손가락을 편 채 그대로 엄지를 혀에 가져다 대어버렸던 그 모습이, 노아에게는 너무나 강렬했던 충격이었다.

"됐냐! 이제 됐냐! 이러면 믿어 줄거냐고 이 망할 꼬맹이들아!!!!"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할 수 있는 행동. 그 순간 노아가 히마리에게 품었던 건 경의였다.

-후기-


예전에 장난으로 제 소설을 나무위키에 쳐봤는데, 있더라고요. 너무 놀랐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들어가 보니 너무 상세히 적혀져 있어서 두 번 놀랐습니다. 그만큼 이 소설을 깊게 생각하고 있다는 독자분들이 많다는 것이겠죠? 더 열심히 써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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