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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봄마다 피는 벚꽃의 신부 아이리는 당신만의 사랑.

가갤러(39.112) 2024.04.23 23:20:46
조회 55 추천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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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겁지겁 달려오는 아이리의 불그스름한 얼굴은 땀방울로 장식되어 있다.

늦잠이라도 잤는지, 어깨에 데롱거리며 메달리는 기타 백의 끈도 제대로 여미지 않은 채. 팔을 좌우로 휘적이며 달려오던 아이리는 내 앞에 멈춰섰다.

달뜬 숨은 쉽게 진정될 것 같지 않았다. 티 한점 없는 무릎팍에 양 손을 짚으며 숨을 헐떡이는 아이리는 부분 부분 말을 끊어 자신의 사정을 설명한다.

나에게는 구태여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정말 어리숙하고도 바보같은 사람이다.

아니 어쩌면 티 한점 묻지 않은, 정말 깨끗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남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할줄 알고, 실수를 하면 어쩔줄 몰라하며 사과하기 바쁜 요 근래 들어서는 찾기 힘든 그런, 빛나는 존재 말이다.

도무지 진정되지 않을 것 같은 아이리가 숨결을 가다듬을수 있도록, 어깨를 토닥인다.

손이 땀에 젖어든다. 아이리의 체향으로 젖어든 손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웃음이 지어진다.

"오빠... 하. 너무 늦었죠?"

"아냐."

"나도 방금 왔는걸, 너무 허겁지겁 뛰어오지 않아도 됐는데."

"아니에요. 절대 아냐."

아이리는 자신의 잘못을 의식하기라도 하는 듯. 내게 예의와 격식을 차린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아이리의 모습이 비춰지는 것이 좋다고,

그리 말하려 목젖 너머까지 말을 모아내다가도, 다시 삼켜낸다.

노력의 시간이 만든, 이제는 표창과도 같은 흉진 손가락으로 아이리의 기타를 받아냈다. 꽤나 묵직한 것이 아이리와 퍽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는 어깨로 슬그머니 흘러내리는 기타를 흘긋 바라보다 만류를 하려다가도, 나와 눈을 마주한다.

아이리의 양 눈썹이 올라간다. 그것은 그녀만의 감사함의 표현법이다. 무척 독특한. 아이덴티티 같은 것이다.

"준비는... 벌써 다 해뒀구나."

"응."

"오래 안 걸렸어. 미안해하지는 말고"

"어떻게 안 미안해요! 오늘 저녁은 제가 살게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의 배려라거나, 거절은 미덕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아이리를 향해 웃음을 지어주었다.

그제서야 아이리의 달뜬 숨이 진정되었다. 하지만 불그스름한 볼은 역시나 가라앉지 않는다.

우리는 저 불그스름한 볼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있다. 그럼에도 함묵하는 것은….

분명.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 부족한 나를, 충실한 애완견처럼 따르는 그녀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기 위해 오늘도 애쓸 뿐이다.

아이리가 다가온다. 그녀의 스커트가 봄바람에 살랑인다. 양 손으로 엉덩이 끝부터, 허벅지까지. 스커트를 끌어안은 채.

아이리는 애용하던 분홍빛 의자에 몸을 앉힌다. 그 모습은 마치 봄마다 피는 벚꽃과도 같아서,

넋을 놓고야 만다.

"B코드... 3화음은 되었고,"

잘 정돈된 아이리의 손끝이 피워낸, 봄의 화음은 나를 깨워낸다.

경박하지도 시끄럽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그 화음은, 깊은 밤을 보내고 새로이 맞는 아침을 알리는 새의 지저귐과 맞닿아 있다.

"전 준비됐어요."

"응. 나도."

"안녕하세요. 여러분."

"싱어 송 라이터 아이리 인사드려요!"

제 각자의 발길을 재촉하던, 사람들의 이목이 아이리에게 집중된다. 당연한 일이다.

아이리는 뭐랄까, 선험적 찐따였다. 예쁜 얼굴에 멋진 몸매, 그... 조금 부끄럽지만, 커다란 가슴.

인싸의 요소를 두루 갖췄음에도 찐따라는 건, 그냥 그렇게 태어난거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이리는 자존감 낮은 찐따임에도 예쁜 얼굴에 멋진 몸매.

그리고 커다란 가슴이 있다.

아이리는 자기가 세상을 왕따시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성인의 사춘기 다운 생각이지만, 정하은을 만나 함께 노래하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에 몰두해 있었던 거다.

그런, 역설적인 매력의 아이리가 사람들을 불러모았으니…. 이러한 결과는 당연했다.

"오빠. 준비 됐어요?"

"응."

"언제나 오케이지."

나는 아이리와 함께 마이크를 만지작거린다. 이 순간 우리는 하나의 악보 위에서 함께 걷는다.

발자국은 곧 음표이며 도돌이표는 우리가 가장 크게 외치고 싶은 울림이다.

행복에 껄떡대며, 시끄럽게 사랑을 자랑하는 연인들보다도 아주 시끄러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겨질 울림.

아이리는 그 울림을 쉼없이 맑고 깨끗한, 황사 한점 없는 봄의 풍량을 쉼없이 내뿜는다.

마음을 간지럽히는 울림은, 너무나도 자극적이라 사람들은 간지럼에 그만 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기억나는 것은 너의 노래."

그래. 내가 기억하는 것은 너가 부르는 울림.

"대화보다도 선명해."

무척이나 선명히 기억에 남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영원히 내 가슴속에서 불멸할,

"꿈 속의 노래들을 계속해서 불러줘."

나의 꿈으로, 세상으로 하나의 경이로운 세계로,흔한 환상이지만, 꿈속에서 살아보려 애쓸수 있게.

"계속해서 불러줘."

아이리가 내게 계속해서 불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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