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직 어둡지 않다/2020/09/18-자작시 - 시 미니갤러리 미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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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8

세상은 아직 어둡지 않다/2020/09/18-자작시앱에서 작성

설대국어국문

2021.01.25 23:14:26

조회 81 추천 1 댓글 0

세상은 아직 어둡지 않다

천장을 간신히 붙잡고 있던 등불들은

볼 수 있는 어둠에 정신이 아득해져

눈을 깜빡인다

눈을 뜨고 어둠을 없애려 해도

등불의 밝기로는 턱없이 부족해서

어두움은 등불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

등불은 다른 등불의 존재조차 모른다

그래서 그만, 몇 개의 등불은 지쳐서

제 눈을 뽑아내고 피를 흘리며 울부짖는다

자신이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다며,

누구보다 어둠을 싫어했지만

이제는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 자신에게

쉬지 않고 울부짖는다

눈을 잃은 등불은

붙잡고 있던 천장, 희망과

굳어 부스러진 두 눈마저 삼켜버려서

바닥으로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어둠 속으로 스스로 스며든다

하지만 아직 눈이 있는 등불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셀 수 없이

아직도 서로를 볼 수 없지만

서로의 존재 자체를 의지하면서 절대 눈을 감지 않는다

감을 수 없다

그 등불 때문에, 그 등불에 의해서

어둠이 만연하지만 세상은 아직 어둡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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