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라이카 후기 및 분석 - 뮤지컬, 연극 미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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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2

[일반] (장문)라이카 후기 및 분석앱에서 작성

ㅇㅇ(223.62) 2025.03.20 11:39:03

조회 2677 추천 56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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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직 자첫안한 사람들은 예전에 한번 읽었더라도 어린왕자를 한번 읽고 가는걸 추천해

극 중에서 어린왕자 내용이 엄청 많아. 철새들과 함께 이동한다거나, 뱀터널(원작에서 뱀에 물려서 다시 B612로 돌아감), 이미 자라 있는 바오밥나무들, 장미와 왕자의 관계성, '길들여'라는 넘버까지 대충만 추려도 너무 많은 오마쥬가 들어가 있어서 한번만 읽어도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아래부터는 내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간 거니까 그냥 이런 시각도 있구나 해줘!

1. 라이카가 '개'에서 '존재'가 되는 것

흔히 개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존재'로 많이 묘사되곤 해. 이 극에서도 개 라이카는 B612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어떤 고된 훈련에도 불만이 없었고, 심지어 우주로 갈때까지도 전혀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지. 이건 라이카가 '개'이기 때문이야.

그런데 라이카는 B612에 도착하고 나서 마치 '인간'처럼 두발로 걷고, 생각하게 돼. 어린왕자는 '인간'을 혐오하는 나머지 우리가 '인간'이 아닌 '존재'인 거라고 확실히 구분하려 들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존재'와 '인간'이 비슷하다는 것을 로케보트가 알아차리는 장면이 나와.

이는 다시 말하자면 라이카가 '인간'의 어두운 면까지 느끼게 되는 거야. 극중 라이카는 (정확히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이 많아지니까 더 힘들다" 이런 느낌의 말을 하기도 해.

라이카는 그래서 로케보트의 폭로를 계기로 인간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라이카가 인간처럼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2. 그렇다면 왕자는 뭐냐?

어린왕자도 마찬가지로 어린이라는 순수한 정신세계에서 20여년이 지나며 성인이 되어 '인간화'되기 때문에 인간을 혐오하기 시작해.

극중 왕자가 13년전에 지구를 한번 더 방문한다고 하는데 왜 하필 13년 전일까? 13년 전이면 왕자의 나이가 15~16살 정도, 딱 사춘기를 겪으며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나이야. 즉, 성인이 되면서 인간처럼 생각하기 생각한 시점이 왕자가 인간을 혐오하기 시작한 시점과 같다는 거지.

자신의 자아가 형성되는 제일 크리티컬한 시점에 겪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서 인간을 닮게 되고, 역설적으로 그래서 인간을 혐오하기 시작한 거지.

인간을 제일 혐오하는 생물은 뭘까? 바로 같은 인간 아닐까?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해 안다는 것

라이카는 인간화되었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증오심을 키웠지만 계속 캐롤라인을 떠올리며 컨프롱하는 모습을 보여. 그러면서 상자에 담겨 있던, '무조건적인 사랑'을 상징하는 자신의 '강아지 부분'이 내는 소리를 듣게 되지.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마침내 라이카는 한단계 더 성장하며 '관용'을 배우게 되고, 이는 '인간'의 밝은 면이라고 볼 수 있어. <라이카>가 단순히 인간싫어만 외치는 극이 아니라고 느낀 부분이야. 라이카가 인간을 더 많이 알게 되고, 인간의 어두운 면 뿐만이 아니라 밝은 면, 따뜻한 면까지 닮게 된 거지.

왕자가 "그럼 어떻게 할거냐"란 물음에도 라이카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겠다"란 말을 하지. 이는 인간들이 지닌 집념과 희망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했어. "그럼 무슨 방법??"하고 되물을 게 아니라,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겠다는 마인드셋 자체가 인간의 것이 아닐까?

라이카가 왕자와 뱀터널을 타기 전 로케보트의 대사가 그래서 참 인상적이었어.

"안다는건 기쁜 일이야. 만약 기쁘지 않을 땐, 더 많이 알면 되는 거였어. 그리고 나는 너를 알게 되서 기뻐!"

라이카와 왕자는 인간에 대해 부분적으로만 알아서 '기쁘지 않았지만', 더 많이 알게 됨으로써 '기쁘다'는 거고, 결국 인간은 서로를 많이 알지 못해서 혐오하기에 서로를 더 많이 알아가야 '기쁘다'..

4. 결론

작품의 주제는 결국, 서로가 서로와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 안에서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인간' 이라고 느꼈어. 인간이 아닌 존재들로 인간을 묘사하는 것은 <이솝우화> 처럼 예전부터 채택되던 방식이니까, 라이카도 그런 극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여튼 되게 오랜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극을 본 것 같아.

물론 극은 은유가 많아서 나는 이렇게 생각해도 누구는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봐. 나도 아직 한번밖에 안봐서 더 파먹을 게 많은 것 같구, 많이들 한번쯤은 보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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