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미래에서 과거로 - 삿포로에 갈까요 미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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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5

[일반] 아마도, 미래에서 과거로앱에서 작성

여우솜

2021.02.23 12:42:05

조회 42 추천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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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긋는 시늉으로 주변인을 울리던 그때에게.

오랜만이야. 이제는 그런 말로 운을 떼야 하는 사이구나.

나야 뭐, 그럭저럭 잘 지낸다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네가 우려하던 것과는 다르게 못난 짓은 많이 했지만 못된 짓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너는 아직도 내가 죽도록 미울까. 꽤 오랜 시간을 벗어나지 못한 너에겐 잔인한 말이지만, 비속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그 날은 이제 추억이 되었어.

그런 이유에서 너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아.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할 일들을 겪으면서 점점 미지근해졌지.

사랑하던 사람을 하룻밤 사이에 잃어도 봤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연인과 성별이 바뀌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짓궂은 농담을 나누며 킥킥대기도 했어. 누구보다 소중했던 사람은 말없이 떠났고, 새벽 공기가 너무 차가울 때면 세상에서 잊혀진 이름을 부르며 빈 공간을 채워보기도 했지. 해가 바뀌었으니 그것도 벌써 옛날 일같이 느껴져.

아니다. 어차피 너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알고 있으니 사실 이런 아무 쓸모도, 의미도 없는 고해성사 말고 네가 정말 괜찮은지 묻고 싶어. 하지만 너는 이 짧은 편지에도 영영 답장을 보내지 않겠지. 그러니 그때처럼 나는 영원히 궁금해할 뿐이지.

물론 나도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어. 견딜 수 없어서 그렸던 낙서가 다 아물었다거나 그때 썼던 유서를 반성문이라 부르는 악취미 같은 일들을.

그럼에도 네가 어떤 심정인지 알고 싶단다.

네 행복이 내 만족이 되고 네 슬픔이 내 분노가 되는 건 공감이라고 하기엔 너무 치졸한 마음일까. 그 무렵 네가 썼던 글들을 하나둘 곱씹으며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들어.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쓰는 와중에도 그 아이의 생일이 다가오니까 너는 날이 지날수록 괜찮아지겠지. 괜찮아져야만 하겠지. 슬퍼할 시간이 없어서 울먹이지 못하는 건 네가 오랫동안 지니고 있던 저주였는데, 시간이 이렇게나 흐름에도 변함이 없다니 슬프다. 그래도 네 타고난 인복이라면 객사하지는 않겠지.

하지 못한 말이 많지만 내 쓸데없는 걱정은 예로부터 불안만 낳았으니까 이만 줄일게. 내가 없이도 꼭 행복했으면 좋겠다.

상처가 덧나지 않게 약은 꼭 바르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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