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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phy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5.16 16:49:06
조회 1531 추천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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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쇼 모년 2월 8일


"스물 다섯이 되어버리셨네요!"


' ……………'


"자, 약속은 지켜야 한답니다?"


"...네가 이렇게 완고할 줄은 몰랐는데."


"저는 지는걸 싫어한다구요?"


 시노부는 빙긋 웃었다.




 새 하오리를 사러 간 날, 시노부는 내기를 꺼냈다.


"토미오카씨, 내기를 하시는게 어떨까요?"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이는 기유의 손에는 조금 전 산 이슬이 맺힌 잔디 무늬가 그려진 청록색 웃옷과 대나무 무늬가 마음에 들어 산 옷자락에 벚나무 단이 장식된 월백색 하오리가 들려 있다.


"전 결혼 생각이 없어요. 오니이었던 몸이라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요."


 그것은 시노부의 진심이었다.

 네즈코가 마신 약은 시노부와 타마요가 재차 확인한 안전한 것이지만 시노부 씨가 마신 『사람으로 돌아가는 약』은 상현의 이를 쓰러뜨린 후 먹는 것을 상정해 즉효성을 높였으므로 안전성이 장담되지 않았다. 사람으로는 돌아왔지만 오니였던 시절의 후유증이 남을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평화로워졌다고 해도 남들처럼 결혼하려고는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토미오카씨는 제가 결혼할 것 같나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내기의 내용은 제가 결혼하느냐 마느냐라는거죠."


 마음속으로 싫은 듯이 얼굴을 찌푸리는 기유는 「내기는 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필요도 없었다.


"너라면 상대를 찾는 것이 힘들지 않겠지"


"그런 칭찬을 할 수 있었나요, 토미오카 씨? 그럼 토미오카 씨는 제가 조만간 결혼하겠다에 거시는 건가요?"


"아니, 그렇게 말하진 않았다..."


"그러면 저는 결혼하지 않는 것에 걸고, 토미오카 씨는 결혼하는 쪽에 거는 걸로 하면 될까요?"


"기다려. 그렇게 말하진 않았다.."


"어머나, 그럼 결혼 안 하는 쪽에 거실래요?"


"내기고 뭐고 결혼할 생각이 없는게 아닌가? 네가 남의 말로 움직일 만한 여자인가?"


"어머, 모르겠네요. 의외로 반한 사람의 말이라면 순순히 들을지도 모르겠네요."


천연이어도 너무 천연인 그 말투에 순간 화가 났다.

 하지만, 분노를 삼키고 시노부씨는 말을 이었다.


"그럼 토미오카씨도 내가 결혼하지 않는 쪽에 걸겠다고"


'………'


"어때요?"


"...어떻게 해서든 걸라고 한다면, 안 하는 쪽에 걸겠다"


"내기가 안 되겠네요~"


 달랑달랑 방울이 울리듯 시노부가 웃는다.

 뭐 여기까지는 상정이 끝난 거랍니다.


"토미오카 씨는 결혼하실 계획이 있으실까요?"


"없다."


"그렇겠죠?"


 어차피 스물 다섯 살의 목숨이라고 몇 년 만에 과부가 될 여자가 안쓰럽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그럼 됐네요. 토미오카씨, 저와 결혼하실래요?"


"뭐?"


 기유가 걸음을 멈추었다.

 시노부는 한 발짝 추월하고 나서, 돌아서서 그 멍청한 얼굴을 장난스럽게 바라보았다.


"나도 당신도 결혼할 생각이 없지요? 하지만 토미오카 씨는 강제로 돌아갈 장소를 만들어 두지 않으면 어딘가에 가 버릴 것 같으니까요."


 그러니 서로 결혼 생각이 없는 사람들끼리 결혼하지 않겠느냐고.


"...뜻을 모르겠다"


 오늘 두 번째 말이다.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같은 집에서 살라고 한 건 너다."


"그것뿐이라면 의미가 없잖아요"


'………'


"말도 없이 나가려던 전과자는 믿을 수 없답니다."


 예쁜 얼굴로 즐거운 듯한 미소를 띄우고 있지만 내용이 너무 엉뚱하다.


"기각이다. 평범하게 살 수 있게 되었으니 좀 더 자신을 아껴라."


"어머, 저 자신은 스스로 애지중지 한답니다. 그러니까 토미오카 씨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죠.


 그렇게 나쁜 안은 아니잖아요? 서로 결혼할 생각이 없는데, 우리의 외모는 어느 쪽인가 하면 좋은 편이고,

연령적으로도 주변에서 내버려 둘 나이도 아니잖아요? 중매 이야기나 구혼을 일일이 거절하는 것도 귀찮답니다.

일단 결혼해 두면 다른 사람들이 입을 다물 테니까요.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게 아닐까요?“


'…………'


"아, 침묵은 사절이에요. 그리고 죽을 때까지 돌봐주겠다고 한 건 토미오카 씨랍니다?"


"...이봐, 그건 네가 오니로 변해 있는 동안만의 이야기다…"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시는 건가요?"


"그때 네가 농담이라고.."


"그랬나요? 하지만 토미오카 씨는 구혼이라는 걸 완전히 부정하진 않았어요."


 정확히는 부인하기도 전에 시노부가 농담이라며 가로막았을 뿐이지만.

 그렇지만 분명 이 바보는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정말 너무해요. 전 토미오카 씨의 말을 정말 잘 들었는데요."


'…………'


 연극처럼 과장된 동작으로 눈가를 기모노로 가리면 몸집이 작은 여자를 울린 큰 남자의 그림 완성이다.

눈치챈 주변의 사람들이 힐끗힐끗 이쪽을 보며 수군거리고 있는 것이 불편한지 허둥대는 기유가 재미있다.

 웃음을 애써 참고 어깨를 들썩인다면 그야말로 옆에서 울고 있는 것처럼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3년"


 3년?

 용케도 꺼내든 뜬금없는 년수에 잠깐 고개를 든다.


"3년이 뭐예요?"


"...내가 스물 다섯이 되어도 살아 있다면, 생각해 보겠다."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시노부는 조금 생각했다.

 당길까, 밀까, 어떻게 할까.


"알겠습니다. 3년이네요."


 물러나는 쪽을 시노부는 골랐다.


"그럼 3년 기다릴게요. 토미오카씨, 생일은?"


 당기기는 하지만 쉽게 당기지는 않는다.

 싫은 듯 눈썹을 찡그리는 기유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2월 8일"


"어머, 저도 2월 생이에요. 우연이네요.

 그럼 토미오카씨가 스물 다섯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어요."


"기다리지 마. 빨리 시집을 가라."


"어머, 저는 남의 말을 안 듣는 여자인데요?"


 아까의 말을 그대로 받아넘기면 기유가 또 한번 쓴웃음을 짓는다.


"제가 알아서 기다릴게요. 글쎄요, 토미오카 씨가 결혼하시면 포기할게요."


'………………'


 이는 사실상 기유가 반점에 수명을 다하는 것 이외엔 도망칠 수가 없는 상황.


"네, 약속이에요. 3년 후 토미오카 씨가 스물 다섯이 되어도 살아 있다면 결혼해 주세요."


 그리고 억지로 손가락을 걸고, 기유와 약속한 것이다



-

"고집에도 정도가 있다."


 이미 체념하고 있지만, 마지막 저항으로 기유는 불평을 해본다.


 햇볕이 드는 저택의 툇마루에서 차를 한 잔 들고 옆에 앉아 있었지만, 시노부는 한가롭게 일어나,

꽃이 피기 시작한 마취목을 접했다. 독이 있다지만 그녀는 그것도 좀약으로 팔고 있다.


"정말 3년을 기다릴 줄 몰랐다."


"좋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할 수 없죠."


 능청스럽게 그렇게 말하는 시노부에게 기유는 속으로 거짓말이로군 하고 혀를 찼다.

 시노부에게 청혼을 거절당한 남자들이나 맞선을 제의한 이들이 기유에게 불평하러 온 것을 시노부는 알고 있을까.

그 중에는 명문가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은 집안의 남자도 있었고, 장래성이 있을 것 같은 남자도 있었다.

 이러고도 좋은 사람이 없다니 무슨 까닭이 있는가. 틀림없이 세상 일반적으로는 거절한 것이 아깝다는 좋은 인연뿐이다.

그만큼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기유라도 알 수 있었다.


 지난 3년이라는 것은 완전히 기유와 시노부의 줄다리기에서 끝내 기유가 졌다는 얘기일 뿐이다.


'왜 나를?'


 단지, 이것이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확실히 오니가 된 시노부를 도와준 것은 기유지만, 우연히 그곳에 있었을 뿐이다.

시노부에게 있어서 「좋은 사람」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단순한 칼솜씨 만으로는 히메지마나 시네즈가와 쪽이 위이고,

머리 좋은 면에서 시노부 다음에 있는 사람은 모른다. 상냥함이라면 탄지로가 있을 것이고, 용모라면 안대를 하고 있어도 미남으로 정평이 나 있는 우즈이가 있다.

 왜 어중간한 자신일까.


 시노부는 곤란한 듯이 웃고, 뒤를 향해 버렸다.


"어쩔 수 없잖아요. 하지만 토미오카 씨 없는 생활, 제대로 상상할 수 없어요."


'………'


"…게다가 제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것을 상상하려고 하니 토미오카 씨밖에 생각나지 않는걸요."


 귀가 빨개진 것을 뒷모습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이를 보고 저도 모르게 기유는 손바닥으로 눈가를 가렸다.


".......하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기유는 한숨을 내쉬고 일어나 자신보다 한참 작은 여자 옆에 서지만 시노부는 이내 고개를 돌려버린다.


"...뭐죠?"


"독약을 먹이면 못 산다. 약속은 지킨다."


"…그런가요."


"...얼굴이 빨개지는군"


"추운 탓입니다!"


 머뭇머뭇 반박하고 뒤돌아오는 모습은 위협하는 고양이 같다.

 그런 모습에 후, 하고 한숨이 새어 나온다.


"아아, 이제 웃지 말아 주세요. 정신이 나갈 것 같으니 저리 돌아보세요."


'………'


 신랄한 건지 쑥스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지독한 말투로군.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은 없다, 나는."


 중얼거리듯이 고한다.

 누나와 사비토에게 지켜지고 중요한 일도 잊고 있다가 제자에게 대신하게 하는 얼빠진 사나이다.


"하지만, 아내로 맞는 이상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노력은 아끼지 않겠다. 그것으로 용서해 줘라."


"충분해요. 나 자신의 행복 전부를 당신 의지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런가?"


"그리고 아무리 말해도 겸손한 기유 씨에게 행복을 말하게 해 줄 거랍니다."


 낯선 모습으로 이름이 나오자 기유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런가, 이제 쿄쵸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일까.


-


 산뜻하게 결혼했지만, 관계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두 사람은 하등 변함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아주 조금은 변했다.


"시노부"


"뭔가요? 이게"


 재배하고 있는 허브를 도시의 양식점에 납품하기 위해 외출을 갔던 기유가 돌아오자마자 저녁 준비를 하는 시노부에게 작은 꾸러미를 건넸다.

 수상쩍게 여기며 그것을 펴니 마디가 네 개인 끈이 하나 들어 있었다.

 근본은 나비를 본뜬 가지런한 것으로 띠는 걸쭉한 유백색의 구슬이 5개가 연속으로 꿰어져 있다.

 시노부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한다.


"저기, 이거 진주 아니에요?"


"아아."


 진주 소리를 듣고 저녁 준비를 도와주던 동생들이 경악과 흥미가 섞인 얼굴로 다가온다.


"오비토메는 시노부, 허리 장식은 칸자키들 거다" - 기모노장식


"무슨 일이에요, 이런 고가품을!"


"샀다"


"그런 거 알아요! 그게 아니라 아아 진짜...! 갑자기 이런 거를 사오고 왜 그러세요!"


"아무래도 한 게 없다"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요!"


 초조한 채로 외치는 시노부이지만, 식사 정위치에 앉아 버린 남자는 더 이상 이야기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모두 가져 가세요"


 허리 장식을 아오이들에게 넘겼다.


-


 자기 전, 기유와 둘이 되고 나서 시노부는 재차 오비토메에 대해 캐물었다.


"깜짝 놀랐잖아요. 왜 갑자기 그런걸 사오고 그래요?"


 손안의 띠는 전구의 빛이 비쳐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이부자리를 펴며 기유는 시노부를 보았다.


"선물을 사오라고 한 게 너잖아"


"네?...아, 아침의..."


「이왕이면 뭔가 선물 사 오세요」 라고는 분명히 말했다. 그냥 장난삼아 하는 말이었지 별 의미는 없었고, 사 올 거면 간식을 사다 주는 게 보통 아닐까.


"선물이라니 너무 비싸요..."


"어울릴 것 같아서 샀다."


'…!'


 시원스럽게 한 한마디에 자신도 모르게 설레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시노부를 눈치챈 것 같지도 않고, 기유는 이불을 벽장으로부터 꺼낸다.

 평정심 평정심 평정심을 마음속으로 외우고, 시노부는 띠를 맨다.


"고맙습니다. 내일 붙여볼게요."


"시노부도 여자지만 장식품이 싫다고 했잖아.

화가 나서 못마땅한 줄 알았다"


"그럴 리가 있나요. 깜짝 놀랐을 뿐이에요."


 이상한 착각을 바로잡아주니 무표정한 기유의 분위기가 밝아진다. 표정 좀 드러내주지.


"시노부, 불 끄겠다."


 작은 알전구를 끄는 줄을 잡은 기유가 재촉해, 시노부는 깔린 이불로 기어들었다. 줄 당기는 소리가 나고 불이 꺼진다.


"잘 자요"


"어휴 춥습니다. 기유 씨, 따뜻한데. 온천 대신 좀 해주세요."


"...따뜻한 물 대신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마."


"네? 정말 춥거든요. 변태오카 씨. "


 앙큼앙큼 추위에서 기유에게 몸을 의지하면서 시노부는 눈을 감았다. 한숨 섞인 등짝이 포근하다.

 그 팔이 괘씸한 움직임을 할 때까지의 남은 시간 동안 시노부는 따뜻함을 만끽하기로 했다.


--

번외

시노부 씨

약국 개설. 히메지마네 고아원은 무상으로 진찰, 조제한다. 동네 사람한테 인기가 많다.

여자 대장부. 그렇지만 이불 속에서는 발리고 있다. 진주 띠는 매일 사용하고 있다. 이 후에도 가끔 기유씨로부터 선물을 받아.

기유씨가 준 선물이 은근히 취향에 맞는 데다가 사용하기 편해서 좀 놀라고 있다.


기유 씨

남아도는 체력으로 밭을 갈고 약초를 키우고 있다. 최근 서양화에 맞춰 허브 같은 것도 키우기 시작했다.

허브차를 파는 것이 모던 걸들에게 크게 호평을 받아서, 실은 꽤 벌고 있다.

시노부씨에게의 선물은 물건이라면 심플한 것을 선택한다.

이유는 가게에서 나비나 벚꽃이나 매화 같은 귀여운 것들을 너무 많이 봐서 이유를 모르게 되기 때문이다.

안목이 좋은 게 아니라 망설이다가 그저 단순한 걸 찾는 거지. 먹을 것을 선물할 때는 카나오한테 물어본다.


사네미 씨

넘치는 체력으로 양조장에서 일한다. 시노부씨와의 약주의 공동 개발을 사네미씨가 일하는 양조장으로 하고 있다.

아는 사람이니 잘 부탁한다는 느낌으로 개발을 위해서 토미오카 저택을 방문한다. 기유와는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다.


이구로 씨와 칸로지 씨

결혼했다. 양봉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다 된 꿀은 대부분 쿄쵸의 약국에 도매된다.

그 후, 이구로씨를 닮은 여자아이가 2명, 칸로지씨를 닮은 남자아이를 1명 더 얻는다.


교미게이씨

절에서 또 고아를 돌보고 있어. 장님인데 뭐든지 잘하니까, 아이들은 눈이 보인다고 생각해. 옛 주들 모두가 이것저것 가져오니 검소한 생활이지만 가난하지는 않다.


탄지로와 카나오

결혼했다. 숯구이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추석과 정월에는 토미오카 저택에 온다. 히노가미 카구라를 계승시킨다.


민들레

조만간 네즈코와 결혼할지도 몰라. 포목점에서 약한 소리 하면서 버티고 있어.


이노스케

직업을 전전하고 있다. 머지않아 산으로 돌아가 버릴지도 몰라. 토미오카 저택에는 자주 오는데, 산해진미를 많이 가져다 준다. 아오이하고는 어떻게 될까?


아오이하고 세 꼬맹이들

시노부씨가 학교에 보냈다. 아마 모두 간호사가 되어 일할거야.


우즈이씨와 나리님.

나리님은 동생들과 즐겁게 살고 있을 거야. 죽은 대원들의 묘소는 매일 찾아간다.

우즈이씨는 나리님이 성인이 될 때까지 후견인이 되었다. 화려하지만 건실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


의사 하야시 선생님

여기의 오리지널 의사. 그냥 동네 의사. 그 옛날, 진료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니에게 습격당해 기유에게 구조되었다.

그래서 기유씨에게 보답하고 싶어서 무상으로 수주저택에서 치료를 해줬다.

지금은 물려받은 수주 저택을 병원 삼아 원장으로 평범하게 일하고 있어.아오이는 거기에 취직했을지도 모르겠네.


챠챠마루

죽지 않고 탄지로의 집에 정착해 네즈코를 따르고 있어. 아마 젠이츠가 구혼에 오면 냥냥펀치를 먹여서 쫓아버리려고 할 것이다.

젠이츠는 탄지로뿐 아니라, 챠챠마루도 설득하지 않으면 네즈코와 결혼할 수 없다.


-

또번외 손바닥에서 춤추는 건 어느 쪽?


 문득 눈을 뜨자 눈앞에 잠든 남편의 얼굴이 있었다.

 멍하니 그 얼굴을 바라본다. 밖이 어렴풋이 밝아오고 있으니 아침해가 뜨기 시작했을 때일까.


"......후후, 오늘로 1년이에요"


 오늘은 2월 8일. 남편은 스물여섯이 되었다.

 조용히 잠든 남편의 뺨을 깨우지 않을 정도로 쿡쿡 찔러, 시노부는 혼잣말을 흘린다.


"기유 씨 성격상 아내를 분명히 아낄 줄 알았어요. 당신, 책임감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재미없어지기 쉬운 거예요.

그러니 그런 장난 같은 약속을 저와 계속 함께 해주지 않겠나요?"


 후후, 하고 남몰래 웃음이 입가에서 새어 나온다.


"그런 약속따위 어길 만했는데 멋대로 기다린 나를 결국 받아주다니 정말 사람이 좋아요.


 다 계획대로, 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거예요? 기유씨."


 몸집이 작은 자신의 몸이 쏙 들어가 버리는 팔 안에서, 이마를 남편에게 부드럽게 밀어붙이며 혼잣말로 계속 중얼거린다.


" 나에게 당신을 묶는 방법, 여러가지 생각했지만, 역시 당신의 책임감의 강함을 이용하길 잘했네요.

스물다섯 살이 될 때까지 성실하게 기다리는 여자가 눈앞에 있으면, 당신은 절대로 다른 여자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고,

결혼하면 나를 아래에 두지 않을 것이다. 다 계획대로라구요."


 툭, 툭 자신에게 얹힌 팔이 등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무의식적일까.

 일정한 간격으로 등을 두드려 맞고, 또 졸음이 덮친다.

 사르르 눈을 감으면서 아직 시노부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앞으로도 내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춰야 해요, 기유 씨."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고 기유는 비로소 눈을 떴다.


"…손바닥 위에서 춤추라, 인가"


 팔뚝에서 무방비 상태로 잠든 아내가 마지막으로 속삭인 말을 반복한다.

 사실은 처음부터 일어나 있었고, 다시 자려고 눈을 감았더니 갑자기 눈앞에 있는 아내가 일어나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설마 들으리라고는 조금도 생각 못했겠지.


"...네 마음대로 하면 된다."


 깨우지 않기 위해 자신과는 전혀 다른 부스스한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는다.


"얼마든지 춤을 추겠다. 그러니까 계속 곁에 있어줘, 그리웠다.

 이제 와서 너를 놓아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



「이노스케에……」


"뭐냐, 몬이치?"


"뭐야가 아니잖아! 임마, 임마!"


 또 이름이 오인된 젠이츠는 이노스케에게 다그치는 기분으로 침대 위에서 짖었다.


"그때! 네즈코의 피를 뿌린 후야! 맘대로 소리 지르는! 그런 거 예정에 없었잖아!?"


 실은 이노스케가 네즈코에게 폭혈을 사용하도록 소리치는 것은 예정에 없었다. 완전히 이노스케의 독단으로, 마음속으로 당황한 젠이츠는 카나오를 호위를 위해 네즈코에게 돌려보내고,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이다! 라고 이노스케와 함께 미끼가 되었던 것이다.


"순간 마음이 맞은 거다! 감사해라!"


"하아아아아,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었어!"


"너 나보다 발 느릴텐데!! 내가 신속히 도망치지 않았으면 너 죽은 거야!!"


"싸우자는거냐!"'


"거기서 거기야..."


 정말로 싸움을 시작할 것 같은 분위기에 당황한 탄지로가 중재에 나선다.


"둘 다 네즈코를 지키려고 해줘서 고마워"


 갑작스런 예의 라고 할까. 어딘가 이상한 탄지로에게 독기가 빠져 둘은 조용해졌다.

 쯧쯧, 하고 욕을 하며 외면해 버린 이노스케는 아무래도 토라져 버린 것 같다.


"미안하다, 탄지로. 그때는 너무 초조했다."


"아니, 나도 무잔을 공격하는 일에 필사적이었으니까. 네즈코가 있다는 것에 놀랐지만, 덕분에 마지막까지 버틴 것 같아."


 상냥한 탄지로의 말에 안심한다. 하지만 주들도 당황했을 것이다.

실제로는 네즈코가 있는 방향과는 정반대인, 게다가 태양이 올라가는 동쪽을 향해 소리쳤다고는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위치를 알리는 그런 짓을 했던 이노스케의 모습에 네즈코가 무잔에게 빼앗기면 끝장이라는 것을 알고 당황했다. 나중에 사과하는 게 좋을까?


"그때 내가 제일 많이 다쳤다고."


 귀가 좋은 젠이츠가 아니면 놓쳐 버릴 정도의 성량으로 이노스케가 중얼거렸다.


"젠이츠와 카나오는 아직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싸울 수 없어,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미끼가 되어 아침해를 빨리 맞히려고 했다. 지주 녀석들도 상당히 한계인 것 같았거든.

탄지로가 자주 하는 것처럼 싸움 전체의 흐름을 읽고, 오니를 이기기 위해서."


 탄지로와 젠이츠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독단이었지만, 확실히 이노스케 나름대로 기둥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생각한 행동이었던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 아무 말 없이 주먹질을 하던 이노스케가, 남과의 힘겨루기에 온 힘을 쏟던 이노스케가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했다.

 뭐지? 부모의 마음이 이런 느낌일까? 아니 형인가? 응석받이 동생이 성장한 기쁨 같은...

 호와호와 호와호와 젠이츠와 탄지로가 부드러워지고 있는데, 이노스케가 번쩍 눈을 뜨고 일어났다.


"안절부절못했다고 빌어먹을!“


"너 때문에 분위기 다 깬다."


"그러게.“



--


"음... 어떤걸로 할까요..."


 오리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무늬가 자락에 장식된 월백색 하오리인지, 나비가 그려진 팥색 하오리인지,

혹은 꽃이 흐드러지게 핀 언덕 문양의 선명한 등나무색 하오리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얼굴을 들어 함께 하오리를 사러 온 기유를 찾지만, 그는 처음 들어간 포목점에서 이슬이 맺힌 잔디 무늬 하오리를 이미 사 버린 터라 멍하니 포목점 밖에서 시노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래서는 어느 것이 좋을지 의견도 들을 수 없다.


 벚꽃 단풍 하오리는 꽃 기모노를 즐겨 입던 언니와 단풍무늬를 입은 자신이 함께 있는 것 같아 호감이 간다.

 나비는 자기 성 때문에 친근감이 강하다.

 선명한 등나무빛은 좋아하는 색이다.


"음……"


 납득할 만한 것을 사고 싶다. 오래 입을 예정이고 앞으로 동생들을 학교에 보내 생활하기 위해서도 낭비할 수 없다.

과분한 봉록은 받았지만 호사를 부릴 정도는 아니고, 인생이란 언제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오늘의 행복이 내일도 계속될지 모른다는 것을 몸소 겪어 알고 있다.


 시노부는 몹시 망설이다가 다시 기유를 보았다.

 순간 시노부의 얼굴에 핏대가 섰다.

 젊은 처녀가 볼을 붉히며 황홀한 모습으로 기유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봐도 구애받고 있다.


'…………'


 무표정한데 곤란한 모습의 기유에게 빨리 나를 핑계 삼아 도망가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는 왜 무시하지 않는 것인지. 상대방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말을 걸기에 말주변이 모자란 것으로는 언제까지나 상대를 비껴나갈 수 없는 것이다.


".......그랬군"


 나도 모르게 야릇한 소리가 나온 것은 젊은 처녀가 기유의 옷소매를 잡아당겼기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야!


"어머, 남편, 귀찮은 사람인데 잡혔네."


 포목점의 초로의 여성이 이상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시노부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안 돼. 안 돼. 감정제어를 못하는 것은 미숙한 자다, 미숙한 자야.


"언니, 오빠를 구해 드려요. 하오리, 아직 못 정했지요?"


 남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여기서 부정하면 얘기가 좀 심해져서 참고 "그럼 그렇게 할게요" 라고 대답하고 포목점을 한 번 나선다.

 그건 그렇고, 왜 나, 이렇게 화내고 있는걸까요.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의심스럽다. 왜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거야?


"저, 카라멜이라는 것이 먹어보고 싶어서, 그 가게라면 팔고 있다고 들어서요. 하지만 장소를 몰라서… 함께 찾아주시겠어요?"


"아니, 난.."


"죄송합니다."


 젊은 처녀에게 말을 걸다. 뒤돌아선 여자는 말을 건 시노부에게 놀란 듯 어깨를 튕겼다.


"그 사람 제 일행인데 무슨 용건이세요?"


"응? 둘, 일행?"


"네에."


 백전연마의 웃는 얼굴로 지은 무언의 압력. 고작 계집애따위는 잠시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젊은 처녀는 주섬주섬 핑계를 대고 떠나갔다.


"...뭐하시는 거에요, 토미오카씨."


"길을 모른다고 해서."


"그야 그렇겠지요."


 "저기, 얼굴이 좋다는 걸 자각할 수는 없나요? 큰 키도 있고, 우즈이 씨만큼은 아니지만, 여성이 끌리는 용모를 하고 있어요. 뭐 그것을 망칠 만한 말주변이 있지만요. 저런 상대는 명확하게 거부를 표시하거나 거짓말이어도 좋으니까 아내가 있다고 말하면 된답니다. 정말 이상한 곳에서 사람이 좋으시네요.."


 한숨과 함께 하고 싶었던 문구를 소리 없이 내뱉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웃거리던 여성이 잡던 옷소매를 이번에는 시노부가 잡아당겼다.


"하오리, 망설이고 있어요. 어떤 게 좋은지 함께 봐 주세요."


 기유를 포목점으로 끌어들여 보았지만 이 재미없는 남자는 무조건 좋은 것만 사면 된다고 할 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시노부는 벚꽃 단풍 하오리를 샀다.


"아까 구했으니 제 짐 좀 들어주세요"


 짐을 기유에게 떠넘기고 그의 옆을 걷기 시작하다.

 거기서 아까의 분노를 생각해 냈다. 왜 저토록 화를 냈을까?

 걸으면서 조금 전의 광경을 회상한다.

 기유 옆에 저 여자가 선다. 지껄이기 시작한다. 소매를 잡아끌려고 한다.

눈썹이 찡그려진다.

 기유 옆에 모르는 여자가 서는 것,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거기 서는 건 네가 아니어야 하는데.


"...응?"


"왜 그러지?"


"아뇨. 아무 일도 아닙니다."


 무심코 새어 버린 목소리에 반응하는 기유에 웃는 얼굴로 가볍게 대답하고, 시노부는 자신의 사고에 몰두한다.

 기유 옆에 선 여자를 상상한다. 아오이, 카나오, 나호 키요 스미... 기다려 기다려, 동생들을 상상하면 어떡하지? 그럼 그냥 남매...

 남매?


"...응?"


"...야, 아까부터 왜 그러지."


"아뇨, 새 약에 대해 생각 중이에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의아한 기유를 피한다.

 남매가 뭐야. 그 애들 언니는 나, 기유씨는.......

 어라?

 보호자가 아니다. 아니 뭐 법률적으로는 그 집에서 유일하게 이십 세를 넘어섰다. 그가 보호자일지도 모르지만, 동생들의 보호자는 언니인 자신이라고 자부한다. 그렇다고 오빠? 아오이가 더 확실한 것 같아.


 아니, 오빠가 맞는 것일까. 여동생들은 의외로 기유를 잘 따르고 있어 오빠처럼 생각할지도 모른다. 피로 이어진 친족을 잃은 이들은 기유를 오빠처럼 따르기에 함께 살고 싶다고 했는지도.


 오빠.


 그럼 나에게 이 사람은 무엇일까?

 틀려도 오빠는 아니야. 언니 카나에는 시노부에게 있어서 완벽한 자매였다. 이런 무뚝뚝한 남자가 오빠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있어서 기유 씨가 옆에 없다는 건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어.


 쌀을 사러 갈 생각을 한다. 이런 무거운 물건, 여성에게 들게 하지 말아 주세요, 라고 웃으며 기유 씨를 밀어붙여 들게 한다.

 차를 끓인다. 여동생들과 함께 기유의 몫도. 차 마시는 것도 마찬가지.

 동생들과 절에 간다. 누이동생들이 떠드는 것을 한 발짝 물러선 곳에서 기유와 바라본다.


 세탁물도 남자가 섞이는 것을 상상할 수 있고, 식사도 기유가 없는 식탁 같은 것은 생각할 수 없고, 밤에 잘 때는 잘 자라고 말하고, 아침은 '좋은 아침'과 말을 나눈다. 일상 어디에나 옆에 기유가 있다.

 오빠는 아니지만, 시노부에게 있어서도 여동생들에게 있어서도 이미 기유는 가족이다.


 소중한 가족

 모든 게 끝났다고 어디 가려고 했던 매정한 남자라도 이젠 가족이다. 그래서 더욱 시노부에게 붙들려고 같이 살자고 강요했다.

 하지만 그것에 구속력은 없다. 강에 떨어진 꽃잎은 물살을 타고 바다까지 나가 버리듯이, 이 남자도 언젠가 어디론가 훌쩍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강물이 꽃잎을 놓치지 않도록 좀 더 구속력 있게 이 박념인을 묶어두려면.

 아, 쉽지 않구나.


 어차피 이 남자는 평화로워져도 결혼 따위는 하지 않을거야. 수명이 짧을 수도 있고, 남편을 먼저 여의고 불행한 여자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절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시노부도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니가 된 몸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몰라. 일찍 죽을 수도, 아이를 갖지 못할 수도, 남보다 오래 살 수도 있다. 모른다. 모르니까 사정을 모르는 인간을 말려들게 할 수는 없다.

 그런 시노부이기 때문에 더욱 사용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

 시노부는 빙긋이 웃으며 기유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토미오카씨, 내기를 하시지 않겠습니까?




--

오늘은 학교에서 화제라는 소녀가극단을 관람하고 싶다고 세 소녀들이 드물게 부탁해 다 같이 극장까지 나와 있었다.


 두근두근. "화제의 스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세 명은 침착을 잃었다.

시노부와 카나오, 아오이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 것 같지만, 떠들어대는 세 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자를 넘기고 있다.


 그런 6명의 옆에 기유가 있다. 앞으로 몇 달 후면 카나오가 제자에게 시집을 가버릴 예정이므로 이렇게 모여 외출하는 것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반년 남았어요."


"...츠유리를 본받아서 얼른 시집가라."


 느닷없이 내뱉은 한마디에 진절머리를 내며 대답한 것은 앞으로 반년 정도 후면 자신이 스물 다섯 살이 되어 약속 기한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완고한 여자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숙녀 같은 미소와 몸짓이지만 기실은 남에게 매달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며 고집불통이다. 게다가 웃는 얼굴로 화를 잘 낸다.

 그녀의 겉모습밖에 모르는 사람들은 그 고집불통하고 가혹한 내면을 알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니, 이 여자라면 가혹한 내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겠는가.

 마음속으로만 한숨을 쉰다.


 정말로 그러한 가혹한 부분을 맞선이나 구혼을 거절당해 기유에게 불평하러 온 남자들에게 참견해서 모두 보여 주고 싶다.

게다가 주와 같은 힘을 가진 그녀는 웬만한 남자보다 훨씬 강하다.


 얼마 전에도 거만해 보이는 남자가 기유에게 불평을 쏟아냈다.


 말하길, 그와 같이 아름답고 상냥하고 정숙하고 얌전한,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여성은 또 없다. 모처럼 이상적인 여성을 만났는데 구혼을 거절당했다.

나는 제국대에 들어가 법학을 배웠지. 그녀에게 고생은 지우지도 않고 손에 물 하나도 묻게 하지 않을 수 있다.

보석도 네 놈보다 더 줄 수 있다. 원래 여자는 집에 있어야 하는 법인데 그녀를 일하게 하다니 부끄럽지 않은가?


 기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반박했다.

 너는 쿄쵸의 겉면밖에 모르지? 아이처럼 지기 싫어하고 고집불통인 면을 모를거야. 게다가 그녀가 찔러대는 것을 보고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애당초 같이 살도록 강요한 곳은 저쪽이다. 기유도 밭을 갈고 약초를 길러 백수가 아니며, 시노부 이외의 약방에서도 약초를 도매한다.


 게다가, 모처럼 자유로워졌는데 기유의 곁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는 것은 시노부 쪽이다. 3년만 있으면 분명 누군가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반년이면 약속의 3년이다. 슬슬 각오를 해야할지도 모른다.


"카나오를 배우라고 해도 전 누군가를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답니다."


'……………'


"마음대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


 말해 두지만 기유는 시노부에게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시노부를 평가하듯 평소에는 말씨, 마음씨, 몸가짐, 머리 좋고 미모도 대단하다.

'명가에 시집가게 되었습니다,' 라고 들으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는 재색을 겸비했다.

오니에게 가족을 살해당하는 비극만 없었다면 제국대에라도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기유는 그녀가 머무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기유를 욕하러 온 남자들이나 참견하는 사람들이 말했듯이, 그것이 시노부의 행복인지 어떤지는 접어두고, 일하지 않고 원하는 만큼 차려입는 인생도 살 수 있을 텐데.

 동시에 시노부는 차려입고 인형처럼 대우받는 삶은 결코 좋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녀는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을 행복으로 생각하는 기질이며, 그러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연극이 시작되었다. 서양의 동화인지 오페라 같지만 내용은 하치카즈키 공주 같다고 세 소녀들이 가르쳐 주었다.

 한참 보고있었는데 전혀 흥미가 없어서 졸리다. 이럴 바에야 밭일이나 하고 있을 걸 그랬다.

 무의식중에 나온 하품을 꼭꼭 씹어 죽였다.



--


연극이 끝나고, 혼잡한 사람들 사이를 걷는다.

 재미있었다며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말하는 세 소녀들, 그것을 지켜보는 언니 세 명,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기유는 그들의 한 걸음 뒤를 걷는다.

 거기에 낮부터 술에 취한 집단이 비틀비틀 걸어와 선두를 걷는 소녀들을 들이받았다.

 작은 비명을 지르며 나뒹구는 아이들에게 곧장 시노부와 아오이가 달려온다.

주정뱅이들은 천박한 웃음을 터뜨리며, 가볍게 '내가 잘못했지만, 느그도 잘못했잖아' 등을 말한다.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는 곳은 어느 쪽입니까! 스미는 확실히 앞으로 향해 걷고 있었어요! 부딪혀 온 것은 그쪽이겠죠!?"


 기가 센 칸자키가 술주정뱅이를 덥석 잡았다. 일어선 칸자키에 취객이 몰려들어 위기감을 느낀 카나오와 시노부도 일어서 칸자키의 옆에 선다.

 하지만, 그런 화난 칸자키나 시노부를 보아도 취객들은 그녀들이 그닥 무섭지 않은 것 같다.


"위세 좋은 언니로구나"


"허허. 그런 마음이 강하면 시집갈 사람이 없어."


"그렇지. 여자는 남자가 하는 말을 들어야 하잖아."


 주정뱅이들은 여자를 업신여기는 것 같다. 그 증거로 한 남자가 이상한 움직임을 보였다.

 과연 간과할 수 없다. 기유는 시노부들과 사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괘씸한 움직임을 한 사나이의 팔을 잡아 비틀었다.


"부끄러움을 알아라."


"이...!"


 남자가 신음했기 때문에 일단 팔을 풀어준다. 꺾을 생각은 역시 없다.


"니..네놈!!"


"무슨 짓이야!?"


이 자들의 일행이다. 쿄쵸, 칸자키들과 떨어져라."


 시노부에게 지시해 등뒤에 감싸고 있던 그들을 물러나게 한다. 카나오, 칸자키가 각각 삼자매를 감싸는 동작을 보이고, 시노부가 다시 여동생들을 감싸듯이 전면에 서는 것을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확인했다.


"딸?"


"야, 느이. 잘난 놈 같지만, 내가 만만해 보이노? 내 좀 친다!"


 화가 난 남자 중 한 명이 기유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단련된 기유의 체간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 주정뱅이의 무술 솜씨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호흡의 검사에다 주였던 기유에게는 멱살을 잡은 팔을 거꾸로 잡고 다리후리기를 걸어 남자를 넘어뜨리는 게 무슨 대수인가.


 벌렁 자빠진 남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지 눈을 깜박거리다가 대들다가 간단히 넘어진 것이 화가 났는지 벌떡 일어나더니 덤벼들었다.

 그걸 피해 주먹을 배에 집어넣으니 주정뱅이는 쉽게 무너지고, 그가 너무 쉽게 패해 동료 취객들도 전의를 상실한 모양이었다.

흐트러진 기모노를 고쳐 입는 기유에게 두고 보라는 이야기 속에서나 듣던 억지를 남기고 취객들은 떠난다.


"괜찮나?"


"네, 고맙습니다."


 예를 표하는 시노부에게 세 소녀들이 무서웠다며 교대로 매달린다.

 잠시 후 침착한 아이들과 집으로 향하자 시노부가 기유의 곁으로 다가왔다.


"아까 감싸주셔서 감사합니다."


"별일 아니야."


 아까는 술 취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술 취한 사람 하나가 시노부의 둔부에 손을 뻗었기 때문에 기유는 팔을 비틀어 올렸던 것이다.

시노부가 견디거나 손을 털어 버리는 등 대처할 수 있던 것은 틀림없지만, 드물게 화가 나서 간과할 수 없었다.


'………'


 아니, 화난 이유라면 안다. 저런 주정뱅이들, 일부러 기유가 중간에 끼어들지 않아도 시노부 혼자서도 알아서 할 수 있었다.

츠유리도 있다. 칸자키도 수행은 했으니까 일반인에게 간단하게는 지지 않는다.


 일부러 기유가 끼어들지 않아도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방관할까 생각했다.

말주변이 좋은 그녀들이라면 싸움이 되지 않도록 지휘할 수 있었는데 말주변이 없는 기유가 끼어들어 사태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노부에 손을 댈 뻔한 순간에 끼어드는 선택을 했다.


 ---사실은 훨씬 전부터 눈치채고 있다.


 여동생들의 부름을 받아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기 시작한 시노부를 바라본다.

 시노부에게 『3년』이라고 말하던 날,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생각했다.


 오가는 사람을 보고 어색했던 것도 있지만, 그래도 그런 약속을 할 필요는 없었다. 까불지 말라고 무시할걸 그랬나.

 그런데도 3년이라고 말해 버렸다.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생각하겠다고 약속해버렸다.


 결국 기유라도 떠나기 어려운 것이다. 계속 옆에 있던 미소가, 앞으로도 곁에 있으면 좋겠다고 마음 한구석에선가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도 잘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약속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겨우 자유로워진 그녀가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바라는 것도 정말이고, 내가 손을 놓을 수 없게 되기 전에 누군가와 행복해지길 바랬다.


기유에게는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다.그래서 혼자 어딘가에 가려고 했는데, 설마 자유로워진 시노부에게 함께 계속 살자고 강요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3년은 시노부에게의 유예 기간이다.


'…………'


 앞으로 반년. 반년이 지나면, 자신의 주위를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나비를 팔 바구니에 가두어 버리자.

 그런 생각이 스치는 자신을 자조한다.

 언제부터일까. 옆에 있는 그녀가 좋다고 생각하기 시작한건. 이제 진짜 손에서 놓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남은 반년. 그녀가 반해 버릴 남자가 나타나지 않기를. 자신이 살아있듯이. 행동할 용기도 없으면서 어리석은 소원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어서 빨리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 자신의 곁을 떠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사실로, 기유 속에서 이율배반의 상태가 되어 버리고 있었다.


"......반년 후 어떻게 될까"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것은 빨갛게 물들기 시작한 하늘뿐이었다.


--

"이제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 너는"


 기유의 소감이었다.



 약속한 3년, 기유가 25세가 되어 시노부와 결혼하게 되었을 때, 기유는 할 이야기가 있다고 아내 예정자에게 들었다.


"일단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요."


"뭐지?"


 난처한 듯 미소를 지으며 시노부는 자주 눈을 흘겼다.


"제가 먹은 사람에게 돌아가는 약은 즉효성을 높여 안전성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3년 전의 이야기가 되어 내심 고개를 기울인다.


"사람으로 돌아간 것이니 좋았던 것이지 않았겠나?"


 고양이 같은 세로로 긴 동공도 뾰족한 긴 발톱도 없어져 보통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유에게 신부는 역시 난처한 듯한 미소를 띤 채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일 수도 있어요."


"음?"


"수명이 단축됐을지도 모릅니다. 거꾸로 남보다 오래 살지도 모릅니다. 겉보기에는 나이가 들지 않을 수도 있어요.

반대로 급격하게 늙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니의 몸이었던 부작용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몰라요.……그래도"


 언제나 부드러운 빛을 담고 있는 눈동자가 조그맣게 흔들렸다.


"...옆에 있어주시겠어요?"


 "이제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 너는"


 기유의 소감이었다.

 기유는 팔짱을 꼈다.


"쿄쵸는 뜻밖에도 바보로군."


"...네?"


 빠직, 하고 핏대가 이마에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화낼 기운은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올 것 같다. 아까는 길을 잃은 아이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자녀는 선물일까. 아이 없는 부부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뭐 그렇습니다만, 그것과 이것과는 이야기가 다른 것 같은데요?"


"아이를 가질 수 있는지 없는지는 하느님만이 알 일이다. 병약해도 가질 수 있고, 아무리 건강해도 가질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그저 그정도의 이야기일 것이다. 시노부는 그 사정이 조금 특수한 것만으로, 확률적으로는 보통 여성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를 갖고 싶다고 부부가 되는 건 아니야. 언제까지 젊어 보이든, 급격히 늙는다고 해서 너의 청순한 영혼이 변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으응!?"


"수명도 언제 죽을지 모르기는 피차 마찬가지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잠깐만요"


 마주앉아 있던 시노부가 돌아섰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미숙아다," 라고 들었던 것 같다.

 휙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는 약간 뺨이 붉었던 것 같았는데 뭔가 화나게 했을까.


"이걸 진지하게 고민하던 제가 바보였습니다. 그렇죠, 기유 씨가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잘못했어요."


"무슨 소리지?"


"당신은 놀랄 만큼 사람이 좋다는 거예요. 그랬습니다. 기유씨는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사람이 좋고 얼빠진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흥! 하고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붉히면서 시노부가 화를 낸다.

 자식같이 시무룩한 아내 예정자에게 기유는 잠시 입을 뗐다.

 이런 식으로 어린아이같이 순수한 모습을 알고 있는 것은 지금 현재 어느 정도의 사람이 있을까.

이 집의 소녀들 앞에서는 완벽한 언니 노릇을 하고 있고, 탄지로들에게는 연상으로서의 위엄을 보이고 있고,

교메이쪽에게도 어린애 취급당하지 않으려고 숙녀답게 행동하고 있다.아마 지금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기유의 앞뿐일 것이다.


 그것에 아주 약간 우월감이 있었다.

 아 맞다. 사람이 좋다는 말을 사사건건 들으니까 착각하지 않도록 말해 두자.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싫어하지 않는 여자를 시집보낼 만큼 사람이 좋지는 않아."


"응?"


 그 때, "저녁 준비 됐어요!" 라고 칸자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났다. 아까부터 입맛을 돋우는 냄새가 풍겨 배가 고프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저녁을 먹으려고 기유는 일어섰다.


-


 기유가 나가고 나서, 활활 뜨거운 뺨을 양손으로 누르고 시노부는 몸을 웅크렸다.


하, 반칙!


 말주변이 없는 말을 지금까지 실컷 나쁘게 말해 왔지만, 앞서 한 말은 철회입니다. 기유 씨는 말주변이 없는 채로 좋아요.

심장이 멎을 뻔했다.


 뭐야 저거 무서워. 그렇게 솔직하게 호의를 표현할 수 있었던가, 저 사람. 못된 혈귀술에라도 걸린건가요?


"...으,으,"


 아아, 이제 인정합니다! 인정합니다! 좋아합니다. 나는! 저.. 무뚝뚝한 남자가!


"평생의 불찰입니다……!"


 단순한 가족애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한 사람의 남성으로서…….


"으으 감정제어를 못하는건 미숙해요 미숙해요.."


 몸부림치고 싶은 것을 이성으로 억누르고, 시노부는 다다미를 주먹으로 쳤다.



--


이전부터 기유는 여성이 말을 거는 일이 많다.

시노부는 "당신, 가부키 배우처럼 잘 생겼어요. 자유 연애도 인기가 있는 세상이고, 얼굴이 좋으니까 많은 여성이 말을 걸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지만 지금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좋은 얼굴이나 이야기꾼이라면 우즈이가 있고, 남자로서의 의기라면 사비토나 사네미일 것이다. 이구로도 애처가여서 상냥하고. 자유연애는 잘 모르겠는데.

 시노부에게 물으면 좀더 명확한 대답이 되돌아오겠지만, 이 남자는 말주변이 없어서 삼켜버렸기 때문에, 아직도 자신의 외모에도 자유 연애에도 무관심하다.

 오늘도 친분이 있는 약국이 부탁한 약초를 갖다 주고 홀가분해진 길에 상가를 거닐던 기유는 젊은 여자의 말을 받았다.


그래서 말인데, 그 가게 쿠키가 일품이라는 소문이 나서.


"쿠키"


 장황한 딸의 이야기에 진저리가 났는데도 그 단어에 나도 모르게 반응한 것은 처제들이 먹어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머! 관심 있으세요?"


"그렇군. "


 양과자는 낯설지만 처제들이 먹고 싶어해서 다소 흥미롭다.

 거기를 입 밖에 내면 되는데도 내지 않기 때문에 착각되는 것을 언제까지나 배우지 않는 것이 기유였다.


"그럼 같이 가요!"


 고개를 끄덕이고 여자의 안내(라고 기유는 생각하고 있다)되어 목적의 양과자점으로 향한다.


"여기요!"


 가게 안에는 익숙지 않은 달콤한 냄새가 가득했다. 상품 진열대에는 낯선 과자가 늘어서 있다. 여우빛 동그란 물건, 누룽지색 덩어리, 연갈색 네모난 물건... 그리고 이건... 아아, 이건 역시 알고 있네. 카스테라다.

 쿠키라고 적힌 연갈색 과자를 보고 가격에 놀랐다. 비싸다. 살 수 없는 가격은 아니지만 양을 사려면 경단이나 만주가 더 좋을까?

 아니, 이것으로 사 가지고 돌아가지 않으면 시노부에게 비아냥거림을 들을지도 모른다. 시노부도 서양 과자를 먹는 것은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조금은 기뻐해 줄 것이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유와 볼을 물들이고 황홀하게 그것을 바라보는 여자, 옆에서 보면 사랑하는 남녀나 신혼부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점원도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부인께요?"


"어머, 부인이라니."


"맞아. "


 갑자기 여자의 표정이 곤혹스럽게 굳어진다. 그것도 모르고 점원과 기유는 대화를 계속했다.


"어머나, 사랑받네요"


"남들과 비슷하게."


"어머 어머 어머! 멋지네요. 무엇 때문에 망설이고 계신 거예요?"


"쿠키. 하지만 비싸다"


"죄송해요.저희 과자는 제대로 된 재료를 구해서 드시니까, 그 만큼 가격이 어떻게 되든…하지만 맛은 보장해요!"


"그럼 이 쿠키를"


"초콜릿도 드시겠어요?요즘 같으면 녹지도 않고요."


"초콜릿……"


"사모님도 부탁해 보는 게 어때요?"


 장사에 강한 점원이 여자를 돌아보며 상냥하게 말하는데, 여자의 얼굴이 움찔하는 것을 보고 눈을 깜빡였다.

 동시에 기유가 그 모습을 알아채고 점원의 착각을 바로잡지 않으면 이 처녀가 불쌍하다고 천연을 작렬시켰다.


"아내는 일하는 중이다. 이 자는 여기까지만 안내해 준 다른 사람이다."


"어?...어머나...어머나...저어...저어...저어...저어,그런가요..."


 그 대단한 점원도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한다. 부들부들 떠는 여자를 모른 채 기유는 여느 때처럼 한가롭게 주문을 추가했다.


"그렇다면 초콜릿도 하나."


-


 입안에서 달콤하게 녹는 초콜릿을 즐기면서, 시노부는 여동생들과 달콤한 서양과자를 입에 가져갔다.


"맛있어요!"


"응! 쿠키도 초콜릿도 맛있어"


"저는 쿠키를 잘 못 먹어요. 뭔가 오싹오싹해."


"스미야, 홍차 마실래?"


 동생들과 왁자지껄하게 양과자를 즐기며 쿠키도 조금 먹고 홍차도 다 마신 기유가 얼른 과자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신문을 펼쳐드는 것을 본 시노부는 초콜릿을 하나 집어 기유 곁으로 다가갔다.


"기유씨"


"뭐지읍읍"


 돌아본 기유의 입에 초콜릿을 집어넣는다.

 눈썹이 쏠리고 항의의 시선이 보내지지만, 장난이 성공한 시노부는 웃는 얼굴로 기유 옆에 앉았다. 말없이 홍차의 추가를 재촉당했기 때문에 기유의 컵에 더 따라 준다.


"후후, 맛있는 과자를 갖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초콜릿은 너무 달다."


"그런데 알아요? 초콜릿은 미약이에요?"


 단맛을 홍차로 중화하고 있던 기유가 성대하게 목이 메었다. 작은 소리로 속삭였기 때문에 여동생들은 듣지 못했지만, 갑자기 사레가 들린 기유에 놀란 모습으로 돌아본 여동생들을 "별 거 아니에요" 라고 웃어주었습니다. 여동생들은 기유를 힐끔 쳐다보고 다시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콜록콜록…"


"참고로 이것은 아이도 먹을 수 있는 과자이기 때문에 문제 없습니다만"


"오기가, 악 게헛."


 아직도 고통스럽게 기침을 하는 기유의 등을 어루만지며, 시노부 씨는 웃음을 얼버무리려고 입을 가린다.


"그렇게 당황할 줄은 몰랐어요"


"너는 상관 없지만 애들한테 이상한 거 먹인 줄 알았다."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나요?"


"너는 내성이 생겼어."


"그럼 아오이는?"


"칸자키는 아직 손대지 않았다."


 기침이 겨우 나은 기유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잘 보고 계시네요"


 웃으며 시노부는 일어섰다. 정말 자주 보는 사람이야. 자신의 비호 아래, 지키는 대상이라고 인식하는 카나오와는 다른 의미로 잘 보고 있다.


"녹차 필요하세요? 홍차보다 녹차를 더 좋아하시죠?"


"그래."


 짤막한 대답에 시노부는 차를 끓이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작가코멘트: 이 시절 초콜릿의 효과는 어떻게 알려졌는지 몰랐기 때문에...어쨌든 과자로 팔렸을 정도면 괜찮다는 건가?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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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2178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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