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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뷰북동의] 대사로 본 덕로의 마지막

ㅇㅇ(121.180) 2021.12.26 22:45:07
조회 1241 추천 36 댓글 13
														
덕로의 마지막 장면들을 덕로 대사 중심으로 남겨 봐

[덕로와 덕임]

1. 시전
(덕로 찐으로 반가운 표정)
오랜만이오 항아님. 일년만에 만났는데 그리 경계하는 몸으로 보지 마시오. 이제 쥐뿔도 없는 몸이요,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지. 항아님과 참 비슷하지 않소?

(덕로 찐으로 신난 표정)
그쪽 소식은 들었소. 출궁당했다지. 참 악수를 두었더군. 감히 대비마마를 끌어들이다니.
그냥 반가워서. 진심으로 전하를 섬겼던 두 사람이 같은 날 버려졌지. 이것도 나름 인연 아니오?

(덕로 다 안다는 듯이 웃음)
항아님은 말이오. 죽음을 각오하고 나선 게 아냐. 한번 머리를 굴려봤겠지. 대비전을 끌어들이면 어찌 될까? 전하께서 날 죽이실까? 설마 그리는 못하시겠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린 다음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나선 거야. 어떻소? 내 말이 틀리오?
항아님은 전하께 늘 특별한 존재였지.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항아님 자신이 더 잘 알고.
허나 그 특별함도 이제는 끝이구려.
시간이 흘렀잖소. 전하께선 내 누이도, 항아님도 전부 다 잊으셨다오.


2. 덕로의 집
어쩐 일로 내 집엘 다 오셨소? 이 불쌍한 홍덕로를 용서하기로 마음 먹은 게요?

(궁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충격받은 표정의 덕로)
결국 이리 되는군. 항아님은 전하께 다시 돌아가고 난 버려지고.
왜 그런 표정이요? 궁으로 돌아가는 게 싫은가?
저런. 난 다시 돌아가고 싶은데. 배를 가르고 간을 떼는 한이 있더라도.

(덕임: “원빈자가께서 후궁만 되지 않으셨어도 살아계셨을 거라고. 그 말을 한 것을 늘 후회했습니다....그저 운이 지독하게 나빴지요. 사람의 수명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고 사람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자가의 죽음은 절대 나으리의 탓이 아닙니다. 나으리께서 제 동무에게 한 짓은 용서할 수 없지만 이 말만은 드리고 싶었습니다.”)
(덕로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해진다)

(덕로 얼빠진 얼굴에 짐짓 신나는 말투로)
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 진심이오? 내가 그리 해줄 수 있는데. 나와 함께 떠나면 되오. 떠납시다. 항아님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데려다 줄 수 있소. 금강산을 구경갈까. 배를 타고 탐라에 가도 좋고, 어디든 자유롭게 마음 내키는 대로 갈 수 있어. 어떻소, 구미가 당기지 않소? 전하께서도 해주실 수 없는 일인데.

(덕임: 희롱하지 마십시오)

(덕로 웃음을 거두고)
예전부터 항아님을 보면 늘 화가 났지. 마음 한편으로는 그 이유를 알아, 더욱 화가 났고.
출궁당한 항아님을 봤을 땐 처음으로 화가 나지 않더군.

(덕임: 저만 나으리를 따라가면 고통을 다 잊을 수 있습니까?)

(덕로 건조한 표정으로)
설마 그럴 리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니오? 난 모든 것을 잃었어. 죽을 때까지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지. 항아님은 그저 딱 내가 죽지 않을 정도, 간신히 숨 쉴 수 있을 정도, 그 정도 위안을 줄 뿐이야. 전하께서도 가지시지 못한 것을 내가 가졌다는 알량한 위안 정도야 받을 수 있겠지.
그러니 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걸랑, 기억하시오. 나를 죽인 것은 항아님이라오.

(덕임: 왜 이상한 농을 하십니까?)

(덕로 밝게 미소 짓는다)


----------------
덕로는 덕임을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산이 자신을 내쳤을 때, 같이 공을 세워도 덕임만 감싸는 것 같았을 때, 덕임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야망이 있고 그 야망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여우짓”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라고 애써 평가했다. “한번 머리를 굴려 봤겠지. 전하께서 설마 나를 내치실까? 전하께 나는 특별한 존재다.” 이것은 늘 덕로가 스스로 했던 생각이었다. 자신이 그토록 미워하고 질투했던 덕임 역시 같은 수를 쓰다 같은 처지가 된 것에 덕로는 조금 안심했다. “재빠르게 머리를 굴린 다음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나선 거야. 악수를 뒀어” 그것은 과거의 자신의 행동을 곱씹으며 늘 자기 스스로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덕로는 자기와 마찬가지였던 덕임이 궁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덕임의 다음 말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자신이 굳게 믿고 있던 덕임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저주와도 같은 덕임의 “당신 때문에 당신 동생이 죽었어”라는 말에 괴로워했지만 한편으로는 덕임이 자신과 같은 부류일 것이라는 생각에 안심하기도 했었다. 그 말로 덕임은 마음껏 미워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덕임은 덕로의 잘못된 행동과 자신의 실언을 구분하고 실언에 대해서는 바로잡고 사과한다. 원수와도 같은 일을 저질렀던 그에게도. 늘 바깥에서 이 모든 괴로움의 원인을 찾으려 했던 덕로는 충격에 빠진다. 또 자신과 같은 부류가 아닌 그녀를 멍하게 바라본다.

궁에 돌아가려는 덕임을 가로막아 본다. 그녀를 잡아두면 왕의 마음에 생채기를 낼 수 있다거나 그녀만 왕에게 돌아가도록 내버려두기 싫은 마음도 분명히 있었지만, 덕로는 그가 믿어온 현실을 부정하고 싶기도 하다. 왕이 자신을 제치고 곁에 두려했던 저 여인이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진정한 마음으로 전하를 위해 뛰었던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그 옛날 생각시 시절부터 지금까지 덕임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제 덕로는 왕을 정말로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이런 이별을 일깨워준 덕임은 여전히 야속하지만, 덕로는 왠지 처음으로 환하게 웃는다.



[덕로와 이산]

3. 덕로의 마지막 편지

“전하,
이 글은 신이 전하께 올리는 마지막 진심이 될 것이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돌이키고 또 돌이켜 보았고, 마침내 깨달았나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전하께서 어린 세손이시고 신이 어린 배동이었던 시절을 기억하시옵니까? 신은 처음부터 전하를 속였나이다. 금서를 찢어 전하를 위기에서 구한 사람은 신이 아니었습니다. 전하를 구한 이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작고 하찮은 어린 생각시였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신은 그 생각시의 존재를 잊고 살았나이다. 전하를 구해 드린 사람은 바로 저라고, 그러니 전하의 믿음과 신뢰를 받아 마땅하다고, 그리 믿고 살았나이다.
그러나 하늘은 모든 거짓을 지켜보는 법이지요. 그 생각시는 분명 지금도 그 금서에서 찢어낸 책장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신은 왠지 그 어린 생각시가 누구였는지 알 것만 같사옵니다.
신은 이제 신의 누이를 지켜주러 떠나옵니다. 불충한 신이 마지막으로 고하오니 부디 전하께서도 자신의 진심을 속이지 마옵소서,”


4. 이산의 제문

“그는 홍씨였으며 이름은 국영, 자는 덕로이다. 과인의 신하였고 가족이었으며 유일한 벗이었다. 고독하고 외로웠던 동궁에서 그는 늘 내곁을 지켰다. 나는 과연 그에게 최선을 다했던가? 그를 죽인 것은 결국 내가 아닌가?”


-------------
이산은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 볼 줄 알았다. 자꾸만 목적을 위해서는 사람의 목숨마저 수단으로 말하는 덕로에게, 그래서는 안된다, 내 뜻은 그렇지 않다, 타이르고 화내고 또 기다렸다. 아주 어릴 적부터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사랑했던 벗이자 가족이자 신하였기 때문이다.





-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덕로가 자꾸 생각나.
그냥 어제 회차 전까지는 “소시오패스 나쁜놈인데 산이가 자기 정체 다 아는 것도 모르는 눈치는 없는 놈” 이렇게만 봤었거든. 하지만 산에게도 덕로에게도 그게 다는 아니었네.
이쒸.. 나 우물가에서 울고 있어도 못 본 척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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