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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산의 손을 잡은 덕임, 그 선택의 무게모바일에서 작성

스노우(110.70) 2022.01.23 18:55:40
조회 6682 추천 285 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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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임아 전하께선 분명 오실거야.'


과연 그럴까.
동무들과 헤어지고 해가 다 지도록
궁궐 여기저기를 배회하다 별당으로 돌아오는 길.
새삼 덕임의 시선에 수십년을 살던 궁이 낯설어.
머리를 올린 저를 보고 먼발치에서 수근수근거리는 나인들과
나이 지긋한 상궁들마저 덕임을 곁눈질하며 지나치지.
익숙하지만 낯설어진 이곳에서 어찌 살아가야할까 고민하며
저녁 이슬을 밟고 쓸쓸히 홀로 걸었을거야.


궁녀로서 자긍심있게 살아오던 덕임인데
이젠 할 수 있는 일도 해야할 일도 아무것도 없어.
그 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이라는 말에 흔들려
결국 제 손으로 지금까지의 삶을 버리고 산을 선택했어.
고작 하룻밤으로 내쳐져 평생 뒷방에서 하릴없이 사는 궁녀로
남게되는 최악의 상황을 기꺼이 각오하고서
덕임은 그날 산의 손을 스스로 잡은거야.
제 선택이었고 제 의지였으니 그밤을 후회하지 않아.

그날밤 산이 제게 보여준 눈빛과 마음과 손길 그 어느하나
진심이 아닌 것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는 자신을 절절히 사모하는 사내이기전에
이 나라의 임금이었으므로 어쩌면 후회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
그래서 산이 진심과 달리 그 밤을 후회하여 이대로
계속 저를 모른척 버려둔다하여도
그조차 제 선택의 결과이니 묵묵히 견뎌냈을 덕임이야.

다만 저를 향해 달콤하게 평화로이 웃어보이던 모습이
아른거려서 보고싶은 마음을 애써 다독였겠지.


어느덧 해가지고 어둑한 밤 힘없이 별당의 문을 열었을때
덕임이 마주한 건 환하게 밝혀진 내부와
안절부절 못하는 서상궁의 모습이야.
순간 다행스러운 마음과 안심하는 동시에 더불어
왠지모를 섭섭함과 서운함이 물밀듯이 몰려와.
밉지않게 흘기며 제옷을 탁탁 털어주는 서상궁 손길에
괜스레 어린생각시마냥 투정부리듯 툴툴대고.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듯
머리올린 덕임을 다정하고 온화하게 바라보는 산의 시선과
어딜 다녀오느냐 나직하게 묻는 따뜻한 음성에
더 초라하고 새침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오늘은 어찌 오신것이냐 묻고는
이곳은 전하의 별당이니 얼마든지 오실수있다 대답해.
어쩐지 조금은 삐딱선을 타는 덕임의 말투에 산은 정공법을 택하지.


"이곳은 이제 너의 처소다. 나는 너를 보러 온것이고."


그 말에서야 덕임이 멈칫하고 산을 제대로 바라봐.

실은 너무나 보고싶었던 얼굴이야.
다신 자신을 찾지않아도 원망하지 않았을테지만
그냥 그저 너무 보고싶었어.
자신을 소중히 안아주던 그 따뜻한 온기와
평화로이 아이처럼 웃던 그 미소가 눈에 아른거렸어.


"왜 그리 보느냐."
"그냥.. 보았습니다."



덕임의 그 따스하고 아련하게 바라보는 눈빛에
담담한척하던 산의 여유가 어느새 사라지고
덕임을 끌어와 안고서는 오늘도 싫다할것이냐 나직히 묻지.
지난 열흘이 그에게도 쉬운 시간이 아니었음을 짐작한 덕임이
살풋 웃으며 싫으면 놓아주시겠느냐 받아치지만
미세하게 굳은 얼굴과 조금은 다급한 입맞춤 끝에
덕임은 확신했을거야.


후회하여 찾지않은 것이 아니구나.
실은 기다리는 저보다 오지못하여 애타는 시간을 보냈구나하고.
그래서 처음으로 먼저 마음을 조심스럽게 내비쳐.
후회하여 오시지않는다 생각했다고.
그리고 사실은 너무나 보고싶었다고.


보고싶었다는 그 한마디에 아이처럼 기뻐하는 그를 보며
그의 곁에 머물러 있어도 결코 온전하게 제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에 사무쳤겠지.


아련하게 흔들리는 덕임이의 시선을 또다시 제게서 도망치고
싶어한다 생각한 산이 품에 꼭 끌어안고 놔주지않겠다했지만.


실은 덕임인 달아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독점하고 욕심내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누른 것임을
아마 그때의 산은 꿈에도 몰랐을거야.


작은 것들이라도 선택하는 삶을 살고 싶었고,
온전히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갖지않겠다 했던,
덕임이의 마지막 선택은 아이러니하게도 산이었어.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고
그 어느하나 온전히 가질수 없는 삶을 선택한거야.
단지 그를 다시 안보고는 살수가 없어서.
그를 보고싶어하는 마음을 견딜 자신이 없어서.
고작 그 마음 하나로 덕임인 가진 것을 다 내려놨어.


어느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고 알려하지 않았으나
이 나라의 임금이고 지존이었던 산이
평생토록 알고싶어했고 바라고 얻고자 했던 덕임이의 마음은
그날 그 선택으로 이미 정해져있었지.


그래도 이 밤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 선택으로 인해 앞으로의 삶이 막막하지만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산을 보며 설레고
조금은 그에게 제 진심을 비추는 그밤.
덕임이가 그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고 온전히 행복했었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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