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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나루(+보루사라다)사라다도 탈주 3

99(199.59) 2017.06.18 13:52:46
조회 6277 추천 14 댓글 2



네가 품고자 했던 건 나의 차가움이었고

내가 사랑한 건 너의 그 뜨거움이었다.


한없이 원하면서도 차마 내가 데일까봐 다가가지 못했던 너의 그 뜨거움을 난,

사랑했다.













# 08


뚝. 나루토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사스케는 솔직히 말해 당황했다. 그것도 아주.


"너, 가, 갑자기 왜..."

"이 개자식아!"


돌연 그가 달려들어 사스케를 미친듯이 주먹으로 내리쳤다. 나루토의 눈물이 사스케의 옷깃을 적실 정도로 그의 품을 파고든 나루토가 부르르 떨며 멈춰줄 생각도 없어보이는 저 단단한 주먹으로 연신 사스케를 두드렸다.


"이 나쁜 자식, 이 개자식, 진짜 넌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니깐! 한결같이 차갑고- 사람 진빠지게 만들고- 말은 또 왜 그따구로만 하는지! 진짜 말하는 것만 들으면 패죽여도 시원찮을 거 같은데...!"

"어이,"

"근데 못 놓게 만드는 것까지 다...!"


미친듯이 두근대는 심장과 미친듯이 때려대는 나루토 주먹에 사스케는 일단 육체의 아픔부터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알겠으니까, 말로 해."


나루토의 두 손목을 꽉 움켜쥐자 그가 씩씩거리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슬쩍 보니 입술도 깨물고 있는 거 같은데... 지금 울음 참는 건가. 근데 도대체 왜?


"나루토,"

"부르지 마! 망할 자식, 온갖 상처란 상처는 다 줘놓고 나긋나긋하게 한 번 불러주면 다 풀릴 줄 아나 보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미 주먹에서 힘은 빠지고 있었다. 하 진짜, 하여간 이거 귀여운 짓은 지 혼자 다 하네.


"주먹엔 힘 풀렸는데."

"그냥 좀 넘어가주면 어디가 덧나냐? 하여간 모르는 척이란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지? 어휴- 이딴 놈 내가 진짜 뭐가 그렇게 소중하다고 죽을둥 살둥 기를 써가며 데려왔는지...!"

"그래서, 후회해?"


사스케의 말에 나루토가 눈을 들었다. 흔들리는 눈동자에 사스케가 담기고, 점점 잠잠해져간다. 한참을 사스케만 보던 나루토는 이내 힘없이 웃으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니."

"그러면서 왜 이렇게 화를 내."


사스케의 손이 나루토의 눈물을 훔쳐내자 그가 움찔거렸다. 하지만 피하지는 않는다.


"울기는 또 왜 울고."

"...넌 나 친구로 안 보잖아."

"뭐?"


들켰나? 순간 철렁한 마음은,


"아직도 내가 용서가 안 돼? 사스케 넌 내가 그렇게... 싫냐니깐."


그 다음 말에 다시 가라앉았다. 하, 이건 또 무슨 착각을 해도 저렇게 했어?


"알아듣기 쉽게 말 좀 하지."

"진짜 내가 너한테 친구였다면 알아챘겠지, 네가 사쿠라랑 결혼한다고 할 때 내가 아무렇지 않게 말한 건 다 괜찮은 '척'일 뿐이라는 거."


도대체 무슨 얘긴지 들어나 보자- 했던 사스케는 의외의 말에 자세를 고쳐 잡았다. 가늘게 떠진 그의 눈이 나루토의 얼굴을 훑었지만 진지한 그의 얼굴에선 그 어디에도 거짓은 보이지 않았다.


"넌 못 알아챘지... 하지만 난 알아챘어, 나한테 사스케 넌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니까."

"그 놈의 친구 소리 좀-"

"사쿠라랑 결혼하겠다 말했을 때 네 눈은 내가 괴로워하길 바라고 있었어."


짜증나는 소리 좀 안 들어보려다 되려 훅을 정통으로 맞아버린 사스케는 아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굳어버렸다. 그걸... 눈치, 챘어?


"...나루토,"

"그 뿐인 줄 알아? 너 마을 밖으로만 돌아다닐 때도 나갈 때마다 안 가면 안 되냐고, 내가 잡을 때마다 매몰차게 거절했던 그 때도 똑같았어, 내가 괴로워하길 바라고 있었지. 그 땐 아예 하나 더 가던데? 나쁜 자식 네가 탈주했을 때 기억을 떠올리길 바라고 있었지 너?"


다 들켰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건지 모르겠지만 너한테 물어봤다간 형식상으로라도 마을로 온 네가 도로 가버릴까봐 말도 못 꺼내고, 그래 내가 참자 하면서 견뎌도 보고. 심지어 넌 내 결혼 때도 싫다고 아주 온 몸으로 표출했잖아."


진짜, 하나도 빠짐없이, 다.


"내가 가족이 생긴다는 게 그렇게 싫었냐고 물어보고 싶었고 평생 난 외톨이여야 되냐고 따지고도 싶었는데... 그래도 못하겠더라, 언제나처럼 우리 관계에서 난 너한테 항상 져주게 돼. 말했다간 언제 네가 또 탈주하겠다고 할 지 모르니 결국 내가 묻어버렸다니깐... 하하, 그런 내 성격까지 알고 다 이용해 먹었지 너?"

"...오해-"

"그래- 당황스러울 만도 해, 너한테 난 언제나 만년 낙제생 천둥벌거숭이니깐. 그래도 그렇지, 10년이 넘었다. 바보 천둥벌거숭이는 천년만년 바보로만 머무를 줄 알았냐니깐? 하여간 너도 참 꾸준해. 큭큭... 진짜 바뀌질 않아 넌..."


자신을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는 나루토는,


"사스케."


정말 다 알아버렸다.


"...어릴 때도, 그리고 지금도. 난 널 이해해보려는 노력이라도 하지 넌 그것조차 하질 않아."


자신에게 있어서 언제나 하늘이었던 나루토의 푸른 눈은 지금 그를 질책하고 있었다. 비수처럼 내려앉는 그 차가운 눈에 사스케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발짝 물러났다. 어쩌면 어릴 시절 심지어 자길 죽이려고도 했었던 사스케에게, 자길 모진 말로 상처내기만 급급했던 사스케에게 한 번도 표출하지 못한 원망을 이제서야 내비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난생 처음으로 바라본 나루토의 푸른 눈은 내심 그에게 한가지를 상기시켰다. 그래, 화창한 하늘만 파란 게 아니지. 차가운 바다 역시 파랗다.


"너한테 우리 관계는 노력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관계였을 테니 당연하겠지."

"..."

"나한테는 항상 노력해야만 하는 관계였고."


순간 어릴 때 일이 떠올라 나루토는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 09



사스케가 자신한테서 도망간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왜냐면 그 때의 사스케에게 나루토라는 존재는 도망가야 된다는 의식도 못할 만큼 작았을 테니까. 그저 자기가 사스케에게 닿지 않는 것이었고 그래서 못 만났던 것이고 그래서 붙잡지 못했던 것이다. 사스케는 본인의 의지대로 갈 뿐이었고 나루토가 그를 따라간 것일 뿐, 도망치고 쫓고의 관계는 성립하지 않았다. 차라리 그랬더라면 오히려 덜 괴로웠을 지도 모르는데.


'나 결혼해.'

'정말? 이야- 사스케 네가 결혼이라니, 진짜 안 어울리다니깐! 누구랑 하는데?'

'사쿠라.'


그 때 나루토가 놀란 건 사스케가 결혼하는 상대가 사쿠라여서가 아니었다. 자긴 사쿠라를 많이 좋아했지만 그렇기에 더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첫사랑은 반짝이는 별이라고 했던가, 나루토에게 사쿠라가 그렇듯 사쿠라에게는 사스케가 그런 존재였다. 사스케를 다시 데리고 오겠다 결심했을 때부터 이미 사쿠라와 잘되겠다는 생각은 접었다. 사쿠라와 둘이만 행복한 것보단 차라리 사스케와 사쿠라가 행복한 걸 지켜보는 게 더 나았다. 나루토에게 사스케는 그런 존재였고, 그런 친구였다.


'...어?'


근데 그런 사스케의 눈에서 제발 속 좀 뒤집어져라- 하는 듯한 눈빛이 보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루토에게.


'...하하하, 잘됐다 축하해! 이제 앞으로 사쿠라랑 둘이서 보면 너한테 혼나는 건가? 조심해야겠는데?'


기뻐한다. 사스케가. 지지리도 감정표현 따위 하지 않던 사스케가, 거의 서로 죽일 것처럼 싸우고 팔 한 쪽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감정을 보였던 그 사스케가, 기뻐한다.


'꼭 그래줬음 좋겠군.'


왜?


'그럼! 당연히 조심할 거라니깐!'

'...내 눈 피해서 둘이 만나겠다는 말로 들리는 건 착각인가?'


너는 내가 괴로웠으면 좋겠어? 왜? 내가 니 여자랑 연관되는 것도 이젠 싫어? 설마 내가 사쿠라짱 좋아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옛날 일이란 거 너도 알잖아. 다 알면서 왜? 도대체 왜? 설마 내가 싫은 거냐니깐? 왜? 마을로 돌아오게 만들어서? 설마 너 아직도 마을을 용서하지 못한 거냐? 그런 곳으로 오게 만든 내가 미워? 네 팔 때문이야? 너한테도 난 소중한 친구라고 얘기했었잖아. 근데 도대체 왜?


'하하하,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니깐! 당연히 아니지, 네 여자랑 연관될 일 없으니 걱정 마.'


수많은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았지만 하지 못했다. 이 말들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잘 알고 있네, 그러니까 이번엔 막지 마.' 이러고서 냉큼 마을을 떠나버릴 것 같은 녀석이라서. 사스케에게 버려진다는 생각 자체만으로도 너무 무서워서 할 수가 없었다. 네 여자랑 연관될 일 없다는 말에 웃음까지 내비치는 널 보며 내가 어떻게 그 말을 할 수가 있었을까. 그래 묻자, 묻으면 되잖아. 그냥 나 혼자만 견디면 되는 일이니까.


그리고 몇 년간 꽤 괜찮았다. 사쿠라랑 결혼한 뒤에는 애도 하나 낳았고 마을에도 꽤 잘 붙어있기에 괜찮은 줄 알았다. 사스케의 환심을 사려 이것저것 핑계로 얼굴도 보고 하니 갈수록 사스케 얼굴은 더 편안해졌다. 머리가 크니 예전처럼 집착만 해대면 부담스러울 지도 모른다는 가히 엄청난 장족의 발전도 이루어서 일부러 마을 녀석들과도 따로 다녀도 보고, 연애도 시작했다. 정말 속된 말로 별 지랄을 다 떨어가며 사스케 심기를 안 거스르려 노력했다. 분위기는 더 편해지는 것 같았다. 근데 그게...


'...친해?'

'어?'


폭풍전야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


'카제카게. 친하냐고.'

'뭐... 친구니깐.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보냐?'

'하도 맨날 찾아오길래. 모래마을은 할 일이 드럽게 없나 보군.'


찡그린 니 표정이 나한텐 시한부 선고나 다름없다는 걸 넌 모를 거다. 그것도 잘 지내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거라면.


'그러고 보니 너, 마을 녀석들하고도 꽤 많이 친해졌던데.'


그리곤 날 슬쩍 흘기는 니 혼잣말을 난 불행하게도 들어버렸다.


'짜증나게...'


쿵. 마치 누군가 바위를 집어던진 것 같았다. 그러니까 방금 사스케가... 짜증난다고 한 건가? 나루토 본인에게 친구가 많이 생겨서?


'치, 친해지긴 무슨. 너에 비할 바겠냐.'

'...나에 비할 바라,'

'당연하지! 나한테 제일 소중한 친구는 너라는 거 알고 있잖아 너도.'

'흠...'

'사, 사스케! 그보다 나 이번에 S급 임무 하나 해서 당분간 휴가 준다던데! 오... 온천! 온천 갈까 생각 중인데... 같이 갈래?'

'온천?'

'어! 온천! 사쿠라랑 사라다도 같...'


아, 또 찡그려진다. 사스케가 갈수록 불편한 티를 더 노골적으로 내서 '사쿠라짱'이란 호칭도' 사쿠라'로 고친 나루토에게 이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었다. 자기 가족이랑은 얽힐 생각도 말라는 거냐. 어?


'이는 좀 무릴 거 같고! 하하, 그, 그냥 우리 둘만... 둘만은 좀 부담스럽나?'

'...뭐, 딱히.'

'하하!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다니깐!'


수많은 질문들이 다시 머릿속을 오갔지만 또 묻었다. 자기 스스로 생각해도 답답했지만... 이게 그의 한계였다. 일부러 싱글생글 웃어가며 있지도 않은 휴가 핑계를 댄 나루토는 그 결과, 자기가 한 말을 지키기 위해 냉큼 S급 임무를 하나 떠맡아 해결하곤 카카시에게 싹싹 빌어서 간신히 휴가를 받아냈다. 온천 가는 내내 떠드는 나루토를 사스케는 안 그런 척 하면서 다 들어주고,


'그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호오, 바보같은 게 그래도 머리를 썼네.'

'하... 하여간 천둥벌거숭이.'


이런 태클도 걸어줬다. 그 순간 내가 얼마나 울고 싶을 정도로 기뻤는지 사스케 넌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거다. 내가 지금 니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데 그걸 알 리가 있겠냐.


정신없이 떠드느라 온천에 들어가서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나루토는 그래도 한가지는 알았다. 옛날부터 사스케는 자기 기분이 꽤 좋을 때면 곧잘 웃어주곤 했다. 사스케가 웃을 때마다 거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할 것마냥 사쿠라가 감격스러워하는 것도 그만큼 사스케는 잘 안 웃기 때문이었는데 그래도 지 기분 좋을 때, 그니까 지 꼴릴 때는 '인심썼다, 옛다 웃음.' 하는 것처럼 많이 웃었다. 오늘 사스케가 딱 그랬다.


'야- 근데 넌 참 변하질 않는다.'

'뭐?'

'그러고 보니 이 자식... 생긴 것도 변하질 않네.'

'뭐가.'

'흠... 사스케,'

'왜.'

'...사스케.'

'왜.'

'아니 뭐... 야 사스케.'

'하.. 참 나.'


사스케가 웃으면서 나루토와 눈을 맞췄다. 턱을 괸 채 나루토를 보는 까만 눈동자에선 정말 거의 처음으로 보는 따듯함이란 게 새겨져 있었다. 와 씨, 순간 여기가 천국이네 외칠 뻔했네.


'왜 자꾸 불러.'

'아니... 넌 진짜 잘생긴 거 같다고.'

'뭐?'

'참 나... 아니 사람이 크면 좀 늙기도 하고, 어? 주름도 좀 생기고, 얼굴 모양도 좀 바뀌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니냐니깐? 어떻게 넌 그렇게 변하질 않냐? 아니지 변했어, 더 잘생겨졌지, 이젠 이쁜 것 같기도 하고... 아 씨, 진짜... 아니 뭐, 신기해서, 신기하다고.'


나루토의 말에 사스케의 눈이 더 반달로 접혀지더니 이내 그의 손이 나루토의 머리를 간지럽히곤 사라졌다. 헐, 사스케 녀석 기분 최고조로 좋을 때만 해주는 무려 '쓰담쓰담'을 시전했다! 그리곤 씨익 웃는 것까지. 진짜 어지간히 온천이 맘에 들었나 보다.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앞으로 매일 온천만 데리고 와야겠어!


'그래.'


와 이 자식, 어릴 때부터 은근 손 크다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크구나. 계속 나루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사스케에 나루토는 생각했다. 아마도 강아지들이 쓰다듬어줄 때 꼬리를 흔드는 건 쓰다듬는 게 좋아서가 아니라 그 때 주인의 눈이 너무 부드러워서라고. 그 눈빛이 너무 사랑스럽게 자길 보고 있어서일 것이라고. 그 눈빛이 계속 보고 싶어서 참는 것일 거라고. 사실 나루토는 누군가 자기 머리 만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특히 지라이야가 죽은 이후론 더 더욱.


'나 할 말...'

'나루토...'


멈칫한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혔다. 대개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의 말이 겹칠 때면 항상 사스케가 먼저 말하는 게 일상이었기에 나루토는 가만히 사스케 말을 기다렸으나 정말 오늘 기분이 어지간히도 좋았던 건지 사스케는 다시 한 번 나루토의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먼저 말해.'

'어? 진짜?'

'그래.'

'이야- 니가 웬일이냐니깐!'

'싫음 말고, 나-'

'아냐 아냐! 말해 말해! 지금 할려고 했다니깐!'


재빨리 사스케의 말을 막은 나루토는 속으로 심호흡을 천 번은 넘게 한 것 같다. 그래, 지금이 기회야! 이 싸가지는 사무라이한테 팔아먹고 지멋대로인 놈이 기분 좋을 때는 또 드럽게 드문 이 놈이 내 부탁을 들어줄 만한 건 정말 지금밖엔 없어! 후, 하, 후, 하, 떨린다 으아!


'야 사스케! 나도 결혼한다니깐!'

'...뭐?'


아, 저질렀다. 이제 몰라! 어떡하지? 뭐라고 하려나? 미친대는 두근대는 심장을 안고 나루토는 몇 분을 있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일단 1분은 확실히 넘었었고, 2분도 넘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래, 3분도 넘었던 것 같다. 얼마가 됐건 사스케가 대답할 시간은 지나도 한참 지났었다. 뭔가 슬금슬금 불안함이 얼굴을 들이밀 때쯤 사스케의 대답은 들려왔다.


'니가... 결혼을 한다고?'

'어! 올 거지? 사스케.'


왜 대답 안 해, 왜 굳었는데, 왜 니 표정이 굳어버린 거냐고. 제발, 부탁이다 사스케 이것까지... 이것까지 안 한다고는 제발... 그러지 마.


'우리 친구잖아.'


우리 친구잖아. 응? 사실 지금 웃고 있는 거, 웃는 게 아니야. 입가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고 뒤로 꽉 쥔 손도 덜덜 떨려. 제발 뭐라고 말이라도 좀...


'...사스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네 마음의 실체와, 내 마음의 실체.


'괜찮냐니깐?'


내가 손을 대는 즉시 빠져나간 니 손. 난 깨달았다.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이 결국 내 앞에 민낮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누구랑.'

'어?'

'누구랑 하는데.'

'아... 하하, 뭐 너도 아는 사람이긴 하겠다만... 아 참 이거 쑥쓰럽네... 넌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나한테 말한 거-'

'누구랑 하냐고 묻잖아.'

'...화났어? 너 목소리가-'

'나루토, 질문이 질문 같지 않아? 몇 번을 물어야 대답할 건데.'

'하여간 성질 급해선... 크흠... 히나타.'

'크흠, 큼. 뭐 어찌됐건... 올 거지? 그, 크흠... 니가 그, 큼, 신랑 들... 크흠! 흠!'

'날짜는,'

'어? 아, 일주일 뒤-'

'미안. 그 때 임무가 있어서.'


넌 나를 싫어한다.


'...미뤄.'

'뭐?'

'그럼 미루라고. 아님 당기던가.'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뇌했는지 알고 있어? 아닐 거라고, 그래도 넌 날 친구로 생각해주곤 있구나 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나 혼자 위안 삼았는지 알고는 있냔 말이야. 아니 모르겠지, 알았다면 이럴 수는 없어. 그래도 나도 터진 것이다. 도대체가 나에 대한 배려라곤 한 순간도 없는 너에게, 기어코.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린 니가 화를 꾹꾹 눌러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야.'

'나도 갔잖아 네 결혼식. 그러니까 너도 와.'

'나루토, 너답지 않게 왜 자꾸-'

'와- 오라고! 왜 피하려 그러는데! 난 심지어 네 신랑 들러리까지 서줬잖아! 나도 해줬으니까 너도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니깐!'


이젠 널 배려할 마음조차 남지 않았다. 언제고 떠나버릴 까봐 조마조마한 내 불안함 때문에 이젠 내게 있어 가장 최우선이었던 '우치하 사스케의 마음'조차도 고려할 여유 따윈 남지 않았단 말이다!

 

'왜 굳이 날 네 결혼식에 끼워넣으려는 건데!'

'...친구잖아.'


날 언제나 밀어내려는 널 붙잡을 수 있는 건, 그럴 수 있는 건 이 말 뿐일 거라도 믿었다. 그래도, 형식이라도, 허울 뿐이라도 넌 이 말에 결국 마을로 돌아와줬으니까. 너에게도 의미가 있는 말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놈의 친구, 넌 써먹을 게 그것밖에 없나 보지? 망할 놈의 친구 타령 질렸어 이제.'


질...렸다니...


'...하, 너,'


더 이상 나루토의 말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사스케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질렸다니, 친구 타령이라니, 너 그런 식으로... 그렇게 지금까지 생각을...


'그래! 나도 이제 필요 없다니깐! 가! 가라고! 가! 가라고 가라...'


...아니야.


'하... 제기랄...'


눈물이 터져버렸다. 그럴 수 없다. 사스케가 없는 삶은... 하, 어떡하지. 상상조차 안 되는데.


'사스케!'


뛰쳐나간 그의 눈에 다행이 사스케가 들어왔다. 부담이고 자시고 일단 나루토는 사스케를 안고 봤다. 적어도 매달려 있는 이상 눈 앞에서 사라질 수는 없겠지? 설마 이거 이미 바꿔치기 해 놓은 건 아니어야 할 텐데. 그래서 나루토는 일단 아무 말이나 다 내뱉었다. 제발 있어만 달라고, 화 풀어만 주라고, 거기다 대고도 말도 안 되는 임무 핑계 대는 사스케에게 화도 나지 않았다. 그래, 니가 날 싫어하던, 친구 따위 너한테 아무 의미도 없던, 있어만 줘. 있어만 주라. 내 눈 앞에 보이기만 해주라.


'대신 축하는 할게.'

'...고맙다 사스케.'

'먼저 간다.'


사스케가 사라진 뒤 나루토는 그 자리에서 한참동안이나 울었다. 언제나 전전긍긍하던 자기 마음은 때로 본인 것이면서도 왜 그런지 몰랐을 때가 많았는데 오늘 그의 앞에 실체를 드러냈다. 그 처참한 실체에 나루토는 그저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나쁜 자식... 진짜... 이 나쁜 자식아...'


연애 상대로 히나타를 선택한 건 그녀의 머리색 때문이었다. 사스케처럼 흑발인 그녀와 만나면서 자길 좋아해주는 애정을 받노라면 꼭 사스케에게 받지 못한 마음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연애마저도, 친구관계마저도, 하나하나 모두 사스케와 연관되어 있다. 왜 이렇게 늦게 깨달은 걸까. 사스케, 넌 과연 알기는 할까?


'흐윽... 흑....'


내 세상은 너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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