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시청자들이 눈여겨 보는 것 중 가장 우선시 되는 게 열에 아홉은 배우의 연기와 그들이 치는 대사이다.

하지만 연출과 영상미, 색감, 카메라가 비추는 각도, 배경음악 이 모든 것들이 제대로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훌륭한 영상물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우리가 매 순간순간 제작진들의 의도를 인식하지 못해도 말이다.

음악이 때론 이야기 전개의 복선이 되거나, 등장인물의 심리 혹은 상황을 설명해주는 수단으로도 작용한다. 그걸 영리하게 사용하는 영상물을 볼 때마다 나는 감탄하곤 한다.

가령, 4대 닥터 첫 등장 에피소드에서 닥터가 외출복으로 쓸 만한 옷을 여러 벌 바꿔 입어보고 레스브릿지랑 해리에게 '이 옷 어떰?'하고 묻는 장면이 있었다.

완전 난리도 아니다. 삐에로 의상, 중세 유럽 귀족 의상, 원시인 의상......(그래 닥터 니답다) 

그리고 마침내 닥터가 치렁치렁한 목도리와 붉은 정장, 챙이 넓은 모자 등 우리가 다 아는 의상을 입고 나왔을 때

재기발랄했던 배경음악에서 잠시 닥터후 오프닝 곡이 1초간 스쳐 지나가듯 나온다.

이게 ost의 역할이다. 전설의 그 음악은 '잘 봐둬, 이게 앞으로 4대닥터의 전용 코스튬이 될 거라구'라고 알려준 것이다.

영상물 제작할 때 무조건 슬픈 순간에 슬픈 음악 넣고 기쁜 장면에 신나는 노래 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란 말이다.

는 뻘소리......

그냥 넋두리 한번 늘어놔 보았다ㅋㅋ

자 이제 거창한 서문을 제쳐두고 짧은 본문으로 들어가겠쉬마

메리가 죽고 난 뒤 존이 분노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브금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는가 

그건 바로

그렇다ㅠㅠ '존과 메리를 위한 왈츠'다....

셜록이 왓슨 내외에게 축복을 빌며 작곡한 302의 그 곡ㅠㅠㅠ

시발 무정한 아놀드 샛기......마이클 샛기......

하필 저 장면에 절묘하게 셜록이, 소중한 친구를 위해서 직접 바이올린으로 연주해주기까지 한....(지는 바라보며 엄청 쓸쓸했겠지ㅜㅜ)

그 노래를 저렇게 집어넣다니.

그리고 302에서 셜록이 연주를 마친 뒤 한 말이 바로

'I swear, I'll always be there'

 401에서 내내 여러 번 언급됐던 맹세이다.

지켜주겠다고. 절대 실망시키지도 않고, 너희 셋 전부 아니아니 재성 말실수함ㅜ 너희 둘 전부

내가 항상 옆에 있어주겠다고..

그러니까 저 장면의 의의(?)를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엄숙하게 선언했던 약속.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며 만들었을 왈츠곡.

약속이 메리의 죽음으로 깨지는 순간 사랑스러운 왈츠곡은 비통과 상실의 멜로디로 바뀌어 슬프게 흐른다.

음악이 흐르면서 동시에 맹세를 받았던 존의 절망감과 자신의 결심을 지키지 못한 셜록의 허망한 표정이 대비되어 나타나고

상황은 더 비극적인 나락으로 떨어진다...

진심 잔인한 놈들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