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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붉은 봉투

쓰레기새끼(221.146) 2017.12.12 12:55:26
조회 144 추천 0 댓글 2

그냥 시험 끝나고 시간남는데 심심해서 써봤음.

많은걸 기대하지는 마셈.








문이 열리고 닫힌다.

들어온 것은 고개를 숙인 기계 하나. 앉아있는 것은 보고서의 그래프 수치를 보며 머리를 싸맨 인간 하나였다.

 

"돌아왔어? 어디 다친곳은 없고?"


인간은 기계를 걱정했다는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미소지은 얼굴로 물었다. 기계는 그런 인간의 목소리와 얼굴이 사뭇 역겹다고 느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녀가 절대로 해칠수도 해쳐서도 안되는 인간이였기에. FNC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른채 지휘관에게 물었다.


"지휘관, 나 얼마나 더 이렇게 싸워야해?"


"글쎄, 상황이 안정될때까지는 계속?"


딱히 대수로운 대답도 아니라는듯 지휘관은 보고서를 계속해서 읽으며 무언가를 써내렸고.

그런 지휘관의 모습에 FNC는 주저하다가 목밑에서 막히고 다시 내려가고 올라오기를 한차례 반복한 끝에 가까스로 그에게 말했다.


"...지휘관. 이제 이런건 그만하면 안될까?"


그녀가 내려놓은 붉은 봉투 몇장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쇠비린내는 인간도 기계도 질릴정도로 익숙한 피냄새와 닮아있었다.

아니, 반대로 쇠냄새가 피냄새와 닮아있는것이라고 여길정도로 봉투에서 느껴지는 혈향은 그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익숙해져 있었다.


"왜그래 또. 왜 이번엔 뭐가 불만인데?"


기계는 일부러 봉투를 닦지 않았다. 여기에 남은 이 살점의 조각이, 피의 향기가 무언가 인간성을 일꺠워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인간은 머리를 싸매고는 짜증스럽게 기계에게 물었고 기계는 그런 그에게 울면서 대답했다.


"매번 나갈때마다... 친구들이 끔찍하게 죽어. 죽고, 또 죽고... 울면서 살려달라고. 지휘관을 찾는데. 왜 아무도 수복실에 가지못하는거야? 

왜 아무도 돌아오지 못해? 왜 아무도... 왜 다들 죽어야하는거야?"


"하....씨발."


지휘관이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대체 뭘 위해서 쇳덩어리들한테 감정인지 뭔지를 입력해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한숨소리와 뒤섞여 잠시 통제실에 머물렀다. 흐느끼는 소리는 그칠줄을 몰랐고. 인간은 스러져간 이들을 위해 눈물짓는 기계를 위해 입을 열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마 FNC. 이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식량하고 부품, 탄약과 인력은 하늘에서 떨어지는줄알아? 전부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들을 군수물자로 징발해오는거라고.

안그래도 굶고있는 사람들, 괴로워하는 사람들한테서부터 말이야.

조금이라도 손실을 최소화하고 최대한의 효율성을 추구하기위해서는 이 방법밖에는 없어."


"지휘관한테는.... 우리들의 목숨이 그 부품 얼마랑, 식량 얼마보다 더 가치가 없어? 우리들이... 그 아이들이...."


기계의 물음에 사람이 약간의 답답함을 느낀것인지 셔츠의 단추를 몇개 풀었다. 

풀러진 셔츠 아래로 심각한 부상의 흔적을 기계장치로 보강하고 대체한 그의 금속성의 피부일부가 드러났다.


"모든 목숨에는 가치가 있지."


"그러면 대체 왜!!!!"


흐느낌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바뀐 인형의 말이 터져나오자 곧바로 지휘관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너희들이라고 왜 특별취급을 해야하는데?"


인형도 기계도 감정적이 되었다.

지휘관은 짜증과 분노 그러나 아직까지는 짜증이 더 강렬하게 섞인 목소리로 그녀에게 마치 세상물정 모르는 신참을 교육하듯 대했다.


"왜 너희들의 목숨에만 특별한 가치를 부여해야하는데? 어?"


문밖에서 다른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아마도 다른 인형 부관인 PKP일거라고 지휘관은 금세 알아차렸지만. 

드물게도 격하다고 해도 좋을정도로 감정이 치밀어오른 그는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모든 목숨에는 가치가 있지. 그래, 하지만 왜? 왜 너희들의 목숨을 저기 후방에서 굶어가는 사람들의 목숨보다 높은 무게를 달아줘야 하는데? 

왜 너희들의 목숨을 전방에서 뒤져나가는 군인들의 목숨보다 더 무겁게 다루어야 하는데?

우리들이 아낄 수 있는 자원을 감정적인 대응으로 낭비할때마다, 우리 곁에있는 놈들은 멀쩡할테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다른쪽에서 고통받고 죽어나갈거야. 

그런데 그 낭비를 용인하라고? 확실하게 이쪽에서 아낄 방법이 보이는데? 저쪽에 있는 사람들의 목숨이 너희들의 목숨보다 더 하찮다고 말하고 싶은거야?"


"하지만!!! 친구들이잖아!!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어? 지휘관은 친구들이 눈앞에서 터져죽는게 어떤건지 알기나해?"


지휘관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듯 소리치는 FNC의 말에 결국 그 또한 짜증을 넘어 격노를 터뜨렸다.


"염병할만큼 잘 알지!!!"


그의 신체가 흥분하기 시작하며 나타내는 스테로이드가 그의 몸의 절반이상을 대체한 인공장기와 기계보조신체들을 자극했고 

그로인해 온몸에서부터 키이잉하는 순수한 인간의 몸에서라면 날리가 없는 묘한 소리가 스며나오기 시작했다. 


"내 형제!! 가족!! 연인!! 친구!! 소대원들!! 내 몸뚱이가 산채로 씹어먹히는 느낌까지!! 모두 빌어쳐먹을만큼 잘 알아!!"


격노에 가득차 방의 바깥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진 그의 목소리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냉정을 되찾아가는 지휘관은 다시금 등을 의자에 기대고는 한풀 기세가 꺾인 목소리로 FNC에게 계속해서 말했다.


"모든 생명이 소중한 가치를 지녔다고 한다면. 서로의 생명의 가치에 차등을 줘선 안된다고 한다면. 그 무엇도 특별취급을 해서는 안되는거야.

그래서, 포기하는거고. 형제도, 가족도, 연인도, 친구도, 소대원들도.

내 이기적인 판단이, 감정적인 대응 때문에 저편에서는 내가 살리겠다며 발버둥친 이들의 숫자의 배로 죽어나갈테니까."


기계는 인간의 말을 이성적으로는 이해한듯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는 그의 말을 부정했다.


"그래도 난 싫어.... 이렇게 싸우고싶지 않아... 친구들이 죽는건 보고싶지 않아...그만하고 싶어."


인간은 기계를 이해했다. 그녀의 감정이 아니라 정신적인 이상의 징후를.

더이상 억지로 몰아붙여봤자 효율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그는 판단했다.


"이야기가 너무 과열된것같네. 좀 쉬어. 쉬고 머리가 정리되면 괜찮아질거야. 당분간은 다른녀석을 보낼테니까. 작전은 생각하지말고 쉬어."


인간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녀는 그말에 훌쩍이며 등을 돌렸고.

방에 남은 지휘관은 낮게 내리깔린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럼 당분간 땜빵으로 보낼녀석은...."


문이 열리고 닫힌다.

나간것은 친구를 잃고 울고있는 소녀 하나. 남아있는 것은 목숨이라는 숫자로 그래프를 그리는 기계 하나였다.



* * * * *


싸우지말고 섹스해 병신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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