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신녀 이수영은 북큐브에서 가장 뛰어난 자다. 언젠가 한백림이 한 말이었다.

 이수영이 고수라서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물론 이수영은 고수라는 말로는 부족한 초고수로 알려져 있지만 북큐브에는 그보다도 잘나간다고 인정되는 고수가 세 명은 있었다. 용대운, 좌백, 그리고 설봉이었다.

 이수영이 배분이 높아서 그런 말을 한 것도 아니었으리라. 물론 이수영은 북큐브에서도 최고의 배분에 속한다. 나름 중견이라는 우각, 가우리보다도 한 세대 위이며, 심지어는 김석진보다도 선배 소리를 들을 정도다. 북큐브에 연재를 시작할 때 이미 그랬으니 낙월소검을 수백회 연재한 오늘날에 그와 배분으로 겨룰 수 있는 사람은 당대에 몇 명 없었다.

 이수영은 또한 장쾌한 액션묘사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액션의 몰입에 있어서는 한백림을 따르지 못한다. 아마추어로 습작을 쓰고 있는 기인이사들을 생각하면 액션으로는 그녀보다 나은 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판타지로 데뷔했기에 유명하며, 실제로 몽환적인 세계관을 즐겨 창조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세계관의 신선함에 있어서는 좌백을 따를 자 없고, 장편의 유장함으로 따지면 용대운과 비교할 수 없다. 이런 그를 한백림은 왜 가장 뛰어난 자라고 했을까.

 그것이 궁금해서 좌백은 한 때 용대운에게 물어본 일도 있었다. 그때 용대운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 모든 것을 한 몸에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 말만으로도 납득했을 것이다. 과연 그러한 모든 강점을 한 몸에 갖춘 자는 드물기 때문에.

 그런데 용대운은 그 말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그걸 결코 드러내지 않는 점이."

 그 이후 좌백은 진정으로 빙의신녀 이수영을 두려운 자라고 뇌리에 깊이 각인시켜두게 되었다. 거기 더하여 용대운도. 강자를 알아보는 자는 강자라는 말이 있듯이 이수영의 두려움을 알아보는 용대운이야말로 또 한 명의 두려운 자라는 생각에서였다.

 이제 그 사람을 법정에서 만나게 되니 긴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연히 삼가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그녀 때문에 북큐브에서 연재도 접게 되었으니.

 좌백은 이수영에게 정중하게, 하지만 공손하지는 않게 예를 갖추었다.

 "한백림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