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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갤문학] 군림천하 결말 (독보건곤편) 하편

동방유아(119.207) 2015.02.08 03:14:18
조회 12759 추천 42 댓글 24

 

개념글의 군림천하 결말(독보건곤편) 상편에 이어진다.

 

 

 

 

 

 

 

 

 

 

구궁보의 화원은 아름다웠다.

그것은 누구도 부인못할 사실이었다.
온갖 형형색색의 꽃들로 이루어진 화원은 천하에 어느 곳에도 비길 수 없이 아름다웠다.

화원의 한 가운데 한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의 눈부신 백발과 짙은 화의는 꽃으로 만발한 화원에 너무도 잘 어울려 보였다.

노인은 뒷짐을 진 채로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올 여름도 벌써 다 지나갔군. 어느 덧 가을이야."
 그의 음성은 얼굴에 떠있는 표정만큼이나 담담한 것이었다.
 노인이 올려다 보고 있는 하늘은 끝없이 파랬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 꽃향기를 하늘높이까지 퍼지게 하니 
천지가 온통 화향(花香)에 휘감긴 듯 했다.
그 화향을 온몸으로 맞으며 한 사람이 화원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노인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허공만을 올려다 보았다.
그 사람은 화원을 가로질러 노인에게로 다가왔다.
노인은 불쑥 입을 열었다.
     

"어떤가? 정말 아름다운 하늘 아닌가?"
노인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노인은 개의치 않은 듯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런 날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운치있는 일이겠지."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떨구어 자신의 앞에 우뚝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자네는 아주 운치있는 날을 골랐네."
       
진산월은 드디어 모용단죽을 보았다.

이때 모용단죽의 나이 예순 다섯.

그의 나이 스물 여섯이었다.

 

모용단죽은 진산월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도 봤지만 자네의 얼굴에는 남자의 혼(魂)이 느껴지는군. 아주 좋아."

 

진산월은 묵묵히 모용단죽을 응시했다. 모용단죽은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는 정말 잘해 주었네. 자네가 이곳까지 오리라고는 별로 
 믿지 않았지만 마침내 이곳에서 자네를 만나게되니 내 마음은 몹시 흡족하군."

 

"............."

 

"하지만 자네는 마지막에 와서 한 가지 실수를 했네."

 

진산월은 고적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불쑥 물었다.

"그게 뭐요?"

모용단죽은 빙긋 웃었다.

"자네는 이곳에 혼자와서는 안되는거야."

그의 음성이 사라지기도 전에 화원의 이곳저곳에서

희끗한 인영들이 불쑥불쑥 솟아올라왔다.

 

그들의 수는 모두 열 두명이었다. 흩날리는 꽃잎속에서도 그들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안광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진산월의 얼굴에 한 줄기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들의 개개인의 눈빛을 보자 쾌의당의 절대고수들이었던 매장원이나

양천해를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이들은 노부의 오랜 측근들인 십이비성(十二飛星)이라고 하지.

 

그때 또 다시 화원의 저쪽에서 세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그들은 느릿느릿 걷는 것 같았는데 눈 깜빡할 새 진산월의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그 신법의 경이로움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각기 푸르고 붉고 검은 장포를 걸친 노인들이었다.

모용단죽은 그들도 소개를 해주었다.

 

"이들은 노부의 오랜 친구들이지. 남들은 이들을 천외삼군(天外三君)이라고 부르지."

천외삼군!

이 이름은 한때 천하제일을 바라보았던 전대의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개개인의 명성은 결코 일령삼성에 못지 않으며 실력은 오히려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었다.

 

십이비성과 천외삼군.

그들은 진산월이 지금까지 싸웠던 어떤 고수들보다도 무서운 인물들이었다.

제 아무리 진산월이라해도 그들의 합공은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만에 하나, 기적적으로 그들의 합공을  뚫는다 해도 그 상태에서 모용단죽을 상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그 동안 자네의 종남무공의 파해식을 철저하게 연구했네.

아마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를거야."

 

모용단죽의 입가에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가 매달려 있었다.

"이들의 손에 쓰러진다는 것도 영광이지. 만일 자네가 이들까지 뚫고 온다면

그 때 노부의 미인상의 검초를 볼 수 있을거야."

 

모용단죽이 말을 하는 동안 십이비성과 천외삼군은 진산월의 주위를 에워쌌다.

 

그 순간 진산월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막대한 중압감을 느꼈다.
파아아....
      

단순히 서 있기만 했는데도 그들 사이에 있던 낙엽과 꽃잎들이 가루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열 다섯 명의 절대고수들에 둘러 싸인 진산월의 몸은 금시라도 피를 뿌리며 쓰러질 것만 같았다.

바로 그 순간, 십이비성이 어깨를 움싹거리며 진산월을 향해 몸을 날리려고 
하는 바로 그순간, 몇개의 인영이 장내로 날아들었다.

 

"그로 부족하면 우리가 있다."

 

모용단죽은 황급히 날아온 인물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차복승... 악자화... 너희들이 감히.."

나타난 인물은 천봉궁의 총관 차복승과 신목오호 악자화를 비롯한

신목령과 천봉궁의 생존해있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중에는 단봉공주와 천봉팔선자의 모습도 보였다.

그녀들은 거의 울음에 찬 표정으로 진산월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용늙은이. 나도 왔다!"

굉량한 음성과 함께 다시 오른쪽에서 한 떼의 인영이 나타났다.

그들의 선두에 서 있는 사나운 노인의 모습을 보자 모용단죽의 눈꼬리가 가늘게 떨렸다.

"백리장손..."

 

노인은 뜻밖에도 점창파의 장로인 백리장손이었다.

그의 옆에는 쾌의당의 인중용왕이었던 십방랑자 사효심도 나란히 따르고 있었다.

그들은 무림맹의 인물들과 함께 달려온 것이다.

 

백리장손은 모용단죽을 보면서 호통을 쳤다.

"내가 왜 한때 눈이 멀어 너 같은 놈과 일을 꾸미고 종남파를 적대시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지. 무림을 장악하려는 너의 헛된 야망은 이제 조각조각

깨어져버렸다."

 

모용단죽은 거듭되는 인물들의 출현으로 아직 평상시의 냉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그의 시선으로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두 명의 남녀가 들어왔다.
      

혹시 하고 안광을 돋구었던 모용단죽의 얼굴에 기이한 빛이 꿈틀거렸다.
두 남녀는 눈부신 백의를 입은 준수한 미남자와 까무잡잡한 여자였다.
바로 모용봉과 임영옥인 것이다.

 

모용봉은 모용단죽을 바라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할아버님 오랜만입니다..."

모용단죽은 냉랭한 눈으로 그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이구나.. 네가 여기는 웬일 이냐?"

 

모용봉은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할아버님이 이번에 저지른 일은 너무나 많은 피를 흘리게 했습니다.

할아버님의 신분이나 지위로 무엇이 아쉬워 이런 혈겁들을 일으켰는지 모르겠습니다."

 

모용단죽의 낯빛이 약간 변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이미 모든 진상이 밝혀졌습니다. 할아버님이 서장무림을 이용하여 종남파를 없애고

쾌의당을 이용해 무림맹을 장악한 일과 자신의 스승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야율척을 독살하고 서장무림에 차도살인지계를 꾸민 일... 그리고 남은 미인상의 무공을

삼키려고 획책했던 모든 일이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모용단죽은 입을 다물었다.

모용봉은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할아버님의 측근은 여기 있는 십이비성과 천외삼군 열 다섯사람 뿐이오

하나 이들로는 결코 우리를 상대 할 수 없을거요."

 

그렇다.

십이비성이 제 아무리 절대고수들이라 해도 이 곳에 모인 군웅들을 상대로

싸울 수는 없다. 모용봉과 진산월 둘도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제서야 모용단죽은 깨달았다.

대세는 이미 완전히 기울었으며. 자신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모용단죽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여러 가지 복잡했던 표정이 
점차로 사라지며 처음의 평온하고 담담한 모습이 떠올랐다.
모용단죽은 그런 눈으로 허공을 올려다 보았다.
      

"결국 남가일몽(南柯一夢)이란 말인가? 강호는 무정하다는데 
그 말이 내게도 적용될 줄은 몰랐군."
그의 음성은 나직했으나 이상하게도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담겨 있었다.
       

모용단죽은 천천히 고개를 떨구어 중인들을 돌아보았다.

"노부의 꿈이 사라졌다고 해도 노부는 아직 건재하네. 누가 노부를 상대할텐가?"
      

중인들은 모두 서로를 바라보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아직 모용단죽은 자타가 공인하는 당대제일의 고수였다.
      

무림인들의 마음속에 자리잡혀 있는 그의 위치는 확고부동한 것이었다.
누가 과연 천하제일고수와 싸우려 하겠는가?
      

백리장손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비장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내가 상대해 주마. 나의 사일검법으로 네 검을 산산히 깨뜨려주겠다."
      

모용단죽은 백리장손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백리장손이 인상을 쓰며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하나의 차가운 음성이 그의 발길을 막았다.
"비키시오."
      

백리장손은 움찔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진산월의 고적한 눈빛과 마주치자 백리장손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운이 좋은줄 알아라, 모용늙은이! 나는 진장문인에게 양보하겠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큰 소리를 치며 보무도 당당하게 뒤로 물러났다.
진산월은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모용단죽은 그의 음성이 들려올 때부터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은 자네란 말이로군. 세상 일이란 원래 이렇게 되는 것이로군."
진산월이 나서자 아무도 감히 그를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누가 감히 신검무적의 앞을 가로막으려고 하겠는가?
      

심지어 모용봉조차도 임영옥과 함께 그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
진산월이 자신의 앞을 지나치기 직전에 모용봉은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와의 약속을 잊지 말기 바라오."
진산월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나직하게 말을 내뱉었다.
      

"항상 기다리고 있지."
모용봉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다른 사람들도 이미 멀찌감치 물러선 채 두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순식간에 장내는 백여장의 공터가 생겨 버렸다.
그 공터에는 오직 모용단죽과 진산월. 두 사람 뿐이었다.
      

모용단죽은 진산월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노부는 혈선에 대해 나름대로의 추억을 가지고 있지."
      

진산월은 말없이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모용단죽은 조용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노부가 혈선과 검선에 대한 비사를 처음 안 것은 사십세 때 였지
노부는 언젠가 나타날 혈선의 후계자를 능가할 만한 무공을 익히기 
위해 남들이 뛰어놀 시간에도 검을 휘둘렀고, 잠자는 시간에도 
매종도의 미인상을 연구했네.

 

언제고 혈선의 후예가 나타난다면 반드시 내 손으로 꺾어 보리라고 결심했지."

"......."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네. 그동안 노부는 쭉 기다려 왔지만 
혈선의 후예는 나오지 않았네. 그래서 노부의 생전에는 결코 

혈선의 후예를 만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모용단죽의 시선은 진산월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자네가 종남파의 검을 이백년만에 되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때 노부는 솔직히 매우 기뻤다네. 그때의 기분을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까.

 

노부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의 소식을 들은 기분이었지. 그리고 또한 두려웠다네."
모용단죽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이를 먹으면 사람은 겁이 많아지는 모양이야. 젊었을 때의 
패기는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자신의 지위가 흔들릴까봐 
두려워지지. 노부도 그랬네. 자네가 나타난 것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웠어. 그런 감정을 이해하겠나?"
      

진산월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용단죽은 빙그레 미소지었다.
      

"노부가 이런 말을 하는 건 다른게 아닐세. 이를테면 노부는 
지난 오십 년 동안 자네를 준비해 왔다는 말이지. 자네의 
검정중원을...그리고 이제는 오십 년의 노력이 과연 헛되지 
않았는지 그 결과를 확인할 순간이네."
      

모용단죽의 눈에서 번갯불을 무색케하는 섬광이 폭사되어 나왔다.
      

 "지금이야말로 노부로서는 평생동안 기다려온 바로 그 순간이지."
      

더이상 말은 없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응시한 채 우뚝 서 있었다.
한쪽은 오랫동안 당금무림의 제일인자로 군림해 온 무(武)의 신(神)!
      

다른 한쪽은 혜성과 같이 나타나 강호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던 신검!
      

두 절대고수가 마주 서있자 장내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중인들은 목구멍이 심장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긴장된 
심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리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중략)

 

 

 

중인들은 모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강호무림의 최고 검수들의 온갖 
정화(精華)들이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절기들이 연거푸 쏟아져 
나왔고, 오래전에 무림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전대의 검학들이 수십 가지나 등장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여겨진 순간에 기적 같은 
무공으로 위기를 빠져나오기도 했고, 한 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결사적인 승부를 감행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것은 가히 무공을 익힌 무림인들이 꿈에서도 그리던 환상의 모습들이었다.
한동안 중인들은 넋을 잃고 두 절대고수의 
경천동지(驚天動地)할 격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돌연 백리장손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의 옆에서 싸움을 보고 있던 개방방주 나자행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한숨을 쉬는거요, 백리대협?"
백리장손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설마 모용늙은이의 무공이 저 정도일 줄은 몰랐소. 그런 줄도 
모르고 알량한 검법 하나만 믿고 그에게 덤벼들려 했으니..."
      

나자행은 그의 의기소침한 표정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너처럼 점창파에만 틀어박혀 큰소리만 치던 위인과 수백 번의 
치열한 격전을 승리로 이끌며 무신의 지위에 오른 모용단죽을 
 어떻게 비교한단 말이냐? 정말 가소로운 소리만 하는군.'


      

 그가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장내의 상황이 일변했다.
      

꽝!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오며 화원 전체가 금시라도 뒤집힐 듯 마구 요동을 쳤다.
나자행은 깜짝 놀라 허겁지겁 장내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몸을 굳히며 멍청하게 서 있었다.

 

 

(중략)

 

 

모용단죽은 진산월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모용단죽의 얼굴은 평온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는 양손을 둥글게 모아 단전에 얹은 자세로 굳어있었다.

 

그의 전신에는 진산월과 달리 별다른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중인들이 뭔가 의혹을  느낄 순간, 모용단죽의 의복이 조금씩 먼지가 되기 시작했다.

다음순간 그의 전신이 벌거숭이가 되며 그의 상반신에서 핏물이 뿜어져나왔다.

그리고 그는 말없이 숨을 거두었다.

 

지난 오십 년동안 강호무림의 제일인자로 군림해 왔던 

검성 모용단죽이 마침내 쓰러지고 만 것이다.
      

그 순간 중인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감회에 휩싸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드디어 전설의 한 부분이 깨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전설이 그 뒤를 잇게 될 것이다.
피와 죽음과 신화의 전설....
군림천하를 이룬 종남파의 신검무적의 전설이...

 

 

(중략)

 

 

 모용봉은 임영옥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보시오."
 임영옥은 고개를 들어 모용봉을 바라보았다.


 "나는 드디어 매종도의 세가지 검초를 모두 완성했소."
      

임영옥은 말없이 그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한동안 그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는 조그맣게 물었다.
      

"내일인가요?"
임영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내일."
      

입술과 입술이 마주치고....꿈결 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그녀는 그의 품속에 얼굴을 묻은 채로 소근거렸다.
      

"보름 후에 내 생일이에요."
임영옥은 빙긋 웃었다.
      

"무엇을 갖고 싶소? 당신이 원하는 건 모두 갖다 주겠소."
임영옥은 그에게 봉황금시를 내밀었다.
      

"당신."
모용봉은 그녀의 영롱한 눈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다가 나직하게 말했다.
"청혼(請婚)하는거요?"

"여자는 청혼하면 안되나요?"
      

모용봉의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그녀의 귀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대었다.
그리고는 조용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나와 결혼해 주시오."
그녀의 가무잡잡한 피부위의 영롱한 눈이 활개치듯 깜박거렸다.
      

그녀는 아무 말없이 그의 목을 꼬옥 끌어안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그녀는 그의 귀에 대고 역시 똑같이 

나직한 목소리로 소근거렸다.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이겠어요."

 

 

 

(중략)

 

 

 

 

무덤은 작고 초라했다.
누런 황토흙을 쌓아 놓은 무덤은 생긴지 오래된 듯 잡초만이 

무성하게 돋아나 있을 뿐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무덤을 바라보고 서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여인의 얼굴은 마치 흑인처럼 가무잡잡했다.
그녀는 무덤을 바라본 채 말없이 서 있었다.
      

휘잉....
한 줄기 바람이 그녀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어도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날이 저물어 푸른 하늘에는 붉은 노을이 비끼기 시작했다.

무덤에서 멀지 않은 소로에 두 명의 장삿꾼이 나타났다.
그들은 부지런히 길을 걷다가 무덤옆에 서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장삿꾼중 한 사람이 급히 소근거렸다.
 "저 여자야. 저 여자가 바로 그 여자라고."
 "어디?"
      

한 사람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려 하자 먼저 말을 꺼낸 
장삿꾼은 황급히 그를 제지했다.
      

"똑바로 보지 말게. 그냥 살짝 보라구."
두 명의 장삿꾼은 그녀를 힐끔거리며 지나쳤다.
"어떤가? 정말 새까맣지?"
"정말 그렇군. 세상에 저렇게 피부색이 어두운 여자도 다 있나?
    

그런데 저 여자가 꼭 매년 오늘만 되면 이곳에 나타난단 말이지?"
"그래. 하루종일 저렇게 서 있다가 홀연히 사라지곤 하지."
"왜 그런 일을 하는 걸까?"
"오래전 일인데...누군가가 지나가다가 그녀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더군."
"뭐라고 중얼거렸다는가?"
"오늘이 당신과 결혼하기로 한지 삼 년째 되는 날이에요...뭐 그런 소리같았다네."
"저런...그렇다면 저 무덤은 그녀의 정인(情人)의 것이로군 그래."
      

"그렇지."
"특이한 취향이군 글쎄..."
"내가 예전에 들은 소문인데..."
"무슨 소문인가?"
"신검무적과 싸우다가 그렇게 되었다더군."
"종남파의 장문인 신검무적 말인가?"
   
신검무적과 종남파의 전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전설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일 평생 동정으로 살다간 고적한 눈빛의 사나이의 전설...

 


          <             大           尾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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