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가를 비교하자면, 그래도 고룡 쪽이 현대인(?)들의 감각에 더 맞지 않나 싶음. 등장인물들 사고방식도 현대적이고, 영화 시나리오도 많이 쓰던 사람이라 그런지 영화 연출 스타일의 명장면이 많으며, 적절한 추리와 반전이 섞여 있어 제법 읽는 맛이 난다. 하지만 남녀간의 애증과 밀땅이 깔린 드라마가 취향이라면 김용이 나을지도.

김용

입문은 소오강호를 추천함. 부담없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완성도도 높다. 그담에는 역시 대표작인 사조영웅전-신조협려-의천도룡기의 3부작을 읽는게 좋겠지. 삼부작이 부담되면 협객행도 좋음. 이것도 소오강호 류의 개그물(?). 요새 말로 하자면 착각물? 그러고나면 천룡팔부나 녹정기가 남는데... 나도 그건 안읽어봐서... 근데 굳이 읽을 필요가 있나 싶다.

김용의 단편인 백마소서풍이나 연성결 같은 것도 제법 괜찮긴 한데, 임팩트가 좀 약해서 적극 추천하긴 어렵다.

고룡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다정검객무정검이 제일 고룡스럽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이걸로 입문을 해도 좋은데, 주인공이 고생하고 고난을 겪는게 참을 수 없다면 다른 작품으로 입문하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무난하게 절대쌍교로 가거나 혹은 아예 유쾌한 분위기의 환락영웅으로 시작하는게 좋을 것이다. 좀 짧은걸 원한다면 의외로 벽혈세은창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고룡의 대표작은 크게 세갈래로 나뉜다

1. 초류향 계열

2. 육소봉 계열

3. 소이비도 계열(무림외사-다정검객무정검-변성랑자-구월응비-천애명월도-비도우견비도(이건 구할수 없음))

셋 다 전혀 다른 분위기라 한쪽 테크를 타면 다른 쪽 테크에 쉽게 적응이 안된다. 나는 소이비도 테크를 탔는데, 초류향이나 육소봉은 잘 적응이 안된다. 소이비도 계열은 인생의 짠맛이 진하게 배여있는 소설들이므로 가볍게 읽을 만하진 않다. 하지만 결국에는 인간애를 그 근본에 깔고 가는게 고룡이므로 결말을 읽고 나면 다 치유된다. 초류향과 육소봉은 나름 추리 무협?

고룡은 뭘 읽어도 읽을만 한데, 위에 언급한 것들 외에도 유성호접검, 소십일랑, 삼소야적검 등이 특히 명작이고  칠종병기 씨리즈나 영웅무루, 벽혈세은창도 제법 볼만하다. 용대운이 많이 배껴먹은 걸로 유명한 백옥노호도, 그 요상한 문체에 적응하면 추리무협으로서 제법 볼만한 편. (마검패검과 비교해보면 이런저런 유사점이 많다. 태극문에선 내기 장면을 아예 배끼기도 했고)

원월만도는 고룡이 직접 쓴 초반부는 볼만한데 다른 사람이 대필한 중 후반부는 영 상태가 좋지 않다. 전체 설정과 철연쌍비가 팔 잘리는 부분까지만 볼만하다. 비현실적인 장면 속에 설득력 있는 논리적 해석과 인과관계를 깔아두는게 고룡의 특징인데, 혈앵무와 함께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

고룡이 어디까지 손을 댔는지는 모르겠지만, 혈앵무는 다른 사람이 대필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히 고룡스런 위작이고, 반전과 결말까지 잘 쓰여진 작품이다. 위작이라 잘 언급이 안되는데 참으로 아까운 작품.

그 밖의 고룡 작품들은 고룡 스럽다는 점 외엔 그저 그런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