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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175.205) 2017.11.11 02:42:28
조회 147 추천 0 댓글 2

" 보라매 .. " 맨 처음 비가 갠 하늘 정 중앙을 가리키며 내뱉은 첫마디.
일주일이 넘도록 퍼붇던 비가 그친 하늘
그리움을 감도는 것 같은 파란색
아련한 구름. 희귀
마지막 생각은 별로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찜찜한 생각을 구겨 넣고 나는 대뜸 보라매를 찾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유하나, 26세 찰랑거리며 총총한 흑발을 말 꼬리 모양으로 묶어 그 뒷머리가 날개죽지까지 내려와서 찰랑거리며 향을 풍긴다.

환자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울리지 못한 건 머리 뿐만이 아니고 땡글땡글 생기를 잃지 않은 눈이나 오도카니 올라온 코, 앵두 같은 입술을 포함해서.

그녀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면 모든 것을 눈치 챈 것 마냥 휙 돌아보는 눈치도 더해서
" 왜요 ? "
정말로 환자답지 못 하다고 생각한다.

나와 마주하는 그녀의 눈은 항상 나보다 낮게 위치해 있었다.
산에서 그녀가 조심하지 않았던 벌로
지금 그녀는 기한 없는 휠체어 신세를 지고있기 때문에

" 보라매가 실제로 있는 건가요?"
하고 물었다.
내가 배운 것으로는, 그러니까. 속설에 의하면 한국 토종의 매는 없고 몽골에서 들여온 개체 뿐이라고 알고 있으니까. 물론 그 이전에는 있었겠지만.

" 보라매, 그러니까 우리 매는 있어요 제가 보라매라고 불리는 품종을 수 십 마리 키워 봤지만. 이번엔 분명, 다른 매와 다른 보라매만의 ..."

" 그렇지만 영영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잖아요. "

" ..."

그렇다. 그녀가 산에서 구른 이유도 다 그 토종매라고 불리는 새 새끼 때문이니까.
' 도망간 매를 잡으려다 산에서 구름 '
그게 그녀와의 초진 면담이었다.
응급실에서 피와 흙을 반반씩 칠갑한 몸으로.

평소 자연과 가깝게 지낸 부류의 사람인 모양이라 몸의 회복 속도는 놀랄만큼 빨라 한 달 사이에 제 모습을 찾은 그녀였지만, 불명인 잉로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된 그녀였다.
마치 부러진 날개를 가진 토종매마냥

" 봄이는 돌아올 거에요. 제가 그렇게나 열심히 했으니까 분명. "
입술을 질끈 문 그녀의 대답에 그 매의 향후 행방을 알 수도 있을 것만 같았지만 내 입은 다물기로 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

그녀와의 이번 산책에서의 대화는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나에게는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날아가버린 그녀의 매
"봄이" 에게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도, 그 사안보다 덜 중요 할지도 모르는
그녀가 얼마나 매를 키우고 보내 왔는지도 나아가 그녀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부류의 사람을 좋아하는지 그런 작은 것들 마저도

그녀를 병실에 데려다 주고 데스크에 앉아 홀로 이런 생각을 떠올릴 적이면 홀로 우울한 기분이 들곤 해서 혼자 고개를 숙이고 자는 척을 했다.
척을 하기 시작하면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된다고 했던가 그래서 그녀를 데려다 주고 나면 항상 잠에 들어 버리곤 했다.

"박광수 선생님? "
이 간호사가 이렇게 내 어깨를 두드릴 쯤 이면 항상 여섯 시 언저리 식사시간이였다.

" 응, 이 간호사가 사와 준 것으로 할게요 아무거나 좋으니까. "
거짓말, 사실 나는 새우튀김을 좋아 했고 지금 오랜만에,
비가 그친 오늘은 정말이지 유독 먹고 싶은 날이었다 그렇지만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해 왔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으리라.
그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후회 할만한 행동에 변명을 하면서 지난 주부터 시작한 다짐을 지켜나가기로 한다
환자의 음식을 직접 배달한다고 하는 그 다짐을

" 네 알겠어요 다녀올게요. "
휴대폰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다가 후다닥 나가는 이 간호사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하나씨가 있는 병실로 눈을 돌린다
무언가 한 마디라도 더 붙이고 싶었다, 그녀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그녀가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그녀의 병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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