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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백일장에 냈던 글.

타이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03.03 17:04:28
조회 108 추천 0 댓글 2

메모지에 썼던 초벌을 지금 타자쳐서 옮긴 거라.
원고지에 썼던 내용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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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어깨

나, 레나 슬로빈스카가 이 인류 최후의 보루에 온 지도 3년이 흘렀다.

나의 직책은 기지 내의 특수 오퍼레이터. 유럽의 이공간 통로에서 나타나 이 지구를 장악해 가는 그 ‘생명체‘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내 일이다.

벌써 5억이 넘는 인류가 그 생명체에 의해 스러져 갔다. 이제 아시아의 중앙에 위치한 이 기지까지 점령당한다면 인류에게 내일이란 없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투.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절망적 상황. 그러나 나는 이 싸움을 포기할 수 없었다. 최전선에서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이‘를 위해서라도.
기지의 활주로에 서서히 내려앉는 전진익의 폭격기. 그가 돌아온다.

류경원. 인류의 명운을 홀로 구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고고도 특수 폭격기의 파일럿. 그가 유럽에 퍼붓는 폭탄은 우리 인류를 구원할 단 하나의 희망이었다.

폭격을 통해 경원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수행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경원을 지켜봐 주고 싶었다.
‘똑똑’
숙소에서 책을 읽던 도중 노크소리가 들려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비틀거리며 다가오는 경원이 보였다.

인류 최강 병기에 탑승하는 그 답지 않게 너무나도 약한 모습.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 난 그를 방 안으로 안내해 의자에 앉게 한 뒤 밀크티를 대접했다. 밀크티가 담긴 컵을 쥔 그의 손은 미세히 떨리고 있었다.

“레나,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갑작스런 그의 한마디. 나는 뒤로 돌아가 그의 쳐진 어깨에 양 손을 얹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경원답지 않아.”

고개를 숙이며 경원이 답한다.

“내가 폭격을 수행한다고 인류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단지, 인류의 최후를 유예받는 것에 그치지 않을까?”

그래, 이것 때문에 경원의 늠름했던 어깨가 유난히 작아 보였던 것이구나.
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그에게 다시 용기를 불어넣어 인류의 희망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을까.

나는 결심했다.

“좋아해, 경원.”
“레나?”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좋아해. 그러니까...널 좋아하는 나를 위해서라도 너만의 가치를 계속 빛내줘.”

나의 손을 잡는 경원. 그리고는 그가 나지막히 말했다.

“고마워, 레나. 덕분에 힘을 얻었어. 남은 전투가 얼마이던지 간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게.”
“경원...”

다음날도 경원은 폭격을 위해 기체에 올라탈 채비를 갖추었다. 항공재킷을 걸치고 출격을 하려는 그이. 우리는 서로 미소를 지으며 경례를 남겼다.

“경원, 너의 뒤에는 언제나 내가 있어. 최강의 날개를 받쳐줄 내가.”
“고마워.”

웃음을 띈 채 고개를 돌리며 그가 폭격기로 달려간다.

이윽고, 대 추력을 발판삼아 거대한 전진익이 굉음과 함께 하늘로 치솟았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인류 최고의 전력이자 최후의 희망. 나는 그런 숙명을 짊어진 그이의 어깨를 언제까지고 보듬어 줄 것이다.
이것은 나만의 경원과 인류를 지키는 방식.

나는 최강의 날개를 언제까지고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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