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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의 길

황당무계(59.25) 2008.03.25 00:24:24
조회 97 추천 0 댓글 1


 

  "후회는 한평생 너무나 적은 글을 썼다는 것이다."

  무협소설가 르노 포 ― 본명 포동희 ― 는 임종의 침상에서, 심재휘 시인의 <편지, 여관, 그리고 한평생>을 패러디한 ― 원문은 이렇다. "후회는 한평생 너무나 많은 편지를 썼다는 것이다." ― 마지막 말을 남겼다.

  르노 포는 37살에 죽기까지 하루 4갑 반을 피운 애연가 수준을 넘은 광연가(狂煙家)였고, 그 담배연기 속에서 주리줄창 글을 써낸 무협소설가였다. 지인들로부터 그는 "서효원 생전에 둘이 만났더라면"이라는 탄식 ― ? ― 이 절로 나오게 할 만큼 왕성하게 무협소설을 창작했고 줄담배를 피웠다. 그런데 그 무협소설이 하나같이 다음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굳이 르노 포를 나무라기만 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1. 무림에 킹왕짱으로 강력한 세력을 구축한 세가가 있다.

  2. 그 세가에 킹왕짱으로 예쁜 외동딸이 있다.

  3. 무림에 킹왕짱으로 사악한 세력이 나타난다.

  4. 3의 우두머리가 2를 덮쳐 붕가붕가한다.

  5. 2는 임신하여 아이 ― 주인공 ― 를 낳은 후 버린다.

  6. 한때 킹왕짱으로 강력했다가 은거한 고수가 아이를 주워 키운다.

  7. 아이는 성장하여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캐기 시작한다.

  8. 주인공은 6의 고수의 출신 문파부터 시작하여 무림의 모든 문파를 평정한다.

  9. 그 과정에서 최소 15명 최대 300명에 이르는 여자와 결연한다. (일정 확률로 그 안에 2가 포함될 수 있다)

  10. 주인공이 3을 캐발살한다.

  11. 무림 최강으로 등극하여 잘 먹고 잘 살았다.

  정말로 르노 포를 나무라야 할 부분은, 하루 4갑 반의 담배를 불태우며 그 연기 속 입자의 수만큼 많은 무협소설을 ― 모두 위와 동일한 공식 하에 ― 창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르노 포 생전에 책으로 출판된 소설은 단권짜리 한 작품뿐이었다는 사실이다.

  제목은 『대(大)주먹』이다.



  저승에 간 르노 포는 염라대왕 앞에 출두했다. 염라대왕은 판결을 내렸다.

  "네게 딱 맞는 전용 스페셜 코스로 해 주마."

  르노 포는 흡연자의 지옥으로 끌려갔다.



  르노 포가 들어간 방에는 담배가 가득가득 쌓여 있었는데, 보도 듣도 못한 최고급 품종으로 모두 살담배였다. 불을 일으킬 도구도 있었다. 살담배를 담을 수 있는 파이프는 없었지만 대신 말아 피울 종이가, 비록 책이기는 했으나 여러 권 뒹굴고 있었다. 르노 포는 좋아서 날뛰며, 담배를 말 종이를 책에서 찢었다. 아니, 찢으려고 했다. 그때 르노 포는 그 책표지에 인쇄된 제목과 저자를 보았다.



          『대(大)주먹』
          르노 포 지음




* 2008. 3. 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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