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상플)귀향모바일에서 작성

명워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9.22 19:58:15
조회 3306 추천 36 댓글 5


여름 장마에 썩은 나무뿌리가 부러지듯 비담의 다리가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제자리에서 주저앉은 비담의 앞에는 흙빛으로 변한 알천이 서 있었다.


"폐하께서 부르시네."

"방금... 뭐라 하였나."

"......폐하께서 진심통을 앓고 계시네."

"그 다음..."


비담의 떨리는 목소리에 두 눈을 질끈 감은 알천이 다시 내뱉고 싶지 않았던 말을 어렵게 꺼냈다.


"폐하의 수명이... 채 삼개월도 남지 않았다 하네."

"왜!!!"


갑자기 솟구쳐 오른 비담의 굵직한 손바닥이 알천의 비단깃을 부여잡았다. 알천은 자신을 원수처럼 쏘아보는 비담의 매서운 눈길에도 그를 원망치 않고 다만 안타까운 눈빛으로 대응했다. 그 눈빛이 향하는 곳이 자신이 아닌, 이 얄궂은 운명을 빚어낸 하늘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왜, 폐하야, 하필이면 왜 폐하냐구!!! 개양성의 주인이라는 지랄같은 운명을 타고 태어나 부모에게 버려지고 세상을 속여가며 살아 왔어. 죽을 고비 넘겨가며, 몇 번이고 넘겨가며 스스로를 가혹하게 몰아가고 삼한일통을 향해 온 마음 온 몸을 다 바쳐왔어! 손 끝에 피를 묻혀가며 제 팔에 상처가 나는지, 제 마음에 칼이 꽂히는지도 모르도록 오로지 대의를 위해 일해왔어! 그런데 왜 폐하가 죽어야 해! 하늘이 명한 대로 달려온 폐하가 왜!!!! 죽어야해...."


비담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그의 말이 연줄이 끊어진 연처럼 갈 곳을 잃은 채 날아갔다. 힘을 잃고 다시 무너지려는 비담의 팔뚝을 알천이 잡아 끌었다.


"폐하께서 부르시네... 자네를 찾으신다고."


어미를 잃고 상처 입은 어린 늑대새끼같은 눈을 마주한 알천이 애써 말했다.


"지금 가장 힘드실 분은... 폐하시네. 자네라도 힘을 보태드려야 하지 않겠나."


비담의 시선이 멀리 있는 인강전의 기와 막새를 향했다. 십년이 넘는 시간 동안 먼 길을 돌아 비담의 마음을 받아들인, 그러나 곧장 훨씬 먼 길을 떠나야 할 잔인한 연인을 향해 비담은 고개를 숙이고 꺼이꺼이 눈물을 토해냈다.



가슴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통증에 덕만의 눈썹이 작게 요동쳤다. 심장이 낚시줄에 감겨지는 것 같은 통증이 찾아오는 횟수가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덕만은 마른 손가락으로 곁에 놓여진 갈색 물을 가져다 마셨다. 진통에 효능이 있는 독활을 우린 물이었다. 그때, 침전 바깥에서 내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상대등 비담 입시옵니다."

"들라하라."


벽 너머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비담의 얼굴이 침전 끄트머리에서 나타났다. 눈 밑과 코 끝이 붉게 물들어 있고 수염 끝에 물기가 남아있는 것이, 안 보이는 곳에서 한참동안 오열을 하고 온 듯 싶었다. 덕만은 애써 모른 척 하고 미소를 띤 채 비담에게 손을 내밀었다. 비담도 억지로 미소를 띠워 덕만의 손을 잡고 그녀의 곁에 앉았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견딜만 하다."


아직 독활의 효능이 몸에 돌지 않은 상태라 통증이 남아있었지만 덕만은 티내지 않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담은 그의 손을 쥔 덕만의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약한 진동으로 인해 그녀의 고통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약은 잘 드시고 계시지요?"

"그래."


덕만은 그 사이를 못 참고 눈꺼풀 밑으로 스며나오는 비담의 눈물을 보고 왼 손으로 그것을 닦았다.


"어린 아이처럼 이게 뭐냐."

"...폐하께서 이리 만드셨습니다."


원망을 섞어 투정을 부리는 비담을 향해 덕만이 쓰리게 웃었다. 그제야 독활의 효능이 돌아 심장이 진정되었지만 이번에는 비담을 향한 죄책감이 덕만의 심장 밑에서 그것을 찔렀다. 미묘하게 달라진 덕만의 눈빛에 고개를 떨군 비담이 곁에 놓인 독활우린 물을 발견했다.


"독활입니까."

"그래... 진통이 가끔 찾아와 태의에게 부탁했다."

"혹 진통때문에 잠을 못 주무시지는 않습니까?"

"...잘 아는구나."

"...한때 스승님을 따라 의원노릇을 하고 다녔으니까요."


자신의 병세를 누구보다 잘 알 비담의 눈빛에 덕만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담은 목젖 아래에서 끌어오르는 눈물을 진정시켜가며 덕만의 어깨를 살짝 잡았다.


"주무십시오. 곁에서 지켜드리겠습니다. 독활을 드셨으니 잠시는 주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비담의 간곡한 부탁에 덕만은 어쩔 수 없이 침대 위로 몸을 뉘였다. 사락거린 비단 소리가 덕만의 귀을 간지럽혔다.


"눈 감으세요."


비담의 말에 따라 덕만이 눈을 감았다. 검은 호수 밑으로 반짝이는 별들이 머리맡에 쏟아졌다.


"무엇이 보이십니까."

"하늘이 보인다."

"무슨 하늘입니까."

"밤... 하늘. 삼십 년 전, 칠숙에게 쫓겨 떠나기 전에 늘상 보았던... 사막의 밤하늘."


덕만의 말에 그녀의 가슴을 토닥이던 비담의 손이 멈췄다. 덕만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 옆에선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객주 손님을 찾아 사막에 나가면, 어느새 하늘이 검게 물들곤 했다. 그러면 바람 불지 않는 동굴 안에서 불을 피웠지. 마른 낙타 똥을 한 데 뿌리고 작은 나뭇가지를 올려 불을 붙이면 어느새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멀리서 들려오는 전갈 껍데기가 부딪히는 소리, 뱀 비늘이 스치는 소리, 이름모를 동물들이 발자국을 남기는 소리. 그 소리들을 배경삼아 책을 읽었다. 책에 나오는 고독한 영웅들의 운명적인 이야기가 내 길이 될 지도 모르고 마냥 좋았다. 책을 읽다 목이 아프고 눈이 따가우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검은 천장에 수놓아진 수만 개의 별들. 은하수가 사이를 가른 하늘 이곳 저곳의 별자리를 하나 하나 그리다보면 마침내 북두칠성에 다다랐다. 내가 북두의 여섯 번째 별 개양성의 주인이어서 였을까. 북두의 일곱별을 따라 개양성에 다다르면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한참동안 별을 보다가 집에 돌아가면 해맑게 웃으며 나를 맞아주던... 그리운... 나의 어머니. 이제는 꿈에서도 흐릿한 나의 어머니."


눈물이 흐르는 덕만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그려졌다.


"이상도 해. 이제는 엄마 얼굴도 잘 기억이 안나는데... 사막의 그 밤하늘 만큼은 잊혀지지가 않아."

"그리우... 십니까."


비담의 물음에 덕만은 고개를 저었다.


"가보고 싶으십니까."

"아냐..."


덕만은 재차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찡그려진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그리움만은 비담의 눈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어찌 신국의 황제의 몸으로, 그 입으로, 타국의 사막이 그립다 말할 수 있을까. 실수로라도 말을 흘릴까 두려워 덕만은 최선을 다해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그 하늘을... 눈에 담고 싶지 않으십니까."

"읍... 그래, 그래... 가보고 싶어..."


결국 터져버린 말에 덕만이 눈을 감은 채 흐느꼈다. 지난 수십년 간 켜켜이 감쳐두었던 욕망이 끝에 다다라서야 마침내 터져버렸다. 연인의 끊어지지 않은 눈물을 내려다보며 비담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비담은 상체를 숙여 덕만의 가슴을 끌어안았다.


"보여드리겠습니다. 소신이 폐하를 뫼시고... 그 밤하늘을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덕만의 창백한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비담의 귀을 적셨다. 진득한 눈물에서 느껴지는 덕만의 꺼져가는 생명불에 비담은 마음 속에 품은 뜻을 기필코 해내겠다 재차 다짐했다.





"정말 그리 하겠다는 것인가!"


유신의 목청높은 소리가 인강전 집무실에 울렸다. 유신, 알천, 춘추 사이에서 그를 단속하는 비담의 눈초리가 유신을 매섭게 때렸다.


"조용히 하시게. 폐하께서 주무시고 계시네."


건너방 침전에서 약을 먹고 깊게 잠든 덕만을 흘끗 넘겨본 유신이 목소리를 줄였다.


"정말 이 일을 할 수 있겠나."

"기필코 해낼 것이네."


못으로 고정시킨 듯 작은 미동조차 없는 비담의 눈동자를 보며 알천이 말했다.


"허나 그리 되면 자네와 자네의 세력은..."

"난 이미 폐하의 사후 정사에서 손을 떼겠다는 맹약을 했네. 이 일과 그 맹약이 다를 게 무엇인가."

"비담공은."


춘추의 목소리에 비담이 고개를 돌려 춘추를 봤다.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까."


춘추의 차가운 시선이 비담의 얼굴에 꽂히자 비담 역시 날카로운 시선으로 춘추를 봤다.


"비담공께서 하고자 하는 술책이... 진짜가 될지 어찌 압니까. 비담공의 안대로 한다면, 비담공이 맘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 아닙니까."

"김춘추."


서슬퍼런 비담의 말에 유신, 알천, 춘추가 동시에 놀라 그를 쳐다봤다.


"내 연모를... 모욕하지 마라. 네가 당에서 돌아와 신국의 땅을 밟기도 전에, 나는 내 목숨을 걸고 폐하를 지켰다."


비담의 혀 끝에 담긴 살기가 춘추의 뺨을 쓸고 지나가자 춘추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입술을 깨문 춘추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폐하의 성체가 타국에 보내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신국의 왕이 타국에 묻힐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제가 다시 모셔오겠습니다."

"자네가."


유신이 다시 물었다.


"폐하의 성체는 분명 이곳에... 폐하의 능에 묻힐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함께하겠네."


유신이 말했다. 쉽게 동의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비담이 의외라는 듯 유신을 봤다.


"폐하께선... 평생을, 신국을 위해 살아오셨네. 그리고 죽는 순간마저도 삼한일통을 위해 내놓으셨어. 나는 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희생을 감내하시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네. 내겐... 폐하께서 마지막으로 선택하신 사람의 길을... 막을 힘도, 자격도 없어."

"그는 나 역시 마찬가지일세."


알천이 비담을 보고 말했다.


"나 역시 자네들과 뜻을 함께 하겠네. 폐하의 시위부령으로서 폐하께 남은 마지막 사람의 길을 뺏을 수는 없어."

"이 일이 잘못되면 일에 관련된 자들은 정치적 생명은 물론 목숨까지 위험해집니다. 춘추공께선 물러나 계시는 것이..."

"폐하께선 이 나라의 황제이기 이전사사로이 제 이모님이 되십니다! 여기 있는 분들 중 폐하의 일에 가장 먼저 나서야 할 자는 여러분이 아니라 저입니다!"


유신의 말에 발끈한 춘추가 성내며 말하자 유신이 살짝 미소지었다.


"허면... 일을 시작하세.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비담이 조급한 얼굴로 유신과 알천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선덕왕 16년 봄 정월에 비담, 염종이 명활산성에서 반역을 꾀하여 군사를 일으켰다. 상장군 유신이 왕의 명을 받들어 군사를 이끌고 난을 진압했다.



밤 하늘의 달이 핏빛에 붉게 물든 날, 멀리서 들려오는 창칼 부딪히는 소리에 비담의 귀가 곧게 섰다. 비담의 흑목화가 모래알을 지근거리며 땅을 밟았다. 핏방울이 묻은 검은 비단자락을 휘날리며 비담은 다시 송죽림을 향해 뛰었다. 난의 진압을 위해 군사들이 빠져나간 상태였기 때문에 비담이 송죽림까지 다다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송죽림에 도착해 경계를 서던 비담이 한쪽에서 들린 풀잎 부서지는 소리에 칼을 겨눴다.


"비담."


남장한 덕만을 뒤에 둔 채 알천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그 뒤로는 춘추가 흑마의 고삐를 쥐고 따라오고 있었다.


"폐하."


어둠이 짙게 깔린 밤임에도 병마를 앓고 있는 덕만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보던 비담이 손을 뻗어 덕만의 팔뚝을 잡았다. 뼈마디가 잡히는 깡마른 팔뚝에서 느껴지는 죽음의 효시에 비담의 가슴이 소금이 뿌려진 상처처럼 쓰라렸다. 알천이 손에 들고 있던 약첩들을 내밀었다.


"두달치네. 태의가 말하길, 이 이상필요하지는 않을거라 하네."

".....알겠네."

"자네를 믿기에 폐하를 내드리는 것일세."

"반드시 돌아오겠네. 폐하를 대신할 시신은 준비 되었나."

"폐하와 자네를 대신할 시신, 모두준비되었네. 난이 평정되는 대로 국상을 선포할 것이며, 자네는 추포 중에 척살되었다고 공표할 것이야."

"나를 따랐던 귀족들을 모두 섬멸하고, 그들의 세력을 흡수해야 하네. 그래야만 삼한일통의 대업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야."


비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알천이 덕만을 보다 무릎을 꿇었다.


"폐하, 이제 가셔야 합니다. 폐하의 곁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이 못난 시위부령을 용서하십시오."

"알천공."


알천을 넌지시 부른 덕만이 손에 쥐고 있던 칼을 내밀었다. 뜻밖의 선물에 당황한 알천이 머뭇거리다 칼을 받아들었다.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전장의 향기에 피가 끓던 알천랑을 알고 있습니다. 천생 무장을 지루하기 짝이 없도록 내 곁에 붙들어 둔 것, 미안했습니다. 허나, 또 다시 미안한 부탁을 해야하는 이 못난 주군을 용서하세요. 신국의 칼이 되어 삼한일통의 기초를 마련하주세요. 신국의 황제로서 하는 마지막 명령입니다."


알천은 칼집을 손으로 쓸어봤다. 평생 검을 잡아 살아온 알천이기에 손에 쥔 검이 신국 최고의 대장장이가 만든  보검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가진 천금의 가치보다, 죽음을 목도에 두고도 자신을 생각해준 덕만의 마음에 알천은 뜨거운 눈물을 떨어뜨렸다.


"신... 시위부령 알천, 주군이신 폐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폐하, 신은... 폐하를 잊지 않겠나이다. 신국의 왕이 바뀌어도, 새로운 왕께서 등극하고 새로운 신국을 천명하더라도... 폐하만을 주군으로 섬길 것이옵니다. 신의 주군은, 일생 한분 오로지... 폐하시옵니다."


\'화랑 알천, 화랑의 주인이신 공주님을 뵈옵니다.\'


꿇어앉은 알천의 모습에서 이십년 전 자신에게 처음 인사를 올리던 청년 화랑 알천을 겹씌워 본 덕만이 질기고도 단단하게 이어져온 주종의 관계에 감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덕만의 시선이 이번에는 알천의 곁에 선 춘추에게로 향했다. 덕만은 품 속에 감쳐두었던 금목거리를 꺼냈다. 목거리의 끝에는 진흥대제의 소엽도가 달려있었다. 덕만은 그것을 춘추의 목에 걸었다.


"폐하, 이것이 무엇입니까?"

"소엽도다. 진흥대제를 지켜줬고, 내 어머니를 지켜줬고, 너의 어머니와 나를 지켜줬고... 나를 수없이 지켜줬던 황실의 보물이니라. 이젠 너를 지켜줄 것이다."


춘추가 손을 들어 소엽도를 매만졌다. 오돌토돌한 금장식에서 느껴지는, 진흥대제로부터 내려오는 황실의 성스러운 기운이 손끝을 맴돌았다.


"춘추야."


소엽도를 향해 시선을 내리깔았던 춘추가 덕만의 말에 고개를 들어 덕만을 보았다.


"생각해보니, 한번도 네게 이모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거 같더구나. 내가 약속한대로 어머니를 대신해 모든 것을 해주지는 못했지만, 그저 차갑고 냉정했던 못된 황제였지만... 마지막으로 내게 이모라고 불러주겠니?"


물기가 잔뜩 묻는 덕만의 말에 춘추가 손을 뻗어 덕만을 안았다. 마른 가슴을 품에 껴안고 춘추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늘 보고싶을 것입니다. 이모님."


춘추의 품안에서 그의 등을 두드린 덕만이 흐뭇하게 웃으며 물러나 품 안에 두었던 봉투를 꺼내 알천에게 내밀었다.


"유신공께 전해주세요."

"예, 폐하."

"폐하, 이제 정말 가셔야 합니다."


경계를 서던 비담이 재촉하자 덕만은 몸을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비담이 먼저 말등으로 뛰어올랐고 비담의 손을 잡아 덕만이 말 위로 올랐다.


"비담."


일어선 알천이 나지막이 비담을 불렀다.


"폐하를 부탁하네."

"......그동안 고마웠네."


비담의 입에서 한참만에 나온 뜬금없는 말에 알천은 어이없다는 듯 보다 피식 웃었다. 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크고 작은 일이 있었지만 같은 주군 밑에서 같은 뜻을 나누었던 벗이자 동지로서, 주고받은 눈빛 속에 고마움과 신의를 담아 서로를 보던 비담은 먼저 말고삐를 쥐고 박차를 가했다. 비담의 허리를 감싼 덕만은 멀어져가는 알천과 춘추를 보며 슬프게 미소지었다.



40일 후,

덕만은 어둠 속에서 자신을 흔드는 손길에 눈을 뜨려 했다. 그러나 눈꺼풀 끝을 잡고 매달리는 납추의 무게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눈이 떠지지 않았다. 문득 덕만은 생각했다. 눈꺼풀을 잡아 내린 이 납추가, 몸부림을 옭아매는 포승줄이, 심장을 옥죄는 낚시줄이 코 앞으로 다가온 죽음의 전조가 아닐까. 이렇게 자신은 돌아오지 못할 먼길을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닐까.


"폐하."


비담의 목소리.


"폐하."


비담이 부르고 있었다.


"폐하!!"


비담의 고함소리에 덕만이 마침내 눈을 떴다. 간헐적으로 트이는 숨을 몰아쉬며 덕만이 자신을 걱정스레 보는 비담을 보고 천천히 미소지었다.


"걱정마라. 아직... 죽지 않았다."


싱겁게 농을 던지는 덕만의 얼굴을 보고 비담이 그녀를 껴안았다. 비담은 눈 아래 틈새로 뿜어져 나오려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한참동안 그녀를 안았다가 풀어줬다. 비담은 미소 지으며 덕만의 곁으로 가 상체를 부축했다.


"폐하, 보십시오."


비담의 어깨에 가려져있던 사막의 밤하늘이 그제야 덕만의 시야에 더듬더듬 들어왔다. 늘 꿈에서 보았던 수십년 전 그대로의 밤하늘이었다. 그녀의 눈동자처럼 새카만 하늘에는, 부서지는 달빛을 비추는 물결처럼 별빛이 반짝였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바람에 쓸리는 모래 소리와 어렴풋이 느껴지는 찬 모래냄새에 덕만은 자신도 모르게 얕게 감탄의 숨을 내쉬었다.


"추우시지요?"


이제 덕만은 제 힘으로는 앉아있을 수도 없는 상태였기에, 비담은 잠시 덕만을 눕히고 낙타 주머니에서 낙타똥과 나뭇가지를 꺼내왔다. 가까이에 부싯돌로 불을 붙이는 비담의 하얗게 물든 손마디를 발견한 덕만이 한쪽에 둔 옷가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불을 붙이고 덕만의 곁으로 온 비담은 덕만이 내미는 솜옷을 보고 덕만을 올려봤다.


"사막의 밤은 매섭도록 추운 곳이다."

"폐하, 설마..."

"서라벌 여인들이 정인에게 가장 흔히 주는 것이 직접 지은 옷일진데, 늘 남이 지은 조복만 입고 다니는 너를 보며... 많이 미안했다."


덕만의 말에 비담은 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제 손에 든 솜옷은 다름아닌 덕만이 지은 것일 터였다. 여인이라는 틀을 벗어버리고자 길쌈이나 꽃꽂이같은 것에는 눈치조차 주지 않던 덕만이었다. 솜옷 역시 누구의 눈에도 띠지 않게 밤마다 몰래 만든 것임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것 하나를 만들고자... 얼마나 많은 밤이슬을 밟은 것이옵니까."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어."


그 말에 비담은 마침내 눈물을 터뜨렸다.


\'당신은 내가 살아갈 모든 이유를 주셨는데, 어찌 그런 미련한 말을 하는 것입니까.\'

"입어보아라. 보고 싶구나."


비담의 감정을 추스리려는 덕만의 말에 비담은 소매를 끌어 눈물을 닦았다. 입고 있던 비단옷 위에 겹쳐 입은 솜옷은 바람이 숭숭 들어와 의미가 퇴색될 정도로 품이 넓었다. 민망한 모습에 비담이 먼저 웃음을 터뜨렸고, 덕만이 따라 웃었다.


"조금 크구나."

"많이 크지요."

"내 어릴 때도 바느질엔 소질이 없었다."


덕만의 농 섞인 답에 클클 웃은 비단이 다시 덕만에게 다가가 덕만을 일으켰다. 은빛의 사막언덕 위로 북두의 일곱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덕만은 문득 시야에서 흐려지는 별빛을 보았다. 그녀가 그를 불렀다.


"비담."

"예, 폐하."

"이름을... 불러다오. 처음 나를 봤던 그때처럼."


덕만의 말에 비담이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말했다.


"덕만아."

"그래."

"덕만아."

"그래."

"나의... 덕만아."

"듣기가... 좋아."


비담은 덕만을 뒤에서 껴안아 손을 쥐었다. 손끝이 점점 떨려오고 있었다. 비담도, 덕만도 느낄 수 있었다. 개양성의 주인이 점점 하늘의 부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덕만은 희미하게 남아있는 힘으로 게슴츠레 눈을 떴다. 이제는 개울물에 퍼진 물감처럼 별빛이 흐드러지게 퍼지고 있었다.


"비...담."

"응, 덕만아."


덕만은 눈을 감았다. 이제는 눈을 뜰 기운도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덕만은 검게 물든 시야 위로 그러진 별들의 잔상을 또렷이 보며 말했다.


"고마...워."


마지막을 당신과 함께 보낼 수 있게 해줘서. 내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내 고향에서 떠날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맙다.





온기는 남아있었지만 그녀의 혼은 사라진 것을 비담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비담은 마침내 터져나온 울음을 토해내며 덕만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덕만아."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덕만아...... 이 반푼아...... 뭐가 고맙다는 거야. 뭐가 그렇게 늘 고맙다는 거야....."


비담이 손을 올려 덕만의 뺨을 감싸쥐었다. 하얀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그려져있었다.


\'고마워.\'


  그때도 그랬다. 자신을 설원에게 넘기려던 비담을 향해 욕을 하지 않고 고맙다, 말했다.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을 배반한 운명을 원망하지 않고 남겨진 자들을 위해 고맙다 말했다. 미련하게도. 바보같게도. 그런 덕만의 남겨진 미소가 가슴이 시리도록 안쓰러워서, 비담은 덕만의 몸을 끌어안고 끓는 울음소리를 내며 울었다.




두 달 후,

깊이 잠들어있던 춘추는 어깨를 흔드는 손길을 느끼고 눈을 떴다. 춘추의 시야 한 가운데에는 비담이 서있었다.  


"비담공!"

"다녀왔습니다. 춘추공."

"폐하는요."


춘추의 말에 비담은 잠시 집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


"모셔 왔습니다."

"...언제 붕어하셨습니까?"

"두 달 전..."


사실을 확인한 춘추가 고개를 쳐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잠시 떠오른 눈물을 참아내리고 춘추가 다시 물었다.


"신라인 동대는 만나보셨습니까."

"예, 그 자의 도움 덕분에 다량의 얼음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마차 안에 얼음을 깔아서 성체의 부패를 막았습니다."

"...폐하의 치장(장사를 치름)은 열흘 전에 이뤄졌습니다. 시신의 부패가 이미 진행되었을 것입니다. 지금 바로 가시지요."


춘추는 바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고 비담이 춘추를 뒤따라 방을 나갔다.



퍽!

춘추의 가노들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파헤쳐진지 얼마 되지 않은 땅이었던지라 무덤은 쉽게 다시 파헤쳐졌다. 네 치가 넘게 땅이 파진 후에야 석실의 입구인 석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담은 석문을 열고 석실로 들어갔다. 비담의 키보다 조금 높은 석실 천장 아래로 사방에는 황실의 보물들이 쌓여있었고 한 가운데에는 금장식이 새겨진 석관이 놓여져있었다. 비담은 뒤따라온 춘추와 함께 석관의 뚜껑을 열었다. 석관의 안에는 황칠을 바른 목관이 있었고, 그 안에는 덕만을 대신한 여인의 시신이 있을 것이었다. 춘추는 가노 두엇을 불러 목관을 바깥으로 빼내었다. 그 사이 비담은 마차에 모셔두었던 덕만의 시신을 품에 안고 석실로 들어왔다. 시신은 신국에서 가져왔던 수의를 입히고 삼베로 감싼 상태였다. 춘추는 은밀히 준비해뒀던 황실의 목관을 석관 안으로 집어넣었다.


"폐하를 모시세요."


비담은 덕만의 시신을 목관 가운데에 집어넣었다. 춘추는 다시 가노들을 시켜 석관의 뚜껑을 닫았다. 촛불을 들고 모든 과정을 끝낸 춘추는 가노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을 나가있거라."

"예, 나리."


가노들이 빠져나가고 춘추가 천천히 무릎을 굽혀 덕만의 석관 옆에 앉았다. 연꽃무늬 금장식을 손으로 쓸며 춘추가 슬프게 말했다.


"이제... 이모님의 신국에서 편히 잠드십시오."


춘추가 덕만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동안 비담은 사방이 막힌 석실을 둘러봤다. 촛불 빛을 반사한 보물들이 반짝였지만, 그뿐이었다. 사람의 온기라곤 찾을 수 없은 죽은 자의 공간이었다. 비담은 덕만의 석관을 내려다봤다. 이제는 덕만이 홀로 남겨져야 할 공간이었다. 비담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들고 내저었다.


아니, 그렇게 둘 수는 없어.


"이제 곧 날이 밝을 것입니다. 나가시지요."


어느새 눈가를 붉게 물들이고 인사를 끝낸 춘추가 비담에게 다가왔다.


"춘추공은 나가십시오."

"예?"

"석문을 닫고... 흙을 덮어주십시오."


비담의 어처구니없는 부탁에 춘추가 입을 벌린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돌아봤지만 비담의 얼굴에는 농담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춘추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리할 수 없습니다! 폐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될 것입니다."

"한때 폐하의 뜻에 반하는 일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폐하의 뜻을 모시고 살아왔습니다. 지금은 제 뜻대로 하고 싶습니다."

"진심...이십니까."


춘추의 물음에 비담이 피식 웃었다.


"폐하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왔고, 폐하로 인해 측은지심을 배웠고, 폐하의 결심으로 은애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겐 폐하가 신국이었고, 폐하가 삶이었습니다. 끝까지... 폐하와 함께 할 것입니다."


비담의 곧은 두 눈을 보고 결코 그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안 춘추는 이를 깨물고 그를 보다가 자신의 목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춘추는 의복 사이로 숨겨두었던 소엽도를 내밀었다.


"이것은 폐하께서 춘추공께 주신 것이 아닙니까."

"저는 이미 폐하께서 물려주신 유신공이란 칼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께서 이것을 가지고 폐하를 끝까지 지켜주세요."


춘추의 말에 비담이 소엽도를 받아들었다. 마지막으로 비담을 향해 예를 취한 춘추가 돌아 나가려다가 석실 입구에서 발길을 잠시 멈췄다.


"비담."

"?"

"부디, 성불해라."


춘추의 예상치 못한 말에 비담이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동안, 춘추는 재빨리 석실을 빠져나갔다. 석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후에야 정신을 차린 비담이 킬킬 웃으며 들고 있던 촛불을 머리맡에 놓고 덕만의 석관 옆으로 누웠다.


"춘추 저 자식이 버릇이 없어서 그렇지, 싹수가 그렇게 노란 놈은 아니야. 그렇지?"


석실 바깥에서 들려오는 흙 덮이는 소리를 눈을 감고 듣던 비담이 말했다.


"어제 꿈을 꿨어. 네가, 하얀 소복을 입고 너와 닮은 어린 계집 아이를 꼭 안아주고, 말하더라. 아프고 힘들거라고. 하지만 견디라고. 견뎌내야 한다고."


비담은 눈을 떠 석관을 향해 핀잔을 주듯 말했다.


"너는 어째 애가 그러냐? 견디라고 말할 게 뭐야? 차라리 안아주고 도망치라고 했어야지. 개양성의 주인따위, 신국의 황제따위 잊어버리고 멀리 도망가서 사람으로 살라고 했어야지."


비담은 천장을 향해 얕게 한숨 쉬고 씩 웃었다.


"그래서 내가, 뒤돌아 떠나려는 널 붙잡고 꽉. 안아줬어. 수고했다고 말해줬어.


아프고, 힘든 길이었지만, 훌륭하게, 아주 멋있게. 잘 걸어왔다고. 내가 그렇게 말해줬어."


비담은 손을 뻗어 덕만을 안듯이 석관을 안았다. 석실 바깥쪽에서 들리던, 흙 덮이는 소리는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춘추가 갔나보다. 이제 정말 우리 둘이네."


비담은 차가운 석실 바닥 위에서 흐뭇하게 웃었다. 비담의 머리맡에 놓여있는 촛불은 자신을 감싸안는 공기들을 부지런히도 잡아먹고 있었다.


"네 옆에 있으니까, 참 좋다."


비담은 눈을 감았다.


"석달 열흘간 쉬지 않고 말을 달렸더니 몹시 피곤하네."


덕만아


수고했다.


길고 긴 사십오년 간, 운명의 장난과 치열하게 싸워오느라 수고했다.


이제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유신도, 알천도, 춘추도, 천명도, 미실도, 안강성의 백성들도, 백제군도, 신라의 백성들도 없는, 오로지 너와 나 뿐인 이 곳에서


우리 더이상 깨지 않을 깊은 잠을 자며 함께 있자.


같이 있자.



한참 후, 작은 석실을 밝히고 있던 가녀린 촛불 하나는 마침내 제 임무를 다하고 짧은 흔들림을 끝으로 허공으로 연기를 뿜어내며 꺼졌다.


어둠 속에서 석관 곁으로 나란히 누워있던 한 사내의 입가에는 길게 미소가 남겨져있었다.





덕만이 마지막에라도 가보고 싶은 곳 가는 모습 보고 싶어서 쓰긴 썼는데 덕만이 마지막은 역시 본편이 훨씬 아련하고 슬퍼서 좋았던거같아. 벼랑바위씬은 완벽한 대사에 완벽한 분위기에 완벽한 연기였던 듯. 특히 \'지금이라도 갈까요\'할때 요원느 눈빛은 여태껏 본 드라마 중 제일 슬펐던 장면같아. (ㄱㅅㅅㅋㄷ의 ㅊㅅㅈ 죽었던 장면이랑 같이)


추천 비추천

36

고정닉 0

2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경제관념 부족해서 돈 막 쓸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13 - -
388026 1옵션 누가 1300만골에 팔아서 허겁지겁샀음 ㅇㅇ(206.189) 22.11.06 63 0
388025 웅... 꼬홀 11작 끝낫어 증폭파티햇다는뜻 ㅇㅇ(212.44) 22.11.06 68 0
388024 공대마다 전부 도구는 다차있네 ㅅㅂ ㅇㅇ(23.251) 22.11.06 62 0
388022 개명진 지능100마부 더 풀라고 ㅅㅂ ㅇㅇ(141.164) 22.11.05 63 0
388021 걍 8인 10인 쌀먹이 ㄹㅇ 꿀단지같은데 ㅇㅇ(185.230) 22.11.05 60 0
388019 입딜 저리까고 광룡도 심지어 우리가 딜 30프로 좀 넘게해서 잡아줌 씨발 ㅇㅇ(146.70) 22.11.04 64 0
388018 시발 메테오를 작작 쳐해야지 ㅇㅇ(128.1) 22.11.04 68 0
388016 눈치 슥 보다가 플패 아예 무쓸모로 만들어버리노 ㅇㅇ(162.243) 22.11.03 61 0
388015 3무기 모을때쯤에 변환할겁화까진 모이겠지 ㅇㅇ(86.107) 22.11.03 67 0
388013 허버허버 자수캐 하나늘리러간다 ㄷㄷ ㅇㅇ(37.120) 22.11.02 66 0
388012 내이럴줄알앗다풀슬롯커맨드불가침김준혁ㅅㅂ ㅇㅇ(216.238) 22.11.02 66 0
388010 목법만 갈아치우면 끝인데 넘비싸노... ㅇㅇ(82.102) 22.11.01 66 0
388009 참피그자체인 ㅇㅇ(200.25) 22.11.01 66 0
388007 왜 출혈보다 아칸이 9%나 더 쎄노 ㅇㅇ(185.191) 22.10.31 65 0
388006 하루만에 유즈맵 나왔노 ㅇㅇ(45.84) 22.10.31 61 0
388005 써머시즌 스윕하고 정작 본무대에선 빌빌대면 무슨의미가 있음 ㅇㅇ(146.70) 22.10.31 69 0
388003 장비 성장 조금만 더 하면 70인데 ㅇㅇ(194.34) 22.10.30 66 0
388002 ㅋㅋ 두파티인데 손님이 가득하노 ㅇㅇ(212.129) 22.10.30 69 0
388001 블베아를벗어야하나 방어픽을더껴야하나 ㅅㅍ ㅇㅇ(104.248) 22.10.30 69 0
387998 로터스 레이드 내놔라 ㅇㅇ(195.146) 22.10.29 72 0
387997 0미친척하고 3진룡 gps 초커 이핀하의 하고싶어지니깐요 ㅇㅇ(185.252) 22.10.29 71 0
387996 이관권도 주니까 마구 바꾸기 가능 ㅇㅇ(107.155) 22.10.29 69 0
387994 다른 상향된캐릭들 딜보니까 걍 엘마만 븅신인게 맞노... ㅇㅇ(84.247) 22.10.28 69 0
387993 뇌광입으면 금룡4분도 될듯 ㅇㅇ(146.70) 22.10.28 71 0
387991 오늘 저녁밥 핑가점 (한강이라 하며뉴고소함) ㅇㅇ(223.38) 22.10.26 80 0
387990 이거 피하라고 낸 스킬이 분명함 ㅅㅍ ㅇㅇ(167.179) 22.10.26 75 0
387989 바칼 카드값 좀 지켜보다가 발라야지 ㅇㅇ(45.138) 22.10.26 71 0
387988 박으면 그새끼는 뚜창사의 신임 ㅇㅇ(109.248) 22.10.26 68 0
387986 븝퍼로가는건 왜 저기서멈추고 피안달지 ㅇㅇ(46.166) 22.10.25 80 0
387985 40초마다 고기쓰고 15초마다 백스텝하고 ㅇㅇ(216.238) 22.10.25 73 0
387984 흙출베아 제발그대로만 ㅇㅇ(178.175) 22.10.25 71 0
387982 298억이라 가차없이 컷당함 ㅇㅇ(103.108) 22.10.24 73 0
387981 오늘 저녁밥 휭가점 (한강이라 하먄 고소함) ㅇㅇ(211.234) 22.10.23 78 0
387980 이관성장에 일케 올려보면 1렙 버프력이 나오는ㄷㄷㄷㄷㄷ ㅇㅇ(104.166) 22.10.23 68 0
387979 1옵 화상뎀증10으로 바뀌고 2옵은 무력화게이지10퍼당 피증590  ㅇㅇ(146.70) 22.10.23 76 0
387978 이관성장에 일케 올려보면 1렙 버프력이 나오는ㄷㄷㄷㄷㄷ ㅇㅇ(200.25) 22.10.23 67 0
387976 40초클에 무골베 쪽 빨아먹기 ㅇㅇ(129.227) 22.10.22 72 0
387975 점심먹기전까지만해도 1900이엇는데 결국 2100에 삿노  ㅇㅇ(45.128) 22.10.22 70 0
387974 270랩 8개 주고 경매로 쩔값회수 ㅋㅋㅋ ㅇㅇ(194.39) 22.10.22 66 0
387973 자수부캐들인장다뜯어버림 ㅇㅇ(185.195) 22.10.22 66 0
387972 엔정상 아칸옵이 없음 ㅇㅇ(89.38) 22.10.22 66 0
387971 룸묘 벗고 교감신 신고 발사하는게 더 재밋을듯 ㅇㅇ(167.172) 22.10.22 67 0
387970 병신년들이 딜 안밀리는데 내부는 가기싫고 ㅇㅇ(212.44) 22.10.22 71 0
387969 대남보에 대해 갑자기 든 생각 ㅇㅇ(223.39) 22.10.22 157 0
387967 3융합나오면대겟네 ㅇㅇ(195.242) 22.10.21 68 0
387966 물마방존나빵빵하네 십ㅋㅋ ㅇㅇ(128.1) 22.10.21 61 0
387964 4상변 좆같은데 개재밌노 ㅋㅋㅋㅋ ㅇㅇ(159.89) 22.10.20 70 0
387963 독장판 가시장판에 발디딜틈 없어서 맞아 뒤져나가는게  ㅇㅇ(109.123) 22.10.20 70 0
387962 십년들이 템좀 바꿔놓으면 바로 부수기들어가노 ㅇㅇ(200.25) 22.10.20 64 0
387960 시브떡상할거같아서 못팔겟어양;; ㅇㅇ(185.191) 22.10.19 7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