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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변명, 혹은 소회..

천류무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09.28 14:12:53
조회 8770 추천 7 댓글 34

모두 안녕들 한지? 이제 날씨가 제법 선듯하네..
(반 말투가 거슬린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여긴 디시니까 이해하지?)

 

원고 탈고는 한 열흘 전 즈음에 끝냈는데..그동안 지친 심신을 추리려 훌쩍 떠나 제주도 올레길을 걷다가 왔어..
낮에는 하루 종일 걷고 밤에는 술을 때려 마시기를 반복했는데, 아직도 자다가 새벽에 벌떡 일어나 원고 써야지
하는 나를 발견하곤 해. 이 갑작스러운 평화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 같아..

 

이 드라마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신경 쓰였던 것은 사실, 시청률도 시청률이었지만 역사 왜곡 문제야..
고려사에 악녀이자 요부로 그려진 천추태후를 긍정적으로 그린다는 것 자체가 태생적인 왜곡을 안고
출발하는 것이었지..다른 주인공인 김치양과 강조의 출신을 비틀어 버린 것도 그렇고..
이것은 역사에 정통한 사람에게는 욕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지닌 작품이야..
개인적으로 이글루스에 있는 < 을파소의 역사산책 >이라는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는 편인데,
이곳에 글 쓰는 분들 정말 괜찮은 사람들이야. 드라마에서의 역사 왜곡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하는 편인데..
당연히 나야 집중포화를 맞았지..욕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 나 또한 마음이 무지하게 아프고
괴로웠지...그걸 스스로 위안하려고 하는 것이 역시 만병통치약인 < 드라마는 드라마다>라는 논리였어..
史劇에서 史는 그저 배경일 뿐이고, 허구인 劇이 위주인 것이 드라마여서 이는 내 창작의 자유에 속한다는
 것이지..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도, 늘 가슴이 답답한 것은 사실이었어..작가는 담대한 척 하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보다 섬세한 면도 없지 않아 상처도 잘 받는 편이니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이 고민은 차라리 사치스러운 게 되어 버렸어..
죽느냐, 사느냐 시청률 전쟁은 모든 가치와 선의를 묵사발 내버리는 괴물이니까..한가하게 역사에 대한
고민을 할 때가 아니었어..시청률이 하락하면서부터는 사공들이 한마디씩들 해 대는데, 이건 배를 산위로
옮기는 정도가 아니라 숫제 사막으로 내모는 형편이었지..그래도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시청률이 절대선이 되버린 시대야..게다가 흑자를 내야하는 방송국 내부사정과,
제작비 삭감 크리에 주인공의 부상..위에서는 들볶아 대는데, 대책이라고 내 놓는 그들의 의논은 각자가
신통할 만큼 다 달라..사실은 그들은 드라마를 잘 보지도 않는 족속이라고 나는 믿어..
그냥 무언가 보고를 해야 하니까, 그들도 또한 더 위의 인간에게 들볶이는 불행한 사람이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도 내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야..아무튼 그때 많이 외로웠어..
깜깜한 밤, 핏발선 눈으로 잠 못 들고 있는데, 이야기는 실타래처럼 엉켜 버렸고, 나는 한 줄 쓰는 게
공포스러워 거울을 노려보지..몇 년 전 위암으로 세상을 버린 조소혜 선생..
우리나라 최고 시청률 기록을 지닌 영예를 안고 있으면서도, 마지막 작품 때, 암보다도 아침마다 나오는
시청률표가 더 두려웠다는 헤 맑은 얼굴의 그이가 생각나기도 했어..저 밑에 피와칼 횽이 썼지만,
김운경 선생의 말씀..못 쓰는 것도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것인지, 왜 사람들은 못 쓰기도 어려운 것임을
 모르는지 서글프기도 했어..

 

아무튼 철모에 대구리 거꾸로 쳐 박아도 국방부 시계는 가듯이, 참혹한 세월 흐르니 이 드라마도 드디어
막을 내리는 때가 오네..그래도 마지막 위안은 되는 것이 작품성과는 별개로 후반부 청률이 괜찮았다는 것이야..
아침마다 괴롭히던 전화도 더 이상 오지 않고..감독이나, 배우들이나 스텝들도 모두 신이 나서 일을 한다는
소식이 많은 힘이 되더군..생각해 보면 사람 참 웃기는 거야..아침마다 나오는 저 작은 표 하나에 이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괴로워하고 한탄하다가 또 낄낄대며 가끔은 오만해지기까지 하니...
그래, 어찌 보면 이 판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몽땅 집약시켜 놓은 곳일지도 몰라..상대를 이겨야 하는
무한 경쟁의 전쟁터...이기기 위해 막장의 최고 무기를 휘둘러도 정말 이기기만 하면 장땡인 세상...
<그사세> 같은 명품도 이기지 못하면 쓸쓸히 묻히는 개 같은 세상...글쎄 이 판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
살아남을 가치가 있을지 잘 모르겠네..그래도 문인위처럼 살아 남아야겠지..장렬하게 전사해도 뭐 별로
알아 줄 것 같지도 않고..

 

오늘은 쫑파티를 하는 날이야..아마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또 술이 떡이 되도록 퍼마시겠지..
그래도 나보다 더 고생한 사람들 위안하는 자리니까 즐겁게 마실 거야..
정말 고마운 것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여기 이 자리에서 응원해주고 질책해주고 때로는 악담이나
저주까지 뱉아 준 횽들이야..처음 시작할 때는 횽들과 소통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시간의 여건상, 또한 정서상의 여건상, 그것을 지키지 못한 것이 정말 미안하네..
오늘 지나가 또 훌쩍 여행 좀 떠났다가, 찬바람이 더 세지면 횽들 초대 한 번 할게.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 지켜준 으랏차차 나횽, 드라마보다 훨씬 유익한 감상평 써주다 실망해 떠난 푸른늑대횽,
언제나 경종폐하가 진리이신 객성횽, 중반부터 나타나 좋은 평 써준 피와칼횽..해박한 역사지식과 촌철살인의
유머감각을 갖추신 제루기횽..그리고 또 많은 천추갤의 여러횽들.. 막걸리 한 잔 살 테니까 시간 나면 와 주삼..
내가 글을 못 쓰도 구라는 그래도 제법 까는 편이거든...그 초대는 나중에 다시 들러서 할 게..
그 동안 정말 고마웠어..또 보자구..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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