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지나 생각해본 것이지만, 내가 살아왔던 인생들의 기억들은 저 멀리 날아간지 오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린날의 천진난만함과 어리광으로 가득차있던 순수함 그 자체 말이다.
 나는 어른이되었다. 살아오며 자연스럽게 나이를먹고 그렇게 어른이되었다는 것이다. 과학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시음용 약을 마시고 어른이되었다는 SF 공상과학 영화가 아니라.


 지금도 가끔씩 생각해본다. 끔찍했던 전장의 그 그림들을. 영상과도 같이 재생되어 끝없이 나를 괴롭히는 그 기억을, 나는 아무 생각없이 넘길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불가능했다.

 그 기억을 되짚을 때 마다, 너무나도 괴로워서 나는 남들 몰래 뒤에서 흐느끼기도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 아픔은 어디에 부딪히거나 하는 그런 작은 범위의 아픔이 아니다.
 내 인생을 무너뜨리고, 그 어린날의 나에게서 순수함과 천진난만함 대신 잔혹함과 냉혈함을 가르쳐주었던 아픔이였다.

 
 "내 인생은 뭐였던걸까."


 아무도 없는 베란다에서 캔맥주를 하나 까고. 입에 들이부으며 나 자신에게 질문했다. 물론 대답은 돌아오지않았다.
 내 머리속에는 몇가지 단어들이 떠올라 배열되고있었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잊기위해 애썼다.

 아니야. 아니라고.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하지만 곧 찾아온 의문에 나는 고개를 젓는것을 멈췄다.


 지금의 내가 행복을 느끼는것이 잘못된것일까.
하는 의문이였다. 그래, 지금의 나는 충분히 행복했으니까.
 그 빌어먹을놈의 실험이 전부 끝나고, 만신창이로 거리에 놓였을때도 자유를 맞이했다는 그 기분 하나에 행복했었고 지금에 와서 아이들을 만나게되었다는 그 기분에 행복했다. 박사가 PTSD진단을 내렸을때도 나는 행복했다.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과거를 생각하며.


"…"


 정말일까.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과거일까. 그리고 난 이 행복을 만끽해도 되는걸까? 정말로?
 날 위해 죽어간 사람들. 그 뿐만 아니라 전쟁에서 희생된 모든 사람들도 이 행복이라는 크나큰 기쁨을 느낄 권리가 있지 않았을까.

 맥주를 들이키던 손에 멎어버렸다. 아니 내 몸 전체가 얼어붙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몸에 난 상처들이 그 때 그날처럼 쓰라리기 시작했다.

 손이 덜덜떨려왔다. 그들을, 그러니까 나를 위해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자 구역질이 밀려들었다. 억지로 참아내고 참아냈다.
 울지 않으리라. 나는 그렇게 다짐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고, 지금도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다시 한번. 내 머리속에는 아까의 질문이 울렸다.


"내 인생은 뭐였던걸까."


 나는 정말로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온걸까. 남들이 웃으며 가족을 껴안고 행복해할때 잘려나간 동료의 시체를 끌어안고 울부짖던 나의 인생은.

 그와 동시에. 나는 지금 행복하다는 그 말이 머리에 떠올라, 구역질나는 광경과 겹쳤다.
더이상은 참을 수 없었기에 나는 화장실로 뛰어가 먹었던 모든것을 게워냈다.

 목을 타고 흐르던 시원한 맥주의 맛 따위는 이제 내 기억속에 없었다. 마치 3, 4월달 휘날리다 땅에 떨어져 사라져가는 그 벚꽃과도 같이. 그것이 내가 잃어버린 과거의 순수함일까.


 화장실 바닥에 엎드린체 나는 소리죽여 울부짖었다. 이런 모습을. 내 울음소리를 지우기 위해 샤워기를 틀어놓고. 그렇게 나는 울부짖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었다.
나는, 굳센 어른이여야만 하니까. 그 날의 슬픔을 잊고 일어서야할 어른이였으니까.

 솔직해질 수 없는 나의 밤은 오늘도 이렇게 흘러간다. 내 눈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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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썼다. 시발 제이쟝..애껴랏...

미스틸테인 상향이절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