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클갤문학] 서유리가 정식 요원복때문에 고생하는 이야기

Chlora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0.19 21:34:30
조회 4619 추천 31 댓글 14

신강고등학교 2학년 서유리를 아는 이들이 모두 동의하는 한 가지는, 그녀가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가 인간적으로 결격사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외관상으로 보이는 서유리의 모습은 TV에서만 볼 수 있는 소위 아이돌들의 그것과도 비견할 만 했고, 성격 또한 모나지 않고 주변을 편안하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평소 행동거지를 본 사람들은 대개 마음속에서 그녀의 순위를 신경 쓰이는 이성에서 좋은 친구로 격하시키기 마련이었다.


서유리 본인 역시도 사람들의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는 편이었다. 자신은 머리도 나쁘고, 분위기도 잘 못 읽는다. 소꿉친구인 우정미도 그녀를 종종 아저씨 같다고 이야기할 정도니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남성들이란 으레 자신이 지켜주고 싶어지는, 그러니까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타입의 여자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땀내-그녀의 경우는 호구 특유의 냄새도-나는 운동계에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 억척스러운 면이 있는 자신보다는, 클로저 활동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팀 리더 이슬비나 강남사태 당시 만난 오세린이라는 선배가 자신보다 더 여성스럽고 남성들에게 좀 더 인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서유리의 생각이었다.


그런 그녀가 오랜만에 대담한 시도를 한 것은 클로저 정식 요원복을 지급받는 과정에서였다. 보급품 품목을 대강 훑어보던 그녀의 눈에 띈 것은 짙은 커피색의 스타킹이었다. 그 순간 서유리의 머리 속을 스친 것은 얼마 전 이슬비의 집에서 본 드라마 속 사무원이었다. 빠릿빠릿한 일처리에 차가운 도시 여자 스타일.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그녀가 양복과 함께 신는 스타킹이었고, 결국 서유리는 무언가에 홀린듯 의복을 수령해왔다.


그날의 복구작업 지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서유리는 자신이 수령한 요원복을 차려입고 거울 앞에 섰다. 처음 신는 스타킹이 어색했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 생각 머리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이게... 나야?”


평소의 다소 흐트러져 보이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거울 속에는 처음 보는 여성이 한 명 서있었다. 꼭 맞는 검은 슈트에 단정한 넥타이와 포인트를 잡아주는 푸른 스커트. 거기에 처음 신는 스타킹에 거기에 어울리는 롱 부츠는 그녀의 긴 다리를 더욱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었다. 잠시 넋을 놓고있던 서유리는 이 옷을 수령받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자찬하며 들떠 있다가 잠을 청했다.


딱히 서유리의 일상이 그날부터 마술처럼 180도 반전한 것은 아니었다. 학우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좋은 친구’나 ‘착한 누나’등에 가까웠고, 그녀의 행동거지 역시도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원복을 입고 클로저 활동을 하고 있으면 서유리는 자신과 예의 기억 속 사무원을 어느정도 동일시할 수 있었다. 복구작업은 순조로웠고, 이전 강남 사태 때는 물론이고 학교나 구로역에서 차원종과 싸우던 때와 비교해도 상황은 점점 호전되고 있어 위험한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몸을 쉴 때면, 서유리의 머릿속을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가며 뿌듯한 기분이 그녀의 마음을 채워주었다.






“유리야, 잠깐만.”


이슬비가 작전 종료 후 땀을 닦아내던 서유리를 잠시 불러세운 것은 그런 나날 중 하루였다. 그녀는 구슬땀이 맺힌 서유리의 이마를 잠시 바라보았다.


“응? 왜애, 슬비야?”


“몸이 안 좋거나, 피곤하거나 하진 않아? 요즘 날씨도 점점 더워지는데 말이야.”


아닌게 아니라, 시간은 어느덧 초여름이라고 해도 좋을 때가 되어 햇빛이 제법 따가웠다. 차원종 잔당을 처리하다보면 몸은 어느새 땀범벅이 되기 일쑤였고, 그런 식으로 퇴근 시간이 되어갈 때 즈음이면 샤워 생각이 간절해지는 것이다.


“아? 아, 괜찮은데? 나, 검도할 땐 이거보다 훨씬 힘들었다? 몸만 움직여도 힘든데 검도부는 완전 찜통이고, 거기에 호구 생각만 하면... 아휴...”


“음...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이슬비는 서유리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리 쪽을 바라보며 말을 흐렸다. 미간을 약간 찌뿌린 것이, 뭔가 말을 고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근데 유리야... 그... 옷 말인데...”


“응? 이거 왜?”


“그... 그 요원복, 덥지 않아?”


서유리는 그녀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옷이 뭐 어때서? 서유리는 의문의 시선으로 이슬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의 다리 쪽을 향해있었다.


“옷? 괜찮은데? 왜 그러는데?”


“음... 아냐. 괜찮다면 됐어.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봐.”


서유리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잠시간의 생각 끝에 한 생각은 역시 자신은 이런 고민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특별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는 결론을 내린 뒤 서유리는 씨익 웃으며 이슬비를 껴안았다. 이슬비의 얼굴은 금새 당혹으로 물들었다.


“에이, 우리 슬비는 걱정도 많아! 뭔진 모르겠지만 괜찮아, 괜찮아!”


“아니, 잠깐. 유리야!”


이슬비의 반응을 보면서 깔깔 웃으며 서유리는 생각했다. 별 문제 없을거야.






하지만 며칠 뒤, 서유리의 생각은 틀렸음이 드러났다. 그녀에게 있어서 최악의 방식으로. 그 시작을 알린 것은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서유리를 맞아준 그녀의 동생이었다. 부츠를 벗고 집안에 들어온 그녀를 반기러 나온 동생이 얼굴을 찌푸렸다.


“누나, 냄새나!”


“응?”


서유리는 당황했다. 작전중에 묻은 차원종의 피가 아직 배어있는 걸까? 서유리는 동생처럼 코를 킁킁대보았지만, 자신에게서 나는 냄새라 이미 적응이 된 것인지 별다른 냄새를 맡지는 못했다. 차원종의 체액이 일반인에게 위험할 수 있다며, 일과 종료 후 장비수입의 중요성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설파하던 이슬비가 생각난 서유리는 재빨리 몸을 둘러보았지만 신통한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서유리는 동생의 어께를 붙잡고 직접 질문했다.


“무슨 냄새? 이상한 비린내같은게 나니? 역한 냄새야?”


동생은 고개를 젓고는 잠시 고민했다. 자신이 맡은 냄새를 표현할 단어를 생각하는 듯 했다. 잠시 뒤, 동생은 이거다, 싶은 단어가 생각난 듯 얼굴을 확 펴고는 그녀에게 웃는 얼굴로 사형 선고를 내렸다.


“아빠 발냄새랑 똑같은 냄새 나!”






“그래서, 나한테 약을 받았으면 한다?”


제이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검은양 팀에서 이런 일이 가장 없을 것 같던 서유리가 이런 목적으로 자신을 찾아오리라곤 제이는 상상도 못했으리라. 제이는 손가락 사이로 서유리를 훑어보았지만 표정이 조금 안 좋아 보일 뿐, 그로서는 어디가 문제인지, 무엇이 변한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딱 하나, 그다지 약과는 상관 없어보이는 전체적인 모습을 제외하고는.


“그러고 보니 유리야, 그 옷은 오랜만이다?”


서유리가 입고 있는 옷은 한 달 넘게 계속해서 봐와서 익숙해진 정식 요원복이 아닌, 처음에 지급받은 검은양 팀의 요원복이었다. 서유리가 정식 요원복을 썩 맘에 들어한다는 것을 그간 익히 봐와서 알고 있었던 제이는 그녀가 왜 옷을 바꿔 입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아..., 저어, 그게 있잖아요, 아저씨...”


“오빠라니까.”


제이의 미간에 힘줄이 돋아났다. 이 사람 말 안 듣는 아가씨는 처음 볼 때부터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굳이 자신에게 뭔가를 부탁할 때마저도 ‘아저씨’라는 호칭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자신이 그렇게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일까, 하고 제이는 잠시 울적해졌다.


“아니, 어쨌든 그건 됐고. 무슨 약이 필요한건데? 어디 다쳤어? 자, 자. 이 오빠한테 말해 보라고.”


말을 잇지 못하고 버벅이는 서유리가 답답해진 제이가 캐물었지만 서유리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묵묵부답이었다. 답답해진 제이는 한숨을 푹 쉬고는 서유리를 달래는 작업을 시작했다. 몇 분 뒤, 모기 목소리로 대답하는 서유리의 요구를 들은 제이는 당황을 감추기 위해 선글라스를 만지는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좀약을 달라고?”


“아저씨, 목소리가 크잖아요!”


서유리가 빼액 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곳은 재해복구 본부의 한가운데였고, 시끄러운 장비 가동음을 뚫고 우렁차게 울려퍼진 서유리의 고함소리는 주변에서 쉬고있던 특경대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모두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된 서유리는 얼굴에만 때이른 가을이 온 양 다시금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이것... 참... 뭐라 해야되나...”


제이는 난감했다. 전쟁을 직접 겪은 사람으로서 누군가를 위로할 일은 차고 넘치도록 많았건만, 이런 식으로 개인의, 그것도 다 큰 여성의 치부를 듣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럴 때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하는가. 제이로서는 자신은 받아본 적도 없는 압박 면접이 이런  느낌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눈앞에 서있는 서유리의 어께가 조금씩 떨리며 들썩거리는 것이, 우물쭈물하다가는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제이를 더욱 압박해왔다.


“일단, 지금은, 그 뭐냐... 약, 없으니까... 끝나고 나면 우리 집으로 가자. 응? 진정하고, 유리야. 제발 부탁이다.”


이미 부끄러움이 임계점을 넘었는지 서유리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그런 서유리의 양 어께를 붙들고 이야기하는 제이의 뒤통수를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난타했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 꼴을 대장이 봤으면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하는 잡생각이 제이의 머리를 잠시 스쳤다.






“이거 참. 좁고 더러워서 미안하구만. 일단 들어와.”


제이의 집은 좁은 옥탑방이다. 제이는 오랜 세월 군대나 다름없는 곳에서 생활했고 연구소에서 살았던 적도 있어 나름 깔끔한 성격이었지만, 최근 바쁘기도 했고 꿈자리도 사나워 자기 전에 술 한 잔이 습관이 된 탓에 방 여기저기엔 맥주 캔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발로 빈 캔을 밀어내 대충 앉을 자리를 만들고 서유리를 앉힌 제이는 침대 밑에서 구급상자를 잔뜩 꺼내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이건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제발 빨리 좀...”


“...없는거 아니에요?”


등 뒤에 서유리가 평소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우울한 모습으로 앉아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제이는 자신이 아무렇게나 뒹굴던 집이 가시방석으로 변한 느낌이었다. 약상자를 평소에 좀 정리해놓을걸, 하는 뒤늦은 후회가 제이를 짓눌렀다. 워낙 독하다 보니 자신은 잘 쓰지 않는 약들이라고 구비만 해놓고 어딘가에 처박아놓은 것이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십여분이 지나고 방이 수많은 약병으로 약국을 방불케하는 모습으로 변모하고 나서야 제이는 겨우 무좀약을 찾아낼 수 있었다.


“찾았다! 유리야! 찾았어!”


어울리지도 않는 호들갑을 떨며 제이가 약을 치켜들고 뒤를 돌아보자, 무릎을 껴안고 고개를 묻은 채로 앉아있던 서유리가 고개를 들었다.


“그거...에요?”


“그래. 이건 먹는 약이고 이건 바르는 약이야. 일단 둘 다 줄테니 일단 챙겨. 바르는 약부터 써봐.”


제이의 말을 들은 서유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이거 바르면 바로 나아요? 곧바로?”


“아니, 이거 작전용 회복약같은거 아니니까...”


“고마워요, 오빠! 가서 이거 발라볼께요! 동생들 밥 때문에 저 빨리 가볼게요! 내일 봬요!”


당황한 제이가 뭐라 할 틈도 없이 서유리는 문을 열고 후다닥 뛰쳐나갔다. 계단을 급히 내려가는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니 내일 아침에 주인집에게 한 소리를 들을 듯 했다. 지금의 모습을 보건대, 아마 서유리는 저 약의 효과를 오해한 것이 분명하다고 제이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진짜 싸움은 내일부터이리라. 제이는 머리를 긁으며 책장을 뒤적였다.


“여기 어디에 신문 스크랩해둔게 있을텐데...”






다음날, 꼼꼼하게 약을 바르고 잤지만-당연하게도-차도는 없었고, 클로저 일도 비번이었기에 학교가 파하자 서유리는 얼굴에 먹구름이 잔뜩 낀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아저씨... 좋은 약은 자기가 다 먹고는...”


서유리가 투덜거리며 약을 꺼내던 차에 벨이 울렸다. 약을 다시 집어넣고 문을 열자 문앞에는 커다란 가방을 맨 제이가 서있었다.


“안녕.”


“저희 집은 어떻게 알고 왔어요?”


제이를 보자 서유리의 얼굴이 부루퉁해졌다. 전날 밤에 기분좋게 들어와 기대에 부풀어 약을 바르고 잤던 자신을 생각하면 부끄러움과 짜증이 치밀었다.


“뭐, 유정씨한테 물어봤지. 너희 집 찾기 정말 힘들더라.”


한밤중에 전화해 서유리의 집을 묻자 전화 너머로 갑자기 목소리가 차가워지던 김유정의 반응을 떠올리며, 제이는 잠시 오한을 느끼고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건 다 뭐고요?”


“별건 아니고. 도와주는 김에 확실히 도와주려고.”


제이가 아래, 정확히는 서유리의 발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 양말을 신은 채였다. 제이의 손가락을 따라가던 서유리의 눈이 자신의 발에 닿자 서유리는 발칵 화를 냈다.


“아저씨가 안 도와주셔도 되요! 제가 알아서 할 거니까요! 약도 효과도 없던데요 뭐!”


제이는 헛웃음을 쳤다. 어쩌면 이 아가씨는 어제 예상이랑 한 치도 다르지 않을까.


“아니, 어제도 말했지만 그 약은 그냥 평범하게 오랫동안 써야 되는 약인데. 하루만에 나을 리가 없잖니, 유리야.”


“그런 말씀 안 하셨잖아요!”


“했어. 네가 안 들어서 그렇지.”


“아휴, 안 했어요!”


“했어.”


씩씩대는 서유리를 보고 있던 제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현관으로 밀고 들어왔다. 서유리는 그런 그를 낑낑대며 막아보려 했으나, 위상능력자이긴 하나 어찌됐건 여성에 고등학생인 서유리의 신체조건으로 단순한 완력 싸움에서 그를 막기란 지난한 일이었다. 서유리의 방을 발견한 제이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움찔했다.


“아니, 역시 이건 좀 그런가. 어디 앉을 데 없나?”


“식탁으로 가시면 되잖아요!”


“오, 그렇네. 땡큐.”


제이가 식탁 의자에 앉자 맞은편 의자에 서유리가 쿵 하는 소리가 들릴만큼 세게 앉았다. 자기가 사는 집이라고는 하나 그리 유복한 환경도 아니었고, 그런 자랑할 것 없는 모습을 팀원에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니 서유리는 우울해졌다.


“가족들은? 동생들은 아직 학교인가?”


“친구랑 놀러갔어요. 저녁밥 먹을 때가 되면 오겠죠.”


“그렇게 시간이 넉넉하진 않구만. 그럼 빨리 본론만 얘기하고 가지.”


본론이라는 이야기에 서유리가 다시 도끼눈을 하고 제이를 바라보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배신감을 떠올리면 당장 식탁 아래로 발길질을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 이상한 아저씨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하는 생각을 서유리는 해보았지만, 이세하나 이슬비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거기에 미스틸테인은 말할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강남사태 당시에 제이가 무좀약 이야기를 잠시 꺼냈던 것을 기억해내어 제이에게 상담해보려 했지만 결국 이 꼴이다. 서유리는 자신의 머리를 한 대 치고싶었다. 서유리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제이는 벗어놓은 가방에서 자그마한 약통을 주섬주섬 꺼냈다. 소아용의 감기약 등이 들어갈법한, 액체가 들어있는 튜브 타입의 작은 약통이었다.


“자. 니가 원하던 즉효약인데, 이게.”


“네?”


“너 학교에 있는 동안에 얻어왔다. 전쟁 중엔 이렇다 할 클로저용 옷같은거도 없고, 다들 아무렇게나 군복에 전투화 차림으로 싸워대느라 너같은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도 많았거든.”


시큰둥하게 제이의 이야기를 듣던 서유리가 와락 일어섰다. 이 사람은 대체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이 약을 받았단 말인가? 서유리의 머릿속에 재해복구본부에서 캐롤리엘의 조수로 일하고 있는 우정미가 떠올랐다. 그녀에게 이 사실이 알려졌다간 서유리는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잃을 것만 같았다.


“그걸 또 누구한테 말했어요? 아저씨 때문에 못 살겠어, 정말! 누구한테요?”


“캐롤리엘한테. 그냥 내가 무좀이라고 했으니까 그건 걱정 말고.”


제이가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꺼내물며 낄낄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자기전에 이번엔 그걸 바르고 자라. 그럼 일단 상황은 나아질거야.”


“‘일단’요?”


“그래. 그리고 이거 읽어보고.”


제이는 가방에서 서류철을 하나 꺼내서 서유리에게 건네주었다. 가방 안에는 비슷한 서류철이 잔뜩 들어있었다. 상황이 자꾸만 휙휙 바뀌는 탓에 정신이 없었던 그녀는 가방이 컸던 까닭이 저것인가 하고 멍하니 생각했다. 서류철을 열자 신문기사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무좀, 재발, 재감염 막는 것이 중요...’...?”


“그 약은 어디까지나 당장 급한 불만 꺼주는 거거든. 뭐니뭐니해도 평소에 관리를 잘 해주는게 제일이지.”


“...이렇게 읽어서는 잘 모르겠는데요. 저는 머리가 나쁘잖아요.”


서유리가 시무룩하게 말하자 제이는 선글라스를 만지며 한숨을 쉬었다.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아가씨다. 그래서 내버려둘 수 없는 거겠지만.


“일단 읽어보고... 잘 모르는 부분은 나중에 이 오빠한테 물어봐. 다른 서류철 보면 양복입을 때 주의해야할 점 같은거도 모아둔거 있으니까 그것도 보고. 가방은 놓고 간다.”


“네? 가시려구요?”


“네 동생들 올텐데 뭘. 그럼 수고해.”


제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리 넓지 않은 서유리의 집 거실을 뚜벅뚜벅 가로질렀다. 서유리는 아직도 혼란을 수습하지 못한 채로 제이의 등을 바라보았다. 신발을 신은 제이는 마지막으로 문을 닫으며 서유리에게 인사삼아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라. 건강이 제일이다.”






복구본부의 일상은 계속된다. 작전을 마치고 돌아온 제이는 연구용 잔해의 전달을 위해 캐롤리엘의 조수, 우정미에게 향했다. 우정미는 임시로 설치해둔 컨테이너에서 무언가를 배송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마 캐롤리엘에게 보내는 물품이리라.


“안녕. 늘 하던 일 하러 왔어.”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저씨 아니라니까?”


제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최근 이 아이들과 연관되기 시작한 이후로 한숨이 부쩍 늘어난 기분이 드는 제이였다. 차원전쟁 당시만 해도 팀의 마스코트였건만,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인지. 잠시 다른 생각을 하던 제이는 그가 가져온 차원종 잔해를 수령한 우정미가 그에게 종이가방을 하나 내민 것을 발견했다.


“이게 뭐지? 초콜렛? 역시 이 오빠는 인기있구만.”


“발렌타인데이가 몇 달전 얘긴데 그런 썰렁한 농담을 하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들 아저씨라고 부르는 거지.”


웃으며 가방을 받아든 제이는 안에서 약봉투를 발견하고 우정미에게 의문의 시선을 보냈다. 우정미는 그에게 측은한 눈빛을 돌려주며 말을 이었다.


“캐롤리엘 선생님한테 들었어요. 그... 무좀 때문에 고생하신다면서요? 일단 평소에 많이 도와주시니까 드리는 거에요. 정말이지... 관리 좀 하시라구요. 매번 건강, 건강 하시면서.”


제이는 할 말을 잃었다. 분명 그가 캐롤리엘에게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이래서는 자신의 이미지가 엉망이 되지 않는가. 제이가 머릿속으로 이 상황을 타개할 대답을 생각하고 있을 때 그의 등을 둔탁한 충격이 덮쳤다.


“크헉!”


“정미정미야!”


“서유리 너, 여기 위험한 물건이 얼마나 많은데! 조심히 좀 들어오라니깐!”


“아휴, 미안! 우리 정미가 너무 보고싶다보니 그만 잊었지 뭐야! 아저씨, 미안해요!”


제이는 위험 신호를 머리가 쾅쾅 울리도록 보내오는 허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벽에 기대어 앉았다. 서유리의 뒤를 따라 검은양 팀의 다른 멤버들도 컨테이너로 들어왔다.


“임무 수고하셨습니다, 제이 씨. 정미야, 그거 전해드린거야?”


“무좀약 말이지? 방금 드렸어.”


제이는 목에서 쇠 맛이 나는 느낌이었다. 지금 정도면 아마 피를 토하더라도 괜찮은 상황이 아닐까 하는 것이 그의 심정이었다. 제이는 나머지 멤버들이 우정미와 이야기하는 틈을 타 유리에게 슬쩍 눈짓을 했다. 부디 그녀가 이 신호를 이해해서 화재를 좀 돌려주기를. 제이의 눈을 본 유리는 알았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에이, 제이 오빠도 참! 어쩌다가 무좀이 다 걸린거에요!”


제이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

처음에 스토리 생각할때

1안 제저씨한테 상담하고 해결해준다

2안 슬네한테 상담했더니 슬네가 TV에서 본 이상한 지식 때문에 일이 꼬이고 제저씨가 해결해준다

이렇게 2안이 있었는데 2안을 쓸 능력이 없어서 1안으로 했다 시발.

추천 비추천

3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1129013 근데 솔직히 까놓고 클망된 이유 중 존나 큰게 유저다 [35] 포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21 2978 33
1128815 장문주의)념글 보고 적어본다. 진입마인드와 설명부족이 합쳐진 문제다. [26] ㅇㅇ(211.60) 15.10.21 1860 14
1128636 ???:아, 정미야. 여기 있었구나. [53] (14.89) 15.10.21 16019 178
1128599 [클갤문학] 이슬비가 이세하와 함께 행사장을 가는 이야기 -1- [5] Chlora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21 1607 20
1128385 클갤문학) 나타와 레비아의 휴식 - 1 - [8] 낙타(220.89) 15.10.21 1699 17
1128338 개뉴비 맨땅해딩의 99위 클좆 소감 [82] aaaa(112.184) 15.10.21 2861 31
1128235 공포의 미스틸테인.jpg [5] 7메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20 2634 23
1128176 [클갤문학] 진실 [2] 민들레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20 717 11
1127971 네뜨억크 지금 신고했는데 이 겜 신고하면 잘 들어주냐? [21] ddd(49.143) 15.10.20 1871 21
1127938 [클갤파오후쿰척쿰척단편문학] 차원종 콜렉션! [12] 덱창인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20 1743 22
1127914 천국사진 유출된거 못봄? jpg [14] ㅇㅇ(27.35) 15.10.20 3024 19
1127654 키하핫! 꼰대, 우리 정말 하늘을 날고 있잖아! [11] 클로저(공무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20 2597 26
1126705 대놓고 파오후 노린 캐릭터=이슬비 [10] 퍼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20 2331 27
1126097 클로저스 커플링 정석 알려준다 [25] 나클창아니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20 3333 59
1126070 클저겜캐의 성별이 전부 반대라면.instant noodles [20] ㅇㄹㅈ(221.157) 15.10.20 4467 34
1125796 샤오린 채색완료! 클갤러들아 예쁘게 봐줘~ //ㅅ// [14] AquaNayn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9 2562 36
1125787 클로저스 13일 하면서 느낀점(캐시샵) [9] ㅇㅇ(117.111) 15.10.19 1889 30
[클갤문학] 서유리가 정식 요원복때문에 고생하는 이야기 [14] Chlora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9 4619 31
1125624 한국 온라인게임에서 슬비 제칠만한 여캐가 없다 [20] 포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9 2622 23
1125452 인벤기자한테 랭킹관련으로 친추왔다.jpg [8] 제약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9 1468 11
1125378 두통지압법...ㄸ..떤냐? [8] 제약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9 2132 11
1125236 [클갤문학]무기를 서로 바꾼 검은양[3] [16] 열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9 3643 26
1125165 씹스압, 데이터주의) 시즌2 공항 하-이라이트 [37] 7메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9 50464 94
1125073 고전) 시즌1 하-이 라이트 [33] 7메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9 41511 130
1125000 [분석] 구글 트렌드로 검색해보는 클로저스의 흥망성쇠 [15] 유리☆스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9 2534 26
1124898 클갤문학) 늑대의 이빨 - 完 - [5] 낙타(220.89) 15.10.19 909 17
1124817 내가 최근 김치rpg 엘소드,크리티카,아이마 등등 외도좀 했는데... [15] ㅇㅇ(39.120) 15.10.19 2504 32
112464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5] 강화는하지마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9 2508 25
1124515 (클네상스) 이목구비 비율의 중요성 [6] Ev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9 1971 31
1124255 레비아 하향 반대하는놈들 특징 [9] ㄿㄴㅇㄹㄴㅇ(121.187) 15.10.19 1217 16
1124249 클갤문학) 아낌없이 주는 테인쟝. [31] ㅇㅇ(118.38) 15.10.19 4915 72
1124223 완장 더 찍어옴 [7] 토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9 621 14
1123873 피암마님 [50] ㅇㅇ(175.113) 15.10.18 2455 24
1123337 근데 니들 PNA 어떻게 읽냐? [12] 7메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8 1623 15
1123061 패턴 그딴거 딜올리면 안봄 ㅎ [49] Always(118.41) 15.10.18 3013 23
1122521 공항 방어타입 정리 [12] 크리니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8 1953 24
1122065 [조사글] 리시버의 피해량 적용방식에 관해서 [9] 크리니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8 1506 16
1121949 ???:너희들도 어른이 되면, 이 몸의 깊은 뜻을 알게 될거다. [3] 공이(58.126) 15.10.18 2191 15
1121626 ㅋㅋ 유리가 뭔 수능장에서 애들한테 물어봄 아재새끼들 발상하곤 [10] 7메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7 2775 26
1121600 세슬유 수능장 상황. [12] 버솟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7 2406 21
1121593 [클갤문학] 빈 자리 - 1 - [7] 민들레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7 946 10
1120804 원펀맨을 봤더니 주인공의 심정을 제대로 이해할수있었다.jpg [11]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7 4322 32
1120535 세하쟝은 원래부터 여자인데 세알못들이 자꾸 남자라한다 [17] ㅅㅎ(119.71) 15.10.17 11203 54
1119742 소설)한적한 시골마을에 정착한 늑대개팀에게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는데... [9] 낙타(220.89) 15.10.17 1838 15
1119508 이건.... 선전포고인가요? [21] (14.89) 15.10.16 31428 66
1119456 갤에서 왜 계속 제저씨들이 약해요 약파는지 알려준다 [14] 콘티넬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6 2376 27
1119372 예언) 클로저스2 스토리 [브금주의] [7] ㅇㅇㅇ(119.207) 15.10.16 2082 15
1119371 레비아 74키로 맞음 [19] 나클창아니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6 3670 21
1119352 나딕의 막내로 산다는것...jpg [27] 콘티넬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16 5644 79
1119326 ???: 항쟁의 시작이다! [4] ㅁㄷ(182.211) 15.10.16 3405 1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