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클갤문학]CLOSERS -D- (4)

고스트록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1.18 23:24:11
조회 518 추천 17 댓글 4

지난번 이야기: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closers&no=1471579&page=1&exception_mode=recommend


클갤문학 사이트 : http://closers.gtz.kr/  http://www.clsnovel.com/


문학은 댓글 3-4개정도만 있으면 안뭍힘


[본 문학에서 사용된 세계관은 평행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 설정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부제 -검은 재와 이슬비-


세하가 거울속의 세계처럼 한없이 가깝고 한없이 먼 세계에 온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세하가 대충 기억하기로는 공장에서 유리를 구하고 온 뒤로 시간이 상당히 정신없이 지나간것 같았다. 먼저 유리를 구하고 돌아온 날은 세하, 유리, 더스트 3명은 전부 치료를 우선적으로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곳의 의료요원은 원래와 똑같은 케롤리엘이였다.


케롤리엘은 원래 세계처럼 환하게 웃으며 환자들을 맞아주었다. 하얀 침대에서 천사와도 같은 그 미소를 보자 세하는 왜 특경대원들이 기를 쓰고 무리를 하며 작전을 수행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거 같았다. 그러나 불행한점은 세하가 듣도 보도 못한 괴상한 약의 첫 실험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였다. 확실히 세하의 매끈한 근육에 처음보는 붉은색 약을 바르는 케롤의 표정을 세하는 이틀이 지난 아침날에도 잊을 수가 없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세하는 이쪽 세계의 유리와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먼저 묻고 싶은건 그를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 이유였다. 그리고 다음으로 더스트와도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인간인 그녀는 왜 세하를 보고 '세하님'이라는 극 존칭을 사용하면서 이야기를 할까...


은이누나, 시환이형, 선우 란 누나등등.. 세하가 물어보고 이야기 하고 싶은 사람은 산더미 처럼 많았다. 단지...그 사람들이 지금 세하의 눈앞에 없었다는 것 뿐이였다. 문득 데이비드가 처음 세하에게 이 세계의 사정을 설명하면서 마지막에 한 말이 떠올랐다.


많은 전사들과 동료들을 잃어버렸다고... 그 동료들중에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들이 포함되어있는게 아닐까... 아니 생각해보면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

제이와 유정누나, 가장 친하고 가까운 두 사람이 이 세계에선 이미 죽었다고 들었을때, 세하의 속에선 불과도 같은 분노와 폭포와도 같은 슬픔이 몰려나왔다. 비록 그들이 이 세계에선 완전히 남이나 다름 없었지만, 그래도 얼굴을 알고 있던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은 도무지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을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세하는 지금 원래 자신이 입원해 있던것과 같은 건물에 있었다. 어두침침하고 으스스한 느낌의 건물이였다. 세하는 문득 자신이 요원복안에 넣고 다니던 게임기가 생각났다. 게임할 분위기는 확실히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하는 게임기의 검은 화면을 보자 기묘한 호기심이 일어났다. 과연 차원이동을 한 이 게임기는 아직도 정상적으로 작동할까?


아무도 자신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세하는 애써 게임기의 성능테스트를 한다고 머리속에 암시를 걸었다. 그리고 게임기의 전원을 켰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게임기는 이미 숨을 거둔것처럼 주인의 손길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었다.


"돌아가면 또 게임기먼저 사야겠네. 세이브파일 복구할 수 있을려나..." 세하는 유리가 가저온 벌처스의 기밀파일이 떠올랐다. 간간히 들려오는 말에 따르면 벌처스의 기밀파일은 데이비드와 다른 대원들이 검토중이라고 했다. 게임기가 망가진것에 울쩍해진 세하의 귀에 사람이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통통통거리는 가볍고 귀여운 발소리였다. 세하는 고개를 들었다. 더스트가 오늘은 검은 양복을 입은채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인데도 옷이 참 많은것 같았다. 요원복, 메이드복, 그리고 방금 보인 정장... 생각해보면 차원종인 더스트도 옷이 한종류만 있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이 잠깐 세하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세하는 더스트에게 다가갔다.  붉은색 넥타이와 검은 양복은 주위를 조용히 가라앉히는 차분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더스트 어디가?"  이제 세하는 이쪽 세계의 더스트에게서 더 이상 자신이 알고 있는 차원종 더스트의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마 지금까지의 행동양식이라면 더스트는 반갑게 웃으며 세하를 맞이할 것이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차분하게 세하를 보고 말했다.


"아..세하님.. 사실 오늘은 1주일마다 가는곳이 있거든요."


"나도 같이 가. 아무래도 이 세계에 관해 더 자세히 아는게 좋을거 같아." 세하의 말에 더스트가 선뜩 대답해주지 않았다. 뭔가를 숨기는걸까.. 그녀는 바닥을 한참 바라보았다. 마치 성적표를 숨기다가 걸린 어린애처럼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내 결심한듯 한숨을 푹 쉬고 세하를 보고 말했다.


"정말... 후회 안하실거죠?"


두 남녀는 원래 그들이 머물고 있는 병원이나 기타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어떤 산에 도착했다. 차원종의 침공 탓일까.. 산의 아랫부분은 대부분 타서 없어진 상태였다. 세하와 더스트는 상당히 오랫동안 산을 올라갔다. 이윽고 도착한 그곳엔 여러개의 무덤이 차례대로 있었다. 더스트는 손에 들고 있는 바구니에서 조심스럽게 음식들을 꺼내서 무덤앞에 차례대로 놓고 돌아가면서 묵념을 했다.


세하는 더스트가 묵념한 무덤을 보자 갑자기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아직 묘비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지만 세하는 그 무덤이 저 멀리서 보이자마자 마음속에 커다란 소용돌이가 일어나는것 같았다.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히 이 무덤의 주인은 자신과 하등 상관도 없으며 얼굴한번도 본 적 없는 남이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도 그리우며 슬픈 느낌이 나는걸까.


"여기 누워계신분들은 차원전쟁... 그리고 이번 재침공때 필사적으로 싸우시다가 돌아가신 수 많은 분들이에요. 사실 강남이 평화로울때 부터 이곳에 다녔는데 요 근래 돌아가신분들이 갑자기 많아져서.."


확실히 무덤중 봉분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무덤들도 있었지만, 묘비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흙으로만 평평하게 덮여있는 무덤들이 많이 보였다.시체를 찾지 못하면 그나마 이런식으로라도 묻어주는게 예의였다. 세하는 천천히 묘지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한 묘지를 물그러미 쳐다보다가 그쪽으로 다가갔다. 평평하게 생긴 무덤의 묘비에는 세하에겐 너무나도 익숙하고, 제발 그 묘지에 적혀있지 않았으면 하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클로저 제이 19XX.X.XX - 2024.X.XX}


세하는 알고 있다. 이 제이는 원래 자신이 알고 있는 제이가 아니란걸.. 아마도 원래 세계의 제이는 평상시처럼 시덥지않은 농담에 오늘도 유정 누나한테 녹즙이나 한잔하자고 말하고 있겠지. 아니... 이미 자신이 사라진지 이틀이나 지났으니 조금은 걱정할라나.. 그러나 서유리와 마찬가지로 제이라는 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세하에겐 정말로 기분 나쁜일이였다.


"아! 세하님 거긴.."


더스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하는 옆에 있는 봉분을 바라보았다. 두 무덤은 나란히 뭍혀있었다. 아마도 제이와 옆에 뭍힌 이사람은 살아생전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뜻깊은 관계를 맺었을것이다.


그러나 세하의 눈에 보인건 그것이 아니다. 세하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세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세하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아는 그 사람은 아직 무덤안에 잠들어 있을 정도로 약한 사람이 아니였다. 그녀의 이름을 듣는다면 누구든지 놀라며 존경을 표할것이다. 세하 자신도 나이값을 못한다고 말하는 활발한 그녀의 이름이 그 묘비에 쓰여 있었다.세하의 앞에 있는 묘비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차원전쟁의 영웅, 대량학살의 마녀
 알파퀸 서지수 여기에 잠들다.
 19XX.X.XX -200X.X.XX}


세하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맺혔다. 조용히 눈을 감자 눈물이 떨어졌다. 이내 세하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속에서 뭔가를 토해내고 싶었지만 토해낼 수 없었다. 산이 떠나가라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여기 있는 서지수는 그의 부모이자 부모가 아니였으니까


더스트는 말 없이 세하의 옆에 섰다. 그녀의 하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켰다.


"서지수님은.. 어렸을때 처음 시설에서 만났어요. 그때 시설에서 상심해 있는 저를 보고 계속해서 노력하라고 힘내라고 말씀하셨죠. 이 세계의 세하님이랑도 그때 처음 만났어요. 참 친절하셨어요."


"엄마.. 아니 서지수님은 어떻게 돌아가신거야?"


"그 분은 차원전쟁이 종결되고 세하님을 낳으신 뒤, 불치병에 걸리셨다고 들었어요. 차원전쟁의 영웅도 결국엔 인간, 그 분은 어린 세하님을 홀로 두고 세상을 떠나셨죠. 전 은혜를 갚겠다는 의미로 세하님을 계속해서 보살펴드리기로 했죠. 결국 저와 세하님은 같이 검은양 프로젝트에 뽑히게 되었구요."


바람소리만이 두 사람사이에 있는 정적을 메워주고 있을 뿐이였다. 세하는 훌쩍이며 몸을 일으켰다. 뭘 해야할까... 인사? 묵념? 세하의 머리속은 아직도 혼란스러울 뿐이였다.



"아아...정말 눈물나서 못봐주겠군."


어린 남자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듣기 거슬리는 그 목소리가 세하의 머리속을 단번에 정리했다. 이윽고 무언가가 빠르게 세하와 더스트쪽으로 날아왔다. 두 사람은 재빠르게 몸을 날렸다. 섬광과 함께 옆에 있던 제이의 묘비가 펑! 하고 날아가버렸다. 세하는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백발의 남자애가 공중에서 자신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잊을 수 없을리가 없다. 그는 여기서도 똑같이 '차원종'이였다.


"애쉬!"


세하는 소리치면서 혹시나 해서 같이 가져온 건블레이드를 들고 자세를 고쳐잡았다. 이런때이니 만큼 무기를 가지고 온게 정말 다행이였다. 더스트도 공중에 있는 애쉬를 보고 급하게 푸른거인을 소환했다.


"정말 기구한 운명이야. 한 세계에서 두명의 같은 사람을 보게 되다니 말이야."


애쉬가 머리를 정리하면서 말했다. 그때 애쉬의 옆에서 또 다른 마법진같은것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짙고 무거운 오라를 풍기면서 한 여자아이가 튀어나왔다.


"애쉬. 너무 열내지마. 우린 인사 하러 온거니까."


그 여자아이를 본 세하의 동공이 커졌다. 어떻게 저 모습을 잊을 수 있을까... 오늘은 세하에게 있어서 정말 연속적으로 충격을 주는 날이였다. 차라리 이 모든것이 꿈이였으며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면 자신은 원래대로 침대위에서 나뒹굴고 있으며 옆에는 아직 전원이 켜져있는 게임기가 그를 반겨줄거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는 잔혹한 현실만이 있었다.


애쉬에 옆에 있는 하얀색의 긴머리를 가진 여자아이.비죽비죽 튀어나왔고 딱딱한 건틀릿을 끼고 있었으며 가냘픈 몸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딱딱한 드레스와 상의 노출이 조금 심한 복장을 입고 있는 그 여자아이. 그 여자아이의 보라빛눈을 보자 세하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으로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언제나 자신에게 따갑고 귀찮은 잔소리를 마구 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생각해주는 착하고 귀여운 아이..


"그래. 슬비야. 그럼 우리의 '인사'를 시작하지."


애쉬에 옆에 등장한 여자아이는... 이쪽 세계의 이름없는 군단의 군단장. '이슬비'였다.


더스트가 손을 앞으로 뻗자 푸른 거인은 이슬비를 최우선으로 쓰터트릴 적으로 조준하고 그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천박해. 넌 언제나 봐도 얼굴이며 다른 모든것이 마음에 안들어. 더스트." 슬비가 그 말을 하고 공중에서 푸른거인을 가리켰다. 곧이어 그녀의 뒤에서 여러개의 분홍색의 작은 차원문이 열렸다.그리고 그 차원문에서 검은 빛덩어리들이 한곳에 모이기 시작했다.


레일 캐논..


"내 과녘이 되어라! 쓰레기!"


곧 그들을 심판하기 위한 분홍색 레이져들이 지면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하와 더스트는 먼저 빠르게 몸을 날려 산개했다. 더스트는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자 더스트의 명령에 따라 푸른거인의 몸에 장비된 미사일 발사구가 열리면서 위상력을 담은 미사일들이 이슬비를 향해 날아갔다.


미사일들이 이슬비에게 명중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하지만 연기가 겉히자 슬비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무표정한 얼굴로 더스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푸른 거인이 슬비를 땅으로 내려뜨리기 위해 뛰어올랐다. 거인의 팔이 슬비를 잡으려는 찰나 슬비는 조용히 거인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


"무릎꿇어."


그러자 거부할 수 없는 중력이 거인에게 닥쳐왔다. 거인은 단번에 지상으로 떨어져서 지면에 쳐박혀버렸다. 그리고 지면에 깔린 거인을 보고 슬비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공중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주변에 널려있는 돌덩이들 주변으로 검은 위상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저 중력으로 응축된 위상력 덩어리들이 거인을 잘게잘게 조각내버릴것 같았다.


더스트는 그것을 알고 거인을 일으키려고 노력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새하얀 그녀의 작은손에 핏줄이 심하게 튀어나왔다.


"더스트!" 세하는 곧바로 더스트를 도와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앞에 애쉬가 나타났다.


"어딜가? 니 상대는 나야"


그런 말을 한 애쉬의 오른 주먹에 위상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번에 주먹을 내지르면서 세하를 통과했다. 순간 바닥에서 검은 폭발이 일어나면서 세하가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애쉬의 오른손에 검은 구체가 모이기 시작했다. 검은 구체는 공중에 무방비 상태의 세하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세하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검은 구체가 세하에게 닿기 바로 직전 세하는 그 와중에도 애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건 블레이드에 위상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받아라!!!!"


그 말이 끝나자 세하는 푸른 유성이 되어서 애쉬를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세하의 공격은 애쉬를 빗나갔다. 세하는 애쉬에 뒤에 착지하자마자 곧바로 다시 애쉬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위상력을 담아서 건블레이드를 빠르게 휘둘렀다. 애쉬는 오른손을 들어 세하의 검격을 하나 둘 막아내었다. 애쉬는 세하의 건블레이드에 위상력이 점차 모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닳았다.


애쉬를 향해 건블레이드를 세게 내리치고 곧바로 세하는 건블레이드를 애쉬에게 겨누었다. 그것은 보통 공격이 아닌 세하의 '결전기'였다. 건블레이드의 방아쇠가 당겨지고 엄청난 폭염이 애쉬를 덥쳤다. 그리고 곧바로 세하는 몸을 날려 아직 이어지는 불길이 꺼지지 않은 건블레이드를 그대로 다시 애쉬에게 내리쳤다.


아무리 애쉬라고 해도 방금의 공격은 무리가 있는걸까. 그대로 뒤로 쭈욱 밀려났다. 세하는 빠르게 건블레이드의 탄창을 장전했다.
알고 있다. 이정도로 애쉬가 쓰러질 차원종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옆에서 더스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슬비의 검은 중력장에 바닥에 짓눌린채로 있는 푸른거인의 거대한 몸을 사정없이 유린하고 있었다. 검게 응축된 중력 위상력 덩어리가 거인의 팔과 다리에 명중했다. 거인의 팔과 다리는 순식간에 너덜너덜하게 찢어지면서 거인은 간신히 서있는 자세만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더스트의 위상력이 담긴 미사일들을 이슬비에게 발사하고 있었다. 이슬비는 아주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주변이 있는 파편들을 방패처럼 움직이면서 그 모든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더스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으며 그녀는 고통을 참기 위해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식은땀이 비처럼 흘러내렸고 그녀의 땀과 아랫입술에서 흐르는 피가 같이 섞여서 더스트의 가냘픈 턱 선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위상력차이가 너무나도 심했다. 어서 그녀를 구하러 가야된다. 세하가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갑자기 세하의 숨이 막혔다. 어느새 폭염을 뚫고 나온 애쉬가 자신의 목을 잡고 있었다. 그만큼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애쉬의 옷은 약간 그을린 정도에 불과했다.


"어딜가 이세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애쉬는 그대로 세하를 바닥에 내리 꽂았다.


"하아..하아..하아.." 더스트가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그녀는 의지를 가지고 정면으로 이슬비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군단장인 슬비의 심기를 거슬르게 했다.


"약한 주제에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마라! 인간!!!"


이슬비가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면서 그녀는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녀의 등 뒤에서 검은 위상력 덩어리가 푸른거인의 정 중앙을 고정한채 빠른속도로 날아갔다.푸른거인은 구체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더스트는 고통에 찬 표정을 지으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틈을 잡았다. 푸른거인의 오른팔에 달린 파일벙커가 단번에 이슬비의 머리를 노렸다. 하지만 그 공격은 슬비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의 뺨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슬비의 동공이 커졌다.


"벌레..따위가!!"


이슬비가 손을 들어올렸다. 곧바로 거대한 차원문이 더스트의 바로 위에 형성되었다.


"뼈가 으스러질거야."


차원문에선 검은 비석이 빠르게 더스트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더스트는 빠르게 푸른거인을 불러들였다. 그러자 거인은 뛰어올라서 떨어지는 비석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이미 대미지를 심하게 입은 탓에 더스트는 거인을 통해 들어오는 피해때문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똑바로 이슬비를 쳐다보고 있었다. 푸른 거인은 괴성을 지르며 단번에 비석을 이슬비를 향해 던졌다. 비석이 슬비에게 명중했다. 검은 연기가 슬비가 있던 자리에 치솟아올랐다. 애쉬는 세하를 바닥에 세번 내리쳤다. 그리고 그를 들어올렸다. 세하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나왔다.


"너무 약하잖아. 응? 지금 저 위에 있는 검은 너가 이런 너를 보면 기분이 어떨까? 응?"


세하가 입을 뻥끗거렸다. 숨이 잘 안쉬어졌다. 하지만 세하는 조용히 말했다.


"하..자...잡았...다." 그제서야 애쉬는 자신의 하얀 몸에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겨누고 있는 것을 깨닳았다. 그것도 바로 영거리에서 말이다. 세하가 방아쇠를 당기자 푸른 폭염과 함께 애쉬가 뒤로 멀리 튕겨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세하도 반동으로 인해 뒤로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세하는 곧바로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다시 애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건블레이드에서 폭염이 치솟아오른다.


"터져라!!" 그리고 세하는 애쉬를 향해 건블레이드를 내리쳤다. 푸른 폭발이 애쉬를 덥쳤다. 세하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입에 고인 침을 땅에 뱉었다. 푸른 연기가 거치자 안타깝게도 멀쩡한 애쉬의 모습이 보였다. 다만 이번엔.. 살이 조금 그을렸다.. 이 정도였다. 온힘을 다해 내리친게 이 정도라니...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멀었다.


"건방진데? 한번 제대로 해볼까?" 애쉬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때 애쉬의 얼굴 앞에 검은색의 날카로운 흑요석 칼조각이 날아와서 멈추었다.


"그만해. 애쉬. 말했잖아. 우리 인사치레로 온 거라구."


어느새 이슬비가 다시 냉정한 표정을 한 채 애쉬의 옆에 착지했다. 수 많은 군단을 지휘하는 군단장이기에 빠르게 냉정을 되찾을 수 있는것 같았다. 물론 그녀의 왼손은 아직도 피를 보고싶어하는지 기괴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왼손을 억눌렀다. 재미를 보는것은 아직 멀었으니까


세하와 더스트가 입은 상처는 심각했다. 세하는 속을 심하게 다친탓인지 아직도 피가 몸 안에서 올라왔고, 더스트는 직접적으로 입은 상처는 없었지만 거인이 받은 피해때문에 온몸이 욱신거렸다. 그에 반해 이슬비와 애쉬가 입은 상처는 상당히 경미했다. 조금 살이 그을린것과 약간 살갗이 벗겨진정도에 불과했다. 이슬비가 세하를 보고 말했다.


"뭐.. 그래도 이정도면 나름 가능성은 있어. 저 왕좌에 앉은 그 이 만큼 너도 차원종이 되면 충분히 강해질거야. 어때?"


세하가 슬비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받아들여야만했다. 저건 다른 세계의 이슬비다. 다른 세계의.. 차원종이다. 세하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가 말했다.


"거절이야. 난 앞으로도 차원종이 될 생각은 없어." 그 말이 끝나자 슬비는 차가운 표정을 한채 세하를 2초정도 쳐다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돌아가자. 애쉬."


"그래. 니 의견이 그리하다면 말이야."


이윽고 두 차원종을 보라색 마법진이 감싸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왔다. 이윽고 두 차원종은 세하와 더스트앞에서 사라졌다.더스트는 그제서야 몸에 힘이 빠진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푸른거인도 자신의 임무를 다한듯 사라졌다. 세하는 더스트에게 다가갔다.


"괘..괜찮아?"


"네.. 전.. 세하님이야말로.. 괜찮으신가요?" 세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산 너머 산이라는게 이런걸까.. 세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상처를 치료한지 이틀도 안되서 세하는 다시 병실신세를 지고 말았다. 다행이라면 그렇게 큰 상처가 아니라는거였다. 그게 아니라면 케롤리엘의 묘한 약이 이번엔 대성공을 거둔탓일지도 모른다. 세하는 잠깐 포근한 침대에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뜨자 처음처럼 더스트가 말없이 세하의 옆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에도 메이드복을 입은채 말이다.


"너...피곤하지 않아? 왜 날... 계속 간병하는거야? 너도 좀 쉬어." 세하가 말했다. 그러나 더스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까 묘지에서 말씀드렸잖아요. 전 은혜를 갚기 위해 세하님을 보살펴드리는거라구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스트가 보살피기로 한 세하는 자신이 아니였다. 바로 지금 강남을 파괴하고 차원종이 된 세하였다.


"난 너가 알고 있던 세하가.. 아니잖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사실 절망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당신이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전 이 기회를.. 하늘이 준 두번째 기회를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말을 하면서 더스트는 조용히 세하의 손을 꼬옥 잡았다. 세하는 더스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프릴이 잔뜩 달린 메이드복을 입은 더스트에게서 그가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선의가 뭍어났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손도 붕대로 잔뜩 감겨 있었고, 얼굴에도 파스를 붙이고 있었다. 그녀 자신도 지금 침대에 누워서 간병을 받아야할 판에 단지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는 헌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세하의 가슴이 조금 뛰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아니 솔직히 자신에게 이렇게 헌신적인 여성이 다시 올까..


그러나 세하는 생각했다. 자신은 언젠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한다. 그녀와 다시 만나는 일은 없겠지. 세하는 그렇게 생각하고 더스트가 만들어온 적당하게 따뜻한 스프를 보았다.

스프를 보고 더스트를 한번 보았다. 더스트는 어서 먹어보라는듯이 빤히 세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스프를 먹었다. 따뜻했다. 세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를 보자

원래 세계의 동료들... 특히 슬비가 떠올랐다. 더스트가 환하게 웃었다. 세하는 단지 더스트의 표정에 맞춰서 공허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

보니까 슬비가 개편전+광휘슬비라서 대사 찾느라고 이번에도 수정에 40분정도 걸림 지적은 언제나 환영

그나저나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원래 이야기를 이어갈지 아니면 슬비가 나오는 이야기를 더 쓸지를 한번 물어봄

뭐 댓글 달아주는 사람은 적겠지만

추천 비추천

17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이슈 [디시人터뷰] 웃는 모습이 예쁜 누나, 아나운서 김나정 운영자 24/06/11 - -
[클갤문학]CLOSERS -D- (4) [4] 고스트록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18 518 17
1476526 [클갤문학]나타의 심리 테스트(完) [10] 나타가나타났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18 975 19
1476501 [클갤문학?]if 스토리 : 적정선에서 김기태를 정말 갓기태로 만들려면? [19] ㅇㅇ(218.55) 16.01.18 2289 75
1476409 램스키퍼 드랍테이블 정리표 (조사진행중) [12] C8H11NO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18 3481 17
1476252 [클갤문학]나타의 심리 테스트(下) [6] 나타가나타났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18 973 31
1476104 [클갤문학]나타의 심리 테스트(中) [6] 나타가나타났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18 1258 25
1476039 똥송세하.... [19] 알갈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18 29254 50
1476037 밑에 유리 표정 무섭다는거 조금 만저봣다 [32] 철밥통이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18 3844 28
1475969 [클갤문학]나타의 심리 테스트(上) [4] 나타가나타났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18 1227 23
1475923 램스키퍼의 목적지는 붓싼이며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하다 [29] ㅇㅇ(115.23) 16.01.18 3714 55
1475858 우상신 바랄라원킬..떤냐?? [35] ㅇㄴㅇ(39.115) 16.01.18 3172 31
1475818 클좆 삼대장.JPG [17] 윾동(107.170) 16.01.18 3949 29
1475808 [클갤문학] 용의 전당 이야기 -3- [8] Chlora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18 1173 18
1475560 [포샵수정] 레비아와 하피가 바뀐다면..?.JPG [45] ㅇㅇ(182.230) 16.01.18 4010 59
1475476 뭐가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돼지야 시발련아 [30] 목기린띵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18 3333 63
1475411 검은양 5캐릭 램스키퍼 스토리 중간평가 [33] 7메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18 3810 83
1474496 하 이 씨발것 이게 왜?? [41] 123(175.119) 16.01.18 4609 33
1474163 클로저스 3주차 뉴비가 본 이겜 캐릭 [19] ㅇㅇ(183.102) 16.01.18 4754 61
1473935 공포의 갓은이 전적 [10] 7메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18 889 16
1473614 하피시영 커플인증 굉쟝히 엄청나 [15] 도둑여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1.18 4098 59

게시물은 1만 개 단위로 검색됩니다.

갤러리 내부 검색
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