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 번도 글 안쓰고 눈팅만 하던 난데, 오늘 너무 당황해서 처음으로 글 써봐..

난 조용한 안철수 지지자인데, 그동안 지지율이 너무 안 올라서 항상 안타까웠거든.

그래서 여론조사 전화 혹시라도 받으면, 꼭 성실하게 응답해야지 하고 진짜 고대하고 있었어..

응답율 10%라고 하면 1000명 조사해도 100명 응답하는 거고, 그럼 나 하나만 안철수 추가로 응답해도 1%가 올라가는 거니까, 효과가 적지 않잖아.

(아 물론, 난 통계 내는 방법에 대해서 정확하게 아는 건 아니라서, 이 계산법이 맞는지 아닌지는 잘 몰라. 그냥 내 나름대로 계산해 본 거야)

그런데 어제 드디어 리얼미터에서 전화가 오더라고, 핸드폰으로.

신나서 응답 시작했는데, 사전조사인가 뭔가 하더라고. 연령대, 성별, 지역 같은 거 물어보는 거.

그래서 열심히 대답했더니, 오늘 드디어 본조사 전화가 오더라고.

어느 후보 지지하냐면서 거의 10명인가 10명 넘게인가 불러주더라고.

근데 안희정이 첫번째인가 몇번째인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어쨌든 엄청 앞쪽이었어..

그리고 안철수는 10번이더라고.

근데 후보 이름 호명 순서는 무작위라길래, 그런가 보다 하고 10번을 눌렀어.

혹시나 1번으로 잘못 인식될까봐 엄청 빨리 1하고 0을 이어서 눌렀지.

여기까진 괜찮았어.

근데 그 바로 다음인가? 에 추가 질문을 하는데,

이번에는 지지후보와 상관없이 각 당에서 최종 대선후보로 나오기에 적합한 사람을 지목하래.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부터 시작하는데,

이번에도 안희정이 1번이래,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고

(근데 여기서부턴 좀 신기했어. 왜 연속으로 안희정이 앞쪽에 나오지?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운이 좋은가보다 라고 생각했지)

2번은 이재명이래.

그럼 3번은 문재인이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무슨 최 무슨 고양시장이래.

으응?? 모르는 사람 이름이 나와서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했어. 이때부터 엄청 긴장되더라고. 실수할까봐.

그래서 더 초집중하고 들었더니 4번이 문재인이래.

그래서 4번을 눌렀어.

(사실 내가 더민당에서 제일 좋아하는 후보는 이재명인데,

더민당 입장에서는 본선경쟁력은 아무래도 이재명 시장보다는 문재인 전대표가 좀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

더민당 입장에서의 적합성을 순간적으로 생각하고 4번을 누른 거였어)

근데 갑자기 '잘못 누르셨습니다' 이러는 거야.

나 진짜 이때부터 더더더 급당황

그러면서 막 잘 듣고 다시 누르래.

그래서 다시 진짜 초집중하고 들었는데 역시 문재인이 또 4번이길래 또 4번을 눌렀어.

그랬더니 또 '잘못 누르셨습니다' 하더니 뚝 끊어버리는 거야.

와 진짜 황당해서 그때부터 뭐지? 뭐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너무 억울해서 네이버에서 대체 이놈의 '잘못 누르셨습니다'가 무슨 소린가 찾아봤어.

'여론조사 잘못 누르셨습니다'로 검색했는데,

아래 링크의 기사가 뜨는 거야.

http://www.asantoday.com/sub_read.html?uid=1436

(여론조사 "잘못 누르셨습니다" 경쟁후보 죽이기 작전 ARS, 아산투데이, 2006년 기사)

이 "잘못 누르셨습니다" 라는 멘트가 악용되는 사례가 기사에 나와 있더라고.

진짜 이때부터 별별 생각이 다 드는거야.

안철수를 선택해서 중간에 잘라버렸나? 문재인을 선택해서 중간에 잘라버렸나?

안철수는 왜 10번같이 두 자리수대로 밀어버렸나?

문재인이 적어도 3번째에는 나오겠지 했는데 갑자기 왜 뜬금없이 이름도 처음 듣는 최 무슨 고양시장이 3번으로 나오나?

(특히 이건, 앞에 안희정, 이재명이 나왔고, 민주당에서 대선후보 나갈 사람 이 3명밖에 없으니까, 2번까지만 듣고 3번 택해버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잖아.

그럼 문재인이 크든 작든 분명 피해가 있을 수 있지)

그리고 나는 분명 4번이 문재인이래서 4번을 눌렀는데 왜 두 번이나 잘못 눌렀다고 거짓말하고 끊어버리나?

왜 안희정은 두번 연속 맨 앞쪽에 배치되었나?(아 내가 안희정 싫어하는 건 아냐 ㅠㅠ)

최 무슨 고양시장(찾아보니까 이런 사람이 있긴 있더라구)은 대선후보도 아닌데 왜 이 여론조사에, 그것도 미묘한 순서에 배치되어 끼어있나?

나 원래 음모론 잘 안 믿는 사람이고 내가 직접 경험한 거 아니면 일단 말을 아끼는 성격인데,

이거 한 번 겪고 나니까, 진짜 진짜 별별 생각 다 들더라.

그리고 제일 속상했던 건 안철수 지지율 내가 올릴 수 있었는데 못 올렸다는 거.

평소 응답률 생각하면 1%, 아님 적어도 0.몇 % 라도 올릴 수 있었는데 갑자기 엉뚱하게 끊겨버려서 내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는 거.

혹시 안철수 뿐만이 아니라 문재인도 저런 식으로 피해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나니까,

이 여론조사라는 게 정말 믿을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

아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어쩌다 한번 있는 오류일 수도 있다고 쳐. 기계가 항상 완벽한 건 아니니까.

근데 그거와 상관없이, 여론조사 응답하는 거 진짜 어렵더라.

난 그나마 30대 초반인데도, 진짜 실수 안하려고 초집중해야 했었어.

특히 지지정당이나 후보들을 우리한테 익숙한 순서가 아니라 막 순서를 뒤죽박죽 해 놔 버리고, 사이사이에 의미없는 선택지까지 배치해 버리니까

(심지어 지지정당 선택할 때 1번 선택지가 그냥 '정당'이었어. 그래서 내 지지정당 몇 번째에 나오나 또 초긴장...)

나이드신 분들은 아예 못하겠더라고.

여론조사 처음 해보는 사람들도 실수하기 쉬울 것 같고.

(나처럼, 실수 하나도 안 해도 끊어버리고.... ㅠㅠ)

여론조사 믿지 말라는 말은 여기서도 여러 번 봤는데, 직접 겪으니까 진짜 의심스럽긴 하다 ㅠㅠ

여기다 처음 써보는 글이라 말투같은 거 어색해도 그냥 그러려니 해줘...(존댓말 써야 하나 반말 써야 하나도 한참 고민했을 정도로 소심한 나야...ㅠㅠ) 

누구라도 좀 이 얘길 공유해줬으면 싶어서 ㅠㅠ 너무 속상하고 황당해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