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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MEMORY 3앱에서 작성

cub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6.01 16: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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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은 '강태욱'의 시점입니다.





-





재활을 받다 말고 문득 그녀와의 첫 만남이 궁금해졌다. 아마 이런 모습보단 근사한 모습으로 만났겠지? 수 많은 물음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수 많은 물음에 답을 찾으려 심연(深淵) 속에 숨겨져 있는 기억을 건지려 노력했다. 하지만 손을 넣고 아무리 헤집어 봐도 쓸데없는 녹조만 손가락에 걸릴 뿐 기억의 모래는 한 줌도 잡히지 않았다. 그녀가 병원에 오기 전, 침대에 앉아 보잘 것 없이 흘러가버린 하루를 노트에 적어 내려갔다.



'새로 떠오른 기억…'



늘 이 부분에서 막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뭘 했는지, 뭘 먹었는지, 물은 몇 번 마셨는지, 화장실은 몇 번 갔는지, 누굴 마주쳤는지 같은 사소한것 까지 모두 기억하는데 잃어버린 기억에 관해서는 펜을 잡은 손이 현저하게 느려진다. 노트에 잉크가 번질 때 까지 아무것도 적지 못하고 기억을 쥐어 짜내다 관자놀이가 지끈 거리는 두통을 느끼고 나서야 노트를 닫았다. 그리고 아직 생기가 남아있는 꽃을 조심히 손으로 쓸어 향기를 쥐어보며 두통이 사라지길 기다렸다.



'태욱 씨.'



이젠 듣지 못하면 서운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일부러 창가에 서서 병원 주차장에 그녀의 차가 들어오는지 아닌지 확인하려 보고 있었는데 순간 오른 두통을 신경 쓰다 놓쳤나보다.



'왔어요?'



1년 간 충분히 봤을 아픈 모습은 더 이상 보여주기 싫어 최대한 밝게 웃으며 그녀를 돌아봤다. 그러자 그녀도 환히 웃으며 내게 다가와 책 한권을 건넸다.



'이게 뭐에요?'

'당신 병원에서 혼자 심심할까봐.선물.'

'아...고마워요.잘 읽을게요.'



적당한 두께의 시집이었다. 살면서 시집을 읽어 본 기억이라곤 학창시절이 전부였지만 시집을 쥔 손이 어색하지 않은걸 보니 잃어버린 기억 속 '나'는 시집을 꽤나 자주 읽었나보다. 푸른 표지를 걷어 속지에 적힌 메모를 손끝으로 쓸어보았다. 쓴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잉크 색이 짙다. '다시 살아줘서 고마워.' 그녀와 닮은 예쁜 글씨체였다.



'정말 고마워요.'



그녀는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를 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녀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갈수록 자신을 잃어버린 내 곁에 남아준 그녀가 얼마나 고마운지. 얼마나 미안한지. 그녀는 절대 모른다. 아니, 끝까지 몰랐으면 좋겠다. 계속 그녀를 볼 수 있게. 나의 잘못된 이기심이라 손가락질 받아도 상관없을 만큼 내 곁에 있는 그녀가 좋다.

-

한달 후, 드디어 퇴원을 했다. 몸도 어느 정도 원래대로 만들어졌고 기억은 병원에서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찾는게 더 효과적이라는 의사 소견에 그녀와 상의 끝에 퇴원을 결정했다. 병원복을 벗고 일상복을 입으니 조금 어색했다. 헐렁한 병원복과 달리 몸에 맞는 수트를 입으려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그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우리 집으로 향했다. 내가 기억에서 지워버린 우리 집.



'거기 서있지 말고 들어와.'



무언가에 가로 막힌 듯 현관에 서서 쭈뼛쭈뼛 집 안을 이리저리 살피자 거실 한쪽에 짐을 내려놓은 그녀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뻘쭘하게 서서 자기 집을 어색해 하는 내 손을 잡아 끌었다. 얼떨결에 그녀를 따라 집에 발을 들이자 먼저 눈에 보인건 나와 그녀의 결혼 사진이었다.



'정말…미안해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괜히 눈물이 났다. 그리고 미안했다. 한순간에 모든 기억을 잃어버려 그녀와 했던 약속들을 지켜내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고 못나서, 기억이 돌아올 때까시 과거의 '나'를 혼자 속으로만 그리워해야 할 그녀가 안쓰러워서 마음이 아렸다.



'뭐?'

'그냥 다…미안해요.'



눈가에 위태롭게 매달려 시야를 흐리던 눈물이 뺨을 타고 턱 끝에 맺혀 있다 떨어지는게 느껴졌다. 꼴에 자존심은 있어 그녀에게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 재빨리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고 애써 웃어보이는데 얼굴이 엉망인지 그녀의 표정이 슬프게 일그러졌다.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완전히 실패했다.

















-












이 상플 끝나면 소재 고갈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요새도 쓰면서 엄청 조심스러워.내용이 조금이라도 겹칠까봐 진짜 조심하게돼.그래도 나름 열심히 쓰고 있으니 재밌게 봐줘ㅎㅎㅎ

그나저나 오늘 뿌데인데 갤러들은 어디갔나?혐생에 바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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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혐샘...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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