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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MEMORY 11 (feat.격정주의)앱에서 작성

cub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6.11 16:52:22
조회 982 추천 17 댓글 7
														


경고 : 약간의 격정이 들어있으니 싫은 사람은 지금 뒤로가기 누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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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이 다시 말한다.끝에 격정있다.또 짧지만...)




*시점은 '고혜란'의 시점입니다.




-





사람의 온기가 다시 깃들고 손때가 묻어날 때 즈음, 그 사람 몰래 서재에 들어간 적이 있다. 변하지 않은 업무 습관에 피식- 웃음이 나서 움찔 대는 입술을 다잡아야 했다. 왠지 그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은 의자에 앉아 새로운 메모지가 붙여진 서류 더미를 손 안에 담아 보다 의도치 않게 마우스를 건들였다. 번쩍이는 불빛과 함께 모니터 안엔 바뀌지 않은 또 한가지가 들어 있었다.



'어?이거…'



지금은 없는, 티끌만한 순수함이 잔재했던 그 시절의 내 모습. 그는 여전히 그 모습을 가장 가까이 두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강태욱' 처럼. 그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냉기가 잠식해버린 서재에 들어와 그의 흔적을 찾아 헤매이다 이 사진을 발견하고 그나마 남아있던 눈물을 모두 쏟아냈었다. 그땐 이 사진을 보며 겨우 버텼을 그 사람 생각에 마냥 슬프고 미안했는데 이제는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왜 이 사진을 그냥 두었는지 말이다.

-

역지사지 (易地思之).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 이란 뜻의 한자성어로 지금 내가 하는 행동과 일맥상통 (一脈相通) 한다. 절대 다른 의도가 있어서가 아닌 단순 그의 생각을 알기 위함의 행동이다. 보도국으로 출근해 후배들의 인사도 받는둥 마는둥 국장실로 올라가 그의 카메라에서 겨우 찾아낸 젊은 날 그의 사진을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저장했다. 생전 이런적이 없었기에 닭살이 돋고 손발이 오그라들었지만 그의 생각과 기분이 궁금해 꾹 참고 설정을 완료했다. 그의 컴퓨터에 있는 내 사진 처럼 환히 웃고 있는 그의 사진. 생각없이 보고있으니 괜히 웃음이 났다.



'국장님, 지금 한지원...이…국장님, 괜찮으세요?'



들썩이는 입술을 꾹 짓누르다 불쑥 쳐들어온 기석과 눈이 마주쳐 당황스러움에 식은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재빨리 모니터를 끄고 최대한 정색하며 아무것도 모르고 진심으로 내 건강을 걱정하는 기석을 노려봤다.



'아니.괜찮아.근데 지원이가 왜?또 뭐?'

'아, 그게…지금 한지원이 고열로 병원에 있답니다.오늘 새벽에 응급실로 실려갔는데 아직도 열이 40도가 넘는다고...아무래도 대타 구해야될 것 같은데 오늘자 뉴스나인 대본 다시 수정해야되고 그래서…근데 진짜 괜찮으세요?저번처럼 복도에서 쓰러지시고 그런...'



그동안 무리하더니 결국 탈이 났나보다. 남일 같지 않은 상황에 지원이 걱정되면서도 뜬금없이 화제를 돌려버리는 기석 때문에 나도 모르게 더욱 차갑게 식은 말투로 말했다.



'야, 곽 기자.'

'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당장 내려 가서 대본 수정할거 체크하고 회의 소집해.'

'그럼 오늘 뉴스나인은 누가...'

'내가 해.그니까 질문 그만하고 내려가기나 해.'

'네!'



뭐가 그리 좋은지 구박을 받고도 만연에 미소를 후다닥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기석의 뒷모습을 보고 나서야 목 끝까지 차오른 숨을 내뱉었다. 천만 다행이었다. 그 순간 어리버리, 우왕좌왕 거렸다면 국장으로서의 체면이 바닥을 뚫다 못해 지하 저 밑으로 떨어져 흔적도 없이 부숴질 뻔 했다.

-

방송국 간판 아나운서가 피치못할 사정으로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보도국은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 되어 큰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다. 유난히 고된 몸을 이끌고 퇴근길에 오르니 저녁시간 이후 연락 한번 하지 않던 그가 한 손에 꽃을 들고 서있었다. 반가움에 바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연락 한 통 없었단게 괘씸하여 괜히 퉁명스레 그를 반겼다. 근데 그 사람은 기분도 안 상하는지 연신 싱긋 웃으며 내게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태욱 씨, 당신이 여긴 어쩐 일이야?'

'어.왔어?'

'응.근데 당신 표정이 왜 그래?어디 아파?안 좋아?'

'어?아, 아냐.그냥 좀 그나저나 이거 먼저 받아줄래?'

'꽃?'

'당신이 그랬잖아.내가 꽃 선물 하면 특별하지 않은 날도 특별하게 만들어줬다고.'

'그랬는데...그건 갑자기 왜...'

'앞으로도 그럴거란 내 약속이야.'



환한 미소와 함께 그가 건넨 꽃다발. 자나장미. 그가 지워버린 기억 속 '강태욱'이 내게 처음 안겨주었던 꽃도 자나장미. 꽃말은 '끝없는 사랑'. 그가 또 다시 같은 약속을 하고 있었다.

-

사람이 감정에 휩쓸리는건 한순간이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이별, 그리고 온 몸 가득 퍼진 지독한 그리움도. 지금 그와 나누고 있는 전희도 마찬가지 한순간이었다. 그 사람이 건넨 따뜻한 위로에 나도 몰래 입을 맞추었고 그의 온기를 탐했다.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와 뜨거워지는 체온이 기분 좋았다.



'혜란아.'



단단한 그의 가슴에 기대어 고른 숨을 내쉬는 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배려 가득한 몸짓으로 나를 가득 채우는 그의 나른한 음성을 듣는 순간 등골이 저릿했다. 그의 소중한 손길이 좋았다. 크고 투박했지만 따뜻했다. 그의 따뜻한 입술이 좋았다. 하얀 피부 위에 붉은 꽃을 피워내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이는 그가 사랑스러웠다. 그와 나는 오랫동안 사랑을 나누지 못한 연인 처럼 끊임없이 사랑을 속삭이며 서로를 탐했고 정신이 흐릿할 정도로 쾌락을 맛본 뒤엔 서로에게 안겨 똑같이 뛰는 심장 박동을 느꼈다. 잠결에도 나를 쓰다듬어주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깨달았다. 나 역시 지금의 그를 사랑하고 있다.


















-













혜란이 시점으로 넘어가서 또 다시 격정 한...아니 반스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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