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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크술루 타인의 기억을 지우는 능력을 가진 술루 3나더앱에서 작성

ㅇㅇ(175.223) 2016.11.08 03:45:22
조회 1847 추천 110 댓글 31



나붕새끼 상태가 안좋아서 민망할 정도로 짧음.

이번엔 데미안 라이스의 Volcano들으면 좋을 듯.










19.



녹음파일 1.

(몰래 녹음한 것인지 약간의 잡음이 섞인 작은 목소리가 재생된다. 약간 카랑카랑한 여성의 목소리이다. 볼륨을 높였다.)

그 동양인 말하는 거죠?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을 가진 전형적인 아시안이요. 네. 기억엔 없지만... 나중에 들어보니 제 친구가 어디서 정보를 듣고 저한테 알려주었다 하더라구요. 네. 네. 솔직히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죠. 게다가 그런 부류들이 우리들 사이에 있다는 게 좀...무섭잖아요.



녹음파일 2.

(나이가 좀 있는 듯 한 여성의 목소리가 재생된다.)

불쌍한 애였죠. 부모가 아주 아득바득 걔를 부려먹었어요. 하기 싫다고 울고불고 몸무림치는 데 애비라는 작자가 애 뺨을 아주 호되게 때리는 것도 봤어요. ...그때 걔가 아마 열 다섯? 여섯? 쯤이었던 것 같아요. 딱하죠...여전히... 어느 날은 두 명 씩 받는 것도 보고 그랬어요. 그럼 그 어린 애가 결국 거의 실신해서 병원에 실려 가고...어휴... 근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나요? 아직도 그 일을 하고 있어요?



녹음파일 3.

(괄괄한 목소리의 남성이다. 술에 취했는 지 잔뜩 흥분했다.)

그 씨발새끼. 아주 무서운 새끼야. 세상에 손 하나로 남의 인생을 그렇게 마음대로 지우는 게 말이 돼? 그 괴물새끼가 내 죽은 약혼자의 기억을 몽땅 지워버렸다고 합디다! 씨이팔 해달라는 대로 진짜 해주는 게 말이 되나 나중에 알고 어찌나 치가 떨리던지. 찾아가서 다시 되돌려 놓으라고 했는데도 고 소름끼치는 회색 눈깔로 딱 쳐다보고 불가능하다고 하는 데! 옆에서 친구라는 새끼가 멱살을 잡고 꺼지라고 지랄지랄해대질 않나! 그 동양인 새낀 죽어서도 지옥에 떨어져야 해!



녹음파일 4.

(20대 초반 정도의 젊은 여성으로 추정된다. 잔잔하고 온화하다.)

고마운 사람이죠. 우리 엄마, 그 사람 덕분에 지금 이렇게 기운 차리고 살고 있어요. 엄마가 오빠가 사고당하는 걸 바로 옆에서 봤거든요. 그 후로 집이...말이 아니었어요. 근데 그 사람이 그 사고 당시 기억만 싹 지워줬어요. 그래서 우리 엄마가 그나마 웃으면서 살아요. 근데 그 사람...그 사고 장면 그 사람도 고스란히 다 봤을텐데...마음 고생 심하지 않았을까요.




20.


녹음파일 5.


(요한 술루의 대학 친구라고 하는 사람이다. 놀랍게도 나도 얼굴 정도는 기억나는 애다.)

그때 걔 동생 그렇게 죽고나서 좀 상태가 안 좋긴 했었죠. 저도 걱정되서 몇 번 전화해봤는 데 연락도 안 되고..나중엔 전화기가 꺼져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걔에 관해선 저보다 걔가 더 잘 알 걸요? 잘은 모르겠는 데 그 이후로 요한이 학교에 안 나왔거든요. 나중에 거의 1년 뒤에야 복학하고 졸업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 때 걔랑 같이 지냈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 걔 이름이...그 누구더라...요한이랑 갑자기 친해진 애 있는데...지금은 배우하는 애인데...그...그....아!




21.


제임스 커크는 정지 버튼을 눌렀다. 20개가 넘는 파일 중 아직 반도 듣지 못했음에도 커크는 잠시 멈추고 들은 내용들을 곱씹었다. 어두운 방안, 노트북 불빛에 비친 커크의 얼굴은 표정을 파악하기 몹시 어려웠다. 잠시 노트북 앞에서 침묵하던 커크는 다시 이어폰을 끼우고 다음 파일을 클릭했다. 요한이 오기 전까지 1시간 10여 분.




22.


커크의 손에 들린 사진 속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의 술루가 앳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커크는 사진 속 술루를 오랫동안 보았다. 요한이 오기까지 20여 분.




23.

술루는 아직 잠이 덜 깼는 지 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 습관인 듯 했다. 커크는 술루의 손을 잡아 내리며 약간 까슬한 입술에 쪽 뽀뽀했다. 간지러운 입맞춤에 술루가 졸음이 잔뜩 묻은 눈꼬리를 휘며 화사하게 웃었다. 커크는 술루를 본다. 금발의 술루는 베개 위에 머리카락을 흩뜨린다. 커크는 금을 녹여 부은 듯한 찬란한 금빛을 물끄러미 보다, 술루의 눈 위로 쏟아진 머리칼을 쓸어 올린다. 술루는 커크의 손길에도 얌전했다. 그리하여 커크는, 침대에서 벗어나 쓰다듬던 손을 술루의 목 아래로 넣었다. 그리고 어젯밤 그리 하였던 대로 술루를 안아 들었다. 술루는 아무런 의심도 거부도 없이 커크의 품에 안겨 목을 끌어 안았다. 커크는 양껏 씹어 삼켜 배부른 수컷의 미소를 지으며 술루를 안은 채 욕실로 향했다.

거울 앞에 선 커크가 제 목덜미에 고개를 묻은 술루에게 말했다.

요한, 봐 봐.

술루는 커크의 말에 무심코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았다. 술루는 거울 속 저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저가 아닌 커크를 보았다가, 저를 보며 미소 짓는 거울 속 커크와 눈이 마주쳤다가, 결국, 환한 욕실 형광등에 비쳐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금빛 머리카락을 보았다.

커크는 처참하게 굳어지는 술루의 얼굴을 본다. 입 밖으로 나가지 못한 비명이 우득우득 부서져 술루의 안으로, 안으로 쓸려 들어갔다. 이럴, 이럴리가 없는데. 술루는 혼곤해진 와중에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린다. 깨진 얼음 밑으로 빠진 것처럼 술루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예뻐, 요한. 귓가에 속삭여지는 커크의 말에 술루가 벼락을 맞은 듯 몸을 크게 떨었다. 그리고 넋이 나가 거울 속 자신을 보던 술루는 품에서 발버둥을 쳤다. 커크는 몸무림치며 내려달라고 신음하는 술루를 꽉 붙들었다. 놔, 놔줘. 놔줘 짐.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숙인 술루를 안고 커크는 다시 침실로 갔다.




24.


형, 미스터 술루 말야. 나랑 같이 살았던 거지?




25.


언제부터 바래기 시작한 걸까. 커크는 침대에 곱게 눕혀져 저를 쳐다보는 술루를 내려다 보며 궁금해 한다. 술루의 위에 올라탄 커크가 턱을 쥐며 키스했다. 다정한 눈과는 달리 키스는 다소 날카로웠다. 턱을 살짝 눌러 벌려진 입 안으로 말캉한 혀가 들어와 핥는다. 멀거니 누워있던 술루는 커크의 축축한 혀가 귓바퀴를 쑤시고 들어오자 발작하듯 어깨를 밀어냈다. 술루의 팔을 꽉 잡아 누른 커크가 말했다. 우린 언제 부터 섹스했어? 커크의 말에 술루가 눈을 부릅뜨고 숨을 멈췄다. 우리 섹스 하긴 했었지? 같이 산 기간이 길었다던데. 한 침대에서 잤을 거 아냐. 커크의 손이 셔츠 아래를 파고들어 가슴을 만지작거려도 술루는 제 귀로 들어온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어, 어떻, 어떻게, 술루는 고장난 카세트 테이프처럼 더듬거린다. 셔츠를 벗겨내고, 멋대로 종말을 맞이한 사랑의 흔적을 더듬듯 커크는 입술로 술루의 몸을 찍어 눌렀다. 온 몸에 불붙은 낙인이 찍히기라도 한 듯 술루가 눈물을 터트렸다.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커크는 술루의 오른쪽 어깨를 깨물고 핥아 올렸다. 곧이어 미끄러지듯 하의를 열자 술루가 더듬더듬 하지마, 하지마, 짐. 하며 다시금 밀어냈다. 커크의 손이 술루의 페니스와 회음부를 문지르고, 궤적을 남기려 용을 쓰는 것처럼 천천히 손가락을 느리게 옮겨 굳게 닫힌 입구를 문질렀다. 손가락이 입구를 파고들자 뻑뻑한 이물감에 술루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꺾었다. 하나 둘 추가되는 손가락이 내벽을 넓히고 안쪽을 꾹꾹 문지르는 와중에도 커크는 끊임없이 술루에게 속삭였다. 우리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됐어? 우리 첫키스는 언제였어? 적당히 풀어진 입구로 커크의 페니스가 파고들었다. 술루는 안에 들어차는 육중한 느낌에 헐떡거리면서도 커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왜 도망쳤어? 온 몸에 애무를 쏟아내고 집요하게 스팟만 짓누르며 피스톤질하자 강제로 끌어올려지는 쾌감에 술루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왜 나한테서 너를 지우고 도망쳤어? 눈을 꾹 감은 술루가 귀를 막으려 하자 커크가 팔을 잡아 위로 올렸다. 멈추지 않는 추삽질에 미끄덩하고 뭉클한 쾌감이 척추를 자근자근 밟아댄다. 술루의 다리를 어깨에 올리고 쾅쾅 짓이기듯 박으며 커크가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다. 그건 돈을 아무리 줘도 알아낼 수가 없더라고. 세상에서 너만 알고 있는 거잖아.




26.


한 번 도망쳤는데 다시 도망치는 건 더 쉽겠지.











--------------

아직 끝난 것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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