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전쟁 당시 초반에 역대급으로 썰려나가던 소련은

어떻게든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와 극동에 주둔해있던 군대들까지 빼서 동원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음(심지어 모스크바 방위전 때는 물량에서도 독일 보다 딸렸음)

당연히 핀란드와 닿아있는 카렐리야-무르만스크 지역의 소련군들 또한 레닌그라드와 모스크바 방위를 위해 대거 차출되었고 거의 텅텅 비다시피한 지경까지 이르렀음.

이를 겨울 전쟁에서 삥뜯긴 고토 수복의 기회라고 본 핀란드는 다시금 전쟁을 일으켰고 순식간에 무르만스크 일대(콜라 반도)를 제외하면 카렐리야를 점령했고 레닌그라드와 아르헹겔스를 위협했음.

의외로 핀란드군이 가지고있던 위험성은 소련 입장에선 매우 경계해야 했는데 왜냐면..

1) 아르헹겔스 위협

당시 무르만스크와 비슷하게 랜드리스 물자들이 드나드는 주요 항구가 바로 아르헹겔스였음.

무르만스크는 육로가 막혀버려서 랜드리스에 애로사항이 많았고

블라디보스토크는 안전한 루트(적어도 일본 참전 전까지)였으나 전선과 너무 멀었기에

아르헹겔스를 통해 대부분의 랜드리스 물자가 들어왔음.

만약 핀란드군이 반병신된 소련군을 몰아붙혀 아르헹겔스를 점령했다면? 대부분의 생필품, 수송차량을 랜드리스에 의존하던 소련군은 엄청난 기아 상태에 시달릴테고 독소전쟁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음.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은데 교통 사정이 씹창인 북러시아에서 차량화가 미미한 핀란드군이 할 수 있는게 더이상 별로 없었고

소련도 당연히 아르헹겔스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급박한 상황에서도 상당수의 병력을 주둔시켰음.

또한 미국을 비롯한 랜드리스 지원국들이 핀란드에 몰래 외교적 압박을 넣었고 본격적으로 추축국과 한 배를 타긴 싫었던 핀란드 정부는 카렐리야 이상의 공세는 지양했음.(물론 독일은 영문을 모른 채 왜 핀란드군은 의지가 없냐며 항의)

2) 레닌그라드 위협

아르헹겔스는 핀란드군 점령 지역과 좀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레닌그라드는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였음.

당시 레닌그라드는 제 2의 도시이자 공업도시였고 러시아 혁명의 시발점인 도시라는 상징성이 엄청 강했던지라 소련 입장에선 잃을 수 없는 도시 중 하나였음.

핀란드군은 레닌그라드 포위에도 참가했는데 위의 아르헹겔스와 비슷하게 연합국들로부터 외교적 압력이 심했고

딱히 핀란드와 접점도 없는 레닌그라드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피흘리기도 싫었던데다

단단히 방어된 레닌그라드에 꼴박해봤자 성공할 가능성도 없어보여서(실제로 독일군도 꼴박 몇 번 해보고 좆같아서 포위만 유지해서 굶겨 죽이는걸로 바꿨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소극적인 견제구만 몇 번 날렸음.

당신들의 조국 같은 대체역사소설에선 핀란드군의 활약으로 레닌그라드가 함락되었다는 부분이 종종 나오는데 아마 이때의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보임.

3) 대핀란드주의

라푸아 운동 같은 핀란드 자생 파시스트들은 과거 맨쳴레 반란(라푸아 조직원들 및 기타 파시스트 활동가들이 일으킨 반란, 일부 민병대가 참여했으나 조기에 박살남)에서 한번 박살났지만.

2차 세계대전과 독일군의 주둔으로 스빈후부드(법조인 출신이며 전대통령) 등 강성 우파 정치가들 및 파시스트들이 다시금 준동했고 이들은 카렐리야 전체, 심지어 레닌그라드까지 대핀란드에 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음.

(실제로 호이 4에서 레닌그라드를 핀란드가 점령하면 극소수의 확률로 핀란드가 합병할 수도 있음)

하지만 만네르하임을 비롯한 군부와 정부는 개씹소리 취급했고 매우 효과적으로 아가릴 닥치게 했는데

입대시켰음.

4) 소련군의 반격

스탈린그라드와 쿠르스크 이후 독일군과의 파워 게임에서 본격적으로 유리해진 소련군은 수복한 영토들에서 대규모 징집을 통해

어느정도 여유 병력을 활용할 수 있었고 당연히 핀란드군에게도 공격이 들어갔음.

일단 카렐리야에서 쫒겨난 것을 시작으로 비푸리, 페찬카 등 겨울 전쟁 이후 국경선 수준으로 밀린 핀란드는 소련에 협상을 제안했고

바그라티온 작전(1944년)으로 독일군 및 동맹국들 줘패느라 정신없던 소련은 코딱지만한 영토 몇 개 더 뜯고 항구 몇 개 임대 받고 배상금 지불 및 핀란드 주둔 독일군을 니들 손으로 처리하라는 꽤 관대한 조건으로 끝냈음(나중에 동유럽에서 소련 패악질 보면 이정도는 정말 관대한 것)

물론 영토가 더 뜯겼다는 아픔이 있었지만 다행이 괴뢰국화는 피했던 핀란드는 이제 예전의 친구들이자 이젠 초대받지 않은 씹새끼들에게 총부리를 돌렸음.

라플란드 전쟁이 시작된거임

5) 라플란드 전쟁

이제 독일과 적이된 핀란드는 핀란드 주둔 독일군과 맞서 싸울 의무가 있지만

문제는 더이상 쓰잘데기 없이 피를 흘리기 싫었던 핀란드 정부와

핀란드군 보다 더 강대한 핀란드 주둔 독일군+노르웨이 주둔군과 맞서기 싫었던 핀란드 군부의 생각이 맞아떨어져서

말이 전쟁이지 실제로 전투는 거의 벌어지지 않았음.

하지만 소련군이 노르웨이를 공격할 때 길을 제공했고(이때 노르웨이 북부를 살짝 점령함)

이후로도 독일에 있던 핀란드 자원병들을 싹다 귀국(근데 말 안들어쳐먹은 놈들도 있었음) 시키는 등 할 수 있는건 다했음.

이런 노력의 결과로 핀란드는 전후에 친소련 정책을 유지하는 선에서 중립국으로 남을 수 있었고

같은 추축국이었지만 땅크로 깔아뭉개지고 꼭두각시였던 헝가리 보단 훨씬 아름다운 엔딩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