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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와보네. 편입준비하다 한의대 가게된 내 이야기좀 풀게.

레이시(182.219) 2012.10.19 07:12:42
조회 2904 추천 49 댓글 13

정말 반갑다. 정말 오랜만이다.

한 5년 전에 편갤,4갤,공갤,고시갤,취갤 등등 활동을 했었다. (이때는 편입, 공무원, 알바 잡다한 궁상을 다 떨었었으니..)
그땐 편입 공부도 했었고, 편입이 목표였고 꿈이었고 내 유일한 계단이자 수단이었으니..
하지만 편입 실패했다. 이때는 명확한 목표나 꿈도 없었다. 그래서 노력을 안 했고 당연히 편입 실패했다.
그렇게 1년 더 편입공부 했고, 6개월 정도 하던 차에 많은 생각을 했다. 하루 정도 공부 안 하고 산에 올라가서 혼자 생각을 해보았다.
갑자기 내가 무얼 위해 편입 공부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 꿈은 이게 아니었고, 편입해봤자 평범한 직장인밖에 더 되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 (편입을 무시하는 게 결코 아니다.)
그렇게 편입을 접었다. (사실 접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고, 접었다고 결심한 순간까지 망설였다.)
편입을 접을 때는 망연자실 했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다.
(사람들이 '포기하면 오히려 편해진다. 놓으면 홀가분해진다고' 하는데 이때 이것을 깨달았다.)

내 목표는 그렇게 '수능으로 한의대 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인터넷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니, '한의대는 나사(나이 많은 사람)로 불리는 장수생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의대가 나이 많은 나에게는 맞겠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나이만이 고려대상은 아니었다. 한의사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있었다.)
여기까지는 그저 목표이고, 허황 된 꿈이다. 그 당시엔 그랬었다.
(한의대라는 게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한의대에 입학할 수능 최상위권 성적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편입도 실패한 놈이 무슨 한의대를 가겠는가?
첫해 수능 당연히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한의대 갈 성적은 턱도 없었고, 평균 3등급이라는 점수가 나왔다.
보통 기초가 없는 장수생들은 2년 준비한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그냥 무덤덤하게 생각하고 또 1년 준비했다.
(1년 더 준비할 땐, 죽기 각오로 준비 한 거고 1년 더해서 실패하면 공장이나 들어가자는 심정이었다.)

그렇게 1년 더 준비해서 한의대에 합격하게 되었다. (나이 29살에 입학한 거다.)
막상 한의대에 가보니 내가 나이가 가장 많을 거로 생각했는데, 뜻밖에 30대 이상의 형, 누나들도 많았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는 30대 후반이 나이가 가장 많았는데, 다른 학교에는 40대 형님분도 계신다고 들었다. (뭐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처음엔 한의대 갈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뭐 공부한 내용을 쓸려면 한도 끝도 없다.
그래도 기본적인 공부의 프로세스를 적어보자면,

전체 공부 분량으로만 보면 이과 수능의 절반이라 할 수 있는 수학의 경우에는,

개념(이해) (수학은 기본서의 개념만 20번 이상 복습) - 기본, 연습, 유형 문제 
- 수능, 평가원 기출문제(7개년 치) 단원별로 모아 놓은 형태의 문제집 분석 (계속 반복) 
- 실제 수능의 문제와 유사한 형태의 '수능, 평가원 기출문제 7개년 치'로 실전 연습 및 틀린 문제 복습 및 분석.

수학이나 과탐은 개념을 공부하고 나서 수능이나 평가원 기출 문제를 풀면 어느 정도 수능의 방향이 보인다. 
그래서 다른 과목보다는 어떻게 보면 공부하기가 수월하다.
(공부해야 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것이지, 쉽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공부해야 할 방향이 보이니 수월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언어는 정말 힘들었다. 언어도 문학강의와 어법, 어휘 강의를 들었었고, 
모 강사의 언어 종합 강의를 듣고 나서부터는 꾸준히 수능, 평가원 기출문제만 풀었다.
기출 문제를 풀었다고 해서, 단순히 풀고 틀린 거 다시 복습하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
틀리든 맞든 그거와는 상관없이 모든 문제를 분석하는 것이다. 
왜 이것이 정답이 될 수밖에 없는지 왜 저것은 정답이 아닌지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분석해야 한다. 
수능, 평가원 기출문제는 완성도가 매우 높은 문제이기 때문에 보물이라 할 수 있다.

외국어는 편입공부를 했었기에 어느 정도 기본기는 되었다. 문법 다시 정리하고, 구문 독해 정리하고, 어휘 매일 외우고
어법 유형 정리하고, 빈칸 유형 정리하는 식으로 공부하고 기출문제 분석하고, EBS 풀고 그랬었다.

편입 영어가 수능 외국어보다 지문 자체의 수준은 높다. 어휘 수준도 편입 영어가 더 높다.
편입 영어는 GRE 수준의 고급 어휘이고, 수능 외국어는 대부분이 고교 수준의 어휘이므로 당연히 편입 영어가 지문 자체는 더 수준이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더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지문이 어려운 거랑 문제가 어려운 것은 다른 문제이다.
편입 영어를 만점 받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아니 편입 영어 강사들도 1~2개 틀리는 게 편입 영어다.
편입 영어는 자연계열은 60~70점만 되도 합격 안정권이고, 인문계열은 70점만 넘어도 합격 안정권이다.
편입 영어는 80점 정도만 돼도 최상위권 점수라고 볼 수 있다. 
애초에 편입 영어는 만점을 위해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만점이 나오기도 어렵다.
하지만 수능 외국어는 내가 한의대를 가야 하기 때문에 만점을 목표로 공부해야 했다. 이 차이가 매우 크다.

편입 영어에서 80점을 맞는 것보다, 수능 외국어를 다 맞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선 그렇다.)

어찌 됐던 여기까지가 내가 공부를 한 대략적인 과정이다. 공부법에 대해서는 정말로 할 말이 많다.
시행착오를 무진장 많이 겪었다. 계획에 대한 시행착오부터, 개념을 공부하면서 느낀 시행착오, 기출 문제를 풀면서 겪게 된 시행착오,
기출 문제를 분석하면서 느낀 시행 착오, 
기출 문제 풀면서 모르는 개념이 나오면 바로 체크 하고 다시 개념 공부하는 등의 모든 과정에 대한 시행 착오 같은 거 말이다.
28살인 남자가 "수학 문제를 풀다가 안 풀려서 눈물을 흘릴지 누가 알았을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살면서 극한의 한계를 느끼고, 죽고 싶은 절망감을 매일 같이 뼈저리게 느끼고, 내가 왜 살아야 하나에 대한 비애와,
나도 알 수 없었던 내 인내의 한계, 그리고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 노력의 한계, 내가 극복할 수 있는 나 자신의 깊이를
수능을 공부하면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때의 경험은 평생 갈 것이다.

어찌 됐던 정말 피 토나 게 공부했다. 힘들었다. 
매일같이 눈 뜰 때는 희망으로 가득 찼고, 눈 감기 전엔 죽고 싶었다. 매일 이렇게 반복했다.
(하루를 시작할 때는 희망으로 가득했지만, 하루의 공부를 마치고 체력이 고갈될 땐 죽고 싶었다는, 
내가 이렇게 참으면서 공부해야 하나? 라는 비애의 느낌을 매일같이 흐느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편입을 포기하고, 수능 공부한 스토리를 자세히 쓸 것이다.
내 글을 읽고 누군가에게 한 줌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글을 쓸 동기는 충분하다.


모처럼 몇 년 만에 디씨에 와서 아무 이유 없이 중구난방으로 글을 막 써댔네요.
나중에 다른 기회가 되면 더 장황하고 자세한 글을 쓸 것을 약속하면서...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여러분은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마시고, 나이 27살, 28살 돼서 수능 공부하는 우를 범하지 마세요.
되도록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고, 실패도 많이 겪었고, 좌절도 많이 겪어봤습니다.
그만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법도 배웠지요. 나이를 까먹은 대신에 실패를 견디고 이기는 그런 걸 배웠다고 볼 수 있지요.
저처럼 늦은 나이에 수능 공부하는 이런 사람은 되도록 없었으면 좋겠어요.


* 나이 30줄에 한의대 가면 힘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오히려 목표가 분명하고 제가 이뤘다는 사실이 행복합니다.
  제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냐고 말하자면, 군 생활이 아니라 27살 28살에 수능 공부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나중에 글 쓰겠습니다. 그럼 각자 목표한 바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 앞으로 등록금 낼 걱정에..(과외로 약간 충당함) 
   그리고 졸업하면 30대 중반인데 막막하지만, 더 힘내렵니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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