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들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릅니다.

수신인 없는 편지를 보냅니다. 받아주세요.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던걸로 기억합니다. 눈도 많이 왔지요.

기록적인 한파였지만, 어느새 추웠던 기억은 스러지고 따스한 감정만이 남아있습니다.

그 겨울을 함께 했기 때문일까요.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

왜인지 모르게 영화 하나에 빠져들었습니다.

혼자였더라면 몇 번 보고 말지는 않았을까요?

피리부는 사나이. 그래. 우리는 모두 피리를 불었습니다.

탈음도 나고, 불협화음도 심했지만, 우리는 겨울을 이겨냈습니다.

겨울이 지나면 모닥불을 떠나야하지요.

불가의 온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면, 불필요할 때도 오는 법.

외투를 벗고, 긴 소매를 걷어올릴 때가 온 것이겠지요.

그대들은 그렇기에 자연스럽고 순리에 맞습니다.

허나 겨울은 한 해에 두 번 옵니다.

내년의 한파가 올해보다 더할지도 모르지요.

만약 그 때 추위를 이겨내기 힘들다면 기억해주세요.

지난 겨울 함께 둘러앉았던 모닥불 있음을.

나는 당신들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릅니다.

수신인 없는 편지를 보냅니다. 받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