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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문대회]아렌델은 실존하며 이동 수단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업로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1.31 19: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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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첨부된 이미지들은 해당 컨셉을 이해시키기 위한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공식 첨부 삽화가 아닌 만큼 이해를 돕는 정도로만 보시고 배경 묘사와 100% 매치가 되지 않는 점을 이해 바랍니다.












아렌델은 실존하며 이동수단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창백한 인공적인 구조물들이 늘어선 거대한 홀 안의 깊은 어둠이 모두를 침묵시키고 있었다.


침묵과 어둠 속에서 홀연히 파란 점멸 LED 등이 켜지면서 나즈막한 소리와 함께 레이져 스캔이 작동되었다. 

연구실의 홀 안에서 연하게 피어 오르는 수증기를 레이져 스캔이 통과하면서 콘솔 뒤에 모인 각각의 사람들을 하나씩 비출 때마다 유령처럼 묘한 느낌을 주는 얼굴의 한 쪽 면들이 어둠 속에서 훑어가듯이 떠올랐다.




“Main system check. online.”




감정을 배제해버린 듯한 단조로운 컴퓨터 합성음성이 시스템의 작동 시작을 알리며 곧 둔중한 기계의 구동음이 조용했던 연구실을 잠에서 깨우듯이 시작되었다.





“Main shaft rotating initiating.”





어둠 속에서 모니터 스크린 빛으로만 얼굴을 드러낸 남성 연구원이 안경에 불빛을 반사시키며 마이크 음성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것을 선언처럼 여긴 듯 둔중한 구동음에 덧붙여 각종 센서의 비프음과 캐비닛형 컴퓨터의 팬 소리, 다른 연구원들의 분주한 움직임 소리가 동시에 시작되었다. 정상 상태를 알리는 컴퓨터 음성과 복창하듯 센서 상태와 시그널의 정상 범주를 알리는 단어를 외치던 연구원들은 마침내 한 사람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Processing Wormhole gate opening Stand By.”





모든 시선을 받은 흰색 연구복을 입은 연구원 중 하나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돌리며 연구실 홀의 중간에 자리한 갈색 머리의 팀장에게 모든 준비 상황을 최종 보고 했다.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던 안나 팀장은 모든 센서의 그린 시그널과 진행 그래프의 상승곡선을 눈으로 좇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진행 승인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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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on.”






연구실 안의 백색 LED전구가 모두 켜지며 축구장 두 개 넓이 만큼의 군용 격납고 시설을 전용한 연구실 내부의 모습이 환하게 드러났다.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 위치한 DARPA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에서 주관하는 딥스페이스 통과 웜홀 게이트 프로젝트의 22번째 실험이 이제 막 시작되는 중이었다.




넓은 연구실 한 가운데에 위치한 거대 링 형태의 프로토타입 게이트를 중심으로 여러 기자재들이 방사형태로 배치되어있었고 많은 연구원들은 곳곳에 배치된 컴퓨터 콘솔 앞에 앉아있거나 그 사이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의 움직임과 함께 물리적으로 구동중인 디바이스, 각종 센서, 컴퓨터의 신호음들로 연구소 내부는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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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안나는 높이가 5m인 거대한 링을 삼각형 받침대 위에 세로로 세워둔 형태의 웜홀 게이트(WormHole)앞에 서서 한참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모든 연구원들에게서 정상작동 수신호와 구두 보고를 받은 DARPA 소속 웜홀게이트 프로젝트의 수석 연구원은 시스템 구동의 최종 승인을 내린 안나 팀장에게 시스템 현황에 대한 노트패드를 보여주려다 그녀의 시선이 멈추는 곳에 잠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 동안 고생한 보람도 없이 이번이 마지막 시도가 되겠군요 안나 팀장님.”


“…….”



안나는 말없이 안경을 빛내며 저속 회전중인 게이트에서 나오는 희미한 푸른 빛에 시선을 그대로 두고 있었다.


수석 연구원은 가만히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스물 두 번째 실험 가동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가 뚜렷하지 않아서 당국에서는 연구 중단 결정을 내렸지만, 우리 DARPA에서는 항상 성공적인 연구만 진행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기운 내요 안나 팀장님.”


“…….”





안나는 여전히 말없이 고개만 돌려 수석 연구원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서운함이라던가 아쉬움, 쓸쓸함은 찾아볼 수 없게 입을 다문 굳은 표정이었다. 

수석 연구원은 혼자서만 감상적인 말을 한 것 같아 멋적게 웃어 보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내 말은, 이 프로젝트가 아무 성과가 없었다기 보다는 안나 팀장의 이론이 너무 급진적인데다, 무리하게 실제 실험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윗선에 밉보인 것을 한 방에 뒤집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아쉽다는 말이었어요. 안나 팀장의 이론은 10년 정도면 민간 연구단체에서 충분하게 검증 받을 수 있을 거에요. 그때는 지금보다 사정이 더 나아지겠지요.”



“…그때는 늦어.”


“네…?”





안나가 처음으로 나즈막하게 입을 열었다.


그녀가 말한 뜻을 미리 앞질러서 생각한 수석 연구원은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보여주며 안심시키려고 애를 썼다.






“안나 팀장님, 당신이 마련한 혁신적인 웜홀의 생성과 유지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 웜홀게이트가 공학적으로 완성될 때까지 2년이란 시간이 걸리고도 많은 시도 끝에 웜홀을 생성하고 유지시키는데는 실패했어요. 미군 실험 위원회에서 실험 지원의 대가로 요구한 성과에 미치려면 22번이 아니라 몇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





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수석 연구원은 계속 능글맞게 말을 이어갔다.





“차라리 나와 같이 Caltech (캘리포니아 공과대)에서 민간 자본으로 다시 시작해 보는 게 어때요? 군수품처럼 화끈하게 지원받을 수는 없어도 몇 년 지나면 충분히 당신 커리어에 만족할만한 성과물을 얻을 수 있을 거에요.”


“그러니까, 늦다고…”



안나는 수석 연구원이 노트패드를 빼앗듯이 가져가서 센서들의 수치를 조정하고 진행상태 그래프 스크린을 그녀의 기다란 손가락으로 더 높이 조정했다.



회전중인 게이트의 메인 샤프트가 더욱 둔중한 소음과 진동을 울리며 연구실 내부와 천정에도 가벼운 진동을 느낄 정도로 회전수가 높아졌다. 

수석 연구원은 두 손을 벌리며 손사래를 쳤다.






“워우, 진정하세요 안나 팀장. DARPA 위원회와 군 당국에서 이번 22번째를 마지막으로 실험 종료를 결정한 것은 성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게이트의 진동을 완벽하게 억제하고 유지할 수 있는 구조물질을 지금까지의 합성재료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거니까요. 그래서 위험하기 때문에 실험 출력을 70%까지만 승인했던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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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요, 당신 말대로 오늘은 마지막 실험인데 게이트 출력이 어떻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안나 팀장은 한 손에 들고 있던 노트패드의 스크린에 손가락 두 개로 게이트 그래프를 더욱 상승시키고 각종 센서들의 그래프도 하나같이 최고로 올렸다. 

이런 팀장의 비상식적인 위험한 행동이 수석 연구원에게 있어서는 다분히 감정적인 처사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안나 팀장, 군 위원회에서는 당신의 성과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직 우리 과학기술 세대에서는 충분한 기반 시설이 지원되지 못한다는 건데, 그걸 못 받아들이는 건 합리적이지 못…”



쿠궁-!



수석 연구원은 더욱 거세진 실내 진동에 말을 잇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일부 센서에서는 위험 신호가 켜지기도 했고 다른 연구원들도 주변 기자재에 몸을 기대며 잠시 멈추기도 했다.





“게이트 오프닝 진행 상황 50퍼센트. 이중 격자 지지대와 진동 흡수 파동을 최대로 올립니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컴퓨터 인공음성이 없었다면 지금의 불안한 상황이 정상과정이라는 것을 알기 어려울 정도였다.


수석 연구원은 몸을 기대고 있던 게이트 구조물에서 황급히 떨어져서 유압 진동 흡수장치와 검은색 탄소나노튜브 지지대가 자동으로 올라와 고정되는 모습을 황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거대한 지지장치에서 한 걸음 물러선 안나에게 수석 연구원은 허둥지둥 달려나와 외치듯 물었다.




“안나 팀장, 오늘 기어코 게이트 작동을 100%를 달성시키겠다는 겁니까? 이건 너무 위험해요! 군 위원회에게서도 허락 받지 않은 실험 단계를…!”


“위원회는 이제 잊어버려요. 오늘 회차 실험까지는 내가 이곳 총책임자라는 걸 잊었어요?”




새로 받친 지지대로 인해 게이트의 진동은 줄어들었지만, 원형 게이트에서 희미하게 나오던 플라즈마 불빛은 완전히 둥근 원형의 형상을 띌 정도로 유지가 되었고, 연구실 내부의 각종 모니터의 지표가 출력 60%를 돌파했다. 


상태 유지를 지원하는 보조 장치들의 센서등이 지금까지와 달리 점멸 주기가 짧아지면서 콘솔 뒤의 오퍼레이터들과 기술팀의 움직임들도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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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이제 곧 게이트 내부 온도와 진동이 최대 허용 한계치에 다다릅니다. 다음 지시를 바랍니다.”


“초당 전력 사용량이 통상 기준치 최대에 다다랐습니다. 이 이상 사용하려면 미국 서부 전력 차용 긴급 회로요청을 해야 합니다.”


“양자 토카막 기록 수치가 최대출력의 70% 이상 표기되지 않아서 그 이상 진행할 경우 실험 진행 데이터 기록이 되지 않습니다. 이대로 더 진행해야 합니까?”




모든 연구원들과 기술자들의 시선이 게이트 앞의 안나에게 집중되었다. 안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한 손으로 안경을 고쳐 올리며 빠르게 지시했다.




“상관없습니다. DARPA의 이름 하에 군용 긴급 실험 요청 건으로 미 서부 전체 전력 사용을 요청하고, 최대출력까지 진행하는 모든 과정을 현 시스템 그대로 이행할 겁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발생하는 데이터 손실은 무시하고 각자 긴급상황에 준하는 프로토콜로 전환해주세요. 이 모든 책임은 팀장인 저에게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감마선 차단 실외벽을 내리고 모든 가용 시스템의 제한을 해제합니다.”




연구실 안의 모든 연구원들은 전에 없이 급진적인 지시를 내리는 안나를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안나는 그런 모두에게 지체 없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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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실행하세요!”




다시금 연구실 내부의 인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연구실 천정과 내부 기둥의 외부 차단장치가 움직이는 구동음이 연구실 내부를 채웠다.



삐이- 삐이-




사이렌 소리와 함께 출입문의 접근금지를 가리키는 빨간색 경고등이 일제히 붉은 빛을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침착한 대응을 해왔던 기술팀 직원들의 눈빛에서 긴장과 불안한 기색이 감돌았다. 

수석 연구원은 못 참겠다는 듯이 안나의 한쪽 어깨를 부여잡으며 외치듯 물었다.





“안나 팀장! 당신이 이렇게까지 행동하는 이유를 난 이해해! 군 연구시설에서의 실험이 마지막이라고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던지며 웜홀게이트 테스트를 최고 단계까지 하려는 걸 알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다른 팀원들까지 위험에 노출시킬 필요가 있는 거야? 우리의 프로젝트는 민간 시설에서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어! 시간만 충분하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 당신은 내 사정을 이해 못해! 난 이 순간을 위해서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렸어…!”





안나는 그의 손을 거칠게 내치며 날카로운 표정으로 외쳤다.



“……”




수석 연구원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며 안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 플라즈마 자장이 활성화 된 게이트에서 푸르스름한 불빛이 그녀의 얼굴과 흰색 가운을 물들이고 있었고, 불빛에 반사되고 있는 안경 너머의 눈빛은 당당했던 말투 대신 애처롭고 서글픔이 가득했다. 

수석 연구원은 자못 긴장하며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안나, 당신은… 정체가 뭡니까?”



“......”



“이제 와서 다 늦은 질문이기는 해도, 당신의 과거가 말소된 이유나 지금의 행동을 이해시킬 수 있는 자료를 본적이 없어요. 당신, 지금 나이가 21살인건 맞나요?”


“…맞아요. 그래서 당신은 이해 못 할 거라고 했잖아요.”




안나는 수석 연구원 앞에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안경을 다시 바로 잡았다. 

그녀의 눈물을 훔치는 손짓을 본 수석 연구원은 여러 답답한 심경을 억누르며 한 결 차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3년전 DARPA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에서 저에게 당신 프로젝트를 함께 하라고 명령 받았을 때에는 저의 모든 상관들이 당신의 정체에 대해 묻지도 말고 신경도 쓰지 말라고 했지만, 이제는 한 가지만이라도 묻고 싶네요. 당신 정체가 뭐지요? 3년 전만 해도 고등학생 나이였을 당신이 혁신적인 천체물리학의 웜홀 구조이론을 완성시키고 공학적인 게이트 설계까지 스스로 해서 DARPA 최우선 프로젝트까지 이어져온 책임자가 겨우 스무 살 정도밖에 안된 안나 팀장 혼자라니, 눈앞에서 보고 있어도 믿기 힘든 사실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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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신도 어린 여자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라는걸 강조하고 싶은 건가요?”


“그 반대잖아! 지구상의 어느 천재 한 사람이 이렇게 당신처럼 이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해낼 수 있었던 건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구! 당신이 외계인이라도 된다는 거야?!”


“……”




수석 연구원은 자기가 스스로 말해 놓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도리질치기 시작했다. 

그는 붙잡고 있던 안나의 어깨를 놓고 몸서리를 치며 물러났다.




“오 마이 갓! 그럼 당신은 진짜 외계인이라도 된다는 거야? 이 게이트에 집착하는 이유도, 위원회에서 지원을 끊는다고 하니까 무리해서라도 완성시키려는 시도도, 전부 다 외계행성과 통로를 이어서 외계 군대를 불러들여 침공이라도 하겠다는 시도인 거야?!”


“잠깐, 뭐요~?”




안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수석 연구원을 올려다봤다. 

하지만 수석 연구원은 눈을 크게 뜨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도리질 칠 뿐이었다.




“당신이 외계인이라면 다 설명되잖아~ 이 짧은 시간 동안 믿을 수 없는 천재적인 성과물과, 그 동안의 모든 이해할 수 없던 행적들이…!"


“아, 이런 사람이 칼텍(Caltech) 출신의 미국 최고의 이론 물리학자중 하나라니…”




안나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안나 팀장! 당신이 나에게도 정신지배라도 행해서 지금까지 조정해온 거야? 당신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마인드 컨트롤로 느끼게 해서 이 모든 프로젝트를 도와주게끔?!”


“아, 그만 좀 해!”





안나는 들고 있던 노트패드를 휘둘러 수석 연구원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군용으로 설계된 묵직한 첨단 디스플레이의 노트패드라서 그만큼의 큰 충격에도 화면에 금이 갈 뿐 멀쩡했다. 


바닥에 넘어진 수석 연구원을 향해 안나는 송곳니가 보일 정도로 화를 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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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니 뭐니 쓸데없는 소리 작작하고 당신이 해야 할 일에나 집중해요!”


“…….”




수석 연구원은 잠시 웅크려서 뒤통수를 살살 달래다가 겸연쩍은 듯이 일어나서 아무 말 없이 노트패드에 표시된 수치 그래프를 조정하며 상승된 게이트 출력의 불안정한 상태를 조정하는 일에 집중했다. 


난데 없이 맞은 쪽이나, 때린 쪽이나 일단의 기술적 위기 상황에서 벌어진 한 바탕 소란으로 연구실 안의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색한 느낌일 수밖에 없었다.


뜻하지 않은 이 해프닝은 한 동안은 서로 아무 말 없이 전문가들답게 위기상황 대처에 진지한 얼굴로 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잠시 후 수석 연구원은 각 부분의 상태 조정을 마치고 원래의 사무적인 모습으로 안나에게 보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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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자장 안정화로 게이트 오프닝 80% 조정되었습니다. 우리가 처음 도달해보는 수치지만 안정적인 게이트 유지가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 안나 팀장.”



“고마워요. 잘해줬어요.”



안나도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아까의 상황에 대한 미안함과 지금의 고마움을 표현했다. 


수석 연구원은 다시 안나의 옆에 서서 함께 게이트의 밝은 빛을 얼굴로 받으며 말했다.



“어쨌거나… 안나, 당신은 이 차원이동 장치를 통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던 거지요?”


“…….”



안나는 눈을 내리 깔은 채 아무 말 없이 듣다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피식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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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들켰네요. 거기까지 알고 있었다면 굳이 대답해줄 필요는 없겠지요?”




원래의 목적을 밝히면 여기서 모든 작업이 중단되고, 그녀의 진짜 목적을 캐어내기 위해 조사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안나는 어쩌면 될 대로 되라는 느낌으로 소녀처럼 소리 내서 웃었다.


하지만 의외로 수석 연구원은 그런 안나의 표정에 정감 어린 미소를 보여주면서 자기도 함께 웃으며 고개를 내리며 말했다.





“그럴 것 같았어요. 2차대전 당시 인류 최초로 핵폭탄이 처음 완성되어 사용되었을 때, 아인슈타인 박사는 자신의 상대성이론이 군대의 무서운 핵무기로 이용당하는 것에 대해 크게 분노했었지요. 저는 당신이 완성한 이 훌륭한 차원 순간이동 이론과 이동 게이트 장치가 그렇게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않기를 바랐거든요.”




안나는 의외라는 듯 다음 말을 망설이다가 그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진성성에 함께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줬다.





“믿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그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단지 언니를 다시 만나러 돌아 가고 싶을 뿐이었어요.”


“가족을 다시 만나러 되돌아가는 거라면, 당신은 당신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만큼, 이곳으로 다시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건가요?”





수석연구원의 질문에 안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라는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의미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지도 않은 채 다시 시선을 게이트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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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슬픈듯하면서 환희에 차 있는 알 수 없는 표정이 게이트에서 감도는 신비로운 플라즈마의 푸른 빛을 배경으로 더 없이 밝게 빛나는 느낌이었다.


수석연구원은 문득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안나, 나는 당신에게 아직 물어보지 못한 말이…”





수석 연구원이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하려는 순간 그래프 스크린에는 오류메시지가 연이어 띄워지고 동시다발적으로 경고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스크린 앞의 연구원들은 앞다퉈 다급하게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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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사용량이 시설 한계를 넘어 공중 방전되고 있습니다. 메인 메모리 뱅크에 고전압의 스파크가 이어져 저장장치들과 보조시스템들이 강제 셧다운됩니다!”


“양자 자장이 게이트 오픈 90%를 넘은 상태에서 수치화가 불가능합니다. 이대로는 언제 토카막 유지 한계선을 넘어 녹아버릴지 모르게 됩니다!”


“게이트 통과 좌표가 마이너스로 역전환되어 미지의 좌표가 재설정됩니다. 시스템의 제어권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재설정됩니다!”


“안나 팀장! 듣고 있는 겁니까?! 치명적인 시스템 위험상황입니다. 당장 시스템을 중지시키고 지원팀을 요청을 해야 합니다!”





오퍼레이터들의 물밀듯이 쇄도하는 경고 확인 요청에 수석 연구원은 안나를 되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냉정한 DARPA 사막 연구소의 마녀라 불리던 안나 팀장이 아니라, 3년전 처음 배속되어 앳된 소녀 모습 그대로의 안나가 거대한 게이트 플라즈마 불꽃 앞에 갈색 머리와 흰색 연구복을 뒤로 펄럭이며 혼자 서 있었을 뿐이었다.


그녀를 삼키려고 그르렁대며 일렁이는 플라즈마 불꽃과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시설물, 그리고 패닉 상태로 대책을 요구하는 연구원들의 외침과 안나 사이에는 수석 연구원 자신밖에 없었다. 수석 연구원은 자리에서 떨쳐 일어나 헤드셋의 마이크 스위치를 켜고 외쳤다.





“모두 전문가들답게 각자 역할에 집중해라! 전력문제는 나중에 생각하자. 서부전력이 아니라 미국 전체 전력을 끌어내서라도 이 게이트를 유지시켜야 한다. 기존의 설계된 가동 수치는 게이트 활성화 70% 이상 수치를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어졌으니, 각자 수기 계산으로 설정해서 입력하고 서브시스템 다운은 내버려둬. 중요하지 않은 보조 설비들은 여기서 고철이 된다고 생각하고 소모해버린다고 생각해라.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게이트 오픈 출력 100%까지 메인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다! 모두들… 함께 버티자.”


“……”





안나는 뜻하지 않은 수석 연구원의 일장 노력과 기백에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돌아보았다. 


수석 연구원 역시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이며 가슴의 DARPA직함 명찰을 떼어내며 말했다.





“주관하던 프로젝트를 거하게 망쳤다고 칼텍에서도 안받아주면 또 어떤가요? 우리 집은 부자니까,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돼요.”


“과거도 모르는 남의 커리어를 대신 걱정해주는 현실적인 사람이, 자기 앞날은 왜 그렇게 일찍 포기하는거에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것과 달리 주변 상황은 더욱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송전시설부터 벽을 따라 이어진 거대한 파이프 크기의 고전압 전력선들이 한계 용량을 못 이겨 부풀어오르다가 결국 폭발하듯이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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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력선에서 각 기기들로 나뉘어진 전력 공급장치에서 공중 방전된 스파크는 시설물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벼락치듯 사람들 바로 앞까지 불꽃을 튀며 위협하고 있었다. 


홀의 푸른색 플라즈마 불꽃을 일으키며 초고속 회전중인 게이트 주변의 보강된 진동 방지 구조물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진동 소음을 내며 연구실 전체를 지진이 일어났을 때처럼 흔들어 대고 있었다. 


모두가 당장 도망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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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진행율 95%를 가리키던 디스플레이의 수치는 더 이상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진동이 심해져 있었고 위험 반경에 노출된 일부 직원들은 머리를 감싸 쥐며 패닉 상태인 사람들도 보였다.





“안나, 괜찮겠어요-?”




안나는 그 소음 속에서도 수석 연구원의 자기를 걱정하는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수석 연구원은 어느 구조물에서 튕겨져 나온 기둥 크기의 강화 플라스틱 지지대가 안나를 향해 날아오자 순간적으로 그녀를 밀치고 대신 타격을 받아 떨어져 나갔다.

 안나는 그가 자기 대신 방패역할을 하며 인형처럼 연구소 바닥으로 나동그래지는 그의 이름을 외치려 했다.


바로 다음 순간, 연구소 안은 게이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백색의 눈부신 빛에 의해 문자 그대로 삼켜져 버렸다.




동시에 연구소 내의 모든 소음은 순간적으로 진공청소기가 빨아들인 것처럼 기묘한 침묵 상태가 이어졌다. 


사람들은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밝은 빛에 압도당해 두 팔로 얼굴을 가리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연구소 안에는 어디에서인지 모를 냉기가 감돌았고 게이트에 가까운 쪽부터 순식간에 서리가 내려앉으며 홀 안을 빠르게 채워갔다. 

서서히 차가운 서리의 분포가 넓어지면서, 그 외 움직이는 것은 게이트의 플라즈마 불꽃과 여러 비상 경고등, 아직 셧다운되지 않은 보조장치들의 현란한 센서 신호등뿐이었다.


디스플레이의 수치들은 어떤 것은 진행율 100%를 표시하고 있었고, 어떤 것은 오류수치 0.0을 표시하거나 경고 메시지를 띄우지 않은 그래프 게이지들은 최고 출력의 마지막 단계를 가리키고 있었다.


안나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게이트 앞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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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






안나가 바라보고 있는 게이트 플라즈마 한 가운데서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안나…!”





눈부시게 밝은 빛을 발하고 있는 게이트의 중심에 일렁이는 사람의 형상은 서서히 엘사의 전신과 망토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안나를 향해 한 쪽 손을 내밀고 있었다.


연구소 콘솔 너머에서 웅크리고 있던 연구원들과 기술요원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한 명씩 천천히 일어나 게이트 가운데의 엘사와 그 너머의 아렌델 풍경을 바라보았다.


 여성 연구원 중 한 명이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냉기가 감도는 와중에 입김을 내뱉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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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잖아.. 겨울왕국의 엘사…!”





그 옆에서 다른 남성 연구원도 일어나서 한 껏 미소를 머금은 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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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진짜로 게이트 너머의 저기가… 동화 속의 거기 맞아?”


“누구, 전원 들어오는 핸드폰 없어? 촬영 가능한 디바이스 없냐고?”






연구원들 몇몇은 경악하며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다른 몇몇은 예상치 못한 성탄절의 선물을 받는 반가운 표정으로 게이트에 나타난 엘사를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안나는 한 걸음 더 다가서며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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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 이제야 되돌아갈 수 있게 되었어.”







그녀는 그제서야 반가움과 감격에 넘쳐 엘사의 이름을 외칠 수 있었다. 

그 울먹이는 목소리는 더 이상 지금까지처럼 숨죽일 필요가 없는 원래의 안나 목소리였다. 


안나는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으며 게이트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잠깐만 안나. 기다려…!”






시설물의 잔해에 맞아 넘어져 있던 수석 연구원은 충격으로 골절된 어깨를 부여잡으며 고통을 참는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안나 뿐만 아니라 연구소 안에 있는 그 누구도 그의 안타까운 외침을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연구소의 모든 직원들은 그 자리에 선 채로 경외감에 사로잡혀 누구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모두의 시선은 게이트의 중심에서 찬란한 광채를 내뿜고 있는 엘사와 그녀가 안나에게 내민 손끝으로 향해 있었다.


서로를 향해 손을 내민 두 사람의 모습이 한껏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무렵, 연구소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백색의 눈부신 빛은 순간적으로 게이트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사라졌다. 

동시에 고속 회전이 감속되는 진동음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게이트의 지지대는 회전수가 감속되어갈수록 진동이 줄어들었고 게이트와 지지대를 푸른색으로 물들이던 플라즈마 불꽃도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과전압으로 멈추었던 각종 보조 기기들이 다시 리부팅으로 하나 둘씩 켜지면서 컴퓨터 디스플레이와 내부 전등도 정상으로 돌아옴에 따라 연구소 안의 사람들에게 원래의 현실감이 되돌아오게끔 해주었다. 


그 외 일부 스파크로 인한 화재들만 잔불처럼 기자재 여기저기 남아 있을 뿐이었다.


회전이 서서히 멈춰 작동 정지된 게이트 앞에서 수석 연구원은 피가 배어 나오는 어깨의 흰색 연구 가운 위에 손을 짚은 자세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방금까지도 안나가 팀장으로써 자리해 있던 바로 그 자리였다.





“안나… 당신이 내게, 잘 있으라고 한 마디만 해주고 떠났어도 이렇게 서운하지는 않았을 거야…”




넋을 놓은 채 서글프게 울고 있는 수석 연구원 뒤로 연구소 출입 방벽이 해제되어 기술지원 팀과 소총을 든 해병 경비대원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군인들은 곳곳에 발생한 화제진압과 아직도 정신이 나간 듯 제 자리에 목석처럼 서 있는 연구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조치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새벽빛과 오로라가 어우러지고 있는 아렌델 트롤의 계곡.


푸른 여왕 복장의 엘사와 아직도 DARPA 명찰이 달린 흰색 연구원 복장의 안나는 트롤들의 마법진 한 가운데에서 아직도 서로를 부둥켜 안은 채 서 있었다. 


계곡이 떠나갈 듯한 트롤들의 축하 인사와 꽃다발 세례에도 엘사와 안나는 포옹한 모습 그대로였다. 

한참 동안 안나가 엘사의 품속에서 눈물을 그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올라프는 항상 그래왔듯이 혼잣말로 쉴새없이 3년만에 다른 세상에서 돌아온 안나에게 축하 인사를 떠들며 엘사와 안나의 주변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여러 트롤들이 합심하여 마법진을 이루어 페비의 마법을 도운 트롤들의 축제 분위기도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을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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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는 안나와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며 감격과 미소를 반복적으로 오갈 뿐 서로가 어떤 고생 끝에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었는지 본격적으로 물어보지도 못했다. 


주위의 트롤들과 올라프의 목소리에 묻혀서 들리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엘사와 안나 모두 정신적으로도 당장 서로의 존재감 확인 이상의 복잡한 말들을 이어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지쳐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황홀한 새벽 하늘의 오로라는 다채로운 빛깔을 뽐내고 있었고 동쪽으로는 어슴푸레 새벽이 다가오고 있는 것도 둘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아그나르의 명령에 의해 13년 동안 엘사의 오랜 격리, 그리고 대관식 직후 드러난 엘사의 마법능력. 그리고 그 능력의 폭주로 인해 안나가 다른 세계로 떨어져 서로가 원치 않게 또다시 3년 동안 다시 헤어져야 했던 두 자매들에게 있어서 오늘은 엘사가 여왕으로 다시 정체성을 되찾았던 날만큼이나 가슴 벅차 오르는 날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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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미안해. 내 마법 때문에 너를 또다시 잃어버리게 되는 줄로만 알았어.”


“엘사, 그렇지 않아. 엘사가 마법으로 아렌델에서 좌표를 고정해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거야.”






두 자매는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서로를 바라보았다.


3년 동안 왕국을 홀로 지켜낸 엘사, 3년 동안 전혀 다른 세계에서 과학 프로젝트를 이끌어 아렌델로 돌아오기 위해 무수한 고생을 해온 안나. 그 둘은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수없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트롤들의 축하인사를 뒤로 하고 아렌델 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스벤의 마차로 향하는 엘사와 함께 안나는 올라프에게도 한 쪽 눈을 윙크해 보이며 말했다.






“올라프, 너에게도 아렌델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는 흥미가 있을 거야. 그 나라에서는 [영화]라는 재미있는 기록 수단으로 아렌델을 묘사하기도 했거든.”


“[영화]라구요? 그런 단어는 처음 들어보는데, 그 나라에서도 우리 아렌델을 알고 있는 건가요?”


“넌 믿지 못할걸. 그 나라에서 넌 아이들에게 인기가 정말 많으니까.”


“그래요? 난 정말 안나가 다녀온 그 신비한 나라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안나는 웃으면서 마차에서 기다리고 있을 크리스토프를 상상했다. 


그 역시 3년전 모습 그대로일까? 문득 안나는 이대로 엘사의 품에서 잠들어도 상관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졸음이 몰려왔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자기도 마법으로 이동좌표를 유지하느라 똑같이 피곤에 지쳐 있었을텐데도 안나를 부축해서 스벤의 마차까지 끌어올려주는 엘사였다.


재미있게도 그 다음 순간 엘사는 마차의 한쪽 귀퉁이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며 프슷 소리를 내고 그대로 마차위로 뛰어 올라왔다.


하늘이 다채로운 오로라의 빛으로 잠에서 깨어있었고, 엘사가 보여주는 장난기 어린 표정 덕분에, 안나는 마치 어린 시절로 되돌아온 것만 같은 행복감으로 미소 지으며 3년만에 돌아온 아렌델 하늘 아래에서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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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변








엔딩에서 크리스토프의 모습이 묘사되지 않은 것은 일부러 뺀 것이 아니라 바로 다음 문장에 애너하임 연구소로 시점이 옮겨가서 등가교환 효과로 지구로 떨어진 장면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연속물로 기획되었지요.



해당 본편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는 연구소 팀장 안나의 이전 이야기는 2014년 프로즌1 개봉 직후 여왕 엘사의 마법과 미 육군 실험실의 파장이 우연히 겹쳐 바로 곁의 안나 혼자서 현대의 지구로 '떨어진'이후의 이야기로 준비되어있었지만 오늘 소개해 드린 부분보다 훨씬 길기 때문에 겨문 단편으로는 맞지 않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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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작품은 간단하게 정리하면 지구외 고지능생명체 안나의 신변을 확보한 미육군은 웜홀 통과 과정에서 대뇌피질로 직접 지식정보가 입력되어 최고의 물리학 지식을 갖게 된 안나를 이용해서 다시금 아렌델 포탈을 만들려고 하지만 안나는 오히려 마지막 실험인 것처럼 속여서 미군의 간섭없이 아렌델 복귀에 성공하는 내용입니다.

본편의 내용이 원래부터 단편이 아니었던 까닭에 주요한 장면의 설정과 설명이 지나치게 부실했던 이유도 여기에서 해피엔딩처럼 보일 수 있도록 일단 정리하기 위해서였으니까요.








연속물의 일환으로 기획한 본 편 엔딩 직후 크리스토프가 안나 복귀와 동시에 지구에 소환되게 되고 미군은 눈에 불을 켜고 이번에야 말로 지구에 남은 고지능외계 생명체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첩보 부대를 동원하는 내용은 단편으로서는 지나치게 지루한 부분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크리스토프가 애너하임 연구원 중 한 명인 한국계 프붕이에게 도움 받아 K-STAR 한국핵융합원자력연구원의 핵융합을 이용해서 한국(Chatho)에서 다른 전문 능력을 가진 프붕이들과 연합해서 미군의 치열한 추격을 뿌리치고 다시 등장한 엘사와 안나의 도움까지 받아 한국에 도착하는 과정은 분위기가 또 달라져서 연속물로써 테크노 스릴러의 장르를 띌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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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는 썼었다니까)




이처럼 동시에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프로즌의 주인공들과 가상의 프붕이들이 마치 냉전 시기의 미국과 소련의 첩보전처럼 극한 상황에 몰리는 테크노 스릴러로 기획된 전체 작품은 지나치게 프갤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마이너한 설정으로 인해 다른 커뮤니티 업로드가 불가능하고, 프갤에서는 기술 설정과 전문용어 등의 어려움으로 갤러리 업로드 자체가 한계에 다다르게 되는 상황이 되버렸지요.






최대한 현실감을 주기 위해 커뮤니티 내 고증을 살리면 살릴 수록 일반 문학과는 거리가 생기는 역설은 문학러들이라면 한 번 쯤 경험해보셨으리라 짐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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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약 문학에 한정한다면 얼마든지 뽕을 빨 수 있는 한정 텍스트 문학도 가능은 했습니다. (가능만 하지요)







하지만 어제 심사위원의 평가중에 나름 재미는 있으니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 그림과 영상, 음향효과 등까지 넣는다면 나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도 있을 거란 조언을 얻고서 또 다른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었지요.



프갤에서 오래 지속 컨텐츠를 유지중인 예술의 밤 총대님도 얼목 라디오에서 밝히기를 처음부터 지금의 수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 동안의 새로운 시도와 기술 발전으로 현재의 예술의 밤 행사가 계속 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표현처럼 지금까지 안 해본 분야가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시도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컨텐츠가 없는 게 아니라 효과적인 전달 플랫폼 기술을 배운 적이 아직 없는 거니까요.





이후에 다시 다른 내용들을 올릴 수 있다면 그때는 이쪽 분야에 대한 비전문가들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상해볼 수 있겠네요.






전체 내용에 비하면 한정된 부분이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겨문 총대님과 부실한 컨텐츠 전달력에도 끝까지 읽어보시고 힘이 나는 평을 남겨주신 심사위원 분들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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