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아
산달폰 씨~! 컵 전부 씻어 놨어요ㅡ!
산달폰
그래. 고마워.
비이
카페는 오늘도 대성황이었는걸!
산달폰
딱히 번성이 목표인 건 아니다만...여러 동료들이 즐겁다면 그걸로 됐어.
너희들한테도...
루리아
냄새 좋다...
산달폰
아직 안 마셨지? 비이 몫에는 우유랑 설탕을 넣었고, 루리아 몫은 연하게 우려냈어.
루리아
와-아! 고마워요!
산달폰
단장도.
산달폰은, 단장한테도 컵을 내민다.
단장은 [고마워]라고 하며 컵을 받아들려고 하던 찰나ㅡ
(쨍그랑)
산달폰
!?
비이
야, 왜 그래? 너답지 않게.
루리아
컵이 깨졌어요! 다치진 않았나요?
산달폰
이 기척은...이건, 설마...!?
비이
뭐야, 도대체 왜 그래?
산달폰
......믿겨지진 않지만...기억이 나.
마물도 성정수도 아닌 이 기척은, 역시...
루리아
산달폰 씨...? 왜 그러세요? 괜찮으세요?
산달폰
큭...어떻게...!
산달폰은, 험악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하늘 저편을 바라본다.
그 손가락은, 마치 자신의 몸을 끌어안아 떨림을 멎게 하려는 듯 강하게 팔에 파고든다.
ㅡㅡㅡ
흑의의 남자
크하하하하....하하하....크하하하하하하!
그 인물은, 강철의 날개를 펼친 채 판데모니움 상공에 있었다.
흑의의 남자
가증스런 결계는 이 몸의 앞에서 부서졌다.
흥...놈에게 당했던 상처도 완벽히 나았다. 딱 좋은 휴식이었군.
다음에 두고 봐라, 루시퍼. 교지 놈도, 내 계획의ㅡ
...?
(두리번)
흑의의 남자
놈들의 기척이 어디에도 없군...누군가에게 소멸당했을 리는 없고. 이 하늘에서 이탈했나?
......흥. 뭐 상관없지. 어쨌건 결말은 변하지 않아.
판데모니움은 이미 절명한 채로, 남은 건 그저 하늘 밑으로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뿐.
놈들이 원했던 세계의 "종말"은, 이 몸의 손으로 이뤄지게 되리라.
그리고ㅡ
벨제바브
드디어, 이 벨제바브가 세계의 정점에 군림하게 되는 것이다!
ㅡㅡㅡㅡ
강철의 날개를 가진 별의 백성ㅡ
벨제바브가 판데모니움을 내려다보며 홍소하고 있을 때였다.
비이
판데모니움까지 앞으로 얼마나 걸려!?
루리아
아, 아직 좀 더 걸릴 것 같아요! 그랑사이퍼도 노력하고는 있는데...
비이
젠장! 늦지 않을까?
산달폰
큭...! 역시, 나 혼자만이라도 먼저...!
루리아
산달폰 씨!
날개를 펼치고, 지금에라도 날아가려 하는 산달폰의 팔을 단장이 잡았다.
산달폰
단장! 이거 놔! 나는..!
칼리오스트로 (벙어리)
그러고 있어. 그 손을 절대 놓지 마라, 단장.
산달폰을 혼자 보낼 순 없지.
산달폰
너는...
칼리오스트로 (벙어리)
천사 놈들이 벌인 그 아수라장 속에서...이 몸이 흑의의 남자를 봉인했던 판데모니움의 결계가 깨졌을지도 모르잖냐?
하지만 말이야, [깨졌을지도]다. 우선은 상황을 정리해서 정보를 확정시키자고.
산달폰
하지만...!
칼리오스트로 (벙어리)
조바심내지 마라. 특히 넌.
전투 속에서 간신히 발동시켰던 결계라 할지언정, 불완전한 놈은 아니었어.
성정수에 반응하는 봉인은 정상적으로 기동했을 터...
산달폰
알아. 네 결계를 못 믿는 건 아니야. 하지만 기척이 느껴져.
예전에, 그 흑의의 남자와 조우했을 때 느꼈던, 특유의...
칼리오스트로 (벙어리)
놈이 그 봉인을 깨부쉈을 가능성도 부정하진 않아. 하지만, 그 원인, 과정을 포함해서 불확정요소가 너무 많아.
상황이 어찌 흘러가건 간에 섣불리 행동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그러니까 지금은 단독행동은 삼가야 한다. 그렇지, 단장?
단장은, 산달폰의 얼굴을 바라보며 끄덕였다.
산달폰
......알았다. 너희들과 함께 가지.
하지만, 서둘러야 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이상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마.
루리아
네!
비이
맡겨두라고!
산달폰
....! 물러나!
에그리고리
캬하하하하하핫!
산달폰
저 놈은...!
비이
타천사들이랑 같이 있던 괴물들 아냐!?
칼리오스트로 (벙어리)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
키야아아아악ㅡ!!
???
ㅡ....
루리아
본 적 없는 마물들도 있어요!
산달폰
명확한 적의가 느껴져...역시 뭔가 있군!
단장, 한꺼번에 처리한다!
칼리오스트로 (벙어리)
나 원...저 놈들이 튀어나왔다는 건 슬슬 때라는 거군.
산달폰
에그리고리는 허무의 힘에 잠식당한 타천사의 첨병이다.
다른 놈들로부터도 하늘의 세계와는 이질적인 기척이 느껴졌어.
칼리오스트로 (벙어리)
이것 참...이렇게나 돌직구로 사실을 들이밀어서야, 의심의 여지가 없구만.
산달폰
틀림없이, 그 흑의의 남자의 부하들이다.
칼리오스트로 (벙어리)
칫...우선 지금은 판데모니움으로 서두를 수밖에.
그랑사이퍼는, 가능한 최대 스피드로 판데모니움으로 향한다.
산달폰
용서 못 해...그 놈만큼은, 절대로 용서 못 해.
혼잣말인 것마냥 내뱉은 산달폰은, 피가 맺힐 정도로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벨제바브
......
벨리알
어이쿠, 이거 사령관님 아니십니까.
벨제바브
....?
벨리알
어이쿠야,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시선이군. 허리가 빠질 정도야.
벨제바브
하등한 피조물 주제에 이 몸에게 가벼이 말을 걸지 마라.
벨리알
이거 실례. 사령관님께선 이런 장난은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신다...메모해 둘까.
별의 백성의 군세를 이끄는 사령관 벨제바브는, 연구소를 감시하기 위해 최고평의회에서 파견되었다.
벨제바브
흥...
벨리알
그럼 저는 이쯤에서...실례했습니다, 사령관님.
벨제바브
......잠깐.
벨리알
무슨 일이시죠?
벨제바브
네놈은...그 놈의 부관이었지. 루시퍼와 똑같은 얼굴인, 그...
벨리알
물론이죠. 기억해 주셔서 영광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저는...하사받은 이름은 벨리알. 천사장 부관을 맡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리지요.
벨제바브
네놈, 무슨 꿍꿍이냐?
루시퍼
질문의 의도가 불명이다. 정기보고서는 제출했을 텐데.
벨제바브
그 꺼림칙한 짐승 말이다. 천사장이랍시고 퍽 거창한 직책을 부여했더군?
루시퍼
아무리 너라도 피조물한테 [꺼림칙하다]는 감상을 품기는 하는 모양이군.
벨제바브
집어치워라.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짐승더러 [벗]이라고 부르게 하는 네놈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드는 거다.
루시퍼
호칭에 관해서는 자유로이 맡긴 결과다.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고, 흥미도 없어.
벨제바브
......즉 대답할 마음은 없다? 사사건건 불쾌하군.
네놈이 가지고 있는 [지혜]는 이 몸처럼, 선택받은 별의 백성들 중에서도 탁월할 터.
이 몸이 인정하는 네놈의 [지혜]를 오락거리 따위로 낭비하지 마라. 우리들 별의 백성의ㅡ
루시퍼
......그렇군.
벨제바브
뭐라고?
루시펠
벗이여. 급한 용무는 무엇이지?
루시퍼
루시펠...
루시펠이 방문하자, 루시퍼는 순식간에 시선을 벨제바브로부터 옮겼다.
루시퍼
이 뒤로 예정되었던 유세의 침공군 섬멸 임무는, 네가 직접 가라.
루시펠
나는 상관없다만, 예정변경이라니 드문 일이군.
나 자신이 나가야 할 정도로 대규모의 침공이었던 건가?
루시퍼
가끔은 너도 전장에 나가라. 갱신한 능력치의 검증도 실행해야 하니.
루시펠
알았다, 벗이여. 바로 준비하지.
루시퍼
그 다음은 책임자로 동행할 벨제바브와 이야기해라.
루시펠은 고개를 끄덕인 뒤, 벨제바브를 바라보곤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루시펠
사령관, 잘 부탁한다.
벨제바브
......피조물인 짐승이라 할지언정 책무는 다해야 할 거다. 실패는 용납하지 않아.
루시펠
괜찮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벨제바브
걱정 따위가 아니라, 충고다.
루시펠
그렇군. 감사히 받겠다.
벨제바브
...불쾌한 짐승이군.
유세의 군세
......!
루시펠
바로 끝내버리겠다. 이 날개의 위광과 함께ㅡ
파라다이스 로스트!
(유세의 군세 섬멸)
하늘의 세계를 침공했던 유세의 군세는, 루시펠의 힘에 눈 깜짝할 사이에 섬멸당했다.
벨제바브
.........
벨제바브는 이 때 처음으로 천사장의 힘을 그 눈으로 보았다.
벨제바브
뭐가, 천사장이냐...
자신의 손이 작게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것은, 경외심 때문이었다.
벨제바브
...용납할 수 없다. 이런 것을, 절대로 용납해선 안 된다...!
벨제바브
어째서냐...! 이 몸이ㅡ
루시펠
파라다이스 로스트!
벨제바브
......이 몸이, 고작 피조물의 모습 따위에 위압당했다고...?
(심지어는, 아름답다고...!!)
ㅡ그것은, 이 세상에 나온 지 처음 느껴보는 굴욕.
벨제바브
말도 안 돼...용납할 수 없다! 이 몸이 남의 [힘]을 질투하다니...
이 몸이야말로 최강이어야 하거늘...비교할 바 없는 존재여야 하거늘!
벨제바브는, 전신에서 피를 토하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벨제바브
크윽.....! 이대로 끝날 성 싶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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