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금륜세가 소공자.txt

엔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03 01:35:25
조회 2110 추천 28 댓글 7


진산월의 음성은 부드러웠지만 의미는 차가웠다.

"본파에서는 제자가 스승을 선택한다. 너도 스승을 정해야 할 것이다. 헌데 나와 지산이는 이미 제자가 있어 너를 가르쳐 주기 어렵구나."

고야자는 눈을 감았다. 모든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게 꿈이라면, 그렇다면 웃으며 깨어날 수 있을텐데.
식탁에 한상 가득 차려진 구수한 음식 냄새가 역겨워져 욕지기가 일었다.
흥겨운 분위기가 떠들썩한 환영식의 소리도 무의미하게 들렸다.
'아버지. 저는 어찌해야 좋습니까.'
고야자의 머리속은 금륜장을 떠나기 전날로 되돌아가 있었다.

"종남파에 들어가면 게으름 피우지 말고 무공을 열심히 익히거라 그리고..."

그날에 아버지 고소명은 머뭇거렸다. 타오르는 등잔을 보며 한숨쉬더니 탄식하듯 말했었다.

"종남삼검을... 가까이해서는 안된다. 멀리 하여야한다. 종남삼검을 피하여야한다."

종남삼검! 

고야자는 전율했었다.
이 얼마나 끔찍한 말인가. 
더군다나 그 종남삼검을 가까이 하다니. 전풍개? 미치지 않고서야 왜 자신이 그 늙은이를 가까이 모시겠는가.
초가보에게 밀린뒤에는 부쩍 조심성이 늘어나셨던건 알고 있지만 이렇게 재수 없는 소리까지 하실 이유가 있나 싶었다.

"아비가 왜 이런소리를 하는가 싶겠지."

그렇다고 긍정할 수 없었기에 고야자는 답하지 않았다. 잠시 그의 표정을 살피던 고소명이 말을 이었다

"지금 종남파 이십 일대 제자들 중에 네가 멀리해야할 존재가 있다는걸 알아두거라."
"그것이 어느분들이신지요?"
"신 종남삼검말이다."

신 종남삼검!

그것이 무엇인가.

그걸 말하기위해서는 우선 종남삼검에 얽힌 사연부터 말해야한다.
종남삼검은 기산취악시절 일승도 건지지 못하고 일패도지한 패배의 아이콘. 강호의 치부다.
물론 무림에서 패배는 병가지상사인 법. 단순히 패배하여 종남삼검이 욕을 먹는건 아닐것이다. 진정으로 종남삼검이 쌍욕을 쳐먹는 이유는 패배이후의 행보에 있다 보아야 할 것이다.

도망.
이유는 바로 도망.
도망이었다.

관소양과 해조림. 그 둘은 기울어가는 문파를 아랑곳하지 않고 은거. 뒈질때까지 한번도 나서질 않았다고 한다.
전풍개의 경우엔 조금 나았다. 20년이 지나서야 용기가 솟았는지 싸우러 오긴했지만, 그 극미미한 공헌도 바다끝인 해남까지 도망쳤다는 사실을 상쇄해주지 못했다.
감숙이나 하북 쯤이었다면 아니, 아니다. 차라리 북해빙궁이라해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중원의 끝, 하필 땅끝까지 도망쳤다는 소린가.여차하면 배를타고 세상 끝까지 도망가려했던 마음이 아니고서는...
이 치욕적인 종남삼검의 행보가 강호에서 웃음거리가 되어버렸고, 급기야 그 뒤를 잇는 신 종남삼검까지 잉태시키고 말았던 거다.

신 종남삼검.
종남파 개노답 삼형제.
전흠 정해 응계성을 이르는 말이었다.

먼저 폭뢰검 전흠.

번개는 시끄럽기만하고 위험하지 않으니 번개에 맞아죽는이는 천만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다 하였던가.
악산대전에서 도망친 이후에 동백기름이나 바르며 조신히 행동하는 폭뢰검은 전 강호의 웃음거리였다.

"흥. 금륜장이라면 추가보의 추관에게 십초에 패배하고 봉문한 문파로군. 저런 놈을 제자로 받을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구려."

'우리 아버님은 십초라도 싸웠다. 싸우셨단 말이다. 너처럼 도망하진 않았어!' 고야자는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르는 말을 꾹꾹 십어 삼켰다
지독한 남도 사투리. 코를 찌르는 동백향기가 역겹다.
게다가 말을 저렇게 하고 있지만 내심은 제자들이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 눈을 번쩍거리며 고야자를 살펴보고 있다.

"아니 전사형 그렇게 말을 하실건 없지요. 금륜장은 역사깊은 훌륭한 장원입니다. 얘야 너 혹시 경영을 배워볼 마음은 없니?"

쥐눈을 굴리며 말을 붙이는 이는 정해.언뜻 듣기에 말투는 살갑다만 이 자는 신종남삼검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인물이다.
남전계퇴라인으로 앞길이 창창했는데도 불구하고 도망을 쳤고 감숙에서 한가락한다는 비룡객의 문하로 구차히 기어들어갔다고 했다. 그 와중에 순진하고 어린 딸에게 마수를 뻗쳐 무골호인이라는 비룡객마저 진노케했으며
급기야는 그 딸을 꼬셔내 임신을 시키고 기둥서방 짓으로 기름진 배를 두드렸다던가.
훗날 종남파가 부흥하고 나서야 종남파로 복귀하였으나 눈치가보여 본산에는 올라오지 못하고
근자에는 서안의 왈패들과 어울려 주루 나와바리를 관리한다며 객잔의 닷푼짜리 싸구려 달방을 떠돌고있는 신세라하였다. 
상소홍이라는 여자는 이 고단한 영락을 견디지 못하고 친정으로 도망하였다하니 그 남편에 그 부인이라 모두에게 비웃음을 당한다 했다.
살가운 말 한마디에 속아 이 놈의 제자로 들어간다면 점소이가 되는것과 가히 팔자가 다르지 않으리라.

"...나는 다리가 이런지라 제자를 가르칠 수 없구나. 손노태야께서도 허락하시지 않을테고 말이다. 정해 너와 전사형이 새로운 제자를 얻겠구나. 축하한다."

빡빡머리 응계성이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고야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꼭 신 종남삼검중에 스승을 골라야만 한다면

꼭 그래야만 한다면 응계성을 고르리라 생각하던 그였다.

종남삼검 중 응계성을 가리켜 군계일금이라 했던가. 탈 종남삼검이라 하는 자도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신 종남삼검중 응계성만은 도망친 전례가 없었으니까.
약해서 납치된 것일 뿐. 

시발거 상식적으로 약한게 죄는 아니지 않는가. 납치한 놈이 나쁜게지.강호라는 곳이 상식이 통하는 곳은 아니다만 그래도 납치가 범죄라는건 주지의 사실이다.
도망자들, 그러니까 남전계퇴의 이름조차 박탈당한 정해나 해남파의 서자인 전흠 따위의 '비겁자'와 응계성은 질적으로 다른 인물, '범죄 피해자'였다.
까놓고 말해 전대의 도망자들이 세명이 아니라 두명이었다면, 가령 종남삼검이 아닌 종남쌍검이었다면 응계성은 신 종남삼검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지도 않았으리라.숫자를 맞추기 위해 억울하게 끼여 들어간 깍두기가 그라는 것이 세간의 평이었다.
게다가 응계성은 화산파 제자를 이겨 일승의 전적도 있었으며 종남파의 다른 이십일대들도 불쌍하다하여 이것저것 챙겨준다하니 그 밑에서 착실히 수발을 든다면 나중에나마 낙하구구검을 배울가능성은 높았다.
최소한 전흠과 정해보다는 열배는 나은 인물이었다.
그런데 제자를 받지 않겠다니...

"그럼 정해와 전흠이 네 스승이 되겠구나. 물론 선택은 너의 자유이니 네가 골라보거라."

진산월은 부드럽게 고야자의 등을 두드렸다. 다른 제자들역시 한결같이 궁금한 눈길로 고야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야자는 울것같은 심정으로 유소응 방화 손풍이 앉아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손에 닿을 듯 가까우면서도 닿지 않는 거리에 그들이 있었다.
진산월 소지산 낙일방을 스승으로 둔 그들이 그렇게나 부러울 수 가 없었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단리상이라는 녀석. 그 녀석은 어디에 있지?단리상은 대체 누구의 제자이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아직 살아는 있는 것인가요?
이 물음에 답을 해줄 사람은 당금천하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심지어 용노사 조차도.

"장문인 그러지 말고 장문사형이 이 아이를 맡아가르치는건 어때요?"

방취아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종남에 이렇게 좋은 분도 있었구나. 고야자의 귀에 방취아의 목소리는 천사의 음성처럼 들렸다. 
그러나 진산월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일이 바빠 소응이도 제대로 가르칠 시간이 없구나. 그러지 말고 지산이가 이 아이를 맡아 가르친다면 그것은 허락하겠다."

방취아가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가뜩이나 신혼인데다 방화 하나만해도 하루에 두타임이 날아가거늘 하나를 더 책임지라구?
태태음신맥인 그녀에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잠시 눈치를 살피던 전흠이 잽싸게 나섰다.

"흐,흥! 내, 내가 추가보보다는 너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강하게 만들어 주겠다!"

고야자는 전흠의 면상을 한대 후려치고 싶었다. 아니 가능하다면 죽여버리고 싶었다.

"큰 장원을 이끌어가는데는 무공뿐만 아니라 경영학도 중요한 거란다. 금륜장의 장주를 무공만으로 물려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도망간 상소홍 대신 정해의 양말 빨래를 대신 할 마음도 없었다.

고민은 길었으나 행동은 빨랐다. 

누군가가 말릴 틈도 없이 쿵쿵쿵. 고야자는 구배지례를 마쳐버렸다.



"대 종남파의 이십삼대제자! 고야자가 유소응 사부님을 뵙습니다!"





이것이 훗날 천하를 경동케할 신검무적의 손자제자, 금륜세가 소공자 고야자 전설의 서막이 될 줄은 

그 시점에선 종남의 문인 중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고 한다.

추천 비추천

28

고정닉 4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359133 생각해보니 천하오패 중 화왕이 최강 아니냐? [6] 이바르(223.62) 19.06.22 335 13
359114 [의천도룡2019] 장무기를 처음으로 생깐 여자 [7] ㅇㅇ(218.51) 19.06.22 1835 21
359099 학신2부 존나 흥미진진하다 (스포+ 추후 스토리 뇌피셜) [18] ㅇㅇ(125.141) 19.06.21 5141 18
359022 "종남파의 장문인은 어때요?" [18] ㅇㅇ(123.248) 19.06.21 2692 35
358466 "후우... 내가 이제와 무엇을 더 숨기겠소..." [8] 엔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14 2943 54
358460 의천도룡기 2019? 조까 김용 드라마는 80년대꺼가 리얼이야 [5] ㅁㅁ(122.44) 19.06.14 1506 25
358350 [의천도룡2019] 장무기 4대 여자 막씬 정리 (절대 스포주의) [12] ㅇㅇ(218.51) 19.06.13 2765 23
358232 지금까지 나온 쾌의당 세력 정리하면 [14] ㅇㅇ(110.8) 19.06.12 1969 12
358025 역시 조민은 24화가 젤 커엽다. [5] ㅇㅇ(121.182) 19.06.09 2177 20
357955 색마 조민.gif [9] ㅇㅇ(175.197) 19.06.08 4397 18
357756 "아니, 저 자가 대해검 소지산이라는 말인가?" [5] 엔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05 1913 19
357640 진 장문인! 실종된 사제의 행방을 알고 싶지 않으시오? [8] ㅇㅇ(211.177) 19.06.04 2762 68
금륜세가 소공자.txt [7] 엔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03 2110 28
357427 "대체 언제까지 우리 해남라인을 차별할 거요?" [5] 엔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03 2533 41
357361 야율척은 대라삼검을 얕잡아본게 아님 [4] ㅇㅇ(110.8) 19.06.02 839 12
357334 학사신공 완결 이후 외전 2 대연신군과의 만남 [22] 파파고짜파고후계자(119.69) 19.06.01 5661 73
357333 학사신공 완결 이후 외전 1 한립의 선계 첫 나들이 [14] 파파고짜파고후계자(119.69) 19.06.01 4938 52
357321 학사신공 아주아주 짧은 스포 1부 완결까지 [35] 파파고짜파고후계자(119.69) 19.06.01 9006 92
357286 "대사형의 요리라니 선사님께서 계시던 시절이 떠오르는군요." [7] 엔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01 2249 35
357244 "이봐 내가 만년삼정을 훔쳐왔어!" [7] ㅇㅇ(211.210) 19.06.01 2459 62
357240 무갤문학 고전명작-건승신마 [8] ㅇㅇ(39.7) 19.06.01 2258 29
357233 다시보는 명작문학-건승을 바라다 [11] 코너미도리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5.31 2623 54
357230 나 야율척이 신검무적을 상대하겠다. [4] ㅇㅇ(178.128) 19.05.31 1996 50
357188 옛날엔 무갤에 웃긴 군림팬픽 존나많았는데 [16] ㅇㅇ(117.111) 19.05.31 2609 51
357175 학사신공 짤린 부분 중 하나(문채환과 대화 장면) [23] ㅇㅇ(119.70) 19.05.31 5397 61
357142 0531 군림천하 단상 [12] chess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5.31 984 12
357072 학사신공 진선과의 전투 아주아주 짧은 스포 [23] 파파고짜파고후계자(163.152) 19.05.31 5069 62
356960 학사신공 육익이와의 재후 아주아주 짧은 스포 [31] 파파고짜파고후계자(163.152) 19.05.30 5665 63
356911 아 이글도 볼수록 웃기내 ㅋㅋㅋㅋㅋ [7] ㅇㅇ(115.20) 19.05.29 2196 30
356736 쾌의당주는 조익현 맞지않나? [9] ㅇㅇ(175.223) 19.05.28 1255 13
356689 야율척 캐릭터 마음에 드는 갤럼? [10] 레이와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5.28 1227 17
356576 학사신공 소령천 파트 아주아주 짧은 스포 [32] 파파고짜파고후계자(163.152) 19.05.27 4963 80
356313 학사신공 천정궁 파트 아주아주 짧은 스포 2 [35] 파파고짜파고후계자(163.152) 19.05.24 4562 60
356257 학사신공 천정궁 파트 아주아주 짧은 스포 1 [24] 파파고짜파고후계자(163.152) 19.05.23 4568 53
356247 학사신공 마계 이후의 아주아주 짧은 스포 [33] 파파고짜파고후계자(163.152) 19.05.23 7026 59
356239 진가놈이 천노 잡은다음 전개예상 [6] ㅇㅇ(178.128) 19.05.23 1330 21
356163 군림 고전짤 다시보기 [11] ㅇㅇ(112.150) 19.05.21 3054 26
356098 금동이때문에 마지막으로 쓰는 아주아주 짧은 학사신공 스포 [32] 파파고짜파고후계자(163.152) 19.05.20 6990 69
355925 학사신공 대승기 이후의 아주아주 짧은 스포 5 [33] 파파고짜파고후계자(119.69) 19.05.17 6915 80
355913 학사신공 대승기 이후의 아주아주 짧은 스포 4 [25] 파파고짜파고후계자(163.152) 19.05.17 5810 64
355874 학사신공 대승기 이후의 아주아주 짧은 스포 3 [35] 파파고짜파고후계자(163.152) 19.05.16 4962 62
355828 좆림천하 다음화 스포한다. [11] ㅇㅅㅇ(61.81) 19.05.15 1863 28
355818 학사신공 대승기 이후의 아주아주 짧은 스포 2 [16] 파파고짜파고후계자(163.152) 19.05.15 9455 50
355782 학사신공 대승기 이후의 아주아주 짧은 스포 [20] ㅇㅇ(163.152) 19.05.14 5406 46
355768 보화시조 vs 원살성조 미모 차이 확실히 보화가 이쁘다. [11] ㅇㅇ(124.59) 19.05.14 3722 16
355751 오랜만에 용노괴식 고수 설정 나왔네 ㅋㅋㅋ [6] ㅇㅇ(221.156) 19.05.13 1959 19
355741 학사신공 대승기 경지까지 아주아주 짧은 스포 2 [20] 파파고짜파고후계자(175.223) 19.05.13 5845 44
355734 학사신공 대승기 경지까지 아주아주 짧은 스포 몇가지 [14] 파파고짜파고후계자(175.223) 19.05.13 5169 31
355678 전생검신 타입문도 표절한거 같지않음? [8] ㅇㅇ(211.36) 19.05.12 1309 28
355514 (약스포) 궁금해서 합체후기 되는것만 미리 번역해서 봄.. [4] ㅇㅇ(124.59) 19.05.09 2216 2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