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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35년차가 말하는 선협(학신까들 필독)

몬발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6.16 22:58:49
조회 2052 추천 38 댓글 11

내가 무협소설을 처음 접한 건 1986년 고등학교 1학년 때 하숙방에 굴러다니던 무협소설 1권을 읽고서였다.

중학생 때까지 읽었던 건 일반 소설과 만화가 전부였다.


어떤 소년이 죽을 병에 걸려서도 원수를 죽이겠다고 다짐하며 무공을 익힐 길을 떠났는데,

무인들이 어떤 영초가 있는 절벽에서 다투는 곳을 우연히 지나게 되었다.

뒤늦게 도착한 영감이 다른 무인들 다 쫓아내고, 이 소년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이 소년은 절벽 아래로 내려가, 동굴로 들어가 기연을 얻어서 내공이 늘어나더라.

그리고 동굴의 물길에 휘말려서 정신을 잃고 다른 지역의 호수에서 떠오른다.

신의가 우연히 이 소년을 발견하고, 손녀의 청을 받아들여서 소년의 죽을 병을 고쳐준다....


1권은 대충 이런 줄거리였다.

뒷 부분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만화방에 가서 그 작품을 빌려서 읽었는데,

이게 내 무협소설 인생의 첫 번째 작품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새로운 맛 참신한 설정을 보면 강렬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를 처음 읽게 되었으니 얼마나 재미있었겠는가?


모든 무인을 대결에서 죽일 수 있는 최강의 무공이 나오고,

몇 갑자의 내공을 얻을 수 있는 영약 영초 영단이 나오고,

악당을 쳐부수는 복수가 나오고,

먼 거리를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경공술이 나오는데 말이다.....

수퍼맨은 아무나 될 수 없지만,

내공을 익히면 무림인이 되면 나도 저런 경험을 할 수 있을 텐데......


그 뒤로 읽은 모든 무협소설들은 온갖 종류의 설정이 나왔다.

무공의 이름도 달랐고, 종류도 달랐다.

단순한 복수도 나오고,

돈 받고 사람을 죽이는 살수 이야기도 나오고,

세력을 물려받아서 종주 노릇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게 한무를 읽다가 드디어 김용의 무협소설 [의천도룡기]로 입문하게 되었는데,

나는 일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새벽까지 잠을 안 자고 읽었더랬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그 뒤로는 김용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읽었고,

양우생, 와룡생의 작품들도 몇 개 읽었다.

고룡의 작품은 내 취향이 아니어서 한 작품만 읽고 던졌다.

운중악의 [용사팔황]은 또 다른 충격적인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한무는 안 읽고, 그저 김용의 작품들을 위주로 반복해서 읽던 시기다.


그러다가 95년도가 되어 다시 한무를 읽게 되었는데,

좌백의 [대도오], 용대운의 [독보건곤]을 이 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사마달의 [대도무문]인가 하는 이상한 무협소설이 대통령선거와 맞물려서 한창 잘 팔리던 시기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중무나 한무를 즐겨 읽었다.

나한의 작품도 즐겨 읽었고, 정구의 [신승]을 보고 특이하다고 하며 읽기도 했다.

그러다가 판타지소설에 입문하면서 무협소설을 거의 안 읽게 되었지...


왕위의 [학사신공]도 여기 무갤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선협인 줄도 몰랐고, 초반의 칠현문 파트에서는 무협소설 삘이 나길래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50화를 넘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수도계에 입문하여 이야기가 진행되었는데,

푹 빠져서 완결까지 몇 년 동안 열심히 읽었다......


학신을 읽기 전에 오래 전에 1990년대 초반에 나는 선협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김용의 스승이라고 언급된 이수민의 [촉산전]이라는 작품이 번역된 게 있다.

제목이 정확한 건지는 나도 자신이 없다만....

번쩍번쩍 빛나는 검광을 타고 이동하는 수도자,

정의로운 노승,

욕심과 원한에 사무친 요괴,

그리고 해일처럼 다가오는 겁난......

대충 이런 것들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날 뿐이지, 줄거리나 등장인물 이름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학사신공은 촉산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학사신공은 김용의 무협소설이나 다른 여타의 무협소설과도 확연히 달랐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아주 참신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세계를 창조해 내었다.

아마 다른 애독자들도 나처럼 충격적인 즐거움과 재미를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


첫 키스의 추억,

첫 경험의 추억,

첫 사랑의 추억,

첫 .......

처음 맛보는 감각은 대단히 충격적이어서, 느낌이 좀 과하게 증폭된다.....


내가 무협소설을 다시 읽어 본들 무슨 재미가 얼마나 느껴지겠는가?

30여년 간 이런저런 무협소설을 다 읽었는데, 무슨 참신함이 느껴지겠는가?

그래서 어느 무협소설이든 재미가 덜 느껴지기 마련이다.


학사신공에 여러 가지 허점이 있다든지,

문학가들의 이론에 따라 평가할 때 수준이 낮다든지,

하다 못해 번역자의 글솜씨가 개판이라든지 하는 평가는 받아들일 수 있다.

학신까들이 까는 것 얼마든지 웃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학사신공이 준 참신한 재미는 절대로 부정할 수가 없다.

나에게, 애독자들에게 첫 선협의 추억을 남긴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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