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완은 그곳에 있는 아모네를 보고 어쩌면 자신이 찾아와 주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상처와 위협이 되는 모든 것을 털고 멀리 떠나 차라리 그녀와 새로운 삶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담담한 모습에 희망을 품기도 했다.

"한번에 찾았어?"

"응."

"어차피 숨은 거 아니니까."

"모네야."

"있지, 찾아와 준 건 고마운데. 생사 확인 했으면 가주라. 나 니 얼굴 안볼래. 우리 이제 얼굴 보면 힘들잖아. 이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나?"

"가면... 같이 갈래? 같이 가서 백미녀, 이중구, 호텔 다 잊고 남들처럼 살아볼래?"

"생각만 해도 좋네. 남들처럼... 마음말고 머리를 다쳤으면 좋았겠다. 얼른 니 손잡고 가게. 아쉽게도 머리는 멀쩡해. 그래서 씨엘을 그 사람들을 잊을 수가 없어. 너랑.. 남들처럼.. 살 수도 없고.

우린 마주보며 웃었던 시간보다 싸우고 아파하고 이별해 있던 시간이 길었던 거 알지? 새삼스럽게 인사같은 건 하지 말자."

차재완은 아모네의 담당함이 희망의 표징이 아니라 이별의 표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모네가 자신이 찾지 못하게 도망가지 않은 건 찾아주기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더이상 자신이 그녀 마음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밀어내지 않아도 한걸음도 다가갈 수 없었고 그녀가 화를 내지 않아도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이제 그녀의 마음에 내가 있지 않다.'

앞서 걸어가던 아모네를 아무리 따라가도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으려 했었지만 차오르는 눈물에 흐려져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없었다.

어느순간 차재완은 혼자 걷고 있었다. 아무리 기억하려해도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기억이 나지않아 걸음을 멈추었다. 이 길을 벗어나면 그녀가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까봐 두려워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