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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스타의 편재증명 22222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0.219) 2016.10.22 22:47:42
조회 2993 추천 43 댓글 9


2.






가수로서 데뷔하고 삼년째의 봄, 3월 13일. 오후 2시 40분. 마츠노 카라마츠는 어떤 빌딩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었다.


투신은 과묵한 죽음이다. 말하자면 자세한 것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라는 것이다. 칼로 찔린 것도 아니고, 차 안에서 찌부러진 것도 아니며, 혼자 쓸쓸하게 목을 맨 것도 아니었다.


해석의 여지가 크게 남아 있어, 너무나 부풀려진 죽음이 되었다. 만약 그가 샷건으로 자신의 머리를 꿰뚫었다면 좀 더 이야기는 간단했을 것이다. 혹은 그에 관련되어 부처님에 대한 편지가 남겨져 있다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왜 거기에 있었는지도 모르는 초라한 빌딩의 옥상에서 그는 혼자 스스로 죽은 것이다. 유서는 없었다. 소지품도 그때까지 없었다. 가지고 있던 것은 재킷에 넣고 있던 지갑과 스마트폰, 거기다 주머니의 쓰레기 정도였고, 가장 마지막으로 연락을 한 것은 매니저였다. 죽기 세시간 전. 내용은 사무 연락.


죽음의 개요가 발표된 순간, 냄비에서 물이 끓어넘치듯이 갖가지 억측이 세상을 떠돌았다. 단순히 자살? 혹은 사고?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하고 뛰어내려야 했나? 록스타는 살해당했나?


그리고 온갖 이야기가 순식간에 록스타에게 지워진다. 자살이었다면 무슨 이유로? 사고였다면 무슨 이유로? 살인이었다면 무슨 이유로? 이야기는 점점 구체적인 살이 붙어 자라났다.


사무소에서 공식적인 기자 회견이 열릴때까지 온갖 원인이 짐작되었다. 온갖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더불어 마츠노 카라마츠 자체도 멋대로 변했다. 비극의 록스타로도, 비할 데 없는 미친 자식으로도 되고는 했다. 세상은 이에 있어서는 훌륭한 스토리 텔러이다. 진짜 마츠노 카라마츠를 가린 채 상상력이 죽음의 진상을 유린한다.


그런 순진하고 폭력적인 상상력으로조차도 이런 전개는 예상 못했을까 하고 이치마츠는 적당히 생각했다. 죽은 형의 유령이 1LDK에 나타나다니, 호러에 익숙치 않다면 단숨에 할리퀸스런 전개가 된다. 느닷없이 아내가 된답시고 튀어나온 여자! 단, 밥도 목욕도 제대로 할 줄은 모른다. 점점 더 환각 같다.


"어떻게 된건가? 어디 몸이라도 안좋은건가?"


"안좋아…… 머리가 안좋아…… 내 머리가 치명적으로 안좋아……"


"미안하구나. 뭔가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요리 경험은 없고 목욕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그보다 애초에 나는 지금 무엇도 만질 수 없는 모양이군. 아까 텔레비전을 켜려고 했는데, 리모콘이 만져지지 않아서 애가 탔어."


"남의 집 텔레비전을 멋대로 켜려고 하지마─── 이 쓰레기 개똥마츠!! 죽어! 아── 이미 죽었지─!!! 진즉에 뒈졌었지──!!! 그래, 너 죽었었다고!"


"그래, 역시 나는 죽은건가."


카라마츠는 조용히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을 가만히 응시했다. 유령치고는 질감, 색깔이 제대로 된 손이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구체적인 살갗의 질감. 하지만 붙잡으려고 한 이치마츠의 손은 매끄럽게 빠져나가 버리고 말말았다. 틀림없이 허공을 잡는 것 같은 감각에 아찔하다. 드디어 실재감의 위기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렇게 바람만 만져져서 말이군. 곤란했다. 어쩐지 이상하다, 라고 생각했어. 정신을 차리니 여기에 있었지만, 난 이런 곳에 온 기억이 없고 여기가 어디인지도 몰랐다. 죽으면 딱히 지하철을 타지 않고도 이동 할 수 있나 보군."


"........왜 여기 있는거야."


"그건 몰라. 애시당초 이치마츠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가 너의 방이라는 것도 몰랐다. 깜짝 놀랐어. 그……"


"아? 뭐야. 할 말이 있으면 똑바로 말해, 새꺄."


카라마츠는 드물게 머뭇거리고, 일단 시선을 떼며 방 안을 둘러본다.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했다. 뭐야, 별로 재미있는 것 따윈 없잖아? 라고 이치마츠가 생각한 순간, 이 방의 상성이 나쁨을 알아차린다. 아니야, 라고 말하기도 전에 조금씩 히죽거리는 표정을 한 카라 마츠가 입을 열었다.


"그……나의 잡지라던가, CD나 사진이라던가, 포스터... 로 가득해서 이건 어떤 카라마츠 걸 혹은 카라마츠 보이의 방인가 생각했다만……그……이치마─"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죽여!! 죽여줘! 날 죽여라!!! 으아아아아-!!! 그리고 뭘 본거야 이 빌어먹을 감시광 썩을 쓰레기 새끼!! 죽어라!!! 맞다, 죽었지!! 다시 살아나서 한 번 더 뒈져버려라!!!"


"뭘 보아도 벽에 붙어있거나 선반에 장식되어 있거나 하니까 보기 싫어도 보임당하잖아... "


"너 이새끼 개똥마츠 주제에 무슨 정론충질이야!! 네놈 죽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죽여줘───!!! 죽고싶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죽이는 건지 죽는건지 확실히 해줄 순 없을까......?"


이치마츠는 그 뒤 얼마 넓지도 않은 마루 위를 뒹굴기를 계속했다. 발뺌은 할 수도 없다. 분명히 이 방에 있는 것의 팔할은 카라마츠와 관계된 것이다. 눈을 감지 않는 한 거의 강박관념같은 경치에 들어서게 된다. 객관적으로 보면 악몽이다. 왔다 간 오소마츠가 이끌려 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것보다, 아니라고!"


"우왓! 갑자기 일어났군…… 무서워……. 그, 그렇게 동요할 건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자……설마 이치마츠가 그렇게까지 나를 사랑해주고 있다고는 생각 못해서, 뭔가, 너도 훌륭한 카라마츠 보이였던거라고 생각하면 왠지 이렇게 가슴에 와닿는 것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이상 씨부리면 쳐죽여버린다고 개똥마츠!!!!"


"이미 죽었어!"


"이제 한번 더 죽여주마!"


이 정도로 실랑이를 벌이고,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은 이치마츠 뿐이었다. 역시 상대는 진짜 유령이다. 숨을 헐떡일 폐가 없다. 뭐랄까, 매우 무적인 느낌으로는 좋다. 솔직히, 자기 집에 있으면서 이 정도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다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최근에 와서 제일 힘든 사례이다.


"……그래, 아니야. 이건 필요성을 느껴서 모으고 있었을 뿐이야. 까불거나 착각하면 죽인다. 죽었지만 죽여버린다. 네가 만약 해삼 연구자라면 딱히 해삼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해삼을 키우지? 해삼의 레시피라든지, 해삼의 생태에 대한 책이라든지 모아두게 되잖아? 비록 자기는 해삼이 좆같더라도? 그런거야."


"나는 해삼의 생태를 연구하고 싶지 않다만……"


"개똥마츠 해삼 이야기는 아무래도 좋아!!! 예시를 든 거라고ー!"


해삼 연구자가 해삼을 키우지 않을 수 없듯이, 마츠노 이치마츠는 아주 진지하게 마츠노 카라마츠의 자료를 수집했다. 왜 그러냐 하면, 그는 본래 매우 성실한 인간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일에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해삼을 좋아하는지, 마츠노 카라마츠를 좋아하는지 어떤지의 사실은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책을 쓸 수 있는가이다.


그런 연유로 이러한 굉장히 달갑지 않은 방이 생긴 것이지만, 본인에게 발견되면 엉뚱한 오해를 받을 것 같은 강박관념이 흘러넘치는 방도 그 본인이 죽어있으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무덤 밑에서 이상한 오해를 할 사람은 없고, 두개골이 깨지면 그 안의 꽃밭은 시들어주지 않던가.


헌데, 여기서 설마 다른 누구도 아닌 마츠노 카라마츠의 유령이 여기에 출현한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생각보다는 좋은 장소이다. 죽은 자는 말 없이 상냥하다는 원칙 아래에, 이치마츠가 이렇게 제멋대로 물건을 모으고 있기에는. 현실은 언제고 이치마츠에게 상냥하지 않았고, 초현실은 더욱 더 불친절했다.


"그보다, 그 예시 말이야……?"


"하? ……그래. 너 죽은 이후의 기억같은건, 없는 거야?"


"없어……. 잘 기억나지 않아. 머리가 마치 안개 낀 것 같아서……"


"머리는 뭐 떨어졌을 때 산산조각이 났으니까……"


유령에 대하여 어디까지 인간의 상식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렇게 처참하게 박살나고 피가 난무했던 상태에서 제대로 된 기억을 가지고 있는 편이 기적이라고는 생각한다. 마츠노 카라마츠는 옥상에서 뒤로 넘어져 그대로 땅에 머리부터 떨어졌다. 경찰의 진단에 의하면 즉사. 이치마츠의 보기에도 그와 마찬가지다.


이치마츠는 책꽂이에서 책 한권을 꺼낸다. 표지에는 우아하게 양팔을 벌리고 웃으며 떨어지는 카라마츠의 사진이 사용되고 있다. 어떤 PV의 캡쳐에서 잘라낸 것이다. 제목은 『 록스타의 부재 증명 』. 그가 없는 세상을, 그가 있었던 세상을, 그가 남긴 것을 르포라이터 붕괴의 문체로 된 마츠노 이치마츠의 최고의 걸작이다.


"록스타의 부재 증명..? 내 사진이군, 이거."


"네가 죽은 걸 잘됐다 싶어서, 나는 이 책을 출판했어. 인기 가수였던 네 인생을 재미져보이게 써서 말이지. 괜찮아요, 록스타는 언제까지라도 그대들의 마음 속에서 살고 있어요! 라는 시시한 결론으로 묶으니까, 멍청한 놈들이 그 책을 사서 지겹도록 벌어들였고. 시체가지고 이러기도 정말 좋지. 네가 죽어 준 덕분에 나는 오늘도 너의 하찮은 이야기를 잡지에 싣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거야. 살아있는 동안은 그냥 개똥마츠였는데, 죽어줘서 겨우 도움이 되었어. 참으로 고맙다, 개똥마츠."


"이 책, 이치마츠가 쓴 건가?"


"그래. 이렇게 너를 소재로 하려고 여기에는 너의 자료가 갖추어지는 거라고. 그냥 그뿐이야. 넌 나한테 있어서 단순히 해삼에 지나지 않아. 덧붙여서 나는 해삼이 싫어."


"……? 그런가. 그런데 이 책 대단하군. 글씨가 가득 적혀 있어."


"너 사람 말을 제대로 들은거냐? 머리를 그 정도로 얻어맞으면 좀 나아졌겠다  싶었더니만, 죽어서도 대놓고 바보짓 하는건 그대로인거냐? 적당히 해!!『 글씨가 가득 적혀 있어』라고 칭찬 받긴 처음이야! 무시하는 거냐!!!"


"스스로 책장을 넘길 수 있다면 좋았을텐데. 이 몸으로는 그것도 안 되는것 같군."


카라마츠는 그렇게 말하며 가만히 이치마츠의 손에 들린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새 장난감을 주어진 아이처럼 보였다. 띠지에는 마츠노 카라마츠를 향한 한기가 들만큼 따뜻한 글이 실리고 있다.


"너 말야, 화는 안나는거야?"


"에? 어째서 화가 난단 거야?"


"나는 네가 죽어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구? 참, 위대한 형을 잃은 몸으로 살면서 인생 살기 무척 편하더라고. 착실하게 말하지 않아도, 능숙하게 일하지 않아도, 사람의 눈을 몹시 무서워해도 그건 좋아하는 형이 죽은 트라우마라 하면 모두 끝이었어. 이 책이 잘팔린 것으로 돈은 손에 들어왔고, 제대로 살지 않아도 네가 죽어 준 덕분에 나의 세상은 꽤 잘살게 되었어.“  


마츠노 카라마츠를 잃은 마츠노 이치마츠는 그 자체로 큰 동정을 끌어모았다. 어디서 가져온 헛소리인지는 몰라도, 이야기에 나오는 마츠노 이치마츠는 언제나 형을 좋아하는 좋은 동생이었으며, 그렇게 친애하던 형제를 잃은 쇼크는 타락한 생활의 면죄부가 되었다. 어쩐지 그런 특권을 한 장 손에 넣자 재빠르게도 이 세계는 상냥해진다.


마츠노 이치마츠에게 마츠노 카라마츠는 매우 편리한 더치 와이프였다. 이 우상은 이치마츠가 원하면 록스타로도, 성모로도, 하느님으로도, 형제로도, 그리고 면죄부로도 되어 주는 것이다. 얼마나 편리한지. 이 남자가 살아 있는 한에는 평생 생각해 내지도 못한 이용법이었다.


"....그건, 그─"


"여기까지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야? 나는 개똥마츠가 죽어줘서 다행이라고 말했어. 그런데 화도 안나? 화 내 봐, 네놈 불감증이냐? 뒈져. 아─ 이제 괜찮아, 죽었어도 죽어라. 반대로 죽어."


"별로 화는 나지 않는다. 이치마츠 때문에 죽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걸로 이치마츠가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면 그것으로 좋아."


딱히 행복하게 산다는 따위의 말은 한 적이 없다. 이 생활이 그저 편리하다고는 했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당당히 입에 올리기에는 최근 꿈자리가 너무나 나쁘다. 마츠노 카라마츠는 죽어서야 비로소 이치마츠의 삶의 자양분이 되었다. 자양분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끔찍하게 질 나쁜 모종은 좋은 작물로 자라나지 않는다.


"……그게, 그럼 왜 죽은거야.“


"응? 무슨 말이지?“


"너, 나 때문이 아니라면 어째서 죽은 거야? 너, 굉장히 성공했었잖아. 분명 이젠 그렇게 성공할 일도 없을 텐데. 너 터무니없게 안쓰럽다고. 그렇게 운 좋았던 모든 것을 엎질러놓으면, 더 이상의 기회 같은 건 내세에도 없어. 그런데, 왜 전부를 망쳐놓은 거야?“


마츠노 카라마츠는 록 스타이다. 커트 코베인과 같이 스물 일곱에 죽었다. 그 죽음의 진상은 아직 수수께끼에 싸여있다. 그가 어째서 그런 아무도 없는 빌딩의 옥상에서 흩날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어째서 사후 한 시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발견될 듯한 차갑고 추운 도로에서 머리가 깨어지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그 답은 누구도 모른다.


마츠노 카라마츠 이외에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설마, 『세라비 사건』때문에? 너 잘 견뎌낸거 아니었어? 지금도 그 일을 신경쓰고 있었던거야? 그렇다면 왜 일년이나 기다렸다가 자살한건데. 일의 매듭 지어졌을 때에 죽는다는 이야기라면 왜 미국 가기를 앞두고 죽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봐. 난, 계속 그걸─"


"───몰라."


카라마츠는 곤란한 듯한 낯으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몰라? 모른다니 무슨 소리야. 말 못해?"


"........솔직히, 내가 왜 죽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아. 깨닫고 보니 이곳에 있었다. 그 때까지의 일은 이제……잘 모르겠어."


"……하? 네가 록스타였던 건? 무대 위에서 노래했던 건?"


"그건 기억하고 있어. 내가 무엇을 했고, 어떤 평가를 받아 왔는지도. 하지만……어째서 죽었냐니…… 나는, 정말로 죽은 건가?“


"…… 죽었어. 완전히 뒈졌지. 철저하게 죽었어. "


거기서 살아 있다면, 이미 미스터리가 아니라 호러이고, 자칫하면 호러같지도 않은 개그이다. 너의 박살난 뇌는 픽션일리가 없겠지? 그렇다면, 비현실인 것은 이쪽이다.


"…………미안. 내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었어. 기대에 못 미쳐서 미안하다."


"실망은 내가 아니라 네 망할 팬들이 하지."


"팬인가……"


카라마츠가 작게 중얼거린다.


유령인 그는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유령인 주제에 이치마츠보다 훨씬 인간미가 있는 것이 싫다. 그것보다도, 진실도 무엇도 가르쳐 주지 않으면서 왜 이 남자가 방에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의미 없는 등장에 세상은 꽤나 냉담할 텐데.


"자, 그러면 개똥마츠, 잘 가."


"에, 뭐? 뭐야 그거."


"유령이 진실을 가르쳐 준다면 유용하겠지? 역전재판처럼, 영매를 통해 미스터리의 팔할이 해명된다면 귀신이 나온다 해도 괜찮아. 하지만, 너처럼 아무 쓸모 없는 증언조차도 할 수 없는데다가, 무슨 이상현상 하나 못보여주는 사이비 귀신이 출몰해서 집에 들여버리면 말이야...이쪽도 곤란하거든."


"고, 곤란하다고 해도……나도 유령이 된다면 이렇게 커튼을 건드린다든지 책상 위 물건을 덜덜 떨리게 만든다든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근데, 너 진짜냐?"


"에?"


"네가 정말로 유령이라는 증거, 있냐고? 없어?"


"유령인 증거라니 필요해!? 죽은 사람한테?"


"네가 나의 환각이 아니란 증거, 보여줘.“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을 가능성이지만, 이 방에서 일어난 기적, 유령의 출현은 어쩌면 이치마츠의 머릿속만 일어난 것인지도 몰랐다. 이렇게 노이로제로 절여진 방에 살고 있었으니, 머리가 약간 이상을 일으키고 있을 거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두렵다. 인간의 정신은 꽤 약하다.


"네가 진짜라면 뭔가 증거라도 보여줘 봐."


"증거? ……즈, 증거인가……. 꽤 어렵군."


"예를 들면, 내가 절대 모르는 것을 말한다던가, 모르는 단어를 말한다던가. 솔직히 내가 모르는 죽음의 진상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시점에서 난 네가 의심스러워……"


"그, 의외로 이치마츠는 아까 방을 보고 깜짝 놀랐었잖아..."


"한 번 더 죽인다."


"죄송합니다."
  
카라마츠는 그대로 침묵하며, 잠시 시키는 대로 존재 증명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뇌 속의 유령이라는 말이 이치마츠의 머리에 떠오른다. 망상치고는 역겹고, 유령치고는 불완전한 존재는 잠시 울음 같은 소리를 내뱉더니, 조금 뒤 활기차게 입을 열었다.


"시, 시라누카 세인트 버나드!"


"시라누카 세인트 버나드? 그게 뭐야."


" 모르겠지만, 이 말은 이치마츠가 모르는 말……?"


진심으로 득의양양한 얼굴로, 카라마츠가 화려하게 윙크를 한다. 시라누카 세인트 버나드. 확실히 모르는 말이었지만, 짐작할 수가 없으니 어떠한 참고가 되지도 못했다. 심층 심리 속에 시라누카 세인트 버나드라는 말이 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는 이상, 역시 카라마츠의 유령의 존재 증명은 될 것 같지 않다. 사면초가다. 시라누카 세인트 버나드라는 말이 심층 심리 속에 있는 거라는 것도 상당히 병적이고!


"…하나도 구분이 안 되네……이 방법은 실패인가? 전혀 하나부터 백까지 도움이 안 되잖아, 이 윽엑마츠 귀신."


"시, 심하잖아……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게다가, 내가 진짜인지 어떤지는, 너의 형제 마인드가 공명하느냐에 달려있는 건 아닌가? 물론 나는, 너의 존재를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고!"


그런 정신론으론 어떻게 될 문제가 없다고 이치마츠는 생각한다. 기적을 인정하더라도, 정신 질환을 인정하더라도, 매우 상황이 좋지 않은 타이밍이다. 하지만, 이치마츠는 눈앞의 존재를 통째로 떠맡을 정도로 솔직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어떡해야 좋지? 무엇이 가장 적절할까?

몇 초의 침묵 끝에, 이치마츠는 다시 질문을 이어나갔다.


"저기, 개똥마츠."


"개, 개똥마츠가 아니야……"


"……카라마츠. 너, 날 좋아해?"


카라마츠는 일순 멍한 얼굴을 하다, 그리고는 느릿하게 환한 웃음을 지었다. 어째서 그런 말을 듣는 건지, 조금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밝은 미소 그대로, 카라마츠가 웃는다.


"뭐야, 당연하지 않은가."


환각인지의 구별이 될 리가 없었다. 이상적인 말이었다. 이상적인 카라마츠였다. 자신 안의 카라마츠와 눈앞의 카라마츠의 구별가지 않는다.


"오케이, 나, 병원 가야겠다. "


"엣,“


이것이 모든일의 시작이었다. 싸구려로도 불리지 못할 법한 독선적인 미스터리는 텔레캐스터가 망가진 정도의 충격으로, 마츠노 이치마츠에게 덮쳐왔다. 눈 한 켠의 록스타를 잘 소화해내지 못한 채, 이치마츠는 근처의 정신과에 대해 살펴보기 시작했다.






ーー
중간에 시라누카~ 어쩌고 하는 부분 원문은 白糠セントバーナード
이건데 전혀 모르겠구...
앰희 금지단어 이제 생각나서 급하게 수정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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