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에게 시집
"저기, 어딘가 가고 싶어?"
방금까지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었던 새빨간 세계에 갑자기 떨어진 목소리는 형의 것과 비슷했다. 중력에 의해서 떨어지는 미지근한 눈물 때문에 고개를 들고 있기 힘들어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목이 아프다. 뭉친 목 근육을 움직여 카라마츠는 고개를 들었다.
황혼이 깊어지고 구석에 작은 별이 하나 둘 반짝 빛났다. 하늘을 배경으로 노을보다 더 선명한 붉은 기모노를 입은 남자가 벤치에 앉아있는 카라마츠를 내려다보며 서있었다. 그 얼굴이 자신들, 그중에서도 특히 형을 닮아 카라마츠는 숨을 삼켰다. 그리고 머리에는 개의 귀 같은 것과 시야를 가릴 만큼의 금빛 꼬리가 있었다.
요괴 같은 건가? 놀라긴 했지만 도망칠 생각도 안 들고 도망 칠 수도 없었다. 다리도 손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한 쪽 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카라마츠는 어떻게 봐도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그 생물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개의 귀 같은 걸 가진 남자는 카라마츠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걸 의아스럽게 생각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아, 인간 같은 표정을 짓는구나. 카라마츠는 왠지 호감이 갔다. 운 탓으로 무거운 눈을 가늘게 뜨자 그 생물의 표정이 점점 깊어졌다.
"저기, 들었어? 내 질문"
"아, 어딘가 가고 싶다고 물었었나?"
삐친 듯한 말투로 말한 그 생물의 행동과 말투는 역시 오소마츠와 비슷했다. 카라마츠는 형과 말할 때처럼 대답해주고 생물의 질문을 머릿속에서 반복했다. 어딘가 가고 싶냐고 물었다. 글쎄, 카라마츠는 가보고 싶은 곳을 생각했다. 하와이나 유럽 등 많았다. 간사이도 그다지 간 적 없고 그 유명한 테마파크도 흥미 있었다. 오키나와나 훗카이도도 여행해보고 싶다, 라고 머릿속에서 여러 관광지를 떠올리며 대답하자 생물은 진심으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있잖아, 그런 한가한 이야기 말고"
"?"
"카미카쿠시라고 들어본 적 없어? 그보다 너 내가 뭔지 알아?"
그렇게 말하며 반쯤 뜬 눈은 오소마츠와 똑같았다. 카미카쿠시라는 말은 알고 있다. 오컬트 매니아가 아니라 자세한 건 모르지만 아이가 갑자기 사라지는 괴기 현상이다. 이 생물이 뭔지는 모르지만 인간이 아니라는 것만 알면 된다.
"나는, 높은 요괴야"
"인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걸 모르면 네가 이상한거구"
할로윈이었나? 그것도 아니고 그런 차림이잖아, 라고 말하자 요괴는 풉, 웃고는 카라마츠 옆에 앉았다. 폭신폭신한 꼬리가 방해되지 않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지긋이 바라보고 있자 요괴는 카라마츠를 향해 다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있지, 너 갈 곳 없지"
그건 생각하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았지만 정확히 진실을 찌른 말이었다. 6명으로 간신히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 원은 5명이 더 예뻤다. 마치 표본 같은 그것은 카라마츠가 들어가면 일그러진다는 걸 알았다. 사랑받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에 자신이 필요하다고 물으면 그렇지 않을 거라고 그 석양 속에서 깨달았다. 분명 자신이 나쁜 거다. 형제로 있어야 하는데 그 이상을 원했기 때문에 그 고리를 왜곡시켜 배제됐을 뿐이다. 떠올린 순간 크게 아픈 건 손발도 머리도 아닌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은 가슴 근처였다.
"나, 잠깐 보고 있었는데 너무하지 않아? 형제인데 아무도 마중 오지 않았잖아"
오소마츠와 같은 얼굴을 한 그것은 끔찍하고 잔혹한 진실만을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머리 상처도 심한 것 같아, 불쌍하게도, 아프지? 이런 상처를 만들어 놓고 널 걱정하지도 않는구나, 조금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 곳까지 오소마츠와 비슷하다고 카라마츠는 지금쯤 따뜻한 목욕탕에 들어가 있을 형을 생각했다. 5명이서 싱글벙글 웃으며, 오늘은 좋은 하루였다고 말하는 그런 상상을 하고 있으면 요괴는 사르르 웃음을 집어넣고 카라마츠의 붕대로 감지 않은 뺨을 살짝 어루만졌다.
"그래서, 어딘가로, 가고 싶지 않을까 해서"
손가락은 차가울 거라 생각했는데 인간처럼 살짝 따뜻했다. 이 정도의 체온에 이렇게 가슴이 아플 줄 몰랐다. 단 한번의, 단 한 순간이라도 좋았을 텐데, 카라마츠는 생각했다.
"아니에요" 라고 전화를 끊고, 몸값을 스스로 내라고 하고, 배에 지더니 배트에 맞아 100만은커녕 배 한 조각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수면이라는 본능에 졌어도 고양이한테 지고 동생과 달리 마중 오지 않아도 만약 그 도중에 한번이라도 오소마츠가 이렇게 잠깐 쓰다듬어 줬더라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이 세상에서 카라마츠보다 먼저 태어나, 유일하게 카라마츠를 어리광부리게 할 수 있는 형이,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게 해줬더라면 아무리 5명의 원이 깨끗하더라도 자신도 거기에 넣어달라고 할 수 있었다. 잘못됐든 뭐든, 6명이서 그리는 원이 당연하다고 가슴 펴고 생각했는데, 서서히 눈앞이 물로 가득 찬다. 그렇게 울었는데 아직 눈물이란 건 나올 수 있는 모양이다. 인간은 체내에 얼만큼의 물을 잃어야 곤란한 걸까. 그 생물은 뚝 떨어진 한 방울을 손끝으로 살살 닦았다.
"울고 싶은 만큼 울면 나랑 같이 가자"
나, 슬슬 신부를 원하거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 말을 이해하기 전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거침없이 떨어진 그건 모처럼 깔끔하게 감겨진 붕대를 흠뻑 적신다. 그 생물은 그것을 하나하나 소중한 것처럼 형과 같은 모양을 한 손으로 쓰다듬었다. 너무 울어서 답답하다. 그 손가락이 마치 산소를 주듯 입술을 덧그린다.
붉은 기모노를 입은 생물은 그 손가락처럼 부드럽게 웃었다. 이리와, 반복되는 말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친다. 따라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끄덕이지 못하는 건 어떻게 해도 그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카라마츠가 필요하지 않아도 환영받지 않아도 그 장소에 돌아가고 싶었다. 갈 곳 따위 없지만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정도는 자신의 욕심이다.
"있지, 카라마츠, 들어봐"
"으, 응"
"네가 아무리 좋아해도 이루어 질 수 없어"
네가 좋아하는 그 아이는 있지, 널 마중 안 오고, 네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 않아, 네 마음은 언젠가 살해당해서 그 아이가 귀여운 신부와 있는 모습을 봐야한다구, 너는 제일 앞에서 축하해야해, 언젠가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의 웃는 얼굴은 이제 평생 너에게 향하지 않게 돼. 슬프잖아. 그렇게 되기 전에 나한테 와, 응?
고개를 갸웃거리며 웃는 얼굴은 카라마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미소였다. 이 생물이 왜 카라마츠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도 계속 숨겼던 마음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왜냐하면 좋아해도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것도 연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엉망이 된 다는 것도 전부 사실이니까. 그 사실을 계속 못 본 척 숨겼었다.
그런데 이 생물은 형과 같은 목소리로 형과 같은 얼굴을 하고 같이 가자며 달콤하고 부드러운 유혹을 한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붉은 천으로 상처가 다치지 않도록 시야를 가리고 눈에 새겨진 석양을 지워버린다. 사랑하고 잔인한 붉은색을.
그래도 조금 더 지나면 어쩌면 형이 자신을 떠올리고 돌아서서 그렇게 같은 얼굴로 이름을 불러주며 돌아가자고 손을 뻗어 줄지 모른다고 잠깐 생각했다. 분수도 모르는 그 소원은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에 채워졌다. 별이 반짝이는 하늘은 내일도 분명 맑을 텐데 뚝뚝 비가 떨어져 땅의 색을 바꿔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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