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별로 없는 것 같아서ㅇㅇ.... 뜬금이지만 깡주랑 정호222
“애들, 너 많이 보고 싶어해.”
그렇다해서 정호를 내버려둔 채로 돌아설 수 없었다. 넌 오지랖이 너무 넓어서 탈이야. 언젠가 하경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말한 게 옳을지도 모른다. 그놈의 오지랖때문에 누구를 오해하기도 하고, 또 누구를 상처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지랖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간 적도 있었다. 남순에게 그랬고 흥수에게도 그러했다. 지훈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훈이 민기와 공부를 통해 가까워진 걸 계기 삼아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때 지훈에게 다가간 건 제 오지랖임을 알았다. 하지만 그게 2학년 1반 일진 이지훈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소녀에게 지훈은 더 이상 일진이 아니라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친구일 뿐이었다. 정호를 모른 척 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정호도, 생각과는 다른 애가 아닐까.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때문에 강주는 정호를 쫓는 발을 멈출 수 없었다.
“정쌤두 강쌤두, 말은 안 하는데 가끔 이지훈이랑 이이경 불러서 얘기하는 거 보면 네 걱정하는 것 같구.”
“그만해라.”
“야, 그뿐인 줄 알어? 고남순이랑 박흥수, 걔넨 아니라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 이지훈, 이이경이랑 너 찾─”
“그만하라고. 누가 듣고 싶대?”
짜증이 났다. 저는 그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잊어버리기 위해, 더 이상의 도움을 안 받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는데 왜 그들은 여전한가. 그런 걸 어째서 강주의 입을 통해 들어야 하는 건가. 그리고 왜 자신은 친구와 선생님이 저를 보고 싶어하고 찾고 있다는 말에… 안도하는가. 정호는 차마 곧이 곧대로 인정할 수 없는 감정들을 자꾸 건드리는 강주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학교 안과 학교 밖. 있으나 마나했던 담벼락이 갈라놓은 공간의 차이는 막대했다. 그걸 실감하는 소년과 실감하지 못하는 소녀의 차이 역시 클 터였다. 정호는 걸음을 멈추고 강주를 돌아보았다.
“너, 가라.”
“……넌 어디 가는데. 그것만이라도 알려줘.”
“참 끈질기다? 너랑 내가 좋게 좋게 말 나누고 그럴 사이였냐?”
“다른 애들한테 말할까 걱정되는 거면, 말 안 해. 말 안 할테니까,”
“씹, 나 여자라고 안 봐주는 거 너 모르냐? 누가 날 걱정하든 어쩌든 니가 뭔데 이래?!”
정호의 매서운 눈빛에 강주는 무의식적으로 반 걸음 물러섰다. 확실히 여태껏 봐온 오정호는 남녀노소 구분같은 건 하지 않는 녀석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정인재 선생님에게 대드는 일이나, 영우를 비롯해 반 아이들을 전체적으로 괴롭히는 일도 없었을 터. 그가 쓰는 폭력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는 건 같은 반이었던 강주 본인이 더 잘 알았다. 하경은 남순의 말을 빌려 오정호가 달라졌다고 했더라지. 그치만 쏭, 네가 틀린 게 아닐까. 지금 이 아인 여전히 야생동물같은 눈을 하고 있는걸.
“그대로네, 오정호.”
“뭐?”
“네가 변했단 말을 믿은 내가 바보였지. 진짜…… 됐어. 이젠 네 맘대로 해!”
강주는 주먹을 꼭 그러쥔 채 쏘아붙이고는 도망치듯 한 쪽 골목길로 들어가버렸다. 정호가 가려는 곳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그대로네, 오정호. 속상함이 가득한 목소리가 귓가에 진득하니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정호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강주가 간 쪽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사정도 모르면서 우연히 만난 걸 빌미 삼아 귀찮게 굴던 게 누군데 성질을 내고 가는가. 가라고, 꺼지라고 몇 번이나 험한 말을 해도 제멋대로 쫓아와놓고는 또 제 풀에 꺾여 화를 내고 가버렸다. 고작 여기서 포기할 거면서. 정호는 짧게 숨을 뱉어낸 뒤 걸음을 옮겼다. 얘기같은 건 제대로 나눠본 적도 없는, 같은 반‘이었던’ 여자애따위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다만…그녀가 말로써 쿡쿡 찔렀던 부분이 쓰라린 것 역시 어쩔 수는 없는 일이었다.
봄이 오려면 아득하기만 한 시린 날들 위에 정호는 여전히 그 홀로 서 있었다.
※ ※ ※
소독약 냄새가 익숙해진 건 병원을 들락날락한 지 닷새째가 되던 무렵이었다. 쌈박질에, 술주정뱅이 아버지한테 얻어맞아 응급실로 실려왔을 적에도 낯설기만 한 냄새였다. 그게 고작 닷새만에 익숙해져버렸다. 밤이 깊어 사람 없이 고요한 병원 로비로 들어선 정호는 근처 의자에 다가가 털썩 주저앉았다. 어느 때보다도 피곤한 하루였다.
“…다녀왔습니다.”
인사같은 건 공허한 울림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서 소년의 인사를 받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정호는 딱딱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머리를 젖혔다. 아버지를 보러 갈까 했지만 새삼 찾아가봤자 복잡한 감정만 들 것이다. 그토록 저를 괴롭힌 남자가 아프다고 해서 동정이나 애정을 가질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돈을 벌어 그의 병원비를 대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그 옛날 어머니처럼 도망칠 수 없었던 걸까. 젠장. 조용히 한 마디를 읊조린 정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굳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지 않더라도, 답은 이미 알고 있는 바였다.
병원 밖으로 나온 정호는 답답함에 긴 숨만 내려쉬었다. 어째 갈 곳 없는 처량한 기분이 되고 말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임에도 기분이 더 안 좋은 건 분명 아까 만난 녀석때문이리라. 이강주. 그녀의 이름을 되뇌이던 그는 가슴 한켠에 아릿한 느낌이 드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강주에 대해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강주를 통해 떠올리고 만 풍경들이 있어서였다. 지겹고 지루하기만 했던 풍경. 그건 학교였다. 수업을 끝마치는 종소리만 울리면 떠들썩하게 복도로 나와 떠들던 아이들.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은 제가 주로 향하던 옥상에까지 울려퍼졌더랬다. 뭐 그리 즐거울까. 감옥이라느니 수용소라느니, 아이들은 학교에 별별 호칭을 다 붙였음에도 그 안에서 마냥 힘겨워 하지는 않았다. 우습다고 생각했다. 친구와의 우정, 선생님과 학생 간의 존중하는 관계. 정호에게 있어 그런 건 모두 허상이었으니까. 2학년 1반의 일원이었지만 출석만 하고 수업은 듣지 않았다. 무리 지어 다니는 이들이 존재했지만 몇달 전까지만 해도 그네들을 친구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정호는 그들 속에 있었으나 그들과 함께 한 게 아니었다. 언제나, 커다란 공동체 바깥에 머물 따름이었다. 그 때도, 지금도.
“……그대로네.”
이강주가 그랬지. 그대로라고. 그 말이 맞았다. 그들과 동떨어진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바뀐 건 없었다. ─나쁘게는… 안 살게요. 제가 착하게 살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강세찬 선생님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한 마디는 그들이 지금껏 베풀었던 모든 호의에 대한 최선이었다. 하지만 나쁘게 살지 않는다 해서 무엇이 달라지던가. 소년은 여전히 가난했고, 무력했다. 학교를 나온다 한들 변하는 건 없었다.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 말고는.
이번에 내야할 병원비가 얼마더라. 정호는 자꾸만 젖어드는 감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억지로 현실을 붙들었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 가불해달라 하면 과연 가불을 해주려나. 이제는 ‘어떻게든 되겠지’와 같이 안일한 생각으로 지낼 수 없었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닌, 학교라는 울타리 바깥으로 나온 정호에게 닥친 건 가혹한 현실 자체였으니까. 갑갑한 기분에 그는 습관적으로 품을 뒤지며 담배를 찾아들었다. 그 때였다.
등;신은 왜 비적합 단어인가여ㅗ
네가 변했단 말을 믿은 내가 등;신이지 등;신 이라고 왜 말을 못해
개로리드라 이정도면 됐냐ㅇㅇ 글 존나 길어서 갤이 먹는듯
그래서 걍 뒷부분 짤랐어 엎어 아ㄴ 써.....ㅋㅋㅋㅋㅋㅋㅋ
누가 강주랑 정호짤 올렸기에 존좋이라 더 쓰긴 더 써봤는....데 못 해먹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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