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진은 어째서 모기향을 아련하게 바라보는가 :

아랍 의장의 응급 수술 에피소드를 통해
생명을 지키는 같은 일을 하는 두 사람의 다른 세계가 보여짐.

모연에게는 살려야 할 환자가 있고, 살릴 능력이 있으면
재고 따질 일이 없어.
모연의 일은 그녀가 입는 흰 의사 가운이 상징하듯,
명암 중 명에 해당하는 일로
자신의 신념과 행위가 빛 아래서 언제나 일치해.

그래서 수술 후 우럭에게 유시진의 앞날을 망쳤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야 환자를 살렸는데 그걸 지켜준 사람이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었다는 두려움이 몰려오지.

대위 유시진은 훨씬 복잡해.
그의 과업은 명령과 수행으로 이루어지는데.
강선생처럼 내외적으로 합의 된 생명=명령의 개념이 아니야.
우럭 그리고 우럭에게 명령을 내릴 정치하는 사람들의
권력 관계.
자기 자신의 신념과 결부 된 내적 명령.
그리고 두 갈래의 명령 중 '옳은 명령'을 아래에 내리는
복합적인 일을 해야함.
때문에 그의 일은 그가 입는 흑복처럼 그림자의 성질을 지님.


보급 창고에 구금되었을 때
유대위는 서상사에게 기왕이면 부식창고로 해주지 라고 얘기함.
그 농담에서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기향'들은
우르크 생활에 필요한 사물일 뿐 어떤 의미도 아니야.

우르크는 모기가 심한데,
의료팀이 왔을 때 알파팀은 의료팀을 위해
아주 기능적으로 모기향을 피우고 모기장을 쳐줬어.

그런데 작감은
서대영과-윤명주가 엇갈리는 씬에서
마음의 확답을 바라는 윤중위에게
모기가 많으니 전투복 챙겨 입으라는 서상사의 대사를 썼어.
이 상황에서는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최대한 표현할 수 있는 애정이었지.

그살 전에,
유대위는 난파선에서 모연에게
당신이 내가 반했던 그 여자가 맞냐는
나는 여전히 당신에게 홀려 있다는 답을 얻고자 했어.
난파선 전설과 연관 된 흰 돌은
유시진과 강모연 사이에 더 긴 이야기가 있기를 바라는
남자 유시진의 바람이자, 선물이자, 고백이었어.
그런데 모연은 그 돌을 돌려주었지.

모기향은 유시진을 거절했던 모연이 챙겨온 선물인거야.
'옳은 일'을 하고도 명령 불복종으로
자기 집단의 수장에게 맞고, 호되게 당했어.
서상사는 유대위를 위로해주었지만
상명하복의 집단에서는 그것도 한계가 있어.

안 되는 면회를 5분만이라도 졸라서
유시진을 위해 울고 있는 모연과 모연이 건네 준 모기향은.
옳은 선택을 했다-환자는 살았다-지킬 사람들을 지켰다
-그러나 갇혔다의 모순 상황이 야기하는
유시진의 불안과 두려움 혼란 허무를 위로해.


둘을 여전히 가로막고 있는 벽을 사이에 두고
등을 맞댄 형태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는 시선)로 앉아있는데.
유시진이 모기향을 빙글빙글 돌리며
꼭 필요했던 거라고 말할 때 유난히 그 시선이 아련한 건.

명령불복종에 대한 "책임의 값"에 대해
유시진은,
그 모기향 하나로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야.

우르크에서 일 하는 모든 생활인을 위한 보급창고의 모기향 무더기가 아니라.
이 곳에 난파선 처럼 묶여 있는 자신에게
제일 필요한 게 뭘까를 고민했을 여자가 건넨 그 마음만으로.
모연이 생각하듯 구금된 방에서의 물리적 필요를 채워준 게 아니라
앞으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공감과 신뢰의 감정을 채워준거.


강모연은 모르고 유시진은 아는
때로는 부당한 그 세계의 침묵 속에 있을만 하다는
표정이라서.

옳은 일을 함께 한 것에 대한 표식을, 훈장을 얻은 듯한
표정이라서.



강모연의
향초가 그러하듯,
유시진이 받은 모기향도,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태우고
서서히 자기가 사라지면서 제 기능을 해.

아마 이 남자는 똑같은 상황이 와도
기꺼이 자신을 태우는 걸 선택하고 재가 될거임.
그래서 보고 있으면 그들의 감당함이 아련 터지는 거.

나에게는 멜로멜로 이상의
유시진의 마음이 늘 한보씩 앞서서 강선생을 기다리는
(지뢰를 건널 때처럼) 전우의 시작같은 씬임. ㅍ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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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idnightreset.blog.me 금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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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별 금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