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청룡-트윈스란 팀이 유격수 걱정을 해 본 적이 없노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김재박-유지현 시절을 생각해보면 유격수는 당연히 수비는 잘해야 하고

출루면 출루 안타면 안타 거기에 발 빠른 것은 너무 기본값이라 말할 필요도 없는 것.

그래요, 그런 시절을 거쳐서 박경수가 생각만큼 못 커주고 수비 하나는 견실했던 권용관의 그 오랜 세월을 지나서

대형신인이라고 오지환을 뽑았을 때, 일단 그 멋드러진 피지컬에 우리 모두는 기대가 컸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아마 유지현코치가 그랬던가요.

오지환 수비는 펑고 2천박스를 받아야 좀 쓸만해질 수준이라고.

그런데도 팀 사정상 2군에서 제대로 육성도 못 받고 덜렁 1군에 올라와서는

수많은 엘지트윈스 팬들에게 잊지못할(중의법) 순간들을 많이도 보여줬었죠.

그 너무나 인상적이던 클러치에러들.

아아, 그래서 막 험한 말을 뱉고 돌아서면 뻥하고 날려주는 홈런포.

와아아아 하고 환호해주면 또 클러치에러.

으이구 안될 녀석..해버리고 나면 팀의 승리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메이저급 호수비.

그래서 생긴 별명이 지배.

화가 나다가도 그 짐승같은 피지컬과 운동능력을 보면 어느새 결국엔 종국엔 궁극적으로는 설레게 하던 미완의 대기.

국가대표 뽑혀 나가서 군면제받는 김상수를 보며 부러웠고

신인으로 코시를 뛰며 우승을 맛본 안치홍을 그렇게 부러워하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

다들 두고 보라구.

언젠가 오지환 이름 석자가 한국프로야구판에 제대로 빛날 그 날이 올거라고.

그리고 돌아서선 깨진 손톱에 피흘리면서도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억울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서있는 녀석을 보면서

우리 팬들은 쓴소주 혹은 소맥 하다못해 냉커피 얼음이라도 바샤샤삭 깨먹으며 

참고 또 참았었던. 

그런. 

날들. 

너무나 길었던. 

수많은. 

날들.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오지환은 이병규-박용택을 잊는 자랑스러운 트윈스의 프랜차이즈이며

어떤 선수와도 바꿀 수 없는 우리의 보석이라고.

이병규는 끝내 우승을 못하고 은퇴했지만

부디 박용택과 오지환이 손을 잡고

다들 우승반지 하나씩 낄 그 날을 기다립니다.

* 덧붙임 : 내일 사직던전에서 무시무시한 롯데를 만나게 됩니다.

하여 이 기분좋고 꿈만같은 연승이 이어질지 끊어질지 알 수 없으나 오늘밤은 즐기려고요.

저는 원래 '내일 지구가 망할지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태도보다는

'내일 지구가 망할지도 모르니까 오늘은 사과나무의 사과를 다 따서' 

엘지트윈스의 팬들과 와삭와삭 나눠 먹으며 오늘의 기쁨을 즐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