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냉장고는 왜 자꾸만 작아지는 겁니까모바일에서 작성

ㅁㄹㄷ(175.200) 2021.02.02 20:03:46
조회 408 추천 10 댓글 6

유통기한이 이틀 정도 지난 우유처럼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진즉에 모두 마셔버렸을 텐데. 냉장고도 나이를 먹어간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냄새나는 반찬들과 중국산 싸구려 영양제들이 빼곡해지면, 새벽잠이 줄고 뱃속에선 달달거리는 소음이 들려오면. 모든 반찬에서 삭은 김치 냄새가 풍겨오면.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안에서는 열리지 않는 문이라니요. 고작 자그마한 문짝 하나 여닫는 데에 돈이 문제라니요. 우리집 냉장고는 그리 크질 않아서. 냉동인간은 못 되고 냉장인간은 어떠려나요.

상상을 합니다. 냉장고 속 작은 우주를요. 나는 유통기한이 이틀 정도 지난 자그마한 우유입니다. 단 한번의 입맞춤도 나눠보지 못한 새하얀 우유입니다. 끝을 모르고 익어가는 김치가 냄새를 풍겨댑니다. 너는 절대 달아날 수 없어. 차라리 나처럼 이곳에 익숙해지라구. 나는 그저 누군가의 갈증을 달래주고 싶을 뿐인걸. 다른 방식을 택해보란 거야. 나를 봐 발효식품은 수명이 아주 길지. 죽을 각오로 발버둥치면 요거트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숨바꼭질을 하다가 냉장고에 갇혀 죽은 아이 이야기를 아시나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나요? 미안해요, 갑자기 웃어버려서. 내가 죽거든 민트초코와 닥터페퍼가 가득 채워진 냉장고를 함께 묻어 달라던 친구의 우스개소리가 떠올랐거든요.


추천 비추천

10

고정닉 0

2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가족과 완벽하게 손절해야 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24 - -
201497 문학하는 새끼들 중에 정상적인 새끼가 한명도 없어 [3] ㅇㅇ(45.14) 21.02.14 655 12
201490 통섭회장이다 수정했다 [6] ㅇㅇ(39.119) 21.02.14 542 4
201484 통섭회 운영자에게 [1] ㅇㅇ(125.180) 21.02.14 483 9
201450 종이로 만든 집 [3] ㅇㅇ(221.150) 21.02.13 305 4
201449 옛날부터 좋은 작가가 되려면 상처가 많아야한다고 [7] ㅇㅇ(110.70) 21.02.13 742 12
201431 문붕이 웹진 만듬... [15] ㅇㅇ(39.119) 21.02.13 752 7
201381 귀를 막아도 울음소리가 들린다. TV소리도 들리고 [2] ㅇㅇ(221.150) 21.02.12 292 7
201365 키스 [6] 뫼르달(175.200) 21.02.12 554 10
201348 <키위의 행방> ( 세말잇기) [10] 고미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2 267 4
201339 시) 블랙 미러 [3] 184.583(175.192) 21.02.11 285 7
201338 시...?) 인간은 무엇으로 보여지는가에 대한 국어적 정의 [4] 184.583(175.192) 21.02.11 269 4
201326 시) 불길은 춤추리라 [6] ㅇㅇㅇ(1.232) 21.02.11 319 13
201322 보물찾기 [3] 고미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1 220 3
201321 in medias res [7] 소념(118.235) 21.02.11 500 4
201316 군압일학 [5] 기막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1 348 13
201315 설연휴맞아 시썼다 [2] ㅇㅇ(106.102) 21.02.11 250 6
201300 이야기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예술을 얘기하자면 [7] ㅇㅇ(211.179) 21.02.10 322 5
201295 중앙대 C강사가 누구냐? [7] ㅇㅇ(1.216) 21.02.10 911 7
201291 민낯 [12] ㅇㅇㅇㅇ(118.47) 21.02.10 289 4
201290 고2때글썼던거 보고있는데 현타뒤지게오네 [8] 차칸사람시즌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0 588 6
201285 짧은시 - 좆 [9] 노오력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0 480 13
201259 문학교과서에서 한국문학은 거의 날려야 된다고 보지를 않으시나요? [6] ㅇㅇ(121.163) 21.02.09 509 12
201238 시가 너무 좋아요 [9] 멧돌(218.154) 21.02.09 620 12
201228 대중 수준이 낮다는 건 지극히 오만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7] ㅇㅇ(116.125) 21.02.08 529 10
201222 그냥 14살때 쓴 시 [4] 뽈때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8 499 8
201206 문창과 재학생들이 답이 안 나오는 이유 [14] ㅇㅇ(211.36) 21.02.08 2055 33
201204 에고만 남은 문갤러 상대하는 방법 [5] ㅇㅇ(223.38) 21.02.08 357 5
201200 신춘 세계 일보 가독성이 떨어지는건지 읽지를 못하겠음 [6] (1.234) 21.02.08 424 4
201193 21.02.08 [3] 5픽서폿빼고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8 654 14
201180 문창(과) 순기능 . [6] 건달(211.111) 21.02.07 795 22
201178 단대 문창 붙음 [8] ㅇㅇ(211.36) 21.02.07 658 9
201174 꿈길.시 [8] ㅇㅇ(121.165) 21.02.07 186 3
201141 시 - 촛불 [13] 재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6 513 14
201135 예전에 도서관에서 자비출판 소설을 빌려본 적이 있는데 [9] ㅇㅇ(114.199) 21.02.06 601 8
201128 20살 시 한 편 썼는데 읽어봐주세요 [9] ㅇㅇ(211.112) 21.02.06 479 6
201116 빈민가의 비틀즈 [5] rn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6 515 9
201114 표절 범죄자들은 응징해야 제맛 [6] ㅎㅎ(121.145) 21.02.06 364 7
201113 날이 춥다 [7] 녹두부전탱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6 281 8
201103 위대하신 왼손(㔫遜) 님의 찬미와 불령한 나무 무리에 대한 비판 [3] ㅇㅇ(183.106) 21.02.05 113 6
201097 혼불은 근데 솔직히 좀 [4] ㅇㅇㅇ(39.7) 21.02.05 707 3
201072 물음표새끼 몇살이냐?ㅋㅋ [6] ㅇㅇ(223.33) 21.02.04 358 11
201061 횟집 [5] 흡합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4 176 5
201059 글이란 참 독특한 것 [12] 무명글쟁이(14.39) 21.02.04 716 10
201034 난 글 존나 안 쓴다. [5] 건달(211.111) 21.02.04 377 4
201023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상당히 괜찮아 보이네 [8] ㅇㅇ(223.62) 21.02.03 1052 8
201019 문창 지망하는 좆고딩들에게 [3] ㅇㅇ(211.36) 21.02.03 692 10
201013 세 번째 출간 소망 [12] 무명글쟁이(14.39) 21.02.03 365 5
201010 문창과 서열 알려드림 [4] ㅇㅇ(175.204) 21.02.03 962 7
200994 슬픈 얘기 [10] ㅇㅇ(211.179) 21.02.03 486 6
200984 고딩때 자연계열 선택한 게 천추의 한이다 [6] ㅇㅇ(39.121) 21.02.02 379 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