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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불길은 춤추리라

ㅇㅇㅇ(1.232) 2021.02.11 17:13:40
조회 319 추천 13 댓글 6

불길은 춤추리라


삶은 수치다

우리는 매 순간 부끄러움 참으며 시작하고

그리고 매 시간 부끄러움 속에 삶을 잇는다

그렇게 매 생애 부끄러움 더미는 쌓여 삶은 이루어진다


더 잘할 수 있던 것들. 더 좋은 관계일 수 있었던 것들

놓쳤던 기회들, 무능력했던 나. 어리석었던 나...


나아가지 못했거나 너무 나아갔던 그 오욕의 찰나가 쌓여 살이 되었다

나는 수치요 부끄러움이니 내 생은 하야얀 시트지에 튀긴 말라붙은 핏자욱이다


그러나 매달리지 말라


엉망진창인 과거에 매달리지마라

나와 그대 비루했을지언정 그 삭풍을 견디었으니,
시간의 삭풍에서 우리가 잊혀지지 않았으메
우리의 삶은 이어질 것이다


칠흑에 쌓인 현재에 멈춰서마라

과거는 삭풍에 휩쓸려 바스라진 먼지들이다
나와 당신의 불길은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으니

잿가루를 흘릴지언정 우리의 불길은 타오르니 우리는 춤추리라

별보다 먼 미래에 묶여있지마라

삶은 불길이라 퉁기는 불티의 행방은 정해지지 않는다

삭풍에 떠밀려 머얼리 흐드러지듯, 꽃처럼 사그라질지

봄바람에 안기어 잔잔히, 잔불씨의 여운을 남길지를

우리는 알 수 없다. 우리는 그저 춤추리라.


그러니 그대여, 나여, 삶이여


매달리지마라

멈춰서지라라

묶여있지마라


우리는 춤추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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