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 소설 평가좀 해주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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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들와들 과속+신호위반해서 3명 죽인 80대.jpgif - dc official App 작성자 : BlackWolfStudio

초단편 소설 평가좀 해주십셔앱에서 작성

ㅇㅇ(223.39) 2021.09.13 05:40:06

조회 403 추천 5 댓글 9

그 순간 눈 앞에 벌레가 있었다. 보는 순간 이건 사람이 아니라 벌레라고 확신했다. 시야에 그것이 처음 들어온 순간 모자로 착각했던 것이 사실은 더듬이었고, 그것의 몸의 색깔이 검정색이며 한눈에 봐도 딱딱한 질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엔 찰나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그것의 다리는 4개인데, 널리 알려져있다시피 '곤충'의 다리는 6개이다. 그것의 다리는 곤충이라고 하기엔 그 수가 모자랐다.

상당히 괴이한 모양새였다.

'어디서 부러져서 떨어져 나간걸까?' 나는 생각했다.

그러다 그것의 기이함에 이미 익숙해져버린 나머지(이것이 변명거리가 될 것 같진 않지만) 다리가 왜 4개인지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곧바로 그만두었다.

내가 신경써야할 일은 다리가 4개인 사람만한 덩치의 검정색 벌레만 있는게 아니다. 설령 그것이 세상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열쇠라고 한다 쳐도 나는 우선적으로 처리해야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래 어떤 것들은 그냥 무시하고 가야 하는거야. 그게 맞지.'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려는 찰나 '그것'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것은 분명히 나를 인식하고 있었고 나를 똑바로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아까 상기한 질문을 어서 해보라는 듯이.

그 광경을 목격한 나 또한 무언가에 홀린 듯 그 시커먼 물체의 눈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똑바로 쳐다보고 그것에게 한걸음씩 다가갔다.

그것이 서있는 곳에서부터 1미터가량 앞에 섰고, 여전히 그것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것 또한 내 눈을 여전히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의 눈은 내가 알고 있던 벌레의 눈과 흡사했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무엇인가 이상했다.

검은색 눈동자 주위로 아주 적은 면적을 차지하는 흰자가 눈에 보였다.

그것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고 한걸음 물러나 보니 좀 더 명확하게 흰자가 보였다.

벌레의 눈에 흰자가 있다고? 이건 처음 듣는 소리다.

좀 더 자세히보려고 다가간 순간 그것은 서서히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그것의 눈에서 그렇지 않아도 작은 흰자가 더욱더 작아졌다.

마치 무언가를, 혹은 어떤 상황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설마 나를 두려워하는 건가?'

나는 그것이 움츠러들기를 멈추기 바로 직전에 시선을 떼고 돌아섰다.

'그래, 세상엔 그냥 무시하고 가야 하는 것들도 존재하는 거야.'

뒤 돌아서 몇 걸음을 옮긴 후 아직도 그것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지가 궁금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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