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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 사랑하는모바일에서 작성

여우치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21 19:24:14
조회 216 추천 14 댓글 4




To. 에리.

안녕! 에리치~ 오랫만이지? 히히. 아이고 어색해라. 우리 매일 아침에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인데 갑자기 편지를 쓰려니까 부끄럽네. 잠시만. 펜을 내려놓고 숨을 크게 다섯 번 쉬어야겠어. 됐다. 이제 빈 편지지를 조금씩 채워 쓸 수 있을 거 같아.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숨을 다섯 번이나 쉬었냐고? 특별한 이야기가 있기보다는 널 항상 볼때마다 그래. 난 너를...

아 맞다! 이 편지지 마음에 들어? 너를 닮은 스카이 블루야. 너와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길은 항상 조금은 외로운데 요즘 가을 하늘을 보면 그래도 덜 외롭더라고. 하늘은 네 눈을 보는 듯 시리도록 맑은 색깔이라 네가 온통 나를 감싸고 있는 기분이 들어. 왜 갑자기 편지인지 궁금하지? 오늘 집에 아는 길에 조금은 차가운 듯하지만 따듯함 한 조각도 같이 묻어있는 하늘을 우연히 봤거든. 어- 보랏빛이 어스름하게 피어오를 때까지 오랫동안.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니까 나도 모르게 이 편지지를 계산하고 있지 뭐야. 어차피 산 거, 가장 생각나는 너에게 쓰려고. 마침 하고 싶었던 말도 많았고 말이야.

음, 에리치. 나는 너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 왜냐면 우리 둘 다 서로 생각보다 많이 하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너는 하교길에 주절주절 말하고 있으면 난 옆에서 리액션을 잘 해주곤 했잖아. 매일 같이 하교하며 너의 얘기를 들었으니 내가 너에 대해 아는건 당연한 거잖아. 네가 언젠간 내게 말했지. 나와 함께 있으면 한적한 신사 안에 혼자 신세한탄 하는 거 같다고 말이야. 그 말이 기뻤어. 나에게만 솔직하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 거 같아서. 내가 너에게 특별한 사람인 것만 같아서 말이야.

나? 나는 그거면 충분하긴 하지만... 음. 이왕 편지니 솔직하게 말해볼까? 사실은 너에게 재잘거리고 싶은 말들이 많았어.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나의 생각들, 너에게 의견을 구하는 조언, 나의 옛날 이야기들, 너와 같은 미래를 향하고 싶은 계획들... 사소한 것에서부터 무거운 것까지 전부 말하고 싶었어. 하지만 이런 내 마음들보다 너에 대해 듣고 싶은 마음이, 네가 하나하나 나긋하게 말하는 목소리와 눈을 계속 보고싶은 욕심이 더 커서 나는 너를 보면서 방긋방긋 웃기만 했지. 그래도 말이야. 정말 너의 이야기만 들어도 충분히 좋았어.

그러고보니 우리가 만나고 난 이후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네. 우리가 처음 봤을 땐 1학년이였는데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있으니 말이야. 근데도 아직도 너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 2학년 아이들 세 명이서 빈 강당에서 춤을 출 때의 네 모습을 보고 알았어. 새롭고 반짝반짝한 호노카들이 주는 문제에 대해 너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 너는 그 때 화를 엄청 참고 있는 듯이 보였겠지만 내 눈에는 그 빛을 쫓아가고 싶어 안달난 눈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

너는 정식 부를 만들고 싶다는 호노카의 말에 필요 이상으로 화를 냈어. 나는 너의 어깨를 가만히 두드려주기만 할 뿐이었어. 그 때 너,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거든. 기억나? 우리는 같이 하교길을 걸어서 신사에 앉았지. 오랫동안, 어둑해지며 기온이 조금 내려갈 때까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때론 침묵은 말보다 많은 것을 알려주곤 해. 나는 너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었기에 그 침묵을 이해할 수 있었어. 봐봐, 너의 얼굴에 수많은 이야기가 스쳐가잖아.

발레를 했었다던 네 이야기가 네 백옥같은 얼굴에 가장 먼저 떠올랐어. 마치 어린아이 같았지. 그리고 이제 다시 춤을 추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는 눈물어린 네 모습도 잠깐 지나갔어. 하지만 너도 모르게 움직이는 마음이 머무르네. 뮤즈라는 그룹에 함께 하고싶다는 네 간절함 말이야. 다시 춤을 출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도 함께. 타로카드를 굳이 읽지 않아도 너의 생각이 보여. 그래. 네 얼굴엔 그 모든 것들이 섞여져 혼란스러움만 남긴 감정의 폭풍이 서려있더라.

천둥소리를 동반한 폭풍은 모든 것을 휩쓸고 엉망으로 만들어놔. 나는 내 추측과 행동에 큰 미스가 생겼다는 걸 깨달았어. 난 네가 춤을 다시 추고 싶다고만 생각했고 그 길을 스쿨 아이돌로 열어주고 싶었을 뿐이야. 내 계획은 모든 것이 안정되고 행복해지기만을 바랐지 큰 소란을 만들어내는 것까진 바라지 않았는데. 천둥을 무서워하는 나는 네가 겪는 혼란스러움에 불안함을 느꼈어.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낡은 상자에 뮤즈라는 이름을 넣은 내 행동을 후회했어. 나는 오직 너를 생각했는데 너에게 몹쓸 곤란함만 안겨준 게 아닐까 하고. 나는 너를 잘 안다고 생각해왔는데 실은 단편적인 것만 알고 멋대로 추측해버린게 아닐까하고.

오랫만에 타로카드에 손이 닿았고 타로카드에선 운명의 수레바퀴를 내 손에 쥐어주었어. 우리는 각자가 하나의 축이라는 걸 비유하듯이 바퀴의 축이 아홉개인 수레바퀴가.

우리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거야.

너는 분명히 내일 다시 옥상으로 향할거야. 모자라보이지만 해를 기다리는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너를 기다리겠지. 너는 아이들에게 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알려줄거야. 겉으로는 퉁명스러울지라도 속으로는 따뜻한 햇살을 가득 삼켜낸 것처럼 하나하나 자세히 알려주겠지. 하지만 지금 너는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어. 조금만 건드려고 팡 하고 터질것처럼.

에리, 나 무서워. 천둥과 폭풍을 무서워하는 나이지만 나는 지금부터 너의 폭풍 속으로 한 걸음씩 걸어갈 거야. 어쩌면 네가 우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지. 쾅하고 부딪히게 될 거 같아. 조금은 두려워. 너의 날선 진심들을 내가 포근하게 잘 받아들일 수 있지는 자신이 없지만 너니까, 에리 너니까.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응원하고 사랑해. 그건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결심한 거야. 네가 원하는 것들을 아무리 숨겨도 내가 다 찾아낼거야. 내가 너의 행복만을 찾아 네 앞에 뿌려놓을거야. 너는 그 행복들을 받기만 해 줘. 내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야. 정말이야. 나는 그거면 되는걸.








미안. 조금 더 솔직해질게.

숨을 다섯번 크게 쉬고 이 편지를 쓰고 어설픈 내 고백들을 한없이 채워나가다 보니 이제 내 마음을 조금은 드러낼 수 있을 거 같네. 한번만 말할테니 잘 들어줘.




사랑해. 너를 사랑해, 에리. 이 모든 것들은 너에 대한 내 사랑을 바탕으로 해. 사랑해. 아직 고백할 수는 없지만, 절대 전해지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더 숨겨야겠지만. 사랑해.












--
간만이네.. 에리 생일 축하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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