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궁마마는 너무해
7
비씨(妃氏)가 머무는 어의궁(於義宮)에 드는 이는 극히 일부였다. 비씨의 시중을 맡은 상궁을 포함한 궁녀 서넛과 내관 두어 명, 그리고 비씨가 사가에서 함께 데리고 온 몸종 사월, 마지막으로 비씨의 훈육을 맡게 된 비씨의 아비, 호조판서 동일 뿐이었다.
비씨 덕선은 아주 죽을 맛이었다. 북촌의 사가의 집도 그리 작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됐든 그 집도 좁고 답답해 매번 들로 산으로 나루터로 장으로 쏘아 다니던 저였는데 이 어의궁에서만 몇 십일씩 있으려니 좀이 쑤셔 죽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재간택과 삼간택이 한날한시 이루어지는 바람에 제 가족들에게 제대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해 아쉬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물론 가례가 시작되고 친영례 날이 온다면 모두 볼 수 있을 테지만 그것도 분명 찰나일 것을 덕선은 잘 알고 있었다.
그나마 어찌어찌 버티고 있는 것은 매일 제 훈육을 위해 들러주는 아버지 동일 덕분이었다. 동일은 올 때마다 손에 한아름씩 덕선을 위한 것을 안고 왔다. 일화가 울면서 했다는 꼬막무침부터 보라가 밤새 썼다는 내훈 필사본, 노을이 사왔다는 깨경단까지. 만약 동일이 전해주는 가족들의 마음이 아니었다면 아마 덕선은 이 어의궁 문을 벅차도 열댓 번은 더 벅찼을 것이라고
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한 번을 안 오냐. 진짜 아버지만 매일 안 오셨어도 벌-써 도망갔다!
괜히 누군가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이리 돌려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환장하것네- 아야, 아야!”
“..부원군!”
빈궁으로 간택되고 이 어의궁으로 온지도 이제 한 달이 꼬박 넘어가는 동안 세자 저하는 어찌 눈코빼기 하나 보이시지 않냐, 제 아비 동일에게 비씨 덕선이 입술을 조금 삐죽 내밀고 투정을 부리자 동일이 어이가 없다는 듯 덕선을 나무라듯 불렀고 비씨의 곁에 서 있는 비씨의 상궁 박상궁이 짐짓 동일에게 호칭을 조심하란 뜻을 담아 불렀다. 동일은 무서운 눈매를 하고 선 박상궁의 눈치를 보며 덕선에게 눈을 부라렸다. 덕선은 괜히 꼬수워 호탕하게 푸하하하 웃다 동일과 마찬가지로 박상궁의 눈초리에 다시 합- 입을 다물었다.
“비씨께서 지금 그리 한가로운 말을 하실 때가 아닐텐데 말입니다?”
“예?”
“세자께서는 예전 비씨께서 사가(私家)에 계실 때처럼 한가로운 분이 아니십니다”
“그 정도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서책이라고는 곁에도 안 두시던 비씨께서도 입궁을 위해 이리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제게 훈육을 받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동일이 숨을 고르고 말했다.
“제일 처음 이 어의궁에서 * 수납채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까? 기억나시지요? 그 다음 **납징(納徵) 있었지요? 예? 수납징의가 있었습니다? 기억하시지요? 비씨?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 비씨 머리로는 기억 못하실까 다시 말씀드립니다? 예? 납징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지요? 예- 바로 ***고기(告期)입니다? 대궐에서 가례일을 정해 이 어의궁에 알려주셨지요? 자 그 다음 기억나십니까?”
*납채(納采). 궐에서 간택된 왕비의 집(왕비의 집 역할을 하는 별궁)에 청혼(請婚)하러 사자(使者)를 보내는 의식인 납채의(納采儀)와 별궁에서 이를 허락하는 수납채의(受納采儀)로 진행
**납징(納徵). 혼인(婚姻)이 이루어지게 된 징표로 대궐에서 사자(使者)로 하여금 별궁에 예물을 보내는 의식인 납징의(納徵儀)와 별궁에서 이 예물을 받는 수납징의(受納徵儀)로 진행
***고기(告期). 대궐에서 길일(吉日)을 택하여 가례일(嘉禮日)로 정해 이것을 별궁에 알려주는 고기의(告期儀)와 별궁에서 이를 받는 수고기의(受告期儀)로 진행
“*책비(冊妃)! 책비!! 책비입니다!”
“예- 용케도 기억하십니다. 이 어의궁에서 비수책의(冊妃)가 진행됐습니다. 기억하시죠?”
“다 기억합니다!”
*책비(冊妃). 대궐에서 왕비를 책봉하는 의식인 책비의(冊妃儀)와 별궁에서 왕비로 책봉 받는 비수책의(妃受冊儀)로 진행
비씨의 대답에 호판, 동일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헌데, 세자 저하라고 지금 가만히 놀고 계시겠습니까?”
“....네?”
“지금 이 어의궁에서 저하고 내훈 강습만 하는 비씨께서도!!! 가례 절차 하나하나 마치느라 이리 머리에 쥐가 나시는데! 세자 저하는 지금 관례(冠禮)도 올리셨고 해야 하실 일이 많습니다.”
동일의 말을 이어 박상궁이 말했다.
“일전에 제가 비씨께 말씀을 드렸사옵니다. 글피 후 친영례(親迎禮)가 이뤄질 것이라고요. 아마도 잊으신 모양입니다.”
박상궁의 말에 비씨 덕선은 친영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친영례를 치르는 날 드디어 세자, 택을 볼 수 있을 터였고 친영례를 올리고나면 궁으로 들어가 비씨가 아닌 빈궁이 될 터였다. 그 중요한 날을 잊고 있었다니. 이제 딱 3일 밤만 자고 나면 택을 볼 수 있을 터였다. 비씨의 얼굴이 말갛게 환해졌다.
저녁상을 물리자 뜬금없이 사월이 목욕물을 받겠다고 했다. 목욜을 한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았지만 어째 몸이 찌부둥 해 그러라 수락했다. 택, 아니 세자를 처음 본 것이 마냥 따스하기만 했던 늦봄이었는데 이제 어느새 밤에는 조금 써늘한 기운이 들었다. 목욕물에 채 잠기지 않은 두 어깨에 찬 기운이 서렸다. 사월이 살결이 부드러워진다며 목욕물에 귀하다는 타락(駝酪)도 넣었지만 비씨는 먹기도 아까운 음식을 왜 한 번 쓰고 버릴 목욕물에 넣었냐며 타박 아닌 타박을 했다. 그러나 사월은 그런 덕선을 향해 언제 합방하실지 모르는데 그 전에 미리미리 품새를 단정히 꾸며야 한다며 덕선의 머리끝에 동백기름까지 발라 주었다.
목욕을 마치고 보니 박상궁이 웃전의 부름으로 급히 궁에 가 자리에 없었다. 석반 후에는 항상 박상궁에게 궁 안의 법도, 내명부의 법도에 대해 배웠었는데 오늘은 쉴 수 있단 생각에 비씨의 표정이 밝았다. 석반을 먹고 나면 몸이 노곤하니 그저 가만있어도 잠이 쏟아지는데 생전 관심 없던 서책을 읽고 훈육을 받으려니 사실 그동안 허벅지를 몇 번이나 꼬집었는지 몰랐다.
목욕도 해 몸이 노곤노곤한데 박상궁까지 없어 바로 잠자리에 들면 딱 좋을 것 같아 비씨는 이른 시간 이부자리를 준비하라 일러 일찍 침소에 들었다.
슬핏 눈을 떴다. 촛불 불빛 하나만이 은은히 빛나는 방 안 비씨의 눈에 세자의 얼굴이 가득 들어찼다. 하여 비씨는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았다. 세자 택과 비씨는 서로 반대로 마주보고 누워 손을 맞잡고 있었다. 어쩐지 세자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 비씨는 베개를 고쳐 베었다. 참 진짜 같은 꿈이구나, 싶었다. 그간 옷깃 한자락 보이지 않던 이가 드디어 몽중(夢中)이지만 두 눈에 그득 들어찬 것이 비씨는 가슴이 뻐근하게 좋았다. 얼마나 그리고 또 그리던 이인가. 하여 비씨는
세자 택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자연스레 다시 비씨의 두 눈이 감기었고 입술 끝에서 느껴지는 촉감은 너무 뜨겁고 또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참. 생생한 꿈도 다 있지-
기침하셨냐는 사월의 말에 두 눈을 밀어 올린 비씨, 덕선은 세자와 입을 맞추었던 제 입술을 손끝으로 더듬더듬 만져보았다. 꿈에서 깨고 보니 무척이나 민망하고 또 부끄러웠다. 얼마나 생생한 꿈이었는지 꿈에서 세자의 입술과 맞닿았던 제 입술이 아직까지도 너무 뜨겁게 느껴졌다. 하여 비씨는 잠시 잠깐 정말 혹, 세자가 다녀가신 건 아닌가 생각하였지만 절대 그럴 수가 없음을 다른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사월아..”
“예, 비씨.”
“혹, 지난 밤에 말이다..”
“예-”
“그러니까 혹...”
“예! 하문 하시지요!!”
제 웃전이 무슨 일인지 말을 잇지 못하고 뜸을 들이는 것이 사월은 못내 답답하여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높였다. 제가 이리 버릇없게 굴면 제 상전은 주먹을 치켜들고 ‘이게 진짜!’ 호판댁 규수라 하기 민망한 행동거지를 보였는데 이 어의궁에서의 내훈 강습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 어째 조용히 제 상전은 손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거릴 뿐이었다.
“혹... 혹 말이다..”
“기다리다 숨넘어가겠습니다. 예- 어젯밤에요!”
“저...저....저하....저하께서...”
“예, 저하께서요”
“혹.. 저하께서 다녀...가셨니..?”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두 뺨을 발갛게 물들인 비씨가 고개도 채 들지 못하고 물었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웠다. 제 웃전께서 정인을 기다리다 못해 꿈을 꾼 듯하여.
“꿈 꾸셨습니까?”
“....어?”
“저하께서 어떻게 오시겠습니까! 친영례 때나 오실 수 있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요?”
“...알지..”
“꿈에서 세자 저하께서 나오셨습니까?”
“......어?....”
“무슨 꿈이였습니까?”
사월의 질문에 비씨는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섬섬옥수로 얼굴을 다 가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매화 꿈을 꾸었단다.
아주 예쁜, 매화가 내 입술에 닿는 꿈을.
친영례 삼일 전이었다.
* * *
간만에 날이 풀려 빈궁은 군주의 손을 잡고 후원 산책에 나섰다. 토끼털로 만든 *배자에 **아얌까지 중무장을 했지만 추위에 군주의 코끝이 발개져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너무너무 곱고 예뻐 빈궁은 무릎을 접고 앉아 군주와 눈을 맞추고는 그 코끝에 촉 입을 맞추었다. 군주의 코끝에 조금 금귤색이 도는 연지가 묻었고 빈궁은 조심스러운 부드러운 손길로 슥- 연지를 닦아주었다.
*배자 저고리 위에 덧입는 덧옷.
**아얌 조선시대에 부녀자들이 외출시 추위를 막으려고 머리에 쓰던 이엄(耳掩)의 한 종류로 부녀자용 난모(暖帽)의 한가지로 정수리가 없는 모자
후원의 홍매화는 아직 피지 않았다. 이 찬 바람이 지나고 훈풍이 불기 시작하면 언제 이리 꽁꽁 숨어있었냐는 듯 소담스레 피어날 것이었다. 그 때가 되면 군주와 그리고 제 지아비와 함께 홍매화를 보러 함께 후원에 나와야겠다, 생각하고 있자니 자연스레 빈궁은 입궁 전 어의궁에서의 남사스러운 꿈이 떠올랐다. 너무도 생생하여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꿈.
그 꿈을 꾸고 삼일 후 꿈이 아닌 진짜 세자, 택을 볼 수 있었다. 택 뿐만이 아니라 그렇게도 보고싶던 가족들을 다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가족들과의 만남은 찰나였다. 모친, 일화에게 조잘조잘 그동안 부친, 동일과 함께한 내훈 강습이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없었는지 얘기하고 싶었고 동생 노을에게는 북촌의 새로운 골목대장이 누구인지도 듣고 싶었고 하다하다 언니 보라에게 잔소리도 듣고 싶었는데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하고 간략한 인사만 한 채 친영례를 치루었다.
친영례가 이루어지고 난 뒤 바로 입궁하게 되었고 *동뢰(同牢)가 이루어졌다. 비씨, 아니 빈궁은 그 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세자를 보게 되면 자신을 속인 것부터 하여 자신을 그리 어의궁에 방치(?)해 놓을 수 있는지 따져 물으려 했으나 촛불빛 아래 세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빈궁은 엉엉- 눈물이 터져 나왔었다.
*동뢰(同牢). 친영일 밤에 대궐로 맞아들인 왕비와 서로 절한 뒤에 술과 찬을 나누고 첫날밤을 치르는 의식
‘으헝헝- 엄마도 제대로 못 봤어!! 노을이한테 깨경단 고맙다는 인사도 못 했는데 으헝헝헝- 엄마랑 노을이 보고시퍼- 우쒸 하다못해 성보라도 보고싶어 으헝!!!!!’
그리고 세자는 어땠더라-
제 눈물에 어쩔 줄 몰라 허둥거리다가 결국 저를 폭- 안아주었었다. 제가 울음을 다 멈출때까지 끊임없이 그 다정한 손길로 등을 쓸어주면서.
그리고 가례의 모든 절차가 끝이 나고 세자는 주상에게 빈궁이 사가에 잠시 다녀올 수 있게 해 달라 청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빈궁의 가족들이 궐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사가의 식구들이 다녀간 그날 밤, 세자는 빈궁에게 하나 선물을 주었다. *어보를. 빈궁은 제 두 손 위에 황금빛 거북이를 올려놓은 세자, 택에게 물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거북입니다.’
‘....무슨 뜻입니까?’
‘.....영원한... 사랑?’
‘.............이게 끝입니까?’
‘........’
제 말에 잠시 뜸을 들이면서도 미소 짓던 세자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비씨 아니 빈궁이 기다리던 말을.
‘은애합니다, 빈궁.’
*어보 왕과 왕비, 세자와 세자빈 등 존호를 올릴 때 사용하던, 왕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도장을 말함.
“빈궁, 한참을 찾았습니다.”
언제 들어도 좋고 언제 들어도 그리운 제 지아비의 목소리에 빈궁이 옛 기억을 잠시 접고는 환하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제 지아비, 세자가 조금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놀란 빈궁이 군주의 손을 잡은 채로 발걸음을 바삐 해 제 지아비 곁에 서 이마에 송골 맺힌 땀을 군주 때문에 들고 있던 하얀 가재 손수건으로 살살 찍어 닦아주었다.
“어찌 이리 땀까지 흘리며 찾으셨습니까. 무슨 급한 일이 생겼는지요?”
“예. 급한 일, 있고말고요.”
“무슨...!”
“보고싶었습니다.”
“,,,,,예?”
“제가 빈궁이 보고 싶었단 말입니다.”
그리고 세자가 저를 이리도 급하게 찾은 이유에 빈궁은 또 슬며시 웃음 짓고 빈궁의 손을 잡고 제 아비와 어미의 금슬을 지켜보던 군주는 고작 세 돌이 지났건만 질린다는 표정을 하고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아, 참! 저하! 이 입술연지 색 어떠십니까? 어여쁘지 않습니까?”
빈궁의 말에 세자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자의 반응에 빈궁은 목소리를 조금 낮추고 소곤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감귤연지라고, 명나라 궁에서 유행하는 색이라고 하는데 김역관님께서 몰래 구해다 주셨습니다. 어떤가요? 어여쁜가요?”
세자는 환하게 웃으며 마냥 따스한 눈빛을 하고는 대답했다.
“곱습니다. 명나라 궁녀, 황녀들보다 훨씬 곱습니다.”
“...저하께선 명나라 궁녀, 황녀를 모르시지 않습니까-”
“.........그래도 곱습니다. 빈궁은 제일 곱습니다.”
세자의 말에 빈궁이 환하게 웃어 보이는 그 때 후원을 나왔던 진주공주와 마주쳤다. 빈궁의 손을 잡고 있던 군주는 진주공주를 보자마자 공주마마- 부르며 도도도 잘은 발걸음으로 공주에게 달려갔다. 공주는 두 팔을 벌리고 제게 달려오는 군주를 한아름 힘껏 안주었고 빈궁과 세자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공주께서도 날이 좋아 나오셨나봅니다”
“예- 헌데, 마마!”
“예.”
“입술연지, 너무 이상합니다!”
“.....예?”
“.....지우시는 게 어떠실지..... 그럼 전 군주와 함께 가보겠습니다. 두 분 저하, 그럼 이만 저는 물러가보겠사옵니다”
입술연지 색이 이상하다는 말만 내뱉고 홀연히 사라진 공주로 인해 빈궁의 낯빛이 조금 어두워졌고 세자는 멀어져가는 공주의 뒷모습 한 번, 그리고 빈궁의 입술 한 번 번갈아 바라보고는 진심으로 고개를 저으며 괜찮습니다, 곱습니다, 얘기했고 빈궁은 멋쩍게 웃어 보였다.
제 저하가 어여쁘다, 곱다고 했으니 된 것이었다.
* * *
친영례 삼일 전, 동궁.
“그래, 비씨께서는 어떠시냐.”
곧은 자세로 앉아 홀로 바둑을 두고 있던 세자가 제 앞에 꿇어앉은 제 우익위를 향해 물었다. 우익위는 매일 아침, 입궁 전 어의궁에 들러 사월에게 빈궁의 안위에 대해 묻곤 했다. 어디 아픈 곳은 없으신지, 침소는 잘 드셨는지, 울지는 않으신지- 그리고 이렇게 입궁하여 제 저하께 아뢰곤 했다.
“기침 후에도 어쩐지 계속 몽중이신 듯 나른해 보이셨다 하고, 뺨이 조금 붉으신 것이 미열이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하였습니다.”
“..열? 혹 옥체 미령해 보이시더냐”
“쉬이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좋은 꿈을 꾸셨는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보이셨다 합니다”
우익위의 말에 바둑알을 집던 세자의 유유한 손짓이 잠시 멈추었다.
“좋은 꿈?”
“예- 매화 꿈을 꾸셨다며, 아주 예쁜, 매화가 비씨께 닿는 꿈을... 아, 헌데 저하! 어제 익위들도 물리시고 그림자시위만 데리고 어딜 다녀오셨습니까! 전하께서 아시면 크게 경을 치실 것이옵니다!”
어쩐지-
저하의 뺨에도 열이 오르는 것 같아 보이는 것은 모른 척 하기로.
사과문
1. 음.....오.....아.....예........(눈치...할말없...)
2. 기다리던 수미니들 있니?! 없어두.. 마무리는 지어야지.... 변명은 하지 않을게.... 죽여줘.......
3. 이제 빈궁마마도 한 편 남음!
4. 애초에 짧게 끝날 줄 알고 상중하 붙이던 빈궁마마 그냥 포기하고 1,2,3 편으로 다 수정해따. 이게 7편이니까 8편이 완결이라능!!
5. 빈궁마마 완결 내면서 따로 또 그동안 내가 썻던 글들(고백, 미팅, 여름 날, 7.7, if only) 마지막으로 txt 올릴게!! 약속한건 지켜야지 이거라도(먼 산)
*그리고 이거 쓴다고 이것 저것 찾아보면서 본 건데, 요즘 연구에서는 최종간택때 떨어진 규수들도 그게 하나의 스펙? 같은 걸로 시집 잘 갔다고도 하더라! 그리구 나는 요거 조선 초중기로 보고 쓰고 있는데, 사실 별궁으로 '어의궁'을 썼는데 어의궁은 조선 후기쯤에 썼던 곳이고 사신 접대하던 곳이 된 '태평관'이 내가 찾은 별궁 중 가장 이른 시기였음! 그런데 그래도 내가 생각한 시대보단 좀 후대라서 그냥 젤 유명(?)한 어의궁으로 했음! 구롬 진짜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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